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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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그어 1
 
W. 청서
 
KPC 조민율
 
PC 현묵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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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현묵: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현묵:···윽, 하··· (혈향 짙은 군복이 마치 족쇄처럼 느껴집니다. 마른 숨 긁듯 게워내며 천천히 굳은 몸을 일으킵니다. 핏물 위 몸을 옹송그릴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일어서야 합니다. 아니라면 어딘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을 떼어야겠지요.)
 
...
 
그렇게 생각한 현묵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새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현묵: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시야 간지럽히는 해묵은 머리칼이 거슬립니다. 낮은 숨을 토합니다. 헤집어진 것을 정돈해 넘기고 다시 한 번 미간을 좁힙니다. 보이는 게 있겠나요?)
 
현묵: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당신을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현묵:(머리 속이 아득합니다··· 설원처럼 딛은 자국 없는 뇌리에서 떠도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간에서는 정의감이라 불리울 법한 것이나 나에게는 그것을 인지할 감각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저 흐르는 핏물과 상처의 통증만이 선득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나의 과거가 소실되더라도 육신에 각인되어 잔존하는 천성이라는 것까지 지울 수는 없는 터라, 그 이름 모를 누군가를 향해 총기를 겨누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흐려져가는 시야 속 신경을 곤두세우려 노력하며 거리를 좁힐 뿐입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당신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현묵: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 (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흩날리는 금발의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당신은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당신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현묵:(사고가 정지합니다. 뒤흔드는 시야에 달뜨게 덥혀진 숨만을 잔뜩 내뱉습니다. 아······ 나는, 그러니까 이 육신은, 이 머리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고통만이 빠르게 몸을 잠식합니다. 빠득 갈리는 잇새 위로 녹음을 머금은 눈이 살벌히 충혈되고, 일그러진 낯은 어지럽게 떨리기를 반복합니다. 젠장, 젠장··· 아무리 뿌연 머리통이 굴러가도록 종용해도 새빨간 통증만이 더욱이 선명할 뿐 벼락처럼 파고드는 기적이란 없습니다. 혈관이 들끓는 것만 같습니다.) 하, 하하.... (탄식과도 같은 실소가 터져나옵니다. 정말 이런 곳에서 나는 끝을 맞이합니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채로 의미없는 호흡만을 반복하다 이렇게 추하게······ 점멸하는 시야 틈을 파고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움을 갈구하는 언어였습니다. 제발, 누군가··· 도와 줘. 나는 아직 눈을 감고 싶지 않아. 그러나 들을 이는 없겠죠. 흩어진 언어는 먼지처럼 내려앉습니다. 그 쯤 맥이 풀린 눈꺼풀이 형형한 동공 위로 드리워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현묵 로스트
 
……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현묵: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3
 
현묵:2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당신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현묵씨와 조민율씨에 의해, 제 59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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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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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현묵: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조민율: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총을 고쳐잡은 조민율이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현묵:···당신은... (통증에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마른 기침이 터져나옵니다. 살벌히 충혈된 두 눈동자가 당신께 향합니다.) ....여긴... ···전장입니까? 나는 왜...
 
조민율:음, 그쵸? 굳이 따지자면 전장이긴 했었죠~ (기분 좋은 듯 웃더니 널 가볍게 토닥인다.) 어휴, 정말... 매번 파트너를 죽이는 것도 힘들단 말이에요. 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역시 사람은 아닌가...
 
현묵:(왜 웃는 걸까. 두드리는 손길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 있지? 머리가 어지럽게 지끈거립니다. 뜨겁게 달궈진 숨을 가다듬기를 몇 번, 불안정한 기억에 꿈에서 깨어나듯 느리게 눈꺼풀을 드밉니다.)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소립니까? ···파트너는..... ... (이 선뜩한 고통이 당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말인가요, 당신의 언어는. 우리는 동료가 아니덥니까? 내가 제대로 기억을 상기하고 있는 게 맞나요? 근원 모를 진노와 의구심만을 상정한 시선이 당신에게 쏘아집니다.)
 
조민율:... 이런. 아직 안 돌아온 거에요? 아니면 돌아온 거에요? (헷갈리네.. 라며 혼자 중얼이고는 곧 상관 없다는 듯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 배워서요!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저도 죽일 때마다 힘들다니까 그러네... 파트너님은 제 소중한 전우인 걸요? 가끔 한눈판 사이에 까마귀가 물고 간다고 하지만...
 
그래요.
 
조민율은 당신을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이나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
 
어제까지는 그랬죠.
 
조민율이 까마귀에게서 소중한 당신을 되찾아온 무용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당신이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조민율이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조민율은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당신이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조민율:(작게 헛기침 한다.) 큼, 크흠! 그러니까, 아직 덜 기억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보고, 드릴게요~ 이전 임무는 역시나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님은 과다출혈로 죽고 말았어요. (양손으로 T모양 만들어서 제 눈가에 갖다댄다.) 제가 얼마나 슬펐는지 아세요?! 원래 파트너님의 자가소생에 걸리는 시간은 복불복이지만, 어째서인지 이번 소생은 유독! 느렸다고요. 정말... 못 일어나시는 줄 알았잖아요!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
 
현묵:(저게 슬퍼하는 이의 태도란 말인가? 의문이 머리를 스칩니다. 어설픈 감상이 가슴께를 파고듭니다. 그래요, 이 사람은 나의 동료······ ... 그러나 나의 죽음을 관장하는 이가 정말로 진실된 동료일 수 있습니까? 나의 존재는 평범하지 않으매 그것은 당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나의 특이와 당신의 특별은 다릅니다. 이제는 압니다. 되살아나는 과거의 편린들이 조금은 아픕니다. 나는 군인입니다. 주어진 임무에 목숨을 거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으스러진 몸을 최대한 가누어 자세를 바로합니다. 혈액에 젖은 음성이 딱딱한 조로 흩어집니다.) ···이해했습니다. ...조민율 씨죠. 당신은. (뜸)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조민율:(뭐... 실제로 밥이나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치만, 정말 오래 걸리기도 했고. 사람이 밥은 먹어야 하지 않나...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네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자 싱긋 웃고는 고개 한 번 까딱인다.) 정답입니다! 좋아요, 얼추 정리된 것 같으니 바로 임무에 돌입해 볼까요? 파트너님이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임무가 무척 지체 되었거든요! (본인 손목으로 시선 내려가더니 눈 몇 번 깜빡이고는) 네, 시간이 엄청 부족하게 됐네요. 역시 바로 돌입해야 될 것 같아요. 음, 솔직한 마음으로서는 조금이라도 쉬게 해드리고 싶지만요... (혈액에 젖은 음성이 아무래도 신경쓰였나 보다. 네게 지령과 지도를 넘겨준다.) 이번 임무에요!
임무
 
현묵:(고장난 관제탑의 신호처럼 뚝뚝 끊기던 기억 속 그 검은 인영은 당신이었겠지요. 공격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당신의 역할이 비록 나의 생을 앗는 것이라 할지더라도. 웃는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금빛 청년. 네 말에 다시 한 번 잡념을 몰아냅니다. 집중, 나의 임무와 존재 의의를 다하기 위하여. 건네는 것을 받아들어 활자를 빠르게 동공 위로 이식합니다.) ···숙지했습니다. 준비가 되셨다면 움직이죠. (도시, 시민 구출, 크리쳐. 세 사항을 신속히 되뇌입니다. 성공시켜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가 그랬듯이, 또한 당신이 그랬듯.)
 
가름선
 
조민율에게 지령과 지도를 전달받습니다.
 
이후 바로 메인 조사에 돌입합니다.
 
조민율:역시 최강의 인류! 빨라서 좋네요.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보니까 이번에는 조금 힘들 것 같더라고요? 물론 파트너님이 함께 해주실 테니까 걱정은 없지만.
 
조민율은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조민율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헬기입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은 점점 가까워지면…….
 
조민율:그럼 갈까요?
 
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조민율과 현묵은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가름선
 
V
 
쿵!!!
 
허공을 한 바퀴 돈 현묵이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파트너를 받아볼까요.
 
현묵: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당신은 조민율을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물론, 낭만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조민율은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ㅇ
 
조민율: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거에요.
 
조민율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현묵:학교부터 가죠. (망설임 없이 즉답이 떨어집니다. 아이들이 모일 만한 곳이라면 가장 우선시해야겠죠. 당신에게 의사를 묻는 시선을 던집니다.)
 
조민율:(눈 가만 깜빡이다가 그럴 줄 알았다며 웃는다. 물을 필요도 없다며 고개 끄덕인다.) 파트너님을 믿을게요~ 학교에 생존자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학교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당신이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조민율:음~ 학교라! 옛날 생각나네요!
 
조민율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감성적인 표정을 짓습니다.
 
조민율:솔직히 말해서 별로 재밌었던 것 같진 않지만, 가야할 곳이 정해져 있다는 건 꽤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크흠!) ... 이래봬도 나름 학창시절에 인기 좋았으니까요~
 
현묵:···그래 보입니다. (솔직한 감상입니다. 시취가 코를 찌르고 핏물이 눈을 적시는 그 참혹한 전장에서도 찬란히 나리는 금발이나, 그 아래 가늘게 웃는 낯이며 붙임성 좋은 성격과 같은 것, 주관을 제하여도 당신은 매력적인 이입니다. 나의 처지가 아니라면 꽤 큰 호의를 품었을 만큼.) ···이제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조민율:하하, 그거 칭찬이죠? 그래 보인다는 건 아직 죽진 않았나 봐요~ (들어 매고 있던 총 어깨로 바짝 당기고는 싱글벙글 웃는다. 약간 흥얼거리기 까지...) 다 왔어요, 다 왔어요!
 
문득 이야기를 듣던 당신은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현묵: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어쩐지 간지러운 이 기분은,
 
마치…….
 
그리움 같습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현묵:55
55
45
기준치: 55/27/11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때, 강당 무대 위 구석에 무언가 작은 실루엣이 보입니다.
 
확인해볼까요?
 
현묵:(후, 얕은 숨을 내쉽니다. 샅샅이 확인해야겠죠, 조금이라도 사람의 흔적이 있다면. 나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망설임없이 딛는 걸음이 신속합니다.)
 
구석에 있는 실루엣을 확인하면... ...
 
축하합니다, 현묵. 초코바를 휙득합니다!
 
조민율:(강당 쭉 둘러보더니) 여기에는 없나 보네요~ 꽝이었나 보다!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이번 임무는 어렵다고 했으니까! 다른 곳도 둘러볼까요?
 
현묵:...면목 없습니다. 병원으로 가죠. (아이, 환자. 가장 우선시해 구출해야 할 이들입니다. 짤막한 대답에 강한 확신 혹은 신념이 서려 있습니다.)
 
조민율: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희는 구출하는 게 최종 목표니까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고개 끄덕이고는 병원으로 이동한다.)
 
병원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조민율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조민율:음, 파트너님은 오래 아파본 적 없겠죠?
 
그건 마냥 좋은 게 아니라고 가볍게 덧붙이면서요.
 
현묵:...당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당신이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조민율:뭐, 확실히... ... 다치면 불편하긴 해요. 저는 인간이니까요.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조민율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조민율은, 크리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네요.
 
현묵: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눈치를 한 번 살핍니다. 저 말의 의도는 무엇이죠? 당신의 처지와 역할을 떠올린다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나, 반대로 그 손에 때때로 구원받거나 자주 생애를 거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 속내를 파악하려 찰나의 순간 갖은 상념을 엮어냈습니다.)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감기에 걸려 고생했었죠.
 
......
 
어라? 잠깐, 당신이 감기에 걸린 적 있었나요?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현묵:
기준치: 55/27/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낌새가 이상합니다.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당신이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두 사람은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운이 나빴네요.
 
어느새 당신과 조민율을 포위한 크리쳐들이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분명 금속형 크리쳐입니다.
 
조우하는 크리쳐의 수는 25마리 입니다.
 
현묵:(장홧발에 까득, 힘이 들어갑니다. 자세를 고쳐잡고 빠르게 총구를 손 안에 쥡니다. 물 흐르듯 당연한 연결입니다. 조준, 사격.)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6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당신이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순간에 16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조민율:(총 장전하다 말고 현묵 바라본다.) ... 오.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엄청, 무지막지하네요. (크리쳐 잔해 발로 살짝 차더니) 이거야 제가 활약할 틈도 없겠는데요! 아쉽게도 이번에도 꽝인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갈까요?
 
현묵:···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당신의 언사에 답하는 것은 상투적인 낱말입니다. 우선 구출 대상에 해당사항이 없다면, 붕괴에 취약한 곳이 다음입니다. 그러니까...) 지하철 쪽으로 가죠. 조심하십시오.
 
지하철역
 
두 사람은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앞서 걷던 조민율이 당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보며 묻습니다.
 
조민율:파트너님, 지하철 타본 적 없죠?
 
현묵:···없습니다. (당신은 있으시겠지만요 아마···)
 
조민율:하하, 그럴 줄 알았어요~ 그거 아세요? 지하철은 크리쳐보다 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요!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집니다.
 
조민율:좀 갑갑하긴 한데요~
 
조민율은 말을 이어가며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조민율:그래도, 안전 구역 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면허가 없어도 말이죠? 그건 꽤 편해요~
 
현묵:···민율 씨는 면허가 없으십니까?
 
조민율:저요? (뜸... 있기야 하지만... 나 몰라라 웃으며 대답한다.) ... 아뇨! 없어요! 그래서 여행도 편히 못 다니고~ 억울해서 정말... 면허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참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파트너님은 있으세요?
 
현묵:있습니다. 그 편이 작전 이행에 수월하니까요. (유사시에 차량을 운전할 일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기계적으로 수행해왔습니다. 여행같은 단어와는 사뭇 다른 결입니다. 내부를 천천히 살피던 오감은 갑작스런 감상에 스치웁니다. 여행이라.) ···여행을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조민율:(오호라...) 있었네요? 면허 있는 사람, 주변에. (입꼬리 슬며시 올리며 미소 띄운다. 아무래도 서로의 목적이 다른 것 같기는 하다만... 무슨 상관일까!) 그럼요, 그럼요~ 여행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아,) 파트너님은 못 가보셨으려나. 음, 좋아요! 그럼 가보고 싶은 곳은 없으세요?
 
현묵: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평화로워진 이후라면, 여행이라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군요. (짧은 상상을 합니다. 나는 공상가가 아니나, 도시의 공해에 오염된 밤의 하늘이 아닌, 새파랗게 빛나는 태양 아래 선 당신을 잠시 생각합니다. 역시 어울리네요, 이런 곳에서 나의 곁에 서 있을 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달루시아에 가 보고 싶습니다. (뜸) 민율 씨에게도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문득 떠오릅니다.
 
새파랗게 빛나는 태양, 한 걸음마다 느껴지는 도시와는 다른 느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임에도, 어째서 그 장소가 생각났을까요?
 
조민율:... 평화로워진 이후요? (네 쪽 향하고 있던 시선 웬일로 저 구석으로 향한다.) ... ... 언제쯤 평화로워 지려나요... 너무 먼 미래 아닌가요! (물론 상상해보면 좋기야 하겠지만, 확실하지 않은 미래는 별로인 걸... 잠시 축 쳐져 있다가 이어지는 말에 금방 화색한다.) 어라, 진짜요? 저돈데!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이 나중에 저랑 같이 안달루시아 가주셔야 겠네요! 약속한 거에요~
 
현묵:···그런가요. (부정 없는 짤막한 답을 잇습니다. 평화라, 입 안에서 매끄럽게 굴러지는 단어의 질감 치고 퍽이나, 사실은 아주 익숙지 못한 언어입니다. 나는 혼돈 속에서부터 탄생했으므로 사실은 경험조차 하지 못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왜 이렇게 그리운 기분이 들까요. 안온한 날들이 내게 드리운 적은 없었는데도요.) ···좋죠. 약속.... (뜸) 네, 약속하겠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무사하세요. 저도 그리 하겠습니다.
 
조민율:당연하죠! 무사해야 할 이유가 생겼네요. 최강의 인류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받은 만큼은 해야겠죠~ 그마저도 최강의 파트너가 있어서 걱정은 없지만. (제 주먹 꾹 쥐고 네 어깨 가볍게 툭 치며 히죽 웃는다. 그리고는 먼저 역 내부로 쏙 들어간다.) 하여간 우리 파트너님은 걱정도 많으셔~
 
역 내부로 들어서면,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현묵:
기준치: 55/27/11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역 내부에 있는 자판기가 유난히 눈에 띕니다.
 
현묵:(시선이 역 내부를 배회하다 자판기에 떨어집니다. 가까이 다가가 그 표면을 살펴봅니다.)
 
자판기 하단, 음료가 나오는 곳에 물 한 병이 덩그라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져가서 마셔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조민율:(자판기 살피는 네 뒤쪽으로 와서는 기웃거린다.) 음~ 아무래도 여기도 꽝인가 봐요! 남은 곳은 백화점이었나요? 거기에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현묵:...이상하게 조용하네요. (네 말에 작은 끄덕임을 보입니다. 남은 곳은 하나.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의심은 없습니다. 우리는 성공할 겁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백화점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조민율이 입을 뗍니다.
 
조민율:(눈 앞이 핑핑 돈다...) 그, 있잖아요~ 곧 크리스마스 잖아요? 선물 세트 잔뜩 팔겠네요! 아, 물론 우리는 연휴에도 집에 돌아갈 수, 으악, 네! 없지만요!
 
현묵:(회전문 배회하는 당신 바라보다 어떠한 표정을 짓습니다... 다가가 돌아가는 문을 턱, 잡더니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아이 같은 행동을 하십니다. (그 입에서 나온 것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소식이니 더욱요. 선물이라.) ...제게 선물을 나눌 대상은 없습니다. 민율 씨에게는 의미 있는 날일지도 모르겠군요.
 
조민율:(회전문에 머리 한번 박았다가 네 손 잡고 나서야 끈질긴 배회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눈동자 데굴 굴리고는) 음, 미안해요.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 그럼요! 저한테는 무척 의미있는 날이에요. (마주 잡았던 손에 약간 힘주어 겹치더니 그대로 손 잡고 이동한다.) 왜냐하면, 파트너님한테 선물해드리고 싶거든요! 그게 가장 의미있는 것 같아요. 제 소중한 전우니까?
 
조민율은 제법 들뜬 얼굴로 말합니다.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현묵: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기분이 한층 더 가라앉습니다.
 
연휴나 명절은 평범한 사람에게나 즐거운 일이지,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요?
 
당신은 스스로 존재 의의를 되새깁니다.
 
주차장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현묵:
기준치: 55/27/11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주차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으면 저쪽에서 조민율의 기쁜 목소리가 들립니다.
 
조민율:파트너님! 파트터님! (손 흔들면서 옆으로 오더니 네 손에 비상식량 쥐어준다.) 둘러보다가 얻었어요~ 유통기한도 짱짱하니까 배고프시면 드세요!
 
현묵:(들뜬 목소리, 저를 부르는 음성에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쥐여주는 것 확인하면... 식량이군요. 고맙다는 생각보다 먼저 드는 것은.) 저보다는 민율 씨가 갖고 계시는 게··· (뜸) ...감사합니다. (자신을 위한 이에게 전할 말은 방금과 같은 종류는 아니겠죠. 그것을 뒤늦게 자각했는지 늦은 감사를 건넵니다. 당신의 머리를 가볍게 흐트렸습니다.)
 
가름선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면, 조민율은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조민율:... 이거 이상한데요.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아요.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을까요?
 
현묵:···맞는 말씀입니다. (아직 전력이 나가지 않은 듯 한데, 네 곳을 둘러보았음에도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의구심이 피어오릅니다.) ···혹시 사람들이 벌써 크리쳐들에게 당한 걸까요? (자신 탓에 작전이 지체되었다는 말, 당신이 그랬었지요. 혹여 정말 그 탓일까요? 알 수 없는 감정이 발목을 잡아챕니다. 필요 이상의 가정은 독임을 알지만, 그 이상으로 너무나 조용한 것이 의아했습니다.)
 
조민율:... 설마요. 혹시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한 흔적이라도 남아있어야겠죠. 아니길 바랄 뿐이지만... ... (잠시 생각하는 듯 침묵 유지한다.) 그것 말고도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요. 우선, 크리쳐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봐요.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걔네들은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도 없는데... ...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요.
 
두 사람은 적당한 곳에 앉아 다시 한번 지도를 살펴봅니다.
 
여러 가설이 나올 수 있겠네요.
 
현묵: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끊어질 것처럼 가늘고 얇은 소리지만 이명은 아닙니다.
 
조민율은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지도에 집중한 표정입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현묵:···민율 씨. (당신에게 굳은 시선을 보냅니다. 검지를 들어 제 입가에 가져다대고는 곧 귀를 기울여 소리에 집중합니다. 그 근원은 어디입니까? 혹시 사람?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들의 적?)
 
사람인지, 적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서 미약한 소리가 들릴 뿐입니다.
 
현묵:(입모양으로 당신에게 말을 전합니다. 미확인 소음. 살피고 오겠습니다. 그런 모양새입니다. 소리 없이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합니다. 부디 위험 요소가 아니길 바랍니다. 당신과 국가의 안정을 위하여.)
 
당신이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어느새 쫓아온 조민율이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조민율:... 파트너님, 파트넌데 같이 해야죠. (뒤에서 작게 속삭이고는) 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 ... 역시, 함정인가요?
 
그때,
 
조민율:여태 어디 있었어요!
 
또 다른 조민율이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조민율을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조민율:파트너님, 떨어지세요! 그 사람 가짜에요!
 
그 말을 들은 조민율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조민율:... 뭐?
그 사람이 제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어요!
잠깐, 뭐라는 거야? 하하... 어린 애도 그런 거짓말에 안 속겠다...
절대 속지마세요! 파트너님을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이니까요!
인류 최강인 나를 감히 누가 습격한다는 거야?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현묵: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98%의 하급 크리처들을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상급 크리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현묵:(빠른 스텝으로 둘에게서 멀어집니다. 그 이어 총구를 꺼낸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방아쇠에 걸터 금방이라도 발포할 듯 각 잡힌 자세를 취한 자신은 미약하게 인상을 찌푸립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생사를 넘나들며 함께한 '진짜' 당신이라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지금 진노해 있습니다. 어떤 존재가 감히 당신을 기만한단 말입니까? 그 숭고한 의지 혹은 당신만의 신념, 또는 나에게 수반되는 임무마저도 나는 존중해 왔습니다. 그 어떤 존재도 당신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오롯합니다. 그렇기에 깊은 화를 품습니다.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감정을 벼려, 당신들이 뱉는 호흡마저도 분간해내려 할 테지요. 강한 분노가 서린 녹빛 동공이 수축합니다. 덮인 마스크 아래 이가 뿌득 갈립니다.) ...험악한 꼴 보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이 총구를 꺼내 겨누자 마자 둘 모두 손을 어깨 옆으로 나란히 올립니다.
 
조민율:파, 파트너님! 설마 저 못 알아보는 거 아니죠? 하하... 그럴리 없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네, 그러니까... 음, 총 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 파트너잖아요. (손 든 상태로 뒤로 살짝 물러난다.)
... 파트너님? 아, 그래요! 저희 나중에 여행 가기로 약속했잖아요. 그쵸? 그때까지 무사하라고 하셨으니까... (반대로 네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간다.) 저는 쏠 거라고 생각 안 하니까요. 진짜 믿는다면.
 
현묵:(박동이 온 육신을 쿵쿵 울립니다. 그 어떤 크리쳐와 대면하였을 때도 이런 것을 감각한 적 없습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가 들끌는 듯 합니다. 근원 모를 분노가 힘줄을 타고 급류처럼 흐릅니다. 적대 어린 두 눈동자는 여전히 둘을 향합니다.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머리를 차게 식히고자 한다면, 상식적으로 이곳까지 함께 대피 구역을 거쳐온 당신이 진짜이겠죠. 선택을 마칩니다. 둘 사이를 겨냥하고 있던 총구의 말미가 거침없이 물러난 이에게로 고정됩니다. 그러나 둘 중 어떤 이에게도 거리를 좁히지는 않았습니다.) 물러서. 움직이면 발포하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파트너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는 긴 시간 함께해온 당신의 동료인걸요.
 
진짜 조민율을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조민율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퍽!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조민율이 반쯤 날아갑니다.
 
당신이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당신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당신이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현묵: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현묵:(순간 들리는 언어에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그 내용에 호기심이 일 법 하나 분노가 그를 앞지릅니다. 살점을 쳐내며 떨어져나간 조민율에게 향합니다. 그 옆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상태를 신속히 점검하며 크리쳐에게로 총을 겨누었습니다.) 나는 인간이다.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일 셈이라면 전말부터 상세히 떠들어. (뿌득 이가 갈립니다. 물론 궁금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만, 눈앞에서 당신이 그에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호의적인 태세를 취할 수 있는 심성의 소유자라고는 아닙니다. 위협적인 음성입니다. 애초에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단 말입니까? 그러나 크리쳐 따위의 언어에 금방 자신을 드러낼 만큼 나는 쉽게 흔들리는 이가 아닙니다. 우선은 적의 섞인 위협을 내뱉는 것을 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조민율이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조민율:... 아, 진짜 거지 같네. (들릴까 말까 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며 대충 지혈이라도 하려는 듯 찢어진 이마에 손 가져다 댄다.) 뭐 저런 헛소리를 왜 들어주고 있어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조민율이 말하는 대로 정말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쓸데없는 소리였을까요?
 
상념이 이어지기 전,
 
조민율:그보다 이쪽으로 와줄래요?
 
조민율이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조민율이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현묵:이마는··· 괜찮으십니까? (흐르는 피에 낯이 구겨집니다. 젠장, 제때 반응만 했어도. 사나운 감정을 꾹꾹 눌러 정돈합니다. 사적인 감정이 임무에 섞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허울 뿐인 묶임이어도 우리는 동료가 아니었나요. 당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앎에도 나는 쉽게 곁을 내어주는 천성인 터라 그 옆에 오래 머문 당신을 깊이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흔들렸습니다. 분노 어린 숨을 길게 내뱉는 것으로 들끓던 심리를 가라앉힙니다. 네 부름에 응답해 특이점을 보이는 곳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통로나 버튼 같은 종류일까요?
 
조민율:아! 괜찮아요~ 무리 갈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인간이 아니라 저기 걸레짝이 된 넝마처럼 크리쳐였다면 더 금방 나았겠지만...) ... 음, 흉지려나... ... (이마 계속 눌러 지혈한다. 네 물음에 고개 살짝 끄덕여본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한번 걷어봐 주실래요?
 
현묵:··· (흉이란 말에 잠시 마음이 걸린 듯 당신의 낯에 한 번 시선을 던집니다. 상처 위 누르는 손 겹쳐 가볍게 자세 고쳐 주고는 그대로 피가 멎을 때까지 누르고 있으라 고했습니다. 아무래도 영 걱정이 되는 모양이죠. 곧 별다른 말 없이 당신 지시 따라 타일 걷어냅니다.)
 
당신이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조민율입니다.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당신과 조민율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당신과 조민율을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당신과 조민율은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현묵:안심하세요. 이제 이곳의 시민들은 수호받습니다. 죄송하지만 구출 외 다른 행동은 같이 해 드리지 못합니다.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당신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현묵은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당신은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조민율:현묵!
 
뒤늦게 조민율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탐사자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당신이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현묵을 조민율이 받아냅니다.
 
가름선
 
.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현묵은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이상합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신은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현묵: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당신이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병아리 인형이 당신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당신은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조민율이 죽은 당신을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현묵:(숨을 들이쉽니다. 폐부 깊은 곳서부터 우그러지는 통증에 깨어난 것이 무색하게 다시 한 번 눈앞이 아찔하게 흐려져옵니다. 의문이 피어오릅니다. 상처가 왜 회복되지 않지? 상급 크리쳐의 공격은 무언가 다른 건가? 머릿 속을 찌르듯 헤집는 고통 섞인 질문들보다도 급격히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나는 지키지 못했습니다. 시민들 뿐만 아니라 당신조차도. 내가 이곳에 누워 있다는 것은 당신의 무사를 증명해 줄 충분한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마른 입술 새로 당신의 이름을 읊습니다. 조민율은 무사한가요? 그는 나와 같이 죽음에 매이지 않는 몸이 아닙니다.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당신은 인간인걸요. 머리가 잘려나가고 심장이 꿰뚫리면 생을 잃고, 독에 쓰러지거나 하다 못해 출혈이 멎지 않아도 죽어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입니다. 나와 같이 쉽게 잘못됨을 되돌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입니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러니까 나는, 자책감이 머리를 쿵쿵 울립니다. 찢어지는 아픔에도 어떻게든 상체를 일으킵니다. 긁힌 성대서 갈라진 음성이 비집습니다.) ···민율 씨. ...민율 씨?
 
현재 이 방에 조민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에서 쉬고 있는 걸까요?
 
현묵:(짧은 숨을 연달아 내쉽니다. 마치 탄성과도 같이 어떻게든 되돌아오던 몸이 엉망인 것은 역시나 익숙지 않은 지라, 바닥 위로 한 번 나동그라지고 맙니다. 이를 뿌득 갑니다. 괜찮아요, 나는 회복할 거에요. 나의 몸은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며 애초부터 나의 육신은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되뇌입니다. 수벽을 마룻바닥 위로 짚고 일어섭니다. 규칙적이지 못한 장홧발 소리가 무겁게 끼익댑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발이 닿는 그 어느 곳이든 향합니다.)
 
당신이 밖으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조민율이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기척에 고개를 든 조민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현묵: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민율의 거동이 낯섭니다.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묵:···민율 씨. 머리는··· (저 붕대는 필시 아까의 상처겠지요.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왜인지 평소보다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착각임을 바라지만 나의 오감은 세간에서는 최강이라 불리우는 종류이기 때문에 틀리지 않을 것을 압니다. 자신도 모르게 낯을 구기고 맙니다.) ···미안합니다.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 추가적인 부상이 있었습니까?
 
조민율:아, (눈동자 데굴 굴려 제 이마 쪽 바라보더니 싱긋 웃는다.) 괜찮아요. 많이 나았어요. 다행히 치료할 만한 게 있더라고요! (이런 걸로 기죽지 않는다는 듯 두 주먹 으쌰해 보인다. 잠시 후에 소파에 약간 기대 널 바라보며) 아니에요~ 제 파트너님은 충분히 모든 역할을 수행하셨는 걸요? (...) 음, 들켰네요. 뭐,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별 건 아니에요! 당신을 업고 오다가 그만... 넘어져서... 큼... (쪽팔린지 시선 돌린다.) 가벼운 부상일 뿐이고, 몸이 조금 피곤할 뿐이니까요. (곧장 네 몸 살피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그나저나... 파트너님 무려 3일 동안 깨어나지 않았다고요... 정말. 잘못된 줄 알았잖아요.
 
현묵:(당신에게로 천천히 다가갑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 태도란 것은 여상한 듯 보이나 어쩐지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이어진 말에는 눈을 가늘게 해 좁혔습니다. 나의 사고와는 별개로 당신도 세간에서는 최강의 인류라 불리우는 존재가 아니덥니까. 단순히 피곤한 것 정도라면 다행이다만··· 왜인지 물증 없는 의심이 스멀스멀 등골을 타고 올라옵니다.) ···정말입니까? (짧은 되물음입니다. 더 캐물을 자격 같은 것은 나에게 없음을 알기에 그저 입술만을 짓씹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는 눈을 크게 뜰 수 밖에는 없었네요.) ···제가 삼 일 동안 누워있었다고요? (....) 그럼 시민들의 구출은 어떻게 됐습니까? 전력이 끊기기 전에··· (당신이 했던 말을 남김없이 기억합니다. 이미 나의 느린 회복으로 지체되었던 임무입니다. 그러나 다시 사흘이 흘렀다니. 삼 일은 결코 짧지 못합니다. 머리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전 괜찮습니다. 민율 씨가 걱정입니다.
 
조민율:(짧게 되물어 오는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이라니까요! 파트너님, 저 못 믿으세요? (정말 억울해 죽겠다며, 파트너인데 나 정도는 믿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무척 궁시렁 거린다.) 네~...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 보냈어요. 전원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어요. 근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뜸) 3일이나 지나버려서 현재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해버렸어요. 그래서 현재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요. 상부는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할 예정이래요. 파트너님이랑 함께 조속히 빠져나오라는 전언을 받았어요. 시를 날릴 규모의 폭탄이 실린 헬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근데...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시선 바닥에 내리 깔고만 있는다.)
 
현묵:(평생토록 군인으로 살아온 그답게 이내 상횡에 집중합니다. 구출에는 문제가 없었음이 다만 다행입니다. 이어지지 못하는 말에는 속히 말을 뱉어 뒤의 언어를 재촉합니다.) ···혹시 탈출에 문제가 있습니까?
 
조민율:... 아뇨, 저희들의 탈출에는 아무 문제 없어요. 없을 거에요. 음, 그게, 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어요. 위치는 X 제약 회사에요.
무전
 
조민율은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조민율: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이 어려워요.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은 안 될 것 같고... ... (무전기 만지작 거리더니 시선 다시 마주하며 살짝 미소 머금는다.) 파트너님이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네요. 저 혼자 가서 구해올게요. 파트너님은 부상이 심하시니까 먼저 빠져나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현묵:....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정한 낯이 다시 한 번 일그러집니다. 자각하지 못한 변화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자신이 움직이는 쪽이 위험이 덜하지 않나요? 그런 생각 말미에 부상의 상태가 따라붙습니다. 아마 평소와 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당연히 어렵겠죠. 그렇다고 해도, 나는... ... 끓는 감정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나의 무능에 대한 분노, 당신을 향한 우려, 혹은 섞인 무언가, 그것도 아니라면 태생부터 짙게 쌓아온 회의감. ...어째서 나는 중요한 순간에는 꼭 당신에게 짐을 넘겨야만 하는 걸까요. 모든 것이 야속하고 또 서글픕니다.) 안 됩니다. 무모해요. 차라리 제가 가게 해 주십시오. (고집임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일말의 죽음의 가능성도 남겨두고 싶지 않습니다. 감시의 임무가 당신과 나를 잇는 관계의 본질임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당신을 또 신뢰하고 친애합니다. 동료로 여깁니다. 그래서 고집하게 됩니다. 당신이 더 다치지 않기를 바라요.)
 
조민율:... 말 그대로에요. 저 혼자 갔다 오는 편이 훨씬 빠를 거고, 금방 구출한 후에 다시 돌아갈테니까요.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사실인 걸.) 괜히 둘이 갔다가 한 명이 못 움직이는 상황이 오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짐이 될 거에요. 아시잖아요. (...) 파트너님은, 지금 혼자 가시면 정말 못 돌아오실 걸요. 지금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벅찬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작고 짧게 숨 내뱉더니 네 머리 위에 손 올리고는 살짝 헝클어트린다. 네가 해줬던 것처럼.) 현묵씨는 제 소중한 파트너니까 더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크리쳐라고는 해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고, 견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전, (잠시간의 정적 후) 크리쳐든 인간이든, 그저 당신은 당신일 뿐이니까요.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현묵:(똑똑히 압니다. 이것은 자기혐오입니다.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습니다. 나는 왜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요. 왜 하필이면 이런 상황이, 자꾸만. ... 울분에 눈꺼풀이 작게 떨려옵니다. 당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되는데. ...억울함이 뭉그러집니다. 그러한 것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순간에 그를 파고들어 나에게 온기를 주는 당신 탓에, 그러니까 그 체온이 어린 손과 웃음, 우려 섞인 언어와 같은 것이 나를 뒤흔듭니다. ....군인이라면 합리를 택해야만 합니다. 눈을 질끈 내리감습니다. 그럼에도 도사리는 불안은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당신에게 그리 큰 의미가 되지 못할 언어라도 단어로 빚어 내뱉었습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행의 일.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민율:(네 반응을 보고는 조금 씁쓸해진다.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전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럼요~ 저희 여행도 가야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교환... 해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드려야 하고요! 또, 음, 어쨌든! 저랑 이것저것 많이 해주셔야 하니까. 그리고... (또 뜸 들이더니 그저 피식 웃고 만다.) ... 돌아오면, 파트너님한테 꼭 하고 싶은 말도 있어서. 최강의 인류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임무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손날을 붕대가 감긴 이마에 가져다대며 충성 자세 취한다.) ... 얼른 A시를 빠져나가시길 바랄게요!
 
현묵:(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방금까지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러나 입을 열어 평소와도 같은 말을 내뱉는 그 낯이 어딘가 참을 수 없이 서글펐습니다. 육신과 이성이 분리되는 듯 합니다. 나는 태고부터 인간이 아니었으나 이러한 현상에 감히 감정이라는 이름을 붙여보고자 합니다. 나에게 가족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잔존하는 생물 중 당신이 가장 나에게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소중합니다. 이러한 마음에 친애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까요? ··· ···손을 뻗어 당신의 군복 한 자락을 붙잡습니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마치 평화로운 나날의 나무 잎사귀와도 같습니다. 고저없는 음성으로 고해합니다.) ...역시 가지 않으시면 안 됩니까?··· (그 눈빛은 간절함을 상정하고 있어요. 차라리 나에게 가라고 해 주세요. 당연한 듯 위험을 나에게 떠넘겨주세요. 나의 몸이 으스러져 형태를 갖추지 못하게 될지라도 당신은 당신만의 안위를 챙기기를 바랍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수행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조민율:(완전히 설득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군복에 더해지는 무게가 발걸음을 멈춘다. 나였어도 당신을 홀로 보내지는 않았을 테지만... 막상 반대의 입장이 되니 곤란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보다. 고개를 돌려 시간을 잠시 확인하더니 작게 숨 내뱉는다.) ... 알겠어요.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그냥 둘이 같이 가는 걸로 해요! 파트너님 혼자는 절대 못 보내니까! 대신 힘드셔도 조금 서둘러야 해요. 앞으로 1시간 내로 A시를 빠져나가야 하니까요.
 
현묵:(당신의 발 끝에 나의 아집만을 매달아 붙잡았습니다. 죄스러우나 내가 그런 존재일 것을 어쩌겠나요. 가만히 자릴 지킬 수 있는 성미였다면 애초부터 당신과 가까워질 시도를 하지 않았을 텝니다. 감정이란 것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떤 변수를 불러올 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나는 오롯이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려하고 또 아낍니다. 빠르게 고갤 끄덕입니다. 동행이지만, 최악의 상황만은 이 육신으로 막아낼 수 있겠죠.) ....갑시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민율:(가볍게 소리내어 웃더니 고개 끄덕인다. 잠시 소파 위에 두었던 라이플 하나는 들쳐 매고, 하나는 네게 넘긴다.
) 파트너님도 조심하셔야 해요~ 부상은 파트너님이 더 심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혹여나 몸을 방패로 써버린다거나 하면 저 진짜 화낼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이후 두 사람은 민가를 빠져나옵니다.
 
가름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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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로 향하는 길에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현묵과 조민율은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퇴로를 막아선 생체형 크리쳐와 조우합니다.
 
조우하는 크리쳐의 수는 14 마리입니다.
 
현묵:(통증 따위는 내게 벽이 되지 못합니다. 맞댄 등에서부터 아드레날린이 피어오르는 듯 합니다. 익숙한 자세를 취합니다. 꾸득, 얕은 소리 끝에 방아쇠 당겨집니다.)
사격(라/산)
기준치: 85/42/17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5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당신은 세차게 바닥을 걷어차며 공격을 피해 뛰어오릅니다.
 
거꾸로 시야가 뒤집힌 상태로,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당신과 조민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크리쳐들과 마주합니다.
 
X 제약회사에 도달할 때까지 수차례 크리쳐들과 마찰이 있었습니다.
 
조민율의 말대로, 정말 이상할 정도로 크리쳐가 많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가름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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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조민율: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좌측부터 찾아볼 테니까 반대쪽을 봐주실래요?
 
현묵:알겠습니다. 몸 조심하십시오. (짤막한 대답을 던집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도 슬슬 지쳐갈 테지요. 곧장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조민율은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당신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현묵: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당신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당신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현묵:(컴퓨터 가까이 다가가 화면 확대합니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현묵:(...죽음을 확인하지 못했던 그 크리쳐의 행방이 마음에 걸립니다. 날짜 신속히 입력하고 영상 확인합니다.)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조민율이 쓰러지는 현묵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조민율:...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내 실수야.
 
한탄하듯 말한 조민율은 현묵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조민율:푹 쉬세요...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요.
 
라고 말하면서요.
 
...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현묵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조민율이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현묵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조민율의 얼굴이 경악에 물듭니다.
 
조민율:파트너님? 벌써 회복한 거에요?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그때, 현묵의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조민율은 현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현묵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조민율은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현묵은 조민율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조민율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현묵: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3
 
현묵:2
 
영상은 조민율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조민율:(...) 일단 임무가 끝나고 얘기하는 걸로 할까요? 거짓말한 건 미안해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아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현묵:(머리가 쨍하니 울립니다. 자신의 육신이 새삼스레 다가옵니다. ...저런 기억은 분명히 없습니다. 혼란에 수몰될 듯 한 뇌리를 애써 지워냅니다. 당신의 말에 대답없이 짧게 고갤 끄덕였습니다.)
 
조민율이 당신을 달래며, 어느덧 찾아낸 개폐 퍼튼을 누릅니다.
 
조민율: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때만 잠시 이상해졌을 뿐이지 지금의 파트너님은 괜찮으니까요. 저 역시 그리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요. 그리고 지금껏 다른 곳에서 구한 사람들의 수가 더 많으니까... 괜찮아요. (혼란스러운 너를 진정시키려는지 잔잔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한다.)
 
현묵:···(어김없이 심란한 낯입니다. 눌러낸 감정임에도 어떤 것들은 그를 투과하여 새어나옵니다. 잔잔한 목소리가 다정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못내 입을 다뭅니다.) ....사고라고 믿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이 온다면 지체 없이 죽여 주세요. ...일단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하겠습니다.
 
조민율:(...) 그럴 일 이제 안 일어나요. 그리고 저번에 말했다시피... (시선 마주하지 않고 뒤돌 채 작게 중얼인다.) ... ... 매번 죽이는 것도 힘들다니까... ... (주먹에 힘 준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되니까. 우선 구출이 먼저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자.) 심란해 하실까봐 일부로 얘기 안 한 건데, 쓸모없는 짓이었던 걸까요.
 
현묵:···당신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혹시 모릅니다. 같은 상황이 오면 당신의 말로 제동이 걸릴 지도요. 눈을 똑바로 마주합니다. 흔들리지 않으려 합니다. 당신조차 그렇지 않은데 내가 스러져서야 되겠나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신의 뒷쪽으로 가만 다가갑니다. 뒷머리에 거친 수벽을 얹어 가볍게 어루만지는 행위 뒤로 힘찬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분명히 웃었습니다. 당신만을 향해.) 믿고 있습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현묵:(..후! 마음 다잡습니다. 당신을 붙잡아 끝끝내 얻은 기회인 만큼 나는 허황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신경 곤두세운 채로 연구실에 발걸음 옮깁니다.)
 
연구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 / 테이블 / 벽면의 서랍 조사 가능합니다.
 
현묵:(...사람? 민간인인가? 엎어진 남성에게로 다가가 그 상태를 살핍니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현묵:(...이미 늦은 건가. 자세를 정돈하는 것으로 짧은 추모를 마칩니다. 테이블 위로 시선 향했습니다.)
 
현묵: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남자의 가운 주머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묵:(주머니 속 물체 확인합니다.)
 
주머니를 뒤적이면 열쇠를 발견합니다.
 
현묵:(열쇠 챙깁니다. 이 근처에 잠긴 곳이 있으려나··· 남자의 몸 부가적으로 둘러보다 몸 일으킵니다. 테이블 확인합니다.)
 
테이블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현묵:(종이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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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조용히 여행을 즐기던 일,
 
당신은 전부 기억해냅니다.
 
현묵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현묵:
SAN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현묵:(···머리가 쨍합니다. 벼락처럼 파고드는 기억 따라 속속들이 자리를 찾는 어떤 과거의 편린들, 그 모든 것이 까만 머리통을 관통합니다. 손을 들어 머리칼 위를 부여잡습니다. 기뻐해야 할까요? 내가 그저 무기로서 태어났던 것이 아님에? ···다만 나의 존재성은, 그렇다면 나의 존엄성과 같은 것은, .... 사고를 멈춥니다. 혼란스러워 할 때가 아닙니다. 한게까지 정신을 몰아붙여 상념을 쫓습니다. 나의 과거는 임무와 하등 관계되어있지 않습니다. 기억과 같은 것은 추후에 찾아도 될 일입니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이가 있습니다.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 있습니다. 눈을 꾹 감았다 뜹니다. 짧은 호흡을 반복합니다. 힘줄이 돋은 목을 신경질적으로 긁었습니다. 그만. 그만 생각해. 발을 뗍니다. 남자 옆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살피었습니다. 지체할 시간 따위 잔존하지 않습니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조민율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핸드폰을 살피자, 메모장에 있던 주문,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를 입수합니다.
 
현묵:(...이 화면에 비치는 알파라는 것은 정말로 나를 가리키는 걸까요. 힘이 들어간 손끝이 다시 한 번 목을 긁습니다. 집중해. 신경 쓰지 마. 더 중요한 것이 차고도 넘칩니다. 휴대폰을 품 안에 챙기고 몸 일으킵니다. 벽면의 서랍 가까이 다가가 열어봅니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중 한 칸만 잠겨있습니다.
 
현묵:(챙겼던 열쇠 꽂아 돌려봅니다.)
 
당신이 열쇠를 사용하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1
 
2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현묵: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현묵: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조민율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현묵:(복잡하던 머릿속이 단번에 정리되는 순간입니다. 아니, 정리라고 할 수 있나요? 더 큰 충격에 잠식되었다고 하는 쪽이 옳을 지 모릅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갑니다. 관절 하나하나가 역으로 꺾여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당신이, 당신은, 조민율은 오롯해야 합니다. 그의 의지에 반하는 것은 그 어떠한 존재라도 용인할 수 없습니다.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숨이 가파릅니다. 거친 호흡 틈새로 네 이름을 두어 번 끊어 뱉습니다. 고개를 돌립니다. 제발, 이건 너무 가혹해요. 그만큼 앗아갔으면 충분하지 않나요? 나는 얼마나 더 잃어야 합니까?)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조민율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조민율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조민율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조민율은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조민율:파트너님, 저......
 
...
 
1
 
2
 
현묵: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어느 순간, 조민율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조민율이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당신은 대응할 틈도 없이 조민율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현묵:(강한 힘으로 내찧힌 머리에 잠시 얕은 이명이 울립니다. 그러나 그 통증보다도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당신의 그 눈입니다. ... ... 달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더럽혀지지 않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나는 무신론자이며 세간의 풍문을 믿을 이는 더욱 못 되므로, 나의 기원의 대상은 언제나 달이 아닌 당신 그 자체였습니다. 나의 뼈와 살을 깎아내더라도 그 마음을 지켜내리라 침묵으로 맹세하였었습니다. 눈앞이 아득합니다. 수없는 담금질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육체적 통증 때문이 아닙니다. 회전이 빠른 두뇌는 채 그것을 부정하기도 전에 어떠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당신이 만약 과거의 나와 같은 존재로 변모하였다면, 최소한 나는 당신의 숨통을 앗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피해가더라도 당신을 공격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몸을 일으킵니다. 꾸드득, 장홧발 끝에 힘이 들어가고 이가 뿌득 갈립니다. 익숙한 자세입니다. 무기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이러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자연스레 수없이 익혀왔던 어떠한 체술의 한 종류입니다. 팔뚝 위 힘줄이 돋습니다. 상처에 둔감히 굳어있던 몸을 하나하나 펴내어 관절을 꺾습니다. 긁힌 자국이 낭자한 목줄기에서도 살벌한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성대 안쪽에서부터 타고 오르는 으르렁거림이 있습니다. 짐승의 비참한 울음소리와 같기도 했습니다.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쪽 발을 당겨 딛고 두 팔을 올려 주먹을 쥡니다. 붉게 오른 눈가가 똑바로 수축해 당신을 향합니다. 크게 뜨거운 숨을 들이쉬고, 그 직후 격정을 담은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퍼집니다.) ...조민율! 정신 차려!
 
그에게 대응하나요?
 
그럴 수 있을까요?
 
당신은 지금 한낱 인간일 뿐이고, 상대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조민율은 당신의 손에서 쉽게 빠져나와 당신의 멱살을 잡아 올립니다.
 
뺨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조민율의 얼굴이 비칩니다.
 
HP -1
 
이내, 조민율은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이미지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당신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조민율의 모습을 눈으로 좆으면......
 
조민율은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쿵, 쿵, 쿵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당신을 공격한 조민율은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합니다.
 
현묵:하, 하··· (실소가 흐릅니다. 터지는 쇳내에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기원을 모르는 분노입니다. 동시에 서글픔입니다. 사위가 어지럽게 흔들려도 나는 쓰러질 수 없습니다. 몸을 일으킵니다. 입을 가리던 마스크를 내려 혈덩이를 뱉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죽는 것 따위 익숙합니다. 나의 최후가 그런 방식이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아닙니다. 당신은 인간으로 살아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눈을 떴을 때 죄 없는 이들을 상처입혔다면 그것은 죄가 되겠지요. 나의 목적은 그런 상황만을 막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육신이 짓이겨져 끝내 죽어버리더라도 좋습니다. 나의 존엄은 태곳적에 흩어져버렸으매 나에게 남은 유일한 목적은 당신입니다. 강하게 바닥을 딛고 당신을 쫓아오릅니다. 왜인지 비틀린 웃음이 흩어졌습니다. 그 입꼬리 끝에 매달린 것이 굳은 아픔이었더라도.) ···어디 누가 이기는 지 해 봅시다.
 
가름선
 
.
 
.
 
.
 
후들거리는 다리는 당신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조민율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당신은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당신의 파트너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조민율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당신은 당신일 뿐이라고, 그리 말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조민율은 당신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조민율:(도시 아경의 풍경을 눈에 담는다. 파란색은 신뢰감을 준다고 했던가...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뿐.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잠시간의 정적 후에 여전히 뒤돈 상태로 입을 연다.) ... ... 저기요, 파트너님. 너무 빨리 쫓아오시는 거 아니에요? 가까이 오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는데... ... 다치게 하기 싫어요.
 
현묵:(그 뒷모습만을 형형히 응시합니다. 열병을 앓듯 진노가 발등 위로 울렁입니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러한 것들은 쉽게도 꺾여 부서집니다. 어지러이 뒤섞였던 감상이 단 하나의 것으로 귀결됩니다. 숨이 막힐 듯한 불안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 제발··· 딛는 걸음이 적나라한 떨림을 머금습니다.) ···정신을 차리신 겁니까? 상태를 자각하셨나요? 민율 씨는··· ···... (말을 맺지 못합니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바라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듭니다. 그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합니다. 허망하고 아프기만 합니다. 일그러진 얼굴이 당신을 향합니다.)
 
조민율:... 아, 맞은 곳 많이 아파요? 음, 많이 아프겠죠... 미안해요. (느릿히 말 이어가며 난간 쪽으로 다가간다. 구출 신호를 받고 왔지만, 정작 그 목표는 이미 사망한 상태. 곧 얼마 지나지 않아 A시는 완전히 폭파 당할 게 분명했다. 작게 헛웃음 내뱉고는 항상 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완전하다고는 못 하겠어요. 솔직히 지금 버티고 있는 것도 용하거든요, 완전 칭찬해주셔야 하는데... 그럴 타이밍은 아닌 것 같죠? 상태는 자각했어요. 그러니까, 오지 마세요. (왠지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 그저 네게서 멀어지려는 데에만 필사적일 뿐이다.) ... 파트너님, 얼른 A시를 빠져나가는 게 좋을 거에요. 시간이 얼마 없거든요.
 
현묵:(어지러웠던 낯이 순간 굳습니다. 평소의 사무적인 무표정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다가오지 말라는 말에도 성큼 거리를 좁힙니다. 총은 저만치 나동그라진 채입니다. 단호한 어조가 사무칩니다.) ···동행하셔야 합니다. 아니라면 저도 남겠습니다. (······...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던 나의 짧은 족적 속 마침내 영면에 빠져든다면 그것은 당신의 손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요. 스쳐가듯 그리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바램은 변치 않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을 무엇이라 정의합니까? 맥박이 혈액을 온 몸에 퍼뜨리고 그리하여 박동으로서 살아가는 것들만이 인간이라면 나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나는 아주 오래 시취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수렁 속에 끝없는 살육으로 죄업만을 쌓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다운 존재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설령 나와 당신의 처지가 반대라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더 인간에 가까운 것은 당신의 존재일 겁니다. 그 본질은 중요치 않습니다. 내가 정의내릴 사람이란 것은 당신으로부터 기원했으므로 당신이 그 어떤 형태를 취하든 나는 그를 진리로 새길 텝니다. 그렇기에 겁내지 않습니다. 다만 아파할 뿐입니다. 당신을 수복할 수 없음에 단장斷腸의 고통을 느낍니다. 그 고통이 감히 나의 죽음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아, 내가 감히 이런 감상에 경닐의 이름을 붙여도 될까요?··· 나는 태생적으로 날을 벼려 어떤 것의 숨을 앗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사실은 그 모든 과정에 울음을 느꼈습니다. 이 곳에서 당신을 저버리고 그러한 삶을 이어갈 바에야 차라리 당신의 곁에서 눈을 감겠노라고······)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의 남부 지방입니다. 민율 씨와 그라나다에 가 보고 싶었어요. ...네르하의 바다는 아름답다고들 합니다. 유럽의 발코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나는 그 작열하는 태양과 새파란 하늘 아래 파르라니 웃는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아쉽네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언어가 많았는데······)
 
조민율:(성큼 다가오며 좁아지는 거리에 평소답지 않게 움츠린다. 여전히 뒷모습일 뿐이지만, 뭐가 그리 불안한 것인지 고작 뒤통수로도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고하는 듯 하다.) 이런 저도 파트너라고 계속 해주시는 건가요? 그건 조금 감동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안 돼요. 당신마저 없다면 안전지대는 누가 지키나요. 지금 당장 복귀하셔야 해요. 그게 군인으로서도, 최강의 인류로서도 맞는 선택이니까요. 고작 한순간에 감정에 흔들리지 말아주세요. (슬슬 버티기에도 힘이 든다. 폐부에서부터 올라오는 끔찍한 전투 욕구에 주먹을 꾹 쥐어보이면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장갑 사이로 얕게 상처가 생겨 피가 흐른다. 그것마저도 지금의 상황을 직시 시키기라도 하듯 금방 나아버리지만...) 파트너는 다시 구하면 돼요. 흔치 않은 일도 아니니까 괜찮을 거에요. 오히려 저보다 더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죠. (제 입으로 내뱉으면서도 짜증이 치밀어 온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에서 떨림이 들린다.) ... 그러네요. 여행, 가기로 했는데. (...) 혹시 플래그라고 아세요? 이것도 어쩌면 뻔한 클리셰일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같은데서 보면 말이죠, 항상 입 밖으로 낸 약속은 못 지키게 되더라고요. (조용히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본다. 그리 상상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함께 여행 정도는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틈틈히 있었다. 휴가도 없이 일한 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 바다라... 그래, 파란 도시의 야경도 확실히 나쁘지 않지만 익숙해져 버린 군복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너와 함께 거닐고 싶다. 고작 이런데서 끝나기에는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한참 남았을 거라 생각하고 싶으니까.) ...계속 돌아가라고 해봤자 제가 아는 당신 성격 상 얌전히 돌아가 주지는 않을 것 같네요. (작게 숨 내뱉고는 천천히 네 쪽을 향해 돌아선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낯을 하고 있지만 평소처럼 미소를 머금은 상태로 네게 묻는다.)
뺨
파트너님은 저와 계속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저를 믿어주실 수 있나요?
 
현묵: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 게 처음이 아니에요. (고개를 듭니다. 더는 일그러지지 않는 낯입니다. 수면에 파장이 일고 파도가 되어 해일을 이루듯 나의 감정은 쉬이 흔들리는 데 반해 의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나는 당신을 쉬이 생각하지 않으므로 나의 고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손에 죽고 싶었습니다. 피 웅덩이 속 쇳내에 젖어 사그라들기보다 당신의 손에 죽기를 바랐습니다. 사특한 것들에게 몸을 꿰뚫리기보다 당신이 당신의 사명을 다해주기를 바라왔습니다. 피에 절어 무거운 군복이 족쇄와도 같습니다. 마스크를 내려 드러난 입에서는 하얀 숨이 터져나옵니다.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그 여상한 미소가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보잘것없는 육신을 갖고 감히 당신을 친애했습니다. 마음에 담고 애정을 수신했습니다. 영겁과도 같은 찰나입니다. 도시에 푸르게 산란하는 빛더미가 눈을 어지럽게 합니다. 그 빛을 받고 선 당신은 역시나 오롯합니다. 옆 얼굴을 따라 흐르는 빛의 능선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아름답다고 여깁니다. 진리를 이야기하듯 고루한 어조입니다. 다시 한 번 웃었습니다. 그 어느 때 당신의 머리칼을 손 아래 흐트리며 힘차게 말을 뱉던 때처럼 눈을 접었습니다.)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그것으로는 모자랍니까?
 
조민율:(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말에 동공 살짝 커진다. 잘게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 깔더니 약간은 어린아이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정말 올곧은 사람이구나. 그래, 나의 파트너는 이런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 믿는다. 연구실에서와 다르게 은빛으로 눈이 잠시 빛난다. 그 눈에는 오직 너만이 담겨져 있고, 네 대답에 따라 눈웃음을 지어 보인다.) ... 그럼 잠시 힘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파트너님이라면 버텨줄 거라 저도 믿으니까요. 모자랄 리가 없잖아요. 저한테는 과분한 사람인 걸요. (이 말은 진심일 거다. 그러니까, 제발 네가 죽지 않고 버텨주기를 바란다. 따스히 웃고 있던 얼굴에 서서히 정이 사라져가고 추운 날씨에 못지 않은 굳은 얼굴을 해보이며 길게 숨 내뱉는다.) 저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죽지 마세요. 꼭 같이 살아서 복귀한 후에 휴가를 받고, 음, 그래요. 여행을 가는 걸로 할까요. (짧게 스트레칭 하더니 곧장 딱딱한 옥상 바닥을 발로 짓누르며 주먹을 쥐고 네게 뛰쳐든다.)
 
현묵:(뇌전처럼 파고드는 인영을 채 시선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발끝에 힘을 줍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했었지요, 내가.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그러나 슬픔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싸늘한 얼굴을 마주하자 등골을 타고 오싹한 기운이 전신에 퍼집니다. 그래요, 당신의 이런 표정. 등을 맞댄 전장에서는 그 살기를 오롯이 마주해본 경험이 나에게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모습에서 유려함을 느낍니다. 온 몸을 달구고 심장을 거세게 박동시키는 호르몬이 뇌속까지 짓이깁니다. 아, 당신은 벼락을 닮았습니다. 나의 정신을 타들어가게 하고 금빛 잔상을 남기며 그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눈이 멀게 합니다. 몸을 한껏 구부려 바닥 짓이기더만 그대로 강하게 튀어오릅니다. 비행을 하는 기분이에요, 이런 상황임에도. 힘차게 당신을 부르는 음성 뒤로 머릿 속 구겨넣었던 주문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를 읊습니다. 당신은 죽지 않을 겁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할 거에요. 당신이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 이리 와!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조민율:(네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그저 날뛸 시간일 뿐이다. 손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전율이 모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부여받는다. 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쩌면 나쁘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게 정말 내 온전한 기분인지, 몸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괴물의 기분인지는 정의내리기 어렵다.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 상반되게 흉흉히 빛나는 눈동자가 너를 마주한다.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을 싸움. 하지만 진심으로 원하는 건 아니지, 않았을까? 판단이 흐려진다. 그저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네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주변에 내려둔 총을 주울 생각도 안 하고 용수철처럼 빠르게 튀어나가 주먹을 복부에 꽃아넣는다.)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현묵: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경이로운 움직임에 자꾸만 웃음이 피어오릅니다. 흩어지는 그러한 소리 아래로 이어지는 주문이 있었습니다. 말이 맺히자마자 복부 향해 힘껏 내질러지는 주먹으로 인해 딛은 바닥서부터 몸을 크게 퉁겨 뒤로 한껏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주먹에 손을 힘껏 쥐어 건물 외벽에 그를 꽂아넣습니다. 실로 난폭한 착지입니다. 두부처럼 으스러지는 외벽에 주먹 하날 달랑달랑 꽂아 곧 발꿈치를 그 위로 딛고, 다시 한 번 뛰어오릅니다. 믿습니다. 통할 거에요. 나는 강하게 당신을 믿습니다. 온 마음을 담아 신뢰합니다. 그렇기에 벽을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해 당신에게로 쏘아진 몸은, 공격을 위한 자세를 취하지 않고 되려 양 팔을 벌렸습니다. 끌어안듯 당신을 향한 자세입니다. 이대로 부딪히면 조금 바닥을 구를 지도 모르겠지만요, 나는 어딘가 참을 수 없이 당신을 품에 안고 싶었어요.) 조민율! 이제 정신 차려!
 
마력 -1d6
 
현묵:5
 
...
 
당신이 주문을 외우고 조민율을 건물 외벽에 꽃아넣는 순간 세상이 멈춘 듯 조용해집니다.
 
다소 진정된 조민율은 비틀비틀 걸어와 열린 품속으로 넘어집니다.
 
조민율:(무게 완전히 네게 실어 힘 빼버린다. 잠시간의 침묵 뒤에 입 벙긋 거리나 싶더니 흘러나오는 소리는 앓음 뿐이었고. 또 다시 정적이 흐르고 나면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드는지 입을 연다.) ... 이거야 원... 정신 차리고 싶지 않아도 번쩍 차리게 해주시네요. 굳이 벽에 박아 넣어주실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파트너님? 역시 크리쳐라도 아프긴 아프구나... 아고고... (쿨럭, 기침을 내뱉으면 입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내린다.)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수고 많으셨어요. 미션 클리어...! (충격의 여파인지 잘게 떨리는 주먹을 꾹 쥐고는 네 어깨에 가볍게 부딪힌다.) ...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래요? 다시 AOC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현묵:(나동그라지듯 겹쳐지는 두 몸은 나눌 것 없이 너덜거립니다. 잊고 있었던 상처가 굉장히 쓰라리네요... 그리 막 움직여댔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요. 몸을 지탱한답시고 벽에 내리꽂았던 주먹은 말 할 것도 없고요. 그런 너덜너덜한 꼴로 나는 소리 내 웃었습니다. 당신을 꾹 껴안습니다. 올라오는 혈향과 먼지 냄새, 군복 특유의 인조적인 향이 코를 파고듭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어느 것보다도 기쁘게 느껴집니다. 뱉는 언어 앞에 앓는 신음과 마른 기침 소리 몇 건이 따라붙고, 곧 열기가 식지 않은 음성이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아, 하아···...윽.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당신의 낯빛을 살핍니다. 짧은 침묵은 당신의 고동 소릴 듣는 듯 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이런 비인륜적인 행위의 앞잪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뜸) 민율 씨만 괜찮으시다면. 함께 그라나다에 가고 싶어요.
 
조민율: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네요! (깊게 한숨 내뱉더니 이내 따라 소리 내어 웃는다. 성한 곳 하나 없지만 왠지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하다고 말해도 과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둘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져서는 옥상 위 바닥에서 구른다는 게,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 않을까.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몸 천천히 일으킨다.) 저한테 하실 말씀인가요...~ 전 이제 최강의 크리쳐라고요? (확실히 주문으로 인해 진정된 탓인지는 몰라도 컨디션은 아주 좋아보인다.) 이제 파트너님은 인간이니까, 몸조심해야 하는 쪽도 바뀐 것 같네요. 예전처럼 무턱대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죠? 인간은 목숨이 하나랍니다. (네 대답에 긴 속눈썹이 천천히 내려갔다가 그대로 올라온다. 그 행위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눈웃음 짓고는 장난스레 네 손 제 얼굴에 가져다 대고) 파트너님이 원하시는 대로.
 
현묵:···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시죠? (나아진 안색에 그나마 안심한 듯 긴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당신의 본질이 어떻든 나는 당신을 애정할 수 있으므로, 그 곁에 내가 자리를 매길 수 있다면, 인간이 아니어도 나는 감히 당신을 사랑이라 칭할 수 있습니다. 진실된 미소 그 낯에 띄우며 시선 마주합니다. 금빛 눈꺼풀에 잠시 시야를 빼앗겼다가도 곧 올곧은 눈빛을 보내옵니다. 그러나 장갑과 굳은살 아래 여리게 닿아오는 흰 피부, 그 위로 떠오르는 호선에 잠시 버벅이고 맙니다... 입을 몇 번 빠끔거리다 곧 눈을 접어 부드럽게 웃으며 엄지로 뺨 위를 어루었습니다. 당신의 웃음이 좋습니다. 당신을 마음 깊이 애정햐고 있어요. 그런 말들을 떠올리면서.) 스페인어 회화를 배워두어야겠는데요··· 최고의 여행이되도록 하겠습니다. (뜸) 제 곁에 있어 주세요, 민율 씨.
 
조민율:당연하죠! 함께하려면 조심할 수 밖에 없겠네요~ 이건 저한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니까요. (애초에 AOC를 벗어나게 된다면, 이제는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지키는 영웅이 아니라고는 해도, 당신은 영원히 내 영웅일 테고, 나는 당신의 영웅으로 남을테니. 버벅이는 널 보고는 키득대며 웃는다. 앞으로도 계속 웃을 수 있는 날들만 있기를 바라며.) 공부 열심히 하셔야 겠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이어지는 말에 미소로 대꾸한다.) 당연한 걸 물으시네... 저한테는 현묵이 처음이자 마지막 파트너인 걸요.
 
가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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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이탈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떨어지면 조민율은 당신을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조민율과 당신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조민율:달릴 수 있겠어요?
 
현묵:전혀 무리 없습니다.
 
평온한 어조로 조민율이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달칵,
 
당신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
 
너덜너덜해진 군복을 한 번 고치고, 조민율의 얼굴을 돌아보면......
 
빛이 돌아온 눈동자에 고스란히 당신이 담깁니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조민율 생환
 
현묵 생환
 
가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