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앓음이 어른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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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목소리가 아스라이 흩어집니다.
그 여름의 시작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이는,
.
.
.
...
여름을 알리는 청명한 하늘 아래 당신은 서 있습니다.
해가 바로 머리 위에 떠있는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덥지도 춥지도 않습니다.
미적지근한 온도가 지금이 열대야의 계절임을 잊게 만들어요.
발 디딘 땅 역시 분명 열기를 머금고 있어야 할 텐데도….
스미레, 지금 이 땅에 온전히 서 있는 게 맞긴 한가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
모르겠습니다.
발을 내디디면, 분명 발아래에 무언가 닿는 감각은 느껴지는데요.
...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면 사방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지금 온전히 들리는 소리라고는….
호즈노미야 스미레:
바람 이는 소리뿐입니다.
바람이 잦아들면, 그 사이로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읊조리고 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ㅇࡇㅇ?
...
순식간에 공간이 바뀌고 어느새 당신의 집 앞에 가까워집니다.
그 끝에 서 있는 한 사람.
희미한 기억 속 누군가와 닮은, 낯익은 모습입니다.
가만히 집을 응시하던 시선이 당신에게 향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무어라 읊조리는 듯 입술이 움직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호즈노미야 스미레:응? 뭐..뭐라구요..?(지긋..)
...
작게 속삭이는 ‘그 아이’의 목소리.
조용하다 못해 당신과 저 아이 외에 다른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요한 이 세계에서, 오롯이 그 목소리만이 뚜렷하게 전해집니다.
몸이 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입니다.
한 걸음 다가가면 열기가 끓어오르고, 두 걸음 다가가면 미적지근한 바람이 살결을 스칩니다.
그리고 세 걸음.
그 애 앞에 선 당신은….
......
...
호즈노미야 스미레:(꿈뻑..)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와 함께 눈을 뜹니다.
조금 흐릿하던 시야가 곧 선명해지고,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오면 당신은 이내 이곳이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그럼 아까 그건… 꿈?
꿈치고는 지나치게 생생한 느낌이었는데요.
아직도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기분이거든요.
호즈노미야 스미레:꿈인가아...(귀 만지작.. 눈부빗)(잠 덜깸!)
이런! 스미레! 얼른 잠을 깨야겠습니다.
앞부분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뒤는 확실히 들었습니다.
함께 해줄 수 있냐는 물음이었죠.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어라...
그 말을 당신에게 속삭인 이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요.
하지만 이건 크게 상관없겠죠.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미신 중에 꿈속에서 낯선 사람에게 홀려 영영 깨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잖아요?
하마터면 그 사람이 될 뻔했네요.
휴... 스미레는 안심합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흐아암.. 모르겠다..~ (댕~멍~~ )
꿈에 대한 생각은 금방 끊어집니다.
지금 그 꿈에 하나하나 의미부여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탁자 위에 놓인 시계 속 바늘이 7시 5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요.
이런. 학교 갈 준비를 하기에는 조금 빠듯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꿈뻑......헛...!!!!!)
지각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겠어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으아아아ㅜㅜ 지각만은 안된다구요...~!~!~!!(후다닥.... 다급...하게 준비하는 중... 이리저리 뽈뽈 돌아다니기..)
오전 8시 20분.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가자 당신처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평일의 아침은 늘 부산스럽기 마련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유독 적은 것 같습니다.
스미레가 평소보다 늦게 나오긴 한 모양이에요.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학교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ㅜㅜㅜ이렇게 늦게 나온 건 처음이에요ㅜㅜ..(혼잣말 주구장창 하면서 열심히 걷는중)
아직 여름의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는 햇빛,
피부에 와닿는 눅눅한 열기를 품은 공기,
나무 하나하나에 내려앉은 초록빛들이 이루어내는 녹음.
무엇 하나 여름을 뜻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애는 유독 더위에 약했는데 말이에요.
등굣길에 당신이 공원 앞에 서 있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한껏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나타나고는 했었죠.
반대로 그 애가 먼저 공원에서 당신을 기다릴 때면 늘 그늘진 나무 아래서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당신을 재촉하고...
그리운 기억 아닌가요?
자연스레 당신의 걸음이 느려집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어째서일까요.
요즘 들어 자꾸만 그 애와 관련된 기억들이 서랍 속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하기만 합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 애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도요.
이제는 한 줌조차 남지 않은 기억을 간신히 붙잡아 손끝으로 더듬어 기억하는 것이 전부예요.
그리고 그럴수록 짙어지는 건 어떠한 종류의 불안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앞으로는 그 모습을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부류의 예감.
…….
호즈노미야 스미레:.....(오소소...)
기실 당신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오늘로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하야토가 당신의 세상에서 사라진 지가.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구운...(๐•̆ •̆๐)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야토는 사라졌습니다.
그 어떠한 흔적도 없이.
호즈노미야 스미레:허엉...ㅜㅜㅜ 나빴어어어어ㅜㅜㅜㅜㅜㅜㅜㅜ(울먹.)
마치 이곳에는 처음부터 쿠루타 하야토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마냥 말이에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나한테 말도 없이... 어디 간 거야아...ㅜㅜ
...
어찌 되었건 이제 세상은 그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신, 호즈노미야 스미레만이 하야토를 기억할 뿐입니다.
그마저도 언제 모두 놓아버릴지 모르게.
이렇게 끝없는 불안을 끌어안은 채, 잊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하야토가 다시 돌아올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훌쩍..)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잠시 울먹이고 있는 당신을 일깨우는 건 서로를 타박하는 목소리입니다.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같은 교복을 입고 조급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학생 둘이 눈에 들어옵니다.
등교 시간이 아슬아슬한 모양입니다.
스미레도 어서 학교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ㅜㅜㅜㅜ그치만 지각은 안돼요..ㅜㅜ킁..!(호다닥 따라 들어가며)
공원에서 잠시 미적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지각은 면합니다.
교문을 지나쳐 건물 안 계단을 한 층 오르면 곧바로 스미레의 반입니다.
1학년 1반.
교실로 들어가 익숙한 자리에 앉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 돌리고 있으면, 툭.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당신의 팔을 치며 말을 걸어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깜짝!)
이치호시 하루이:웬일이야, 네가 이 시간에 오고? 늦잠이라도 잤어?
호즈노미야 스미레:(느릿하게 고개 끄덕..) 네에.. 저도 늦잠잔 건 처음이에요..!(울적)
이치호시 하루이:이런! 어쩌다가 그랬대? 지각은 절대 안 된다고 맨날 그러잖아. (네 어깨 가볍게 토닥여 주고는) 음? 그나저나 걔는?
호즈노미야 스미레:흐으음.. 뭔가 꿈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ㅡㅡ 끙..(한숨 푹 쉬다가 뒷말에 고개 팍! 들곤) ..걔? 하야토군.. 말하는 거예요..??!
걔요?
걔가 누구죠?
설마하니… 하야토는 아닐 겁니다.
하야토가 사라지고 며칠 동안 당신이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모두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하야토를 제외하면 달리 떠오르는 인물이 없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힝...)
당신의 답에 이치호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질문을 해옵니다.
이치호시 하루이:하야토군? 그게 누구야? 걔 있잖아. 하이토랑 헷갈린 거야? 헷갈린 거라면 맞긴 한데... 걔 있잖아, 쿠기오카 하이토군. 맨날 둘이 같이 오더니 왜 오늘은 혼자 왔니.
…네?
하이토요?
하야토라면 모를까, 하이토라는 애와 함께 등교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나요?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이토...?(갸웃...)
아니, 애초에 이 반에 하이토라는 애가 있었던가요?
당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문 쪽에서 조금은 낮은 톤의 인사가 들려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문쪽으로 고개 돌리고)
쿠기오카 하이토:안녕.
이치호시 하루이:하이토군, 늦었네?
쿠기오카 하이토:늦잠 잤어.
이치호시 하루이:그래? 별일이네. 호즈노미야도 늦잠 잤다더라. 근데 왜 호즈노미야랑 같이 안 왔어?
쿠기오카 하이토:아, 스미레도 늦잠 잤어? 몰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오자고 할 걸 그랬네.
호즈노미야 스미레:(벙.....)(둘 번갈아 쳐다보기...)
하이토라 불린 아이는 자연스럽게 이치호시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당신의 대각선 자리인 하야토의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으면서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oO(거긴 하야토 자리인데요,,,,!!!!!!!!!!!)
어째서 하야토가 사라진 이후로 계속 텅 비어있던 자리에 저 아이가 앉는 거죠?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아도 당신을 제외하고는 이 상황에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상황이 크게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벙....)
스미레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면 무진장 아픕니다.
..
얼마 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잖아요.
하야토가 사라지고 모두가 그 아이를 기억하지 못하던 그때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신이 당혹스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때처럼 이상한 취급은 받지 않도록 행동할 수는 있을 정도입니다.
눈치껏 의문을 삼킨 당신이 하이토를 빤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하이토의 이름과 외모, 하야토를 꼭 빼닮지 않았나요?
완벽하게 똑같은 건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의 이름, 스치듯 지나가며 보면 하야토라 착각할 정도의 외관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oO(하야토군...? 으으으으음...)(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보며..)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하이토와 짝궁은 하하 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갈 뿐입니다.
본래 그의 자리인 것처럼 주위에 녹아든 하이토를 당신만 홀로 이상하게 여기고 있을 때, 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아직 자리에 앉지 않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발견하고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소리.
올해 들어 지나치게 많이 듣는 소리에 아이들이 조금 야유를 쏟아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은 공부 안 할 텐데..(중얼)
작은 소란에 힐끔, 곁눈질로 하이토를 살펴보면 그는 이미 책상에 엎어져 있습니다.
책상에 교과서를 꺼내 놓기는 커녕 이미 잘 준비 완료인 것 같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ㅡㅁㅡ...
... 당신의 기억 속 하야토와 같은 모습입니다.
못내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
조례가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하이토가 당신을 향해 몸을 돌립니다.
이다음에 이어질 행동이라면 아마도 말을 걸어오는 것이겠죠.
쿠기오카 하이토:스미레, 몇 시에 일어났던 거야?
호즈노미야 스미레:...음.. 7시 50분...?(뚱)
호즈노미야 스미레:
쿠기오카 하이토:7시 50분? 일찍 일어난 거 아니야? (아닌가.) 대체 왜 늦을 뻔한 거지. 너... 아침에 길에서 멍 때리다가 늦은 건 아니지? (ㅋㅋ)
이름, 외관뿐만이 아니라 낯설지 않은 저 목소리.
유난히 날나리 같은 선 어조와 오롯이 저를 담는 눈동자마저 그와 똑 닮은 이에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죠?
단순히 닮은 수준이 아닌 그 아이의 자리를 대신하는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 이에게 말이에요.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그냥 어쩌다보니까...(고개 푹 숙이고)
쿠기오카 하이토:어야~ 아니라고 하겠지. 아까 대충 들어보니까 뭐, 꿈? 악몽이겠지. 잊어버려. (네 머리 헝클어트리려는 건지 손 가져다 댄다.)
당신이 피하든 피하지 않든 하이토의 손이 닿기 직전 학생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수학 선생님의 목소리입니다.
오늘 1교시가 수학이었나 봅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하이토는 결국 뻗었던 손을 거두고 몸을 돌립니다.
몸을 돌리기 직전 알 수 없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죠.
호즈노미야 스미레:...?(뒷모습 빤 쳐다보다 이내 책으로 시선 옮긴다)
이어 잠시나마 잡담을 나누던 학생들 역시 어기적거리며 인사를 하고 나면 종소리와 함께 바로 수업이 시작됩니다.
수업 시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갑니다.
선생님의 자장가 같은 목소리와 주변에서 하나, 둘, 스르르 내려가는 고개들.
아침 1교시다운 모습입니다.
몇 남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서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다 필기를 하고, 문제를 풀다 보면 눈 깜빡할 새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이후에는 수학 시간과 같은 반복입니다.
수업에 집중하기도 하고, 간혹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버티고.
쉬는 시간마다 말을 거는 하이토만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입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앞둔 마지막 오전 수업이 시작됩니다.
익숙하게 책상 서랍에서 교과서를 찾아 꺼내는 순간,
무언가 서랍에서 나와 떨어집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뭐지..?
바닥을 살펴보면 무엇이 떨어진 건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쪽지네요.
누군가 쉬는 시간에 넣어놓고 간 걸까요?
바닥에 떨어진 쪽지를 주워 보면 달리 이름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안쪽에 내용과 함께 적어두었을지도 모릅니다.
펼쳐볼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망설임없이 바로 촥! 펼치기!)
호즈노미야 스미레:
기대와는 달리 쪽지에는 이름은 보이지 않고 달랑 한 문장만이 적혀있습니다.
자신이 누구고, ‘그곳’이 어디라는 그 어떤 설명 하나 없이.
다소 불친절하여 남이 보았다면 장난이라고 치부하고 넘겨버렸을 정도의 간략한 내용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그곳? 누구지....?(갸웃..)
하지만 이 필체… 어쩐지 익숙합니다.
이전에 자주 필담을 나누다 결국 눈에 익은 필체 아닌가요.
...
아침까지만 해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그 애, 쿠루타 하야토 말이에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본래 하야토의 자리여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 글씨..!!!!(반갑)
...
하지만… 고작 이런 글씨체로 하야토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본래 하야토의 자리였으나 지금은 하이토가 차지하고만 자리를 바라봅니다.
하이토는 하야토와 여러 부분이 닮은 사람이죠.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일 거예요... 하야토군일 거라구요......
하루아침에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나타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저렇게 닮은 사람이 있다면 하야토의 글씨 정도야 누군가 노력하면 비슷하게 흉내 내는 정도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여러 상황을 가정해보아도….
이 쪽지가 정말 하야토가 당신에게 전하는 말이 맞다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어 머리가 어지럽기만 합니다.
이렇게 홀로 고민하는 것보다 차라리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게 낫겠습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호즈노미야 스미레:...가보면 알게 되겠죠..!(주먹꽉. 굳은 다짐!)
...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수업 시간이 오늘 스미레에게 있어 가장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을 거예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빠르게 교실을 벗어납니다.
스미레는 어떡할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배고프지만... 지금은 밥보단!!!
점심도 마다하고 하야토부터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물론 그 쪽지가 정말 하야토가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호즈노미야 스미레:(힘찬 발걸음!!)
호즈노미야 스미레:앗
똑똑이 스미레는 기억해냅니다!
문득 학교 뒤쪽에 자리한 정자가 떠오릅니다.
하야토와 스미레가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곳이었죠.
그리고 하야토는 정자를 종종 ‘그곳’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앗! 맞아 정자!!
막연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걸음을 옮깁니다.
학교를 빙 돌아 뒤쪽으로 가면 정자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나무가 무성한 곳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잘 오지 않는 곳이었죠.
워낙 구석져 있어 쉽게 찾기 어려운 탓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몰라 오지 못하는 학생도 있겠지만요.
이런 곳을 따로 찾아온 둘이 만났으니, 그런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일 겁니다.
누가 듣는다면 고작 그런 사소한 걸 운명으로 엮느냐며 뭐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요.
그러니까… 이렇게 더운 여름날이 아닌, 입학식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죠.
분명 같은 반이었지만 새 학기라 데면데면하던 두 사람이 친해진 건 아마 이곳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지나치게 이곳에 오는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고요.
친해진 이후로 하야토는 종종 수업 땡땡이치고 숨어있기 좋아 보이지 않느냐고 조잘거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진짜 수업을 빠진 적도 있지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헤헤...(추억회상중...)
결국,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매점에서 무언가 사 와 둘이서 먹는 장소가 되고 말았는데….
잠시 추억에 잠겨있던 스미레는 나무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이를 뒤늦게 발견합니다.
저 뒷모습도 당신이 가장 잘 아는 모습이 아닌가요.
미적지근한 바람이 일순 멈추는 기분과 함께 천천히 몸을 돌리는 모습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
시선이 마주치기도 전에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닮은 사람이 아닙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쿠루타 하야토:스미레.
온전한 하야토의 목소리.
꿈에서도 듣지 못해 잊을까 조마조마하던 목소리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구운....!!
그리고 한 걸음, 두 걸음.
당신과의 거리를 단 세 걸음만 남긴 채 올곧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갑자기 사라져서는 다시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이…
정말 하야토가 맞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하야토라 믿고 싶어서, 외형이 똑같다는 이유로 믿는 게 아니라?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게 당신이 만들어 낸 환상일 수도 있잖아요.
불안감은 당신이 쉽사리 손을 뻗을 수 없게 만듭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쭈뼛..)
그리고 그런 당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쿠루타 하야토:오랜만이지?
이어지는 그 한 마디.
호즈노미야 스미레:...(끄덕) 어디갔었어요..ㅜㅜ(훌쩍)
약간의 허스키함과 동시에 떨리는 목소리는 그 불안을 뒤로 밀어두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당신은 결국 하야토에게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당신은 잠시 떠오르는 모든 것을 눌러놓기로 합니다.
못 이기듯 하야토에게 다가가면, 하야토의 온기가 품 안 가득 안겨 옵니다.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맞닿은 품이 기껍기만 해요.
쿠루타 하야토:얼씨구야. 나 없는 사이에 또 울고 있었어? 이 울보를 어쩌면 좋냐... (뜨음...) 보고 싶었어.
당신을 끌어안은 채 하야토는 한숨처럼 말을 내뱉습니다.
꿈에서 본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영영 사라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그는 실존합니다.
그것도 당신의 앞에서.
오래 지나지 않아 떨어지는 하야토를 눈에 담습니다.
불쾌감이 아닌 온전한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눈.
명백한 하야토네요.
호즈노미야 스미레:(ㅜㅜ...벌써..?)
쿠루타 하야토:잘 지냈어? 이런 질문은 좀 그런가. (너 한번 힐끔 보더니 키득키득 웃고는 머리 위에 손 턱 올린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알고 물어보는 거죠..ㅜㅜ 하야토군이 없었는데.. 제가 어떻게 잘 지냈겠냐구요...!! 진짜.. 나빴어!(서러웠던 마음에 괜히 너 째려본다)
쿠루타 하야토:어, 들켰네. 그새 눈치는 좀 키웠나 보다? 그래. 뭐 칭찬이라도 해줄까? (농조로 말하고는 째려보는 눈 손으로 가린다.) 어허, 오랜만에 만난 건데 예쁜 눈 해야지. 알았어~ 미안하다니까.
그는 머쓱하게 입을 열고는 시선을 빗겨 내립니다.
지나치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우씨.... 이런 상황에서도..!!(여전한 너의 모습에 툴툴대는 것과 달리 속으로는 꽤나 안심하는 듯 했다. 곧바로 눈에 힘 풀고) ..진짜 미안한 거 맞죠..?(꿈뻑... 저 또한 너를 빤히 쳐다보고)
쿠루타 하야토:워워, 진정하시죠? 계속 화내시면 상처 받을지도 모른다고? (음... 어느정도는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눈에 힘 풀리면 그제서야 만족한 듯 웃는다.) 어라, 못 믿는 거야? (...) 맞춰봐. 미안할까~ 안 미안할까~ (또 놀림...)
호즈노미야 스미레:(헛..!) 저 화 안 냈어요..!!!(상처받는 다는 말에 다급하게 고개 젓는듯 하더니...음.. 이어지는 네 물음에 금세 뚱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또 저 놀리는 거죠ㅡㅡ..치... 한결같네요 하야토군은!(흥!)
쿠루타 하야토:(역시 쉽구만...) 딱 한번만 봐주는 거다. 내가 착하니까. 알았어? (또 다시 뚱해지는 표정 보고 재미 들렸는지 웃느라 바쁘다.) 정답, 자 맞췄으니까 선물. (주머니 뒤적이더니 네 손 위에 사탕 우수수 떨어트린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어라라) ...제가 봐주는 거예요 하야토군!! 착한 것도 저구요!(괘씸하다...) 절대로 사탕때문에 봐주는 게 아니라 제가 착해서 봐주는 거예요!!(손 안에 가득 찬 사탕 하나도 빠짐없이 주섬주섬 챙긴다..) (힐끔..) 하야토군도 하나 먹을래요?ㅎㅎ
쿠루타 하야토:예~ 그러시겠지. (안 들린다. 에베베... 들은 척도 안 하고 고개 돌려버린다. 초등학생 저리 가라 할 법한 유치함...) 사탕 때문에 봐주는 거네. 요놈아. 내가 모를 줄 알고? (... 다람쥐냐... 고개 좌우로 젓는다.) 나 단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고문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누군가 이곳으로 오는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하야토의 시선이 잠시 어딘가를 향하더니 곧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분명 당신에게 말을 전한 것 같은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있습니다.
쿠기오카 하이토:아, 역시 여기 있었네. 점심도 안 먹고 여기로 달려온 거지?
호즈노미야 스미레:...........?
하이토가 어떻게 여기에 있죠?
분명 당신의 반에서 이곳을 아는 건 당신과 하야토 둘 뿐이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뭐.뭐야 하.....이토?군이 왜 여기 있어요....?
쿠기오카 하이토:왜 여기 있냐니. 너가 여기 있을 걸 아니까? 뭐야. 나 출입금지 당한 거야? 야아... 이거 너무하네. 내가 빵셔틀까지 자진해서 해줬는데. 이러다가 상처 받겠어.
어리둥절하게 하이토를 바라보다 하야토를 향해 다시 시선을 돌리면, 그는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황망하게 서 있는 당신을 이끄는 건 하이토입니다.
쿠기오카 하이토:오늘 급식 진짜 맛대가리 없더라. 말 좀 해주지. 그랬으면 너랑 같이 여기 왔을 텐데.
호즈노미야 스미레:......저.저도 그건 몰랐는데요.... (괜히 주변 두리번...)
쿠기오카 하이토: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입만 버렸다고. (너 빤히 보다가) 아, 갑자기 그거 생각난다. 작년에 있었던 일 기억 나?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는데 벌레 엄청 나와서 다른 건 다 먹어도 단 음식은 못 먹겠다고 했잖아.
하이토의 말에 당신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하이토를 알게 된 건 오늘이 처음인걸요.
작년에 하이토와 저런 일을 겪었을 리 없잖아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그렇다고 저런 기억이 아예 없느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닙니다.
흐릿하지만 저런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하이토와 함께 한 게 아니라...
어?
분명 아까까지 하이토가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렸는데,
가만히 더듬은 기억의 끝에는 하이토가 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어라..
어째서 작년 기억에 하이토가 있는 거죠?
분명 하이토는 오늘 처음 보는 거 아니었나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대답 없는 당신의 옆에서 하이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하야토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부분은 조금 다르네요.
호즈노미야 스미레:oO(하야토군 보고싶어어...ㅜㅜ)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면 하야토는 당신을 찔러가며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보곤 했는데 말이에요.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 같으면 그 점을 마음에 안 들어했죠.
익숙하게 하야토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립니다.
시간 날 때마다 떠올리지 않으면 언제든 하야토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릇이 되고 말았어요.
요즘 들어 몇몇 기억들도 흐려져 가지만… 괜찮습니다.
스미레는 어떻게든 하야토를 기억할 테고 무엇보다 오늘 하야토가 다시 돌아왔으니까요.
하이토의 존재가 걸리지만, 어찌 되었든 결국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끄덕끄덕끄덕!!)
...
하이토가 찾아 오고, 하야토도 갑자기 사라져 얼결에 하이토와 함께 교실로 돌아온 당신의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건 책상 위에 놓인 빵과 우유입니다.
하이토가 아까 챙겨다 놓았다더니 저건가 보네요.
생크림 빵과 초코 우유.
스미레는 이 둘을 좋아하나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네에에에)(끄덕끄덕끄덕)
스미레가 이 둘을 제일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사 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학생에게 물어본 걸까요.
쿠기오카 하이토:매점에 가면 맨날 저것만 사길래.
당신의 바로 앞쪽에 앉아 몸을 돌린 하이토가 그리 말을 잇습니다.
꼭 당신이 궁금해하는 걸 알아차린 사람처럼.
어떤 식으로든 반응해주고 빵과 우유를 집어 들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생크림 빵이랑 초코우유는 맛있으니까..! 저 말고도 다들 좋아할 걸요...!? ..아마두?(빵이랑 하이토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먹고싶다는 눈빛을 보내본다...)
쿠기오카 하이토:그래? 난 단 건 질색이라 둘 다 별로던데. 특히 초코 우유는 절대 못 마시겠더라. (질린 표정으로 손 휘적인다.) 먹으라고 사준 거잖아. 얼른 먹어. (네 눈빛 보고는 큭큭 웃는다.)
우선 사다 주기도 했고… 하이토의 말대로 급식은 물론 매점도 들리지 않고 그곳에 달려간 탓에 배가 고프니까요.
이거라도 먹어두어야 오후를 견딜 수 있을 겁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달아서 맛있는 건데...(쭝얼) 음, 아무튼 사다줘서 고마워요..! 실은 엄청 배고팠거든요..헤헤. 잘 먹을게요...!(꾸벅!)
스미레가 빵과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 하이토가 턱을 괴고선 뿌듯하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조금 부담스러운 눈길이에요….
시선을 외면한 채 하이토가 아까 한 말을 곱씹어봅니다.
작년에 만났다는 말이 진실일까요.
하이토가 하야토를 닮았다는 것 이외에는 당신이 아는 정보가 없으니 마음에 걸립니다.
반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한창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중인지, 반에 있는 인원은 적습니다.
이참에 하이토에게 오늘 처음 만난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두리번) 누구한테 물어보지..?
쿠기오카 하이토:(턱 괴고 있던 손 빼더니 고개 까딱인다.) 할 말 있어?
호즈노미야 스미레:...어... 그러니까...(뜸) 아까 저희가 작년에 만났었다고.. 했었죠..?(확신이 없기에 말 끝을 흐리고)
쿠기오카 하이토:그렇지? 뭐 어디서 머리라도 부딪혔었어? 아까부터 왜 그래. 우리 작년에 같은 반에서 만나 친해졌잖아?
호즈노미야 스미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로 대답을 해오는 모습이 어쩐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은 아무래도 다른 무언가를 감추고 싶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보다도 작년에 같은 반이었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그 기억의 주인은 하이토가 아니라 하야토일 텐데요.
아까 묻어둔 불쾌감이 다시 슬금, 고개를 들이밉니다.
그리고 그런 기색이 티가 났던 걸까요.
하이토는 빠르게 다른 이야기를 조잘조잘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화제가 넘어갔으니 더 물어보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반응해주며 시간을 보내는 쪽이 나을지도요.
.
.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시작된 오후 수업 시간.
가장 더운 시간에 그나마도 불던 바람이 뚝 멈춰 교실 안이 후덥지근합니다.
에어컨은 도대체 언제 틀어줄 건지….
가벼운 투정이 이어지고, 생각은 다른 길로 흘러갑니다.
아까 말이 거짓이라면 하이토가 오늘 갑자기 나타난 건 착각이 아닐 겁니다.
문제는 오늘 갑자기 나타난 그를 모두가 낯설지 않게 대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아주 친근하게 대하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아무리 하야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지만 이 일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하이토가 오기 전, 하야토가 당신에게 분명 무슨 말을 했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었을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으으으(머리 싸매기..)
호즈노미야 스미레:
하야토가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학교 안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
자연스레 시선이 하이토에게 향합니다.
혹 하야토가 교실에 오지 않은 게 하이토와 관련되어 있는 건...
아니, 너무 과한 생각입니다.
그 둘이 아는 사이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걸요.
하야토를 만나서 이유를 물어보면 될 것을 구태여 혼자 앞서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 그래도 하야토는 하이토의 얼굴 정도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 하이토가 정자까지 당신을 찾아왔으니.
호즈노미야 스미레:끙..
...
그 뒤로도 이런저런 추측과 가정이 이어졌으나 그다지 큰 소득 없이 수업은 끝이 납니다.
다음으로 이어질 당신의 행동을 막는 건, 복도에서부터 크게 울리는 목소리입니다.
워낙 큰소리라서가 아니라 스미레 당신을 찾고 있기 때문에요.
누가 이렇게 크게 당신을 부르며 찾는 건지.
혹시 하야토일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뭐.뭐지...???
당신이 의문을 가지고 교실 밖으로 나가면…
다른 반 친구가 격하게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하야토는 커녕 하야토의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으니 당신을 부른 건 저 친구가 맞을 테지요.
당신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친구는 곧바로 본론을 꺼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아....(추우우욱)
이사오 신조:야아~! 왜 보자마자 한숨이야! 나 교과서 좀 빌려줘.
호즈노미야 스미레:앗.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다시 한 번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교과서요? 그것때문에 저를 그리 급하게 부른 것이었나요..ㅡㅡ 잘 챙겨다니지...!!!(쨰릿)
이사오 신조:미안하면 교과서 좀 빌려달라니까. 급한 거 맞다고~ 나 이번에 걸리면 수학한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호즈노미야는 똑똑해서 교과서 잘 챙기고 다니잖아~ 진짜 한번만. 응? (아부한다.)
호즈노미야 스미레:ㅡㅡ.. 이번이 진짜 마지막으로 빌려주는 거예요 이사오군..! 다. 다음부턴 진짜! 안 빌려줄 거예요..~ 흥, 한 번 혼나보라지..(툴툴툴~)(이래놓고 다음에 또 빌려줄 예정)
이사오 신조:아자!!! 알았어, 알았어. 호즈노미야 짱~ 최고~ 이미 끝내주게 혼난 적 많아서... 데인 게 있으니까 당하기 싫은 거 알잖아... (ㅜㅜ 최대한 불쌍한 척 한다. 네 등 떠밀어 교실로 들어가고는) 실례함다~
교과서를 챙기러 교실로 다시 들어가 사물함을 열어젖힙니다.
교과서는 모두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어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스미레가 수학 교과서를 꺼내면, 사진 한 장이 딸려 나와 바닥에 팔랑팔랑 내려앉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떨어진 사진을 들여다보니 당신과 하야토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히 웃고 있습니다.
전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을 하야토가 사이에 꽂아둔 걸까요.
추억을 회상하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야토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다 이내 사라집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에?
호즈노미야 스미레:
방금 무엇을 본 거죠?
두 눈을 부비고 다시 사진을 보면 하야토는 그대로 당신의 옆에 있습니다.
잠시 착각이라도 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내가 꿈을 꾸나...?(멍...)
사물함 앞에서 굳어있는 당신을 일깨우는 건 어느 새 당신의 뒤로 온 이사오입니다.
우선 교과서를 주는 게 좋겠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아.(교과서 주섬주섬 꺼내서 이사오에게 건네준다) 수학 교과서만 빌려주면 되는 거.. 맞죠?
이사오 신조:(교과서 받고는 합장 자세로 고개 꾸벅 숙인다.) 지인짜 고마워! 내가 나중에 초코 우유 쏠게! 어어~ 이거면 됐어. 근데 이상한 거라도 봤어? 갑자기 멍 때리길래.
호즈노미야 스미레:그렇게 고마우면.. 초코우유 2개..~(헤) 아, 별 건 아니고 그냥 사진 좀 봤어요! (머쓱한 웃음) 순간 사진이 이상해보이길래....
이사오 신조:오케이, 딜. 계약 성립이다. (엄지 척!) 음? (사진 따라 보고는) 뭐야, 이거 하이토랑 찍었던 거네? 그거 보고 그렇게 굳어있던 거야?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의 안색을 살피던 이사오는 무언가 생각나기라도 한 듯 손뼉을 칩니다.
이사오 신조:아. 맞다. 호즈노미야, 누가 너 학교 끝나고 도서관으로 와달라고 전해달라더라.
호즈노미야 스미레:응? 누.누가요...?(갸웃)
이사오 신조:응? 몰라. 처음 보는 애던데? 너 나 말고 친구가 있었냐? 음... 아닌데. 내가 못 본 친구가 있을 리가. 아, 혹시 그건가? 널 짝사랑해서 멀리서 지켜보던 학생이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수줍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정말 그런 거면 너가 아이스크림 쏴라.
이사오를 통해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한 건 아마... 하야토겠죠?
어쩌다 만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학교에 있다니 다행입니다.
이사오는 여전히 하야토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요.
그가 전해준 말에 정신이 겨우 돌아오는 기분입니다.
물론 뒤에 이어지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이사오군이 말한 사람.. 하야토군이려나..? 하야토군이겠지...?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이사오를 보낸 뒤, 자리로 돌아오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어요.
오늘 내내 당신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이 아니겠어요.
당신이 아는 체를 하든 하지 않든 하이토는 불안한 눈빛으로 당신을 지켜보다 이내 시선을 돌립니다.
.
.
.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들은 후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을 빠져나갑니다.
당신도 느지막이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 옷자락을 붙잡는 손길이 있습니다.
쿠기오카 하이토:나랑 같이 가면 안 돼?
어디를요?
혹시 집을 말하는 걸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집에요?(갸웃)
하지만 당신은 하야토에게 가려고 하던 참인데….
무엇보다 하이토와 함께 갈 이유가 스미레에게는 없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하이토의 말을 거절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면,
그 순간 하이토가 당신의 옷을 놓아줍니다.
쿠기오카 하이토:아, 아니다. 그냥 먼저 갈게. 미안. 내일 보자.
그리고 당신이 무언가 말을 해볼 틈도 없이 하이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맙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가만히 서서 눈만 깜빡인다) ...뭐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애예요.
어쨌든 하이토도 가버렸겠다, 이제 도서관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하야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아차,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하야토군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정신 차리고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해 걸음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
학교가 끝난 후의 도서관은 한적합니다.
학생들이 몇 있긴 하지만 많은 수는 아니에요.
책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면, 마지막 책장 가장 안쪽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하야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쿠루타 하야토:아, 왔어?
죽고싶다:왜.
호즈노미야 스미레:으아
당신을 발견하고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잠시, 곧 하야토는 미약하게 웃으며 당신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붉은빛이 유리창을 넘어와 하야토의 낯 위에서 일렁입니다.
언제든 스러질 것 같은 하야토의 웃음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고, 그런 생각이 스치면서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러니까,
호즈노미야 스미레:
꼭, 우리의 마지막에서 하야토는 꼭 저런 웃음을 지으며 영영 당신의 앞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
실없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이라니.
이제야 하야토와 다시 만났는데, 벌써 마지막을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야토는 이제 그전처럼 당신의 곁에 있을 텐데요.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 옷소매 꽈악..)
쿠루타 하야토:왜 그래? 옷 주름진다, 바보야.
상념에 빠진 당신을 일
상념에 빠진 당신을 일깨우는 건 하야토의 의문 가득한 목소리입니다.
아, 생각을 너무 오래 하고 있었나 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아, 그냥.. 하야토군이 그렇게 웃으니까 저도 모르게... 헤헤..(옷 슬그머니 놓더니 이번엔 너의 손을 꼭 잡는다)
당신이 하야토에게 그리 대답하고 나면 하야토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꾹 다물고 고개를 내젓고 맙니다.
쿠루타 하야토:내가 웃으니까, 뭐. 이상하냐? (제 얼굴 문지른다. 잡은 손 보고 픽 웃더니 손 돌려 깍지 낀다.)
그러고 보니 왜 도서관으로 오라고 한 걸까요.
쿠루타 하야토:찾고 있는 책이 있는데 여기에는 없나 봐. 집에 갈까/
호즈노미야 스미레:이상한 건 아니구, 그냥 색다른 느낌의 웃음이라고 해야 하나..? 으음 모르겠다.(깍지 낀 손 흔들며 기분 좋은 듯 웃는다) 그보다 무슨 책을 찾고 있었는데요? 하야토군이 책이라니...!!(농)
쿠루타 하야토:(눈 굴리고는 제 뒷목 만지작 거린다.)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의식해서 못 웃겠잖아. (흔들리는 손 가만 내려다보더니) 어휴, 애냐. 그렇게 말하지만 싫지는 않은 듯 더 꼭 잡는다.) 너, 손 잡아서 다행인 줄 알아. 아니었으면 꿀밤이라도 한 대 먹여줬을 텐데. (...) 그냥 소년만화.
호즈노미야 스미레:안 웃어도 하야토군이라면 다 좋아요! 웃으면 더 좋구.(어깨 가볍게 으쓱이며) 그러는 하야토군도 애면서.. 아닌 척 해도 저랑 손 잡아서 좋은 거 다 알거든요..~~ 꿀밤 먹일 거면 놓던가요..!(이렇게 말하면 못 놓겠지..?)(힐끔..) 소년만화? 도서관에 만화책이 많던가......흠..(모르겠다!)
쿠루타 하야토:듣기 좋은 소리 하기는. 오냐~ 고맙다. (손 잡지 않은 손 네 머리 위에 올리고 가볍게 몇 번 토닥인다.) 나는 아니거든? 나처럼 성숙한 애가 어딨다고. (... 칫... 들켰나...) 너 내가 그러면 못 놓을 줄 알지? (정답이다. 놓기는 커녕... 소중히 꼭 잡고 있다.) ... ... 됐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집에나 가자.
호즈노미야 스미레:헤헤.(길들여진 강아지마냥 네 손길 가만히 받고) 네네~! 알겠어요 성숙한 어린이 하야토군..~(오늘따라 겁이 없는 스미레! 말과 달리 행동으론 제 손을 소중히 맞잡아주는 너였기에 그러는 듯 하다.) 하야토군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죠! (끄덕) 네, 얼른 가요..! 오늘 뭔가 힘들어서 빨리 쉬고 싶거든요....
쿠루타 하야토:(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순딩하냐...) 어린이는 빼라고 이 녀석아. 오늘따라 막 대들어? 응? (네 볼 한쪽 안 아프게 쭉 당긴다.) 언제는 안 힘들고? 원래 하교가 제일 좋은 거 아닌가. 나도 너 기다리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농조로 말한다.)
하야토와 손을 맞잡고,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화롭습니다.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이질적이라 느껴질 정도입니다.
세상에 단둘만 남은 것 같은 거리,
어물거리며 지고 있는 태양과 길게 늘어진 두 개의 그림자,
그리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는 녹음.
어쩌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래 공원 앞 갈림길에서 헤어져야 하는 하야토는 여전히 당신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 힐끔~)
줄곧 아무 말도 없던 하야토가 입을 엽니다.
쿠루타 하야토:... 뭐해? (네 입꼬리 손가락으로 콕 찌르고는 다시 또 뜸 들인다.) 음, 궁금한 게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 지금 물어볼래?
호즈노미야 스미레:(앗차차!!!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서 까먹을 뻔 했다!!)
쿠루타 하야토:어이구? 울지는 마라? 나 달래줄 힘 없다? (물론 진짜 울면 달래주겠지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그건 나도 정확히 몰라. 잠깐 이 세상에서 사라진 상태였다고 생각하면 편할 걸. 어디 간 게 아니라 정말, 그냥 없어졌었다고.
호즈노미야 스미레:아.안 울거든요...!!(뺵) 그보다 사라졌다뇨...?(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으나, 너가 없었던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면 터무니없는 말이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하야토군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진짜로요? (꿈뻑..)
쿠루타 하야토:진짜 안 울어? 오호. 성장했구나 호즈노미야 스미레. (장난으로 제 귀 잠깐 틀어 막았다가) 진짜지, 그럼. 이런 걸로 굳이 거짓말해서 뭐 해? 말 그대로야. 일주일 동안 너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 않았어? 그건 나를 잊은 게 아니라 실제로 나라는 사람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거지. 나는 일주일 동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호즈노미야 스미레:...누가 그동안 옆에서 강하게 키워줬으니까요(?)...흥..(얇게 뜬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고개 끄덕인다. 네 말이 맞다는 듯.) ...맞아요..! 저는 하야토군 분명 기억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 못하고..! 하야토군 닮은.. 그 사람만 기억하고.......(억울!!!) 그런데 왜 저만 기억하는 거예요? 하야토군을 기억 못하는 것보다야 100배는 낫지만.. 그래도!!
쿠루타 하야토:아무래도 나 아닐까 싶은데. (키득키득 웃는다.) 강하게 키워야지. 그래야 나중에 안 당하고 살지. (네 머리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어구, 그랬어요? 아, 하이토인가 뭔가 말하는 건가? 걔는 기억할 수 밖에 없지. 내가 부탁한 거니까. 너만 기억하는 이유? 너가 미래에도 변함없이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일 걸. (말하고 부끄러웠는지 뒷목 엄청 문지른다.) 근데 너도 오늘 이후로는 나 기억 못해.
호즈노미야 스미레:잘 알고 계시네요..ㅡㅡ 저 원래도 안 당하고 살아요! 다 갚아준다구요...!(궁시렁궁시렁~) 헉 맞아요, 하이토!! 하야토군이 부탁한 거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으음, 좀 쌀쌀맞게 대한 거 같은데... 잘해줄 걸 그랬나...?) (저 혼자 생각에 잠겨있는 것도 잠시 이어진 말에 눈 동그랗게 뜬다. 덩달아 얼굴까지 붉어지고) 마.맞는 말이긴 하네요...!! 저 하야토군을 엄청 소중히 생각하니까.......큼..(에?) 그.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저도 기억 못한다구요...?!(청천벽력.......!!!!!)
쿠루타 하야토:내가 아니면 누가 알아? (...)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어때, 스미레 어린이. (너가 갚아줘봤자지...) 내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기로 했어. 걔도 나 알고 있고. 똑같이 생겼잖아.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네가 쌀쌀 맞게 대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얼굴 붉게 올라오면 눈 깜빡이더니 이내 푸핫 하고 웃는다.) 어라~ 부끄러워 하는 건가, 지금? 아까는 손 잘만 잡더니. 참나... (네 머리카락 손으로 슬 쓸어내리더니 고개 끄덕인다.) 그래야만 하니까.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이 세계의 규칙에 맞지 않잖아?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 말고는 알 사람이 없긴 하죠...(끙,) 우씨.. 왜요...!! 정 그러면 하야토군이 갚아주면 되잖아요!(은근슬쩍 떠넘기기) 똑같이 생기긴 했는데.. 전 다른 거 알아봤어요..!! 뭔가 이상하기도 했구...(끙) 그리고 손 잡는 것도 부끄럽거든요! 그래도 그건 꽤나 익숙해졌으니까...!!!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정신 바짝차려 스미레!!)(제 머리칼을 만지는 네 손을 제 두 손으로 꼬옥 감싼다) ....왜 그래야만 하는 건데요...? 하야토군이 안 사라지는 건 안되는 거예요..? 네에...?(울먹...)
쿠루타 하야토:내가 갚아 달라고? 이런... 스미레양? (무릎 구부려 눈높이 맞추고는 선생님 컨셉이라도 잡았는지...) 하야토군이 옆에 없는 날도 있을 거 아니야. 내가 할 수 있었으면 했겠지. 바보냐. (작게 한숨 내뱉더니) 허... 그래? 뽀뽀하면 아주 죽겠다? (이어지는 말에 눈 데굴 굴린다.) 학교에는 제 시간에 등교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 그거랑 대충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음, 사라지고 싶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나는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닌 걸. 지금 너 앞에 있는 것도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어. 이 빈자리가 나중에 어떤 영향을 끼쳐올지 모르니까, 나 대신 하이토가 있을 뿐이지.
호즈노미야 스미레:....이렇게 말하면 앞으로도 하야토군이 항상 제 옆에 있어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헤...(작게 웃고는 그대로 이마 콩 맞댄다) 글쎄요... 평소라면 정말 심장이 두근거려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하야토군이 이렇게 저랑 마주보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니까 죽을만큼 두근거려도 견뎌야되지 않을까 싶어요..!!(너 빤 쳐다보다 자신도 금세 시선 돌린다) ...솔직히 하야토군이 있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게 정말 이해도 안 되구...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데.... (뜸) 하이토가 있으면 뭐해요.. 하야토군이 없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하야토군이라구요...
쿠루타 하야토:아까도 말했잖아. 강하게 키운다니까 그러네. 항상 옆에 있고 싶어도 인생이 뜻대로 되냐. (이마 맞댄 채로 깜빡깜빡... 시선 고정해 바라본다.) 그래? 그럼 견뎌보셔. 죽으면 안 되지. 내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데. (이죽 웃더니 뒤로 잠시 물렀다가 맞댔던 이마에 가볍게 입술 부딪힌다.) ... 큼, (...)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공부도 안 하는 애한테 너무 어려운 거 아니냐고. 그래도 걱정하진 마. 너도 잊어버리면 금방 편해질 걸. 기억 못 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이게 지금 무슨 소리죠?
하야토의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니, 이해했지만 전혀 믿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죠.
하야토의 자리를 누군가 대신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물론 그건 지금도 여전합니다.
도대체 그 누가 하야토를 대신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아침부터 지금까지 내내 무시하고, 외면하려 했던 불안감은 이 순간에도 몸집을 불려 당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면 씁쓸한 웃음을 띤 얼굴이 당신을 봅니다.
설마, 그러니까….
쿠루타 하야토:전해야 할 말은 다 전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너랑 마주하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겠네. 이번엔 진짜로 미안하니까. 이해해달라는 말은 안 할게. 하지만 나는 너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도 내일이면 넌 다 잊겠지만... ... 그래도 나 없다고 울지 말고. 알았어? (웃는 건 아직 어색한데... 그래도 마지막은 웃으면서 보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최대한 밝은 척하며 웃어 보인다. 이 기적이 계속 되기를 바라면서도 네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기 때문에. 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나를 잊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교차한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아까부터 하야토가 하는 모든 말이 거짓이길 바랐지만, 꼭 이런 상황에서 신은 당신의 편이 아닙니다.
당장 하야토의 눈만 보아도 이 상황이 짓궂은 장난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듯이요.
도서관에서 마주하였을 때와 같은 웃음을 지은 하야토는 모든 것을 털어놓은 지금 이 상황이 후련해 보입니다.
꼭, 당신이 자신을 잊기를 그 누구보다도 기다린 것처럼….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입니다.
갑자기 사라졌던 하야토가 다시 나타나 이제 영영 떨어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호즈노미야 스미레:.........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시야가 흐려집니다.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받아주는 품에서, 당신은 의식을 놓고 맙니다.
아침에 일어난 스미레는 오늘도 익숙하게 학교로 갈 준비를 합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일찍 일어났습니다.
하긴, 학교가 끝나고 하이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의 기억이 거의 없는 걸 보면 곧바로 잠든 모양이니까요.
얼마나 푹 잤는지 요 근래 가장 몸 상태가 좋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아암)
좋은 꿈을 꿨을까요, 스미레?
호즈노미야 스미레:꿈...?(흠)
뭐, 좋습니다. 어찌됐든 기분이 좋으니 된 거겠죠.
준비를 마췄다면 출발해 볼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네에에~!
집을 나서면 해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유난히 더운 날이에요.
앞으로 더 더워질 거라 생각하면 아찔해집니다.
이제 하이토와 함께 정자에서 간식을 먹기에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어요.
어제도 그곳에서 먹다가 더워서 혼났었죠.
걸음을 서둘러 공원으로 가면, 언제나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하이토가 보입니다.
나무 그늘에서 손부채질을 하며 땅바닥을 발끝으로 툭툭, 치는 모습이 익숙합니다.
하이토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함께 학교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붙어 걷느라 서로의 피부가 스치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하이토니까요.
쿠기오카 하이토:오늘 많이 덥다. 그치?
아까 스미레를 기다린다고 나무 그늘에 있었는데도 더웠다는 말을 이어가면, 낮은 목소리가 잔잔하게 귀로 흘러들어옵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네에..~ 너어무 더워요... 아직 아침인데도 이렇게 덥다니..(추욱)
쿠기오카 하이토:얼씨구... 이러다가 녹아서 기어다니는 거 아닌지 몰라. (픽 웃더니 손으로 부채질 해준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이 목소리가 낯설지 않습니다.
꼭 어디서 다른 이의 비슷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지 않나요.
또 이 대화의 흐름까지도요.
지금이 아닌 훨씬 전에, 해본 적이 있어요.
......
호즈노미야 스미레:흐음....? 지금 이 상황 뭔가 익숙한데...
쿠기오카 하이토:왜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네 머리 가볍게 헝클어트리고 장난스레 미소 짓는다.) 오늘은 수업 말고 자습이나 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어느쪽이든 잘 거긴 한데...
호즈노미야 스미레:이상하기보다는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익숙해서요..! 아앗! 제 머리!!ㅡㅡ(쨰릿) 흥.. 어차피 잘 거면 수업이든 자습이든 상관없지 않냐구요..~!! 자지 말란 말이에요! 바보!
쿠기오카 하이토:맨날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고 해서 그런 거 아니야? 높이가 딱 좋단 말이지. (흥... 들은 척도 안 한다.) 다르다고. 양심의 차이가 있잖아. 물론 어느 쪽도 양심이 찔리진 않긴 하지만. 자도 성적은 꽤 나쁘지 않게 나오던데? 바보는 너겠지, 바보야.
호즈노미야 스미레:그으런가~? 우씨... 그렇게 나오면 하이토군 잘 때 저도 마구 헝클일 거예요!!(진심.) 그러니까 오늘은 꼭! 학교에 있는 내내 자도록 하세요!! (허얼...) 세상은 불공평해... 난 열심히 공부하는데............(흐린 눈...) 물론 하이토군보다 성적은 훨 좋지만...(과연..?)
쿠기오카 하이토:어쭈? 어디 한 번 해보시지 그래? 과연 그 짓을 하고도 너가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나 보자. (이쪽도 진심.) 좋아 끝내주게 자줄게. (입 가리고 하품 한다.) 원래 그게 인생이란다, 스미레야. (이상한 말투 쓰고는 키득키득 웃는다.) 내가 공부 안 하는 이유가 너 때문이야, 인마~ 공부했다가 그냥 재쳐버리면 어떡해. (아니다.)
하이토와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학생들 사이에 파묻혀 걷다 보면 어느새 학교입니다.
교실에 들어가 각자의 자리에 앉고 나서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쿠기오카 하이토:아, 학교 끝나고 잠깐 들릴 곳이 있는데 같이 갈래?
호즈노미야 스미레:...일단 어딘지 들어보구..~?(밀당)
어디에 갈 거냐고 물어보아도 하이토는 비밀이라며 달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뭐, 딱히 학교 끝나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등교처럼 하교도 늘 하이토와 함께했으니 하이토가 가고 싶은 곳에 들렀다 온다 해도 평소와 다를 바는 없겠죠.
호즈노미야 스미레:치.....ㅡㅡ 어딘지는 안 말해주네요..! 그래도 뭐어.. 특별히 가줄게요..!(원래부터 가려고 했음)
쿠기오카 하이토:비밀인 게 더 설레기도 하잖아. 궁금해 하고 계셔~ 어이구? 감사합니다 절이라도 해야 하나. (농담 던지고는 잘 준비 마쳤는지 엎드린다.)
이후 수업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갑니다.
언제는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던가요.
시도 때도 없이 시계만 흘긋거리길 수십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하교할 시간이 됩니다.
가방을 챙기고 하이토를 바라보자 웃으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끝까지 알려주지 않을 생각인가 보네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대체 얼마나 좋은 곳에 데려구 가려구...!(기대가득!)
결국,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는 채 하이토를 따라 학교 밖으로 걸음을 내딛습니다.
그가 당신을 이끌고 온 곳은… 서점입니다.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는 하이토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이한 느낌이 듭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이런 일이 예전에도 꽤 자주 있었습니다.
가는 장소는 그때마다 달랐지만, 꼭 저런 장난기 짙은 표정으로 당신을 이끌고 돌아다닌 사람이 있지 않았나요?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아도 떠오르는 인물은 없습니다.
단순한 기분 탓이었나 봅니다.
하이토와 돌아다닌 걸 착각한 거겠죠.
호즈노미야 스미레:(고개 휙휙 젓고는) 오려고 했던 곳이.. 서점이었어요 하이토군?(의외!라는 눈빛)
쿠기오카 하이토:... 뭐야 그 눈빛은. 나도 책 읽거든? 너는 문제집이나 사던가.
호즈노미야 스미레:아.아무 뜻도 안 담긴.. 눈빛인데요...!!(재빨리 도망가기) 네에에~!
하이토와 함께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는 조용하고 넓습니다.
하야토는 당신에게 문제집이나 보고 있으라고 하며 정작 본인은 만화류 쪽으로 갑니다.
당신이 문제집 코너로 이동하면...
호즈노미야 스미레:
주변 다른 책들과 어울리지 않는 책이 눈에 띕니다.
...
분류를 잘못한 걸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문제집 코너에 왜 이런 책이...?
그러게 말입니다...
책을 한번 꺼내볼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이세계에 떨어진 어리바리 공주님이라니...! (주변 힐끔힐끔 보더니 쇽, 꺼내고) 재밌겠다..!
책을 꺼내면 안쪽에 숨겨져 있던 책이 보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오잉...?
달리 제목이 적혀있지 않은 책입니다.
표지를 살펴보아도 지극히 평범합니다.
단색의 하드커버.
이런 식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전략일지도 모르겠네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이런 책표지는 처음 보는데..!(흥미유!!) 응응.. 역시 책 표지는 중요하구나아.. 나도 나중에 책을 내게 된다면 꼭 써먹어야지!(혼잣말 잔뜩)
호즈노미야 스미레:
책 표지 위로 글씨가 반짝였다 사라집니다.
뭐죠?
이게 진짜 책 제목일까요?
이쯤 되니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당장 책을 펼쳐봐)
자연스럽게 책 표지를 넘기고 활자를 읽어 내려갑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
도통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다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아닌가요.
소설이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겠지만….
의미 없이 휙휙, 페이지를 넘기고 있자 누군가 당신을 부릅니다.
하이토의 목소리입니다.
대충 구경은 다 했나 봅니다.
책을 덮고 책장에 꽂으려 하면 책은 당신의 손에서 사라집니다.
네? 사라지다뇨?
호즈노미야 스미레:
주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까 당신이 보고 있던 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자 결국 당신을 직접 찾아온 하이토가 당신을 툭 칩니다.
쿠기오카 하이토:왜 그래?
호즈노미야 스미레:아. 하이토군!
쿠기오카 하이토:에이, 그런 일이 어떻게 있어. 잠깐 서서 존 거 아니야?
호즈노미야 스미레:...진짜로 꿈을 꾼 건가...ㅡㅡ(이상하다...)
쿠기오카 하이토: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피곤한가 보네. (네 손 깍지 껴 잡고는) 살 거 없으면 나가자.
호즈노미야 스미레:...그런가봐요!! 하이토군은 볼 거 다 본 거예요?(자연스레 손 맞잡고)
쿠기오카 하이토:맛있는 거라도 사 먹여야 하나. 다 봤지. 딱히 재밌어 보이는 건 없더라.
호즈노미야 스미레:(쫑긋!!) 하이토군이 사줄 거예요..~?(반짝!) 대체 얼마나 재밌는 책을 찾고 있길래!
쿠기오카 하이토:특별히 사주도록 하지. 큼. 따라와 줬으니까 보상이야. (눈 데굴...) 소년 만화... 연재된 거 나온 줄 알았는데 안 나왔더라. (네 손 잡은 상태로 서점에서 나온다.)
서점 밖으로 나오니 훅, 더운 바람이 밀려듭니다.
그래요. 오늘은 유독 더웠잖아요.
아까 일도 더위를 먹어 겪은 거라 생각하는 게 편하겠습니다.
물론 서점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서 시원했지만…
그랬지만…
어쨌든 말이에요.
하이토는 덥지 않냐는 말을 하며 가쿠란의 단추를 풉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카페에 들리자는 말도 이어집니다.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저곳으로 갈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저희 카페 갈까요!! 근처에 카페 있는데~
쿠기오카 하이토:그럴까. 너가 좋아하는 그 당분 덩어리 마시면 되겠네.
카페에 들어서면 서점만큼은 아니더라도 냉방이 돌아가고 있어 한결 시원합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당분 덩어리라니..! 맞긴 한데!! 정확한 명칭이 있거든요..ㅡㅡ
쿠기오카 하이토:몰라, 기억 안 나. 그런 거 용케도 먹는다니까 진짜...
하이토는 한숨 돌리고 나자마자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주문을 합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맛있는데..! (꿍시렁)
쿠기오카 하이토:청포도 에이드랑... (스미레 본다.) 알았어, 정말... 아이스 초코에 휘핑 추가해주세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 하이토가 에이드를 마시는 편이었나요?
한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을 스칩니다.
하지만 하이토는 늘 청포도 에이드만 주문했는걸요.
당신이 아는 한 그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괜한 착각이었던 걸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꿈뻑..)
쿠기오카 하이토:내가 아메리카노 마시는 거 봤어? 그거 완전 사약이잖아. (질색하며 얼굴 구긴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긴..~ 항상 청포도 에이드만 마셨죠?
쿠기오카 하이토:그렇지? 한번 빠지면 그거에만 몰두하니까.
호즈노미야 스미레:아하..~ 그럼 하이토군은 완전 단 거나 쓴 건 못 먹는 거네요!
쿠기오카 하이토:맞아. (...)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편식쟁이 같기도 한데?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이토군은 편식쟁이래요..~! 제가 더 낫네요!(헤헤)
쿠기오카 하이토:뭐래, 당분 중독이. (ㅡㅡ) 웃지마, 바보야.
주문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가 나옵니다.
하이토의 눈치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나가기 싫은 모양인데, 마시고 갈까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밖에 나가면 금방 녹을 거 같으니까...(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 찾는다) 안에서 마시고 나갈까요?
당신이 선뜻 마시고 가자고 하면 하이토는 티 나게 기뻐합니다.
햇볕이 지나치게 잘 드는 창가 자리를 피해 적당한 곳에 앉습니다.
대화의 서두를 여는 건 하이토입니다.
쿠기오카 하이토:스미레, 오늘 상태가 조금 안 좋아 보이던데 괜찮은 거야?
아까부터 당신의 상태가 별로였던 게 보였나 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꿈뻑..) 저 상태 안 좋아 보여요...? 티나나...(끙)
당신이 괜찮다고 하여도 하이토의 안색에서는 걱정이 사라질 기색이 보이질 않습니다.
하긴 오늘 내내 이상하기는 했습니다.
가끔 위화감이라든가, 이전에도 여러 번 겪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것도 하이토가 아닌 다른 이와요.
도대체 누구일까요.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는 기분입니다.
다시금 표정이 심각해진 걸까요.
빨대를 문 하이토의 시선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쿠기오카 하이토:나는 당연히 보이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슨 일 있으면 말해줘. 걱정되니까. (...)
또입니다.
이 익숙함에서 오는 위화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저 말을 들은 듯한 느낌.
흔한 말이라면 흔한 말인데 어째서?
호즈노미야 스미레:....(끔뻑..)
의문을 겨우 삼킵니다.
서먹해진 분위기 속에서 둘은 말없이 음료를 마시고 카페를 나섭니다.
카페에서 나와 나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신을 차려보면 당신은 살짝 뒤에서 하이토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반 걸음.
딱 그 정도를 앞서 걷는 하이토의 뒷모습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정갈하게 정리된 뒷머리,
얼핏 보이는 둥근 귀,
반듯하게 펴진 어깨와 그 아래서 달랑거리는 책가방,
불그스름하게 물든 팔꿈치, 하나하나 눈에 다 담습니다.
그가 그저 남 같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자꾸만 겹쳐보여 눈길이 갑니다.
심지어 당장 저 손을 붙잡으라고, 누군가 당신에게 속삭이는 듯해요.
스미레, 당신은 그를 붙잡을 수 있나요?
호즈노미야 스미레:
아니요. 당신은 붙잡을 수 없을 겁니다.
잠시나마 닿을 수는 있더라도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온기를 영영 붙잡아 곁에 두기란 불가능할 거예요.
─도 그렇게 놓치고 말았잖아요.
언제까지고 놓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손이,
그렇게 쉽게 떨어질 거라고 그때는 알고 있었나요.
손을 놓으며 이별의 말을 내뱉던 목소리가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유독 좋아하는 이의 목소리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스칩니다.
그때 그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죠?
웃는 얼굴?
우는 얼굴?
......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건, 붉은빛을 머금으며 웃음 짓던 그 애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던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는 절망뿐.
...
잠시만요.
이건 무슨 기억이죠?
낯선 기억입니다.
하이토와 닮은 사람이 당신에게, 영영 이별을 고하는 이 장면은 도대체….
호즈노미야 스미레:
쿠기오카 하이토:스미레?
일순 하이토의 얼굴 위로 다른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어..어?
아까 본 그 장면에서, 하이토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요.
호즈노미야 스미레:(눈부빗..)
생김새도, 분위기도 닮았지만 같은 인물은 아닌 두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은…
자꾸만 당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낯선 사람입니다.
쿠기오카 하이토:(...) 너 역시 좀 안 좋아 보이는데... 안 되겠다. 집에 데려다줄게.
당신도 모르게 한 자리에 우뚝 서 있었던 모양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아....!!(정신 차리려고 고개 휙휙 젓는다) ..진짜로 괜찮은데요..! 그래도 데려다주신다면...(꾸덕..)
다행히 집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하이토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빠르게 걸음을 옮깁니다.
몸이 안 좋은 것도 모르고 끌고 다녀 미안하다는 말과 푹 자고 일어나서 연락을 달라는 말까지 하고 나서야 하이토는 떠납니다.
...
그래요.
어쩌면 오늘 너무 피곤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피곤한 일 같은 건 달리 없었던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꾸 당신은 모르는 이상한 기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이건 꿈일까요, 아니면 낯설고 알 수 없는 기억 중 하나일까요.
눈을 깜빡이면 보이는 건 흐드러진 벚꽃길.
봄 날씨는 따스하여 꼭 당신을 반긴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교복을 입은 당신은 자연스레 걸음을 옮깁니다.
넓은 도로변을 지나 공원에 다다르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옷매무새를 매만지고 있던 그는 금방 당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듭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나 봐요.
쿠루타 하야토:오늘 날씨 좋다.
겨울이 끝난 이 날씨가 매우 반가운 모양인지 그 애는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살거립니다.
문득, 시선을 위로 올리면 보이는, 그 애의 머리칼 위로 내려앉은 벚꽃잎.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애 대신 당신은 손을 뻗습니다.
그리하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요.
마치 당연한 일을 하는 것처럼 뻗은 손이 벚꽃잎을 쥐면,
무언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장면 역시 넘어갑니다.
.
.
.
꽃이 지고 초록의 여린 잎이 돋아나는 시기.
약간 남아 있던 쌀쌀한 기운은 가신 지 오래입니다.
춘추복을 입은 학생과 하복을 입은 학생이 섞인 등굣길에서 다시 그 애와 마주칩니다.
전보다 조금 긴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리는지 이번에는 머리를 계속 매만지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다가간 당신이 어깨를 톡, 누르면 몸 전체를 들썩이면 숙였던 고개를 듭니다.
쿠루타 하야토:뭐야, 놀랐잖아!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일순 떠오른 반가움은 찰나입니다.
뚱한 표정을 꾸며내고 팔꿈치로 당신을 살짝 친 그가 어서 가자며 몸을 돌립니다.
조금 빠르게 멀어지는 그 애를 따라잡으면 다시금 들리는 차르륵 소리.
이번엔 등굣길이 아닙니다.
미약한 빛이 들어오는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
엎드려있는 건지 조금은 뻐근한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몸은 당신의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꿈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의지와 다르게 움직이는 몸은 고개만 살짝 틀어 옆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당신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그 애와 마주친 시선.
쿠루타 하야토:무슨 일 이
애정과 걱정이 담긴 눈.
사르르, 내려가는 눈꺼풀이,
지금 의식이 깨어 있는 당신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몸이 조금 야속합니다.
저 눈을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
나른한 바람이 불어오고, 머리칼을 부드럽게 넘기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아, 그래요.
당신의 일상에 녹아있던 이는 하이토가 아니라 하야토였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장면이 넘어가고 이어지는 건,
당신 기억 속에 없는 하야토의 모습.
쿠루타 하야토:사랑해.
피를 흘리면서도 하야토는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 말이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전하는 말이 되리라는 걸 아는 사람처럼.
당신의 품에서 힘없이 스러지는 그를 당신은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해야 했어요.
차게 식은 그를 안고 몇 날 며칠을 울었던가요.
그리고 이어지는 건 또 다른,
쿠루타 하야토:... 스미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난 그때도 (...) 널 사랑할 거야.
하야토의 마지막. 가쁜 숨을 내뱉으며 미래를 약속한 그는 괴로움을 억누르며 끝내 미소를 짓습니다.
싸늘한 몸이 익숙하면서도 낯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따뜻했던 몸이, 이렇게 한순간에 차갑게 식다니요.
차라리 이 모든 게 거짓이길 바라보아도,
쿠루타 하야토:나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그렇다고 너무 빨리 잊지도 말고. (... ...) 마지막인데,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
다시금 돌아온 하야토의 마지막이 당신의 바람을 산산조각 내고 맙니다.
당신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하면서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어루만집니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울지 말라며 입 모양으로만 속삭인 그의 손이 힘없이 떨어집니다.
비슷한 반복의 순간이 수십, 수백 번 당신을 스쳐 갑니다.
그 어느 순간도 당신에게 남은 기억은 없었지만, 그 모든 걸 하야토가 겪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겪게 만든 것은, 스미레 당신입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호즈노미야 스미레:
=
…그래요.
그 목소리에 홀려서 당신은 하야토를 살리겠다며 수십, 수백 번의 시간을 돌렸습니다.
어떻게 이 모든 걸 기억 속에서 지워냈을까요.
다시 한번 장면이 넘어갑니다.
마을이 노을에 삼켜지는 순간, 그 진득한 주홍빛을 바라보던 그가 당신을 마주합니다.
당신은 곧 이어질 말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까지 듣고 싶지 않은,
아니 이대로 영영 나오지 않길 바라고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런 얄팍한 바람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건 꿈이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요.
쿠루타 하야토:잘 지내야 돼, 스미레.
돌고 돌아 다시 만난 그날의 끄트머리에서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하야토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뜹니다.
과거이자 미래의 기억을 떠올린 스미레,
호즈노미야 스미레:
지금 당장 하야토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그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이라고 스스로 말했는데.
호즈노미야 스미레:(끙....)
호즈노미야 스미레:킁...!
호즈노미야 스미레:
역시 익숙한 곳으로 가는 게 좋겠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그 아이와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호즈노미야 스미레:...!! 정자...!!!(파바밧)
당신이 바깥으로 나서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는지 아직까지 거리는 붉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아니 기억 속에서는 노을이 이곳을 집어삼킨다고 생각했는데요.
하야토와 이별한 그 자리에 서서 노을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깁니다. \
하야토와 스미레의 인연이 맺어진 곳.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건 아니지만 오직 둘만이 함께할 수 있어 하야토가 유독 좋아했던 곳.
그런 곳이라면 구태여 생각할 필요도, 망설일 필요도 없으니까요.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발끝에 겨우 매달려있습니다.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억지로 눌러 삼키고 내리 달려 학교 정문에 도착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멀게만 느껴져요.
호즈노미야 스미레:(후아압)(헥헥..)
얼굴에 방울방울 맺힌 땀을 훔쳐냅니다.
반쯤 열려있는 정문을 지나 뜀박질을 하던 걸음이 점차 느려지고 이내 멈추어 서면….
꼭 어제의 낮으로 돌아간 듯이 거짓말처럼 바람이 멈추고, 애정해 마지않는 이의 모습이 망막에 들어찹니다.
하이토가 아닙니다.
...
하야토예요.
실체가 흐릿하지만 분명 하야토입니다.
쿠루타 하야토:... 스미레?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마주한 하야토의 눈이 당혹스러움에 물드는 건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던 이에 가깝습니다.
하야토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당신 역시 이제 모든 것을 기억하잖아요.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의 죽음을 반복한 하야토의 모습을.
끝끝내 살려내지 못해 결국 하야토를 사라지게 만든 사람은 스미레, 당신이었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를 잃고 싶지 않아 이곳까지 무작정 왔지만 어쩌면 그건 당신의 욕심에 불과할 뿐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슬그머니 한 구석을 차지합니다.
쿠루타 하야토:(반사적으로 나간 한마디에 제 입 손으로 잠시 막는다.) ... 아, (어차피 나라는 존재까지도 잊었을 텐데.) ... 아무것도 아니야.
호즈노미야 스미레:(뜸)........하야토군...(몇 번 입을 달싹이다 결국은 너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쿠루타 하야토:(약간은 놀란 듯, 어쩌면 조금은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약간의 절망이 담긴 얼굴로 너를 가만히 쳐다본다.) ... ... ... 너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호즈노미야 스미레:(네 표정 변화를 보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살풋 웃는다)..제가 어떻게 하야토군 이름을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 기억할 걸요...!
쿠루타 하야토:(마주하던 시선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입꼬리만 살짝 올린다. 잠시간의 침묵 후에...) ... 거짓말. 스미레.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걸. 기억하는 것도 한순간일 수도 이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 제 눈을 똑바로 봐주세요..! 분명 하야토군이라면 제 얼굴만 봐도 거짓말인지 아닌지 바로 알 게 분명하다구요...(조심스레 손을 뻗어 네 손끝을 매만지며) 하야토군이 절망할 틈따윈 주지 않을 테니까... 희망만 가지고, 저를 믿어주면 안될까요..? 응..?(만지작..) 제가 하야토군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데.......(훌쩍..)
쿠루타 하야토:(네 말에 시선 살짝 들어 눈 마주친다. 잠시 멈춰있다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띄우고는) ... 그래, 네가 나를 떠올리지 못할 거라는 약속은 안 했지. 그래도 다른 기억까지 기억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네 손 끌어와 적당히 힘 주어 잡는다. ... 조금씩 떨릴지도 모르겠다.) 넌 영영 모르길 바랐어. 어쩌면 그건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니까.
저 말은 거짓말이 아닐 겁니다.
당신이 아는 하야토라면 홀로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갈지언정 당신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야토는 쓸쓸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다 말을 이어갑니다.
쿠루타 하야토:... 내가 죽은 뒤로 충격받은 너가 어떤 존재와 계약을 해 시간을 되돌렸어. 그게 수백 번이었고. 나도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오래되진 않았어. (잡고 있던 손에 힘 풀고는 마주한 얼굴 본 뒤 살짝 미소짓는다.) 나도 미래에서 시간을 되돌려 온 거나 다름이 없어서 현재 너가 떠올린 기억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불과해.
호즈노미야 스미레:...?(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힌 표정으로( 하야토군이 죽었다구요...?(끔뻑..) 제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몇 번이나 시간도 되돌리고...??(뜸.... 맞잡은 손에 힘이 풀린 것을 알자마자 다시금 힘을 주고 싶었으나 선뜻 힘을 주지 못했다.) 그러니까.... 저 때문에 하야토군이... 계속.....(입을 꾸욱 다물곤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다. 도무지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 듯)
쿠루타 하야토:(네 반응 보고는 히마리 없는 손 살짝 놓는다.) 그런 반응일 줄 알았어. 그래서 잊어주길 바랬던 것도 있고. (...) 근데 말했다시피 미래일 뿐이니까. '현재'에는 일어나지 않았잖아? (네 머리 위에 손 올리고 가볍게 헝클어트린다.) 그리고 괜찮아, 인마~ 뭐 이런 걸로 그러냐? 지난 일주일간 내가 사라졌던 이유가 사실 미래의 너가 죽어가는 날 살리기 위해 현재의 내 영혼을 훔쳤기 때문이야. 너도 너 나름대로 노력했다니까? 뭐, 고의로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고. 현재의 내가 사라지면서 미래의 나 역시 사라질 예정이었지만. 지금의 너가 혼자. 이 세계에서 나를 기억하고 있는 걸 알고, 기억을 지우기 위해 다시 나타난 거야. 주어진 시간은 이틀이었으니까... 지금이 정말 마지막이네. (머리 위에 뒀던 손 거두더니 뜸 들인 후에 품에 널 안는다.)
호즈노미야 스미레:하야토군.. 제가 상처받을까봐... 슬퍼할까봐 일부러 그렇게 아무렇지 않는다는 듯 말하는 건가요..? 아무리 현재가 아니라도 해도....(눈 질끈) 아하하,,, 지금의 저나, 미래의 저나.... 하야토군이 없는 호즈노미야 스미레는 한없이 연약한가봐요...(자조적인 웃음 흘리고) 하야토군은 제 나름대로의 노력이라고 말해주셨지만... 그 노력이 하야토군을 더욱 힘들고 괴롭게 만든 건 아닐까요...??(만약 그런 거라면 저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워질 거 같은데..... 너에게는 들리지 않게 제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가만히 네 품에 안긴다. 그리곤 두 팔을 네 허리에 꼬옥 감고..) ...마지막.....(말 끝 흐린다)
쿠루타 하야토:누가 그래? (네 볼 양 손으로 꾹 누른다.) 이렇게 못생긴 애한테는 그런 배려 안 해주거든. 바보야. (...) 나는 너를 약하게 키운 적이 없는데. 언제는 누구 덕분에 강해졌다고 하지 않았나? (이어지는 말에 빵 터져 웃는다. 한참이나 배 부여잡고 웃더니 눈물까지 훔치고는)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너니까 좋고 견딘거지. 너랑 만나고 난 뒤부터 힘들고 괴로웠던 적 한번도 없거든. (껴안은 상태로 작게 숨 내뱉는다.) ... 미안, 너가 나의 대한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앞으로 하이토를 포함한 다른 사람과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없어. 너가 나의 대한 기억을 지우면 하이토와 나만큼 깊어질 수 있고. 그리고 걔도 일단 내 일부로 만들어진 존재니까 너를 똑같이 소중히 여기고 있을 거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온전한 내가 될 수도 있고. (...) 그러니까 나는 잊어줄래?
호즈노미야 스미레:(우와앗) 그.그럼 저한테는 배려해준 거 맞네요..!! 저 귀엽잖아요....!(부끄러움 참고 일단 냅다 지른다) 아앗.....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저 혼자만의 착각.. 뭐 그런 거일 수도 있으니까...(꿍시렁... 배까지 부여잡고 웃는 너 뚱하게 쳐다본다... 끌어안은 허리 살짝 꼬집기까지~ 우씨! 나름 진지하게 물어본 건데! 역시 하야토군은 바보예요!!) .....흥, 진짜죠...?(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다시 네 품에 푹 안긴다.) ..저도요. 하야토군이 놀리기도 많이 놀리고 장난도 많이 쳤지만 단 한 순간도 싫었던 적은 없어요...!! 오히려 하야토군과 함께라서 저는 너무나 즐거웠어요..헤헤...(부비부비...) 있죠, 하야토군. 하야토군은 정말 제가 하야토군을 잊고 다른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만들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시나요? 하야토군이 아닌 하이토군과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관계가 되길 바라시는 건가요?(....) 그게 정말로 하야토군이 원하는 거라면,,, 제가 하야토군을 기억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하야토군을 힘들게 하는 거라면.... 저는 하야토군을 위해서 기꺼이 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이라도... 조금이라도 아니라면...(씁쓸한 웃음 짓고) 그러니 하야토군이 정말로 바라는 것. 솔직한 마음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쿠루타 하야토:아니라니까. 너 못생겼다고.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안 배웠냐. (큭큭 웃는다. 항상 장난칠 때마다 웃었던 것처럼.) ... 아니야. 호즈노미야 스미레. 내가 아는 걔는 엄청 강해졌을 걸. 나한테 대들기도 하고. (...) 그래, 엄청 강하지. (꼬집자 미간 약간 찌푸렸다가 네 양볼 쭈욱 늘린다.) 마지막까지 농담하는 남자는 재미없다~ 그래, 그래야지. 옳지. (... ... 예상치 못한 질문에 시선 떨군다. 약간은 씁쓸한 미소 띄우고는) ...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너무하잖아. 맞아, 너가 나 없이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라고 내가 미래에서 온 거니까. 힘들지는 않아. (... 어차피 나는 세상에서 사라질 텐데. 너가 힘들지 말라고 미래에서 온 것을...) 나를 위해 살지 말고 너를 위해 살란 말이야, 바보야. (허리 약간 숙여 이마 맞댄다.) 내 솔직한 마음? 음, 좋아해.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거야. (...) 그러니까, 음, (...) 그냥 난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호즈노미야 스미레:흥, 저 귀여운 척 한 적 없는데도요! 역시 귀엽게 보이는 게 맞았어..(중얼... 힐끗 쳐다보니 너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웃고 있다, 그 웃음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여느때처럼 즐거운 웃음을 흘리고 만다.) ...하야토군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하야토군이 인정해줄 만큼 강해졌다니... 누군진 몰라도 대단하네요 그 사람! 그치만 그 사람이 그렇게 강해진 것도 아마 하야토군 덕분일 거예요..~(제 볼이 쭈욱 늘려지는 와중에도 히히 웃는다. 지난 번 너가 제 눈 앞에서 마지막으로 인사할 때, 아무렇지 않게 웃었던 것처럼.) 흠, 하야토군이 잘못 알고 있는 게 몇 가지 있네요! 우선... 근래 제 행복은 모두 다 하야토군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 그리고 또.. 마지막까지 농담하는 남자는 재미없다 그랬지만~ 저는 하야토군의 그런 장난끼 넘치는 모습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 모습까지도 좋다는 점!(이마 맞댄 상태로 너 빤... 쳐다보는가 싶더니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대로 몇 초간 입 맞추곤...) ...하야토군은 자기가 모순적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저보고는 저를 위해 살라면서 항상 본인은 저를 위하면서! 그런 말 할 거면 본인부터 본인을 위해 살라구요..~!! (...) 있죠, 하야토군..~ 저도 하야토군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처음 제 마음을 전한 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리고 앞으로 기억하지 못할 하야토군까지도요.(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밝게 웃고 있으나 눈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하야토군이 제가 행복하길 원하니까... 비록 앞으로 하야토군이 제 옆에 없을지언정 저는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거예요..!! 그게 하야토군이 바라는 거고, 전 하야토군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으니까요...~!
쿠루타 하야토:(눈동자 데굴 굴린다.) ... 아니라니까. (절대 본인 입으로 귀엽다고 하진 않지만 반응을 봐서는... 강한 부정은 긍정의 뜻이라는 말도 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까지고 이 웃음들이 지워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뭐, 마지막까지 웃고 있으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만.) 그렇지. 내가 아무나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고. (...) 자기 스스로 칭찬하는 거야? 어이없네. 귀여우니까 봐준다. (정말... 항상 말하는 것처럼 바보같다고 해야 할지... 이런 점이 싫지 않지만. 아니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 예쁜 말 한다고 안 봐줄 건데. (...) 참나... 놀리지 말라고 투정부릴 때는 언제고?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 들린다.) 그래~ 나는 공부를 안 해서 그런가 머리가 잘 안 굴러가네~ (입 맞춰지면 잠시 눈 깜빡거리다가 눈동자 데구르르 굴러간다. 그에 맞춰 귀만 붉게 올라와서는) ... 내가 언제 너를 위했다고 그래? 나 좋으라고 하는 거다. 나 좋으라고. (슬... 입꼬리만 살짝 올리더니 이번에는 헝클어트리는게 아닌, 가볍게 쓰다듬어준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나도 마찬가지야. (...) 아, 이런 말 진짜 못 하는데. 미치겠네. (쑥쓰러운지 제 머리 탈탈 털고는 너 힐끔 본다. 손바닥으로 네 눈두덩이 천천히 꾹 눌러주더니) 말 잘 들으니까 좋네. (...) 그래도 네 자유니까. 잊고 싶지 않다면 잊지 않아도 돼. 잊어도 돼고. 어떡할래. 스미레.
호즈노미야 스미레:아니긴 무슨...~~ 좋아하면 닮는다더니 하야토군도 저 닮아가고 있는 건가? 표정에서 티나요!!(대담한 발언.) 헤헤, 역시~ 제가 귀여워서 다행이에요! 하야토군이 봐주기도 하구~(다른 사람이었다면 결코 안 봐줬을 거란 걸 알기에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겠지?) 흠... 이왕 아까도 봐준 거 이번에도 봐주면 안돼요? 하야토군 말대로 저 예쁜 말도 잔뜩 했는데! 그리고 사소한 것들은 그냥 넘겨버리자구요..~~(그대로 네 옆에 찰싹 들러붙어 찬찬히 너를 눈에 담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장난끼가 서린 웃음을 지은 너를, 제가 입 맞추자 드물게 부끄러워하는 너를 하나도 빠짐없이. 너의 손으로 제 시야가 가려지기 직전까지 너의 모습만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이것봐요.. 마지막까지 제 자유라면서 안 잊어도 된다고 하고~ 역시 하야토군도 바보야.. 이러면서 날 위한 게 아니래! (작게 웃음 터뜨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이미 선택을 끝냈어요 하야토군. 하야토군을 위해서, 또 저의 행복을 위해서... 네. (느릿하게 고개 끄덕인다) ....하야토군!! 진짜진짜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너~~무 좋아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하야토군을 잊는다 해도 제 평생에 있어서 최고로 좋아한 사람은 하야토군 뿐이니까!! 알겠죠? 제가 기억 못하는 대신.. 하야토군은 꼭 기억해주셔야 해요..!(비록 사라진다고 했지만....)
....
하야토가 원해서든,
그 모든 기억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든,
당신은 하야토를 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당신의 선택이 원망스럽지도 않은지, 하야토의 얼굴에는 미약한 미소만이 걸려있습니다.
쿠루타 하야토:사람에게는 무수히 많은 생이 있다고 해. 시간이 흘러 잊힌 모든 생에서 너를 만났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조곤조곤 이어지는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사그라들 것 같은 촛불과도 같습니다.
바람에 미약하게 흔들리던 잔가지도 그의 마지막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소리를 죽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세상은 고요하고, 붉은색과 주홍색을 섞어 풀어놓은 듯한 아름다운 하늘이 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달리 초록빛이 여전한 나무의 그늘에 흐려져 가는 하나의 그림자.
일주일만의 만남은 가장 잔인한 이별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이후에 시간이 지나도,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일지 알 수 없겠죠.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비록 하야토를 잊는다 하여도 어쩌면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작은 욕심을 내보는 것뿐입니다.
당신과 그는 고작 기억이 사라진다 하여 풀릴 인연이 아닐 테니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아...)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귀쫑긋!)


기준치: | 65/32/13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


학교...!!!!!!!(벌떡!)


다들 늦게 일어난 건가..ㅇㅁㅇ?(두리번)

기준치: | 55/27/11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느긋..~느긋..)






기준치: | 65/32/13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훌쩍........)







(다시 우울..........)









....에?


어라라.....(꿈뻑..)
(제 볼 꼬집)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눈부빗...)

수상할 정도로 닮았는데...ㅡㅡ...





기준치: | 55/27/11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손 꼼지락..)



(떨어진 물건 주섬주섬..)


기준치: | 65/32/13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하...................?)

(괜히 종이 이리저리 살펴보며)





확인을 먼저 해야 해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곰곰...)

하야토군이 말하는 그곳이라면.. 정자가 맞을 거예요!(반짝)









(아쉽...)










기준치: | 65/32/13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어디보는거지...)
(안보여.................)

너 매점도 안 갔을 것 같아서 빵 사다 놨어. 가서 먹자.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으앙)



맛있겠다....





(옆자리 힐끔..)
...(하이토 힐끔...)
(콕콕...)




기준치: | 65/32/13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끙)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전 멍청인가봐요... . . .. . )


설마 하야토군...?!!
(자신을 부르는 게 하야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선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눈부빗)

기준치: | 54/27/10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학교 끝나고 도서관...(중얼)






아나?

하야토군..!!

기준치: | 55/27/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히죽...)
(큼)
(다시 입꼬리 씰룩...)
...!!(표정관리!!) (핫)


(고개 휙휙 저으며 정신 차리고는) 제일 중요한 걸 까먹을 뻔 했네요..!! 하야토군...(뜸) 아까 점심시간에도 그렇고.. 요근래에도 그렇고 대체 어디에 갔었던 거예요..? 저 진짜 너어무 걱정돼서.......(울적.......)












잘 지내야 돼, 스미레.

기준치: | 65/32/13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훌찌락.......)


(기지개 쭈우욱)
읏챠. 어제 일찍 자서 그런가? 완전.. 상쾌한 아침...!!
(잠 잘 자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 잘 잔 거 보니까 꿈도 안 꾸고 푹 잔 거 같은데.. 헤헤. 아니면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중얼중얼)

(가벼운 발걸음을 현관문을 나선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전에도 똑같은 대화 해본 적 있나..?(갸웃)
(곰곰...)











기준치: | 55/27/11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오잉)




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드디어!!!!!!!!!!)


기준치: | 65/32/13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4/27/10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가 분명 책을 들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거 있죠...?














기준치: | 55/27/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하이토군..은 아메리카노는 안 좋아하죠..?










그래도 괜찮아요..! 잔짜....!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며) 아...! 네..! 당연하죠!

기준치: | 55/27/11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야호)

기준치: | 54/27/10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안도이애)








무슨 일 있으면 말해줘. 걱정되니까.




기준치: | 53/26/10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으앙....)

rolling 1d3
(
)
3
3


기준치: | 50/25/10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하야토군을 어디에서 찾아야....
(훌쩍..)
하야토군 어디 있는 거예요오...킁....
같이 갔던 장소들을 다 들러봐야 하나...?
정자라도...........(혼자 열심히 중얼중얼)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야호!!!!)








기억하는 것도 한순간일 수도 있어. (...) 괜한 희망 품었다가 더 절망하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없는 게 나았을 텐데.













...
그래서, 나는. 이번 생에서 너를 만난 게 운명 같아. 다행이야,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