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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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후 프로젝트의 첫 진입 날입니다.
 
본격적 진입 전,
 
당신은 작전 확인을 위해 대회의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방 앞에 도착하면,
 
한제국이 당신을 기다리는 듯 문 앞에 서 있습니다.
 
한제국:늦었네.
 
데일:너가 너무 빨리 온 거 아니고?
 
한제국:그런가? 얼른 들어가자.
 
대회의실의 문이 열립니다.
 
그 안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지휘관인 백난새가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백난새:안녕하세요, 여러분. 기다렸답니다. 바로 브리핑을 시작해볼까요?
 
당신과 한제국이 준비된 의자에 앉는 것과 동시에,
 
눈앞의 작은 로봇이 허공에 빛을 쏘아 홀로그램 화면을 띄웁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빈민촌의 모습이었습니다.
 
낡은 집, 해진 옷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백난새:프로젝트 장소는 이곳, 뉴욕주 외곽에 위치한 작은 빈민촌이에요.
약 백 명 남짓의 일반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작은 마을 뒤로 거대한 산이 위치한 곳이죠.
문화와 거의 단절된 곳이라, 주민들의 생활 수준 또한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어요. 마치 농경사회의 부족 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해요.
 
…뉴욕에 빈민촌?
 
다른 도시도 아니고,
 
현대 문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에 이런 빈민촌이 존재할 줄이야,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접하며 빠르게 홀로그램을 훑습니다.
 
지휘관의 말과 같이,
 
뉴욕에 위치한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이후 빠르게 화면이 전환됩니다.
 
백난새:이 작은 마을이 작전 장소로 지정된 이유는… 이 미허가 연구소 때문이랍니다.
아직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부에서 내놓은 가설이 있어요.
이 연구소에서, 크리쳐를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라는.
 
흠.
 
백난새:이건 불시 점검을 했을 때의 사진이에요.
대부분의 자료와 샘플은 소실된 상태였지만, 그들이 불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 크리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발견했거든요.
내용의 대부분이 소실되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되기는 충분하죠. 그보다…
 
홀로그램에 그려진 작은 건물,
 
그 뒤로 쏟아지는 여러 서류,
 
각종 약물 등의 사진.
 
정말 저들이 이 마을에서 크리쳐를 만들어내고 있던 건지,
 
믿기 힘든 내용들이 담긴 홀로그램이 꺼지고,
 
영상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CRA 대원들이 마을에 진입하는 것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연구소가 있는 산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찍힌 영상입니다.
 
누군가...
 
준비해, 라는 말 같은 걸 외친 것 같기도 합니다.
 
인류의 승리가 눈앞이라 했습니다.
 
대부분의 크리쳐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다며 자축하는 말이 여럿 들려왔었습니다.
 
그러나,
 
당신 앞에 보이는 광경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크리쳐들의 무리.
 
수없이 많은 크리쳐가 쏟아져 나와 대원들의 앞을 막아섭니다.
 
이후, 비슷한 영상이 두어 개 더 재생됩니다.
 
내용은 비슷합니다.
 
대원들의 등장과 동시에 조용하고 아무도 없던 마을에 갑작스레 크리쳐가 나타나고,
 
그들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덮쳐옵니다.
 
그리고…
 
크리쳐가 진을 치고 있는 곳,
 
그 사이를 거치고 빠져나가는 몇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들은 어째서 크리쳐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요?
 
백난새:어때요, 놀랍지 않나요?
크리쳐가 대원들을 공격하는 사이에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을 간다는 사실이.
상부는 이 영상들을 확보한 뒤 그들이 크리쳐를 만들어내 방패로 이용하며 검거되기 전에 자료를 파기하거나, 산으로 대피하는 거라는 판단을 내렸답니다.
 
확실히, 놀랄 수 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백난새:그 말은 즉, 이 빈민촌의 주민 전원이 연구에 동참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 때문에 전 주민의 정신 이상, 마약 투여 여부도 확인하고자 해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마을 내의 크리쳐를 모두 처치하고, 숨겨진 자료까지 찾아내 연구소 조사를 마무리 한 뒤 주민들의 처분을 결정하는 거랍니다.
전부 이해하셨나요?
 
허공에 띄워져 있던 홀로그램이 꺼지고,
 
화면이 사라집니다.
 
만들어진 크리쳐, 어쩌면 크리쳐의 근원지.
 
마을의 잔상만이 남아 떠오릅니다.
 
옆에 앉아있던 한제국은 지휘관에게 질문을 건넵니다.
 
한제국:이번에도 시체는 전부 회수하나요?
 
시체를 회수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여태까지의 작전 중 시체를 회수했던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를 묻는 한제국은 여태 크리쳐의 시체를 전부 회수했던 걸까요?
 
데일:(쟤는 뭔 헛소리야)
 
생각하던 중,
 
지휘관의 시선이 잠시 당신의 얼굴에 닿았던 것 같습니다.
 
백난새:네, 시체는 전부 회수해 가져와 주세요.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시선은 한제국을 향합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체회수라, 당신이 CRA에 들어온 후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작업입니다.
 
전투가 끝나면 곧바로 떠나고는 했죠.
 
게다가 저 마을이 정말로 크리쳐들의 근원지라면…
 
작전이 성공한 뒤에는 필요 없는 일 아닌가요?
 
의문이 들었지만, 한제국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백난새:따로 질문이 없다면 이만하도록 할까요.
곧바로 출전 준비를 마치고 내려와 주세요.
 
데일:(...) 네. (까라면 까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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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익숙하게 여러 장비를 갖춥니다.
 
귀에 꽂을 작은 무전기, 총기, 제복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눈을 떴다, 감으면,
 
어느새 커다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헬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빈민촌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겠죠.
 
제복을 입은 한제국이 먼저 헬기에 올라타고, 장비를 착용합니다.
 
당신 또한 헬기 위에 올라탑니다.
 
귀에 꽂은 무전기를 타고,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데일:이상 없습니다.
 
짧은 대답이 오가고, 헬기의 문이 닫힙니다.
 
거칠게 바람이 갈리는 소리 끝에 브리핑이 덧붙습니다.
 
등장과 동시에 나타나는 크리쳐,
 
크리쳐를 방패로 세워둔 후 조사를 피해 달아나는 주민들,
 
크리쳐를 만들어내는 연구소, 그리고…
 
크리쳐가 점점 사라져가는 세계 속에서 가장 많은 크리쳐를 가지고 있는 마을.
 
부디 무사히 돌아오기를,
 
무전이 완전히 끝난 후에 헬기가 날아오릅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하늘을 찌를 듯 드높은 빌딩과 불빛,
 
아마 그 아래를 거닐며 CRA의 보호 아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점점 빌딩이 낮아지고,
 
불빛이 사라지면…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허름한 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뉴욕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브리핑을 들으며 느꼈던 의문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갑니다.
 
개척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아니,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갈라진 땅과 비어있는 건물들.
 
한없이 낮은 곳에 있는 낡은 존재들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생각에 빠져있던 중,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상공에 떠 있는 초소형 드론으로 현 상황을 관찰한다고 했었나요.
 
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과 함께, 헬기의 문이 열립니다.
 
마을로 진입하기 직전,
 
마을 입구에 펼쳐진 거대하고 메마른 땅 위.
 
열린 문을 넘어 땅 위에 발을 내디디면,
 
조금은 떨어진 곳에 허름한 건물이 모인 마을 하나가 보입니다.
 
저곳으로 이동하면 되는 거겠죠.
 
그리 생각하며 총을 드는 순간…
 
베리타스:누구야?
 
검고 긴 머리카락을 붉은 리본으로 묶고 땋은,
 
해진 옷을 입은 작은 여자아이가 천천히 걸어오다 당신과 한제국의 복장,
 
리고 총까지, 느릿하게 내리훑습니다.
 
당신은 의아함에 가득찹니다.
 
한제국을 바라보면, 그 역시도 당황한 듯항 표정입니다.
 
베리타스:CRA에서 나왔지?
 
이상하게도 경멸의 눈초리를 가득 담은 아이는 대답조차 듣지 않고 등을 돌립니다.
 
이내 미친 듯이 마을로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쉴 새 없이 내뱉으며 달립니다.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던 그 순간, 아이의 품에 들어간 손이 무언가를…
 
데일: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모컨인가요?
 
붉은 버튼이 하나 달린 리모컨입니다.
 
아이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몇몇 주택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 영상에서 본 광경과 같습니다.
 
CRA의 등장과 동시에 미친 듯이 마을 뒤편의 산, 연구소로 도망치는 주민들.
 
그 후에는…
 
어느새 당신의 눈앞에 나타난 크리쳐.
 
눈앞에도, 당신의 옆에도, 그 뒤에도
 
마치 당신과 한제국이 찾아올 거라는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나타나 당신과 그를 에워쌉니다.
 
…에워싼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브리핑의 한 조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연관을 지어야 할지, 머리가 아픕니다.
 
당장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일까요?
 
사방에서 당신을 조여드는 크리쳐가 역겨운 점액질을 흘리며 다가옵니다.
 
그들의 얼굴, 아니, 뇌에서는 무언가 질척거리는 액체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반대편에 있는 크리쳐를 돌아보면,
 
근육이 드러난 채, 그 속에 파묻힌 하얀 뼈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스무 개, 그러나 발가락은 없습니다.
 
찢어진 살갗 사이로 녹색의 액체가 징그럽게도 흘러내립니다.
 
얼굴부터 목, 어깨까지 보랏빛의 입술로 뒤덮인 한 크리쳐가 비명을 내지릅니다.
 
그와 동시에 한제국은 익숙한 얼굴로 자신의 곁에 빛무리를 뿜어냅니다.
 
한제국:전투 준비해야지. CRA 최고의 정예 대원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안 겪어본 것도 아니잖아?
 
물론입니다.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당신은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인 만큼,
 
이런 전투에 홀로 내던져진 적은 없었으니까요.
 
한제국의 주변에 흩어진 빛은 점차 무기가 되어 떠오릅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대포를 두른 탱크와도 같습니다.
 
그래요, 최후의 이능력자가 곁에 있는 이상,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
 
총을 겨누고, 매와 같은 눈이 사방을 훑습니다.
 
크리쳐 무리는 동서남북에 모여있습니다.
 
각 턴마다 그 중 한구역을 골라 공격할 수 있습니다.
 
동쪽 크리쳐 집단 체력 78
 
서쪽 크리쳐 집단 체력 3
 
남쪽 크리쳐 집단 체력 92
 
북쪽 크리쳐 집단 체력 21
 
공격순서는 한제국-데일-크리쳐 순입니다.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4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3
(남쪽 크리쳐 향해 번개 내리칩니다.)
 
남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29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7
(장전하고 동쪽 크리쳐 쪽으로 발포한다.)
 
동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61
 
크리쳐 공격
 
크리쳐:
공격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공격 무효
 
한제국 공격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9
(동쪽 크리쳐 향해 화염공격 날립니다)
 
동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0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남쪽 크리쳐 집단에 발포한다.) 물 만난 물고기 납셨구만...
 
남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17
 
크리쳐:
공격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북쪽 크리쳐 집단, 데일 공격합니다)
 
데일 체력 감소-2
 
크리쳐가 괴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무언가를 쏟아냅니다.
 
그 날카로운 움직임 끝에…
 
저게 뭔가요, 가루인가요?
 
인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가루가 당신의 호흡기를 타고 몸 안으로 넘어옵니다.
 
한제국:뭐야? 이거.
 
데일:(콜록) 내가 어떻게 알아.
 
한제국:혹시 모르니까 입 막고 있어.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4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54
(북쪽 크리쳐 집단 향해 독 쏘아올린다)
 
북쪽 크리쳐 집단, 낭믄 체력 0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3
(남쪽 크리쳐 집단 향해 총 쏜다.)
 
남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0
 
크리쳐:
공격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쪽 크리쳐, 최후의 발악하듯 데일과 한제국 둘에게 공격 날립니다)
 
데일, 한제국 체력 감소-1
 
낫이 매달린 팔이 채찍처럼 당신을 향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몸 뒤로 무언가가 흘러들어옵니다.
 
조금 전 본 가루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가루로 뒤덮이기라도 한 마냥 조금은 뿌연 모양새입니다.
 
이런 게 가능한가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전투니까요.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1
시발... 별 것도 아닌 새끼들이. (그대로 서쪽 크리쳐 향해 총 발포한다.)
 
서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0
 
마을의 앞,
 
메마른 땅의 틈으로 크리쳐의 녹색, 보라색 피가 섞여 흐릅니다.
 
찢어지고, 갈라진 시체들이 너절히도 널려있습니다.
 
당신은 숨을 몰아쉽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조금 떨어져 있던 한제국이 녹빛 점액질로 범벅이 된 채로 천천히 당신 쪽으로 걸어옵니다.
 
그는 자신이 짓밟고 넘어온 크리쳐의 팔 하나를 들어 올립니다.
 
심해 생물처럼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는 것이,
 
역시 크리쳐는 역겨운 존재라는 인식만 더더욱 강해질 뿐입니다.
 
…그나저나, 정말 이렇게나 많은 시체를 전부 회수하려는 걸까요.
 
한제국이 손을 한 번 휘두르면, 몇 시체가 떠오르며 끈적이는 피를 허공에 흩뿌립니다.
 
무전기에서 지휘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어차피 이렇게 많은 시체를 단 하루 만에 전부 치우지는 못할 거라는 확신이었을까요
 
지휘관의 말에 허공에 떠오르던 시체들이 전부 바닥을 향합니다.
 
…신의 축복,
 
그중에서도 최강, 최후의 축복을 받은 자.
 
.
 
.
 
.
 
곧이어 하늘 위를 커다란 쇳덩어리가 오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헬기가 도착한 모양이네요.
 
자리에서 조금 물러나 기다리면,
 
피범벅이 된 땅 위로 헬기가 착륙해 문을 엽니다.
 
최후의 프로젝트라 불리는 그것은,
 
최후의 이능력자와 함께라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피로함에 눈을 감았습니다.
 
본부로 돌아온 당신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상관들을 몇몇 만나기는 했지만..
 
피로한 나머지 형식적인 인사만 건네고는 그들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깁니다.
 
방으로 들어온 당신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였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한제국이 서있습니다.
 
아마 지휘관을 만나고 오는 길인 듯한 모양입니다.
 
오늘 할일도 끝난데다가..
 
옆방을 쓰고 있는 그가 난데없이 당신의 방에 들이닥친 것에 의문을 가집니다.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얘기합니다.
 
한제국:오늘 수고많았어. 내일도.. 수고해야할 것 같네.
 
데일:(의아하게 보다가 얼굴 살짝 구긴다.) 갑자기 웬 격려야? 죽을 때가 됐나 보지. (뜸) 그래, 너도 뭐... 수고했다. 내일도 수고하고.
 
한제국:(네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와 살짝 걸터앉고는) 그러게. 죽을 때가 됐나보다. 어때? 몸은 좀 괜찮고? 아까 그 새끼들이 이상한걸 뿌리던데. 듣도보도 못한.. (인상 찡그리며)
 
데일:남의 침대에 함부로 앉고 지랄이야. (발로 네 등 꾹꾹 누른다.) 허... 황천길 건너기 전에 꼭 말해. 구경이나 가게. 조금 피곤한 것만 빼면 괜찮은 것 같긴 한데 (...) 니 몸이나 신경 써. 최후의 이능력자 께서 뒤져버리면 세상은 누가 지켜.
 
한제국:(제 등 누르는 발에 한손으로 발목 잡아챘다.) 혹시라도 이상 있으면 말해라. 크리쳐를 방패로 쓰는 미친 놈들이.. 또 무슨 이상한걸 만들었을지 모르니까. 무엇보다 거기 터가 안좋아. (인상은 여전히 구긴채, 짐짓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세상 따위. 멸망이나 하라지. (ㅋ)
 
데일:(신경질 내듯 발길질하고) 어련하시겠어. (확실히 좋은 터는 아니지. 이어지는 말 듣고 미간 좁히고 혀 한 번 찬다.) CRA 대원이라는 놈이 이러니까 크리쳐 새끼들도 날뛰지. (한참을 한심하게 바라보고는 묻는다.) 시체 처리한다는 건 뭔 말이야? 지금까지는 그냥 놔뒀는데.
 
한제국:(아야. 맞은 곳 괜히 부여잡고는) CRA 대원이라고 다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혀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피식 웃으며 대꾸한다) 아, 그거? 나도 몰라. 연구한다고 그러던데.. 뭐, 그 노인네들 생각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더니 네 허벅지 몇번 토닥이고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데일:(쌤통이다.) 그래, 너 또라이에 미친놈이다. 잘났어 아주. (뭘 쪼개는 건지... 어이없다는 눈초리로 힐끗 본다.) ... 연구? (...) 또 뭔 헛짓거리를 하려고... 하, 됐다. (움찔. 얼굴에 핏대 세우고 뒤에 있던 베개나 던진다.) 변태 새끼가 어딜 만져. 꺼져!!
 
한제국:너한테서 그런 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색다르네. (연구에 대해서는 저도 들은게 별로 없다며 그저 어깨 한번 으쓱이고 만다.) 변태라니. 잘자라고 그런건데. (제게로 날라오는 베개 탁 잡고는 탈탈 털어 다시 던져준다. 베고 잠이나 자라는 듯.) 얼른 자라. 내일은 늦지말고.
 
그렇게 그는 방을 나섭니다.
 
조용해진 방에, 당신은 억지로 잠을 청합니다.
 
내일 역시 임무가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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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눈을 깜빡입니다.
 
감으면 어둠, 뜨면 지휘관과 한제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긴 전투 후, 어제는 종일 침대 위에 있었습니다.
 
회복이 끝났으니 오늘은 시체를 회수할 예정이던가요.
 
전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군장을 갖춘 채로 익숙한 헬기의 앞에 섭니다.
 
지휘관이 당신과 한제국을 번갈아 보고는 인사를 건넵니다.
 
백난새:오늘은 긴 전투가 있었던 만큼 직접적인 대전은 피하고, 빠르게 시체만 회수하는 거로 상부에서 결정이 났답니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위해 군장을 갖추라 명한 거지만요. 하지만, 체력 관리보다는…
두 사람, 지난 전투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이상한 점… 이라,
 
지휘관의 말에 짧게 생각에 잠깁니다.
 
인류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CRA를 혐오하며 도망친 아이,
 
그와 함께 도망치던 주민들, 전술이라도 짠 것처럼 구성된 대형,
 
그 크리쳐가 수없이 많았다는 점…일까요?
 
어느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것이…
 
데일:지휘관님이 영상으로 보여주셨잖습니까. 보여주신 그대로였습니다.
(한제국한테 시선 잠깐 갔다가 다시 지휘관 보고) ... 전투 도중에 크리쳐가 이상한 가루를 내뿜긴 했습니다. 행동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당신의 말에 옆에 있던 한제국 역시 고개를 끄덕입니다.
 
백난새:다행이에요. 그 가루에 대해서는… 지금 조사 중이니까요. 이번 회수가 끝나고, 브리핑을 한 번 더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때 뵐게요. 그럼.
 
그는 가볍게 경례하고, 천천히 멀어집니다.
 
이어 한제국과 당신이 헬기에 오르고, 곧 작은 창 너머로 익숙한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익숙한 건물, 환한 불빛,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들어온 곳은 익숙한 빈민촌입니다.
 
헬기를 타고 이동함에도 꽤 시간이 걸릴 텐데,
 
왠지 순식간에 와버린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또다시 문이 열리고, 발을 내린 곳은…
 
낮게도 깔린 허름한 집,
 
그 뒤를 가득 메운 숲이 빼곡한 산,
 
그 위를 이은 하늘의 별바다.
 
당신이 알고 있던 뉴욕과는 공기조차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 풍경만큼은 아름답다고, 안일한 생각을 했을까요.
 
당신의 발끝에 닿는 것은,
 
애석하게도 땅 위에 말라붙은 채로 굳어버린 피입니다.
 
그야 크리쳐와의 전투가 있던 곳이니…
 
아니, 이건…
 
무언가 이상합니다.
 
데일:(기시감에 몸 낮추고 바닥 살핀다.)
 
당신이 바닥의 피를 살펴보면...
 
크리쳐의 사지를 베어낼 때마다 흐르던 것은 녹색, 보라색의 피였습니다.
 
떨어지는 신체 아닌 신체마저도 모두 그 색으로 물들었었는데…
 
이건 무슨 상황이죠?
 
탁한 붉은 색의 피가 가득한 이곳은 마치…
 
괴물이 아닌 사람이 학살당한 현장 같습니다.
 
곳곳에 떨어진 살점과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핏덩어리들,
 
몇 조각난 신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때, 몸을 낮추고 있던 당신의 어깨를 한제국이 툭 칩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면...
 
그는 저 멀리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깁니다.
 
당신과 한제국이 있는 곳 주변은..
 
수많은 크리쳐가 등장했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깔끔해졌으나,
 
저쪽 구석에 땅 위를 덮은 여러 개의 천이 보입니다.
 
침묵이 이어지는 것도 잠시,
 
한제국과 당신은 숨죽인 걸음을 옮깁니다.
 
땅에 남은 탄피와 한제국이 사용하던 이능력의 잔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긁히고 갈라진 땅, 어딘가는 겨우 피어오른 식물이 타버린 상태이기도 합니다.
 
잠시 뒤, 천의 앞에 도달해 마주한 광경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마치 영안실에 들어가기 전,
 
생을 다한 사람에게 예우를 갖추는 듯한 모양새.
 
까맣게 물든 ‘사람’의 발끝을 제외한 모든 것을 깔끔히 덮은 하얀 천과 마주합니다.
 
두 구의 시체입니다.
 
채 가리지 못한 발을 제외한 모든 몸을 덮은 천은…
 
절대 환각이 아닙니다.
 
데일:... 야, 나만 사람으로 보이는 거 아니지. (여기 누워있는 사람이 어제 총으로 쐈던 크리쳐라는 사실은 없지만... 아주 혹시, 만약에라도 맞다면 총상이라도 있겠지.)(천 걷는다.)
 
당신의 당황섞인 말에도 한제국은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천을 걷어냅니다.
 
분명 사람의 시체를 덮고 있는 기다란 천입니다.
 
헤진 곳 너머로 발과 같이 까맣게 물든 몸이 보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불에 그을린 듯,
 
까맣게 타버린 사람의 시체 여러 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체1 과 시체2 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데일:(인상 찌푸리고 시체 1 확인한다.)
 
 시체 1
 
당신은 시체를 살펴봅니다.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생각만 스쳐 갑니다.
 
시체의 머리가 눈에 띄고,
 
그 주변에 자리한 것들이 보입니다.
 
데일:(시체 머리 쪽으로 시선 옮긴다.)
 
 머리
 
강력한 무언가에 의해 충격을 받은 듯 볼품없이 뭉개진 모습입니다.
 
머리카락이 있었던 것 같지만,
 
불에 타버린 듯 어딘가는 짧고 어딘가는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데일:(...)(주변도 살펴본다.)
 
 주변
 
땅을 긁고 지나간 총탄의 흔적과 흩어진 탄피가 여전합니다.
 
피로 인해 지워진 몇 발자국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으로는…
 
벼락이라도 내리친 것처럼 전신이 아닌 땅에도 탄 자국이 즐비합니다.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건… 정예 대원인 당신이라면 매우 익숙한 것입니다.
 
그야, 당신이 사용하는 총에 넣는 것과 동일한 것이니까요.
 
데일:... 망할. (주먹 꽉 쥐고 시체 2 확인한다.)
 
 시체 2
 
당신은 옆의 시체를 살펴봅니다.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생각만 스칩니다.
 
시체의 얼굴이 눈에 띄고…
 
특히, 복부가 뚫려있습니다.
 
다리 또한 발목이 반쯤 끊어져 넝마가 되어 늘어져 있습니다.
 
데일:(시체 얼굴 살펴본다.)
 
 얼굴
 
타버린 피부 조각 사이로 크게 뜨인 눈이 드러납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신의 힘과 마주하기라도 한 듯,
 
엄청난 고통에 짓눌린 것으로 보이는 표정입니다.
 
그는 어떤 감각을 느낀 걸까요.
 
데일:(복부 살핀다.)
 
 복부
 
이질적으로 뚫린 채 비어있는 복부의 모습입니다.
 
곳곳에 총탄에 스친 흔적이 즐비합니다.
 
내장은 치우기라도 한 듯 보이지 않으나,
 
일부 조각이 붙어 남아있습니다.
 
폭탄이라도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일:(다리 확인한다.)
 
 다리
 
정말 이걸 다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기저기 녹아 흘러내린 근육과 피부, 부러진 뼈가 눈에 들어옵니다.
 
발목 부근에 총알이 박혀, 아무래도 움직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독, 산성이 있는 무언가를 사용한 것 같은데.
 
이건 분명히…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과 한제국이 한 것입니다.
 
당신이 무자비하게 난사했던 총알의 흔적,
 
한제국이 구현하던 불, 번개, 독, 이어서 폭파까지.
 
당신과 그가 저지른 일이 분명합니다.
 
…당신이 죽인 것은 분명 크리쳐였는데,
 
어째서 ‘사람’이, 당신과 한제국에 의해 죽어있는 거죠?
 
크리쳐는 만들어진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원이…
 
데일: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한제국을 돌아보면,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습니다.
 
이상합니다.
 
그 또한 어제 죽인 것이 크리쳐라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그는 충격을 받지 않은 건가요?
 
베리타스:…누구야?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어제 보았던 그 아이가.
 
한제국은 아이를 보는 것과 동시에 뛰쳐나가 아이를 붙잡습니다.
 
접전이 있었던 구역에 들어온 수상한 아이,
 
군인이라면 붙잡는 것이 당연한 행동이겠죠.
 
아이는 원망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과 한제국을 번갈아 봅니다.
 
그가 아이를 붙잡고 있는 사이,
 
저 멀리에서 차량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체 회수를 위한 차량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하얀색에, CRA의 로고가 크게 박힌 거대 트럭 여러 대.
 
…아이는 그 트럭을 보고는 당신을 더욱더 강렬하게 노려봅니다.
 
그 시선에는 살기가 돕니다.
 
곧이어 한제국의 손에 붙잡힌 채로 비명에 가깝게 소리를 지릅니다.
 
베리타스:살인자들! 너희 같은 놈들이 어째서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떠들고 다니는 거야!
괴물들, 크리쳐는 너희들이야! 데려가지 마, 데려가지 말라고 해!
장례를 치러야만 해, 그러니까 데려가지 마!
 
한제국:하... 아무래도 돌려보내야겠어. 수상하긴 하지만, CRA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데일:일단 애는 보내.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 더 울리니까. (...) 너도 눈이 있으면 보일 거 아니야. 크리쳐 아니고 사람인 거, 알고 있었어?
 
한제국:(고개 한번 끄덕이고는) 아까부터 뭔 소리야. (표정 없이 널 쳐다보다 이내 시선 돌린다.)
 
한제국은 뒤돌아 아이의 등을 밀어줍니다.
 
곧 아이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CRA의 대원을 보고는 달아나듯이 달립니다.
 
마지막으로 본 아이의 얼굴은 두려움과 함께 분노, 원망, 어쩌면 슬픔까지.
 
여러 감정이 점철된 표정이었습니다.
 
아이가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
 
CRA의 사람들이 나타나 말 한마디 없이, 태연자약한 얼굴로 시체를 옮깁니다.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언가 이상합니다.
 
저들 또한 어제 전투를 벌인 것들이 크리쳐라 알고 있을 텐데.
 
그들이 옮기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람입니다.
 
한제국의 애매오호한 말도 그렇고.
 
혼란스러운 것 투성입니다.
 
군인이 사람을 죽인 것에 책임 하나 묻지 않는 건가요?
 
그때,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모양인지,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딘가 힘이 빠진 것 같은 지휘관의 말입니다.
 
헬기에 올라타고, 빈민촌에서 빠져나옵니다.
 
창 너머를 바라보면 어느새 새카만 하늘 속,
 
현란한 불빛이 형형히 빛나고 있습니다.
 
문이 열리면, 굳은 얼굴의 지휘관이 그 앞에 서 있습니다.
 
백난새:…걱정했어요. 혹시 같이 약 때문에 정신에 영향이 가는 건 아닐까, 했거든요.
간단한 결과가 나왔어요. 그 약은… 마약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니… 감히 어린 아이마저 CRA에게 살인자라 부르는 것이겠죠.
 
마약이라니,
 
백난새:게다가, 그 시체… 설마하니, 정말 사람을 자원으로 크리쳐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근 몇 년간 등장한 크리쳐들이 전부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던 것도…
검사 결과가 나온 후에, 대회의실에서 말씀드릴게요.
 
놀란 얼굴의 지휘관은 빠르게 말을 늘어놓다 이마를 쥡니다.
 
고개를 저은 그는 당신과 한제국에게 우선 휴식하라 말하고는 먼저 등을 돌려 돌아갑니다.
 
한제국:이상하네, 저게 저렇게까지 반응할 일이던가.
 
지휘관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한제국이 별안간 이상한 말을 뱉습니다.
 
데일:너도 만만치 않게 이상한 거 알아? 아까부터 뭔 소릴 하는 거야. 알아듣게 좀 말해.
 
당신이 의아하게 물어보면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발언합니다.
 
한제국:내가? (뜸..) 아니, 크리쳐와 사람이 관계되었다는 사실. 다들 알고있는 내용 아니었나.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죠?
 
크리쳐와 사람이 관계되었다니.
 
CRA 소속,
 
심지어 최후의 이능력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당신에게도 금시초문인 이야기입니다.
 
한제국:자세한 내용은 잘 몰라. 근데… 몇 번 봤어. 죽은 크리쳐가 사람이 되던 모습.
예전에 죽은 크리쳐가 사람이 된 걸 보고했더니 장관님이 말했거든. 크리쳐는 사람이 사람으로 만든 존재가 아닌가, 라고.
방금 같이 본 것도 그렇고, 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이라면, 그 추측이 정답일 수도 있겠네.
…넌 정말 한 번도 본 적 없어?
 
데일:(네 말에 이 악문다.) 너는 그걸 알면서도 계속 살인을 한 거야? 군인이라는 새끼가? (눈썹 치켜올리고 노려본다.) 본 적 있었으면 어제 그따위로 행동했을 리가 없잖아.
 
한제국:진정해. 그걸 알게 된 날에 바로 위에 보고 했어. 그랬더니.. 크리쳐 중 인간이 변이해서 생겨나는 종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거야. 인간을 자원으로 크리쳐들을 만들어내는 무리가 있는거지. 그게, 저 마을 사람들인거고.
 
같은 CRA, 그렇습니다.
 
한제국과 당신은 명백한 같은 조직 소속인 것도 모자라,
 
단둘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사이가 아니던가요.
 
뿐만 아니라, 그가 당신을 바라보던 눈빛.
 
꽤나 가까운 사이라 자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제국과 당신 사이에는 무언가 벽이 있습니다.
 
그가 최후의 이능력자이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한제국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같은 CRA인 당신이 몰랐던 건지,
 
CRA가 어째서 그런 대단한 사실을 숨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지만요.
 
.
 
.
 
.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한 짧은 휴식 시간이 지나가고,
 
당신은 어느새 대회의실 앞에 서 있습니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제국은 이미 들어가 지휘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것은,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익숙한 여자아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지휘관과 한제국의 모습입니다.
 
검은 머리카락을 붉은 리본으로 땋아 묶은 작은 여자아이,
 
당신에게 살인자라며 외친 그 아이입니다.
 
백난새:어서 와요, 데일. 도착했으니… 브리핑을 시작해볼까요?
 
건너편에 앉아있는 한제국은 당신의 움직임을 가만 바라봅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여러 사람들의 사진이 보입니다.
 
익숙한 얼굴은… 하나뿐입니다.
 
백난새: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왜인지 이 아이가 지휘관 역할을 하는 것 같으니 알아두는 편이 좋겠죠.
아이의 이름은 베리타스, 그 마을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마을을 벗어난 적 없는 아이라고 해요.
그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죠.
 
그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백난새:…어제 여러분이 회수한 시체는 잘 살펴보았어요. 모두 마을의 주민이 맞았답니다.
역시… 그 마을과 크리쳐의 탄생에 연관성이 있는 게 분명해 보여요. 실험에 사용된 약물, 그 성분, 투여 방법 등은 아직 알 수 없지만요.
그 또한 크리쳐의 시체를 조사하다 보면 알 수 있겠죠.
 
무심결에 한제국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백난새:그리고… 또, 중요한 건 약물 이야기죠. 뿌려진 이상한 가루 덕에 전투 중 집중하기 어려웠었죠.
어제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그 가루는 신종 마약이에요.
환각, 감각 이상, 신체 조종 능력 상실… 등의 효과를 가진 마약이죠.
문제는, 이것 또한 현대 과학으로 파악하기 힘든 새로운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이라는 사실이에요. 따라서… 당장은 대응할 방법이 없답니다.
공기 중에 퍼져있는 약이니 숨을 참을 수도 없고, 방독면 같은 것을 착용하기에는 전투에 한계가 있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새로운 성분인 덕인지, 효과가 강하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홀로그램이 끊어지고, 마을의 하늘을 찍은 사진이 떠오릅니다.
 
백난새:예상대로, 그 마을의 공기는 이미 약으로 뒤덮인 상태랍니다. 여러분은 짧게 노출된 덕에 영향이 없고, 없을 테지만…
마을의 주민들은 어떨까요. 그런 걸 뿌려대는 마을이라니, 그러니 CRA를 살인자나 괴물이라 부르는 것이겠죠.
상부에서는 이미 전 주민의 마약 중독, 정신 이상에 대해 확신하고 있어요.
…물론, 어린아이를 포함해서.
 
마약 중독, 환각, 감각 이상.
 
그 말에 당신을 향해 살인자라 내뱉던 아이의 원망 가득한 얼굴이 그려집니다.
 
그 아이는 이미… 마약에 중독되어 환각을 보고 있던 걸가요?
 
그렇기 때문에 시체를 끌어안고, 인류를 위한 조직을 괴물이라 부를 수 있던 거겠죠.
 
지휘관의 말을 가르며 홀로그램이 깜빡입니다.
 
몇 번이나 화면이 바뀌던 끝에, 익숙한 낯이 드러납니다.
 
CRA의 장관,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일 사람이 제복을 입은 채 홀로그램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립해 경례를 마치면, 그가 경례한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갑니다.
 
캐서린 레테이아:인사는 생략하지. 알다시피 프로젝트 총 책임자 캐서린 레테이아다.
 
알다마다요.
 
캐서린 레테이아:해당 빈민촌의 마약 문제에 대해 들었겠지. 임시방편이지만, 기존 사용하던 치료제를 지부로 전달했으니 브리핑이 종료된 직후 약을 투여하도록.
따지자면 약이 아닌 체내에서 꾸준히 기능하는 로봇이니, 이후 방독면과 같은 대책은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현재 치료제 연구에 착수했지만, 프로젝트 기간 내로 완벽한 백신을 만드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낮은 목소리가 계속해서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웁니다.
 
캐서린 레테이아:무엇보다… 크리쳐는 사람을 자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 같아 그에 관하여 말하고자 했다만,
살인에 두려움을 느끼는 대원, 있나?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 굳어갑니다.
 
당신은 보았습니다.
 
당신이 죽인 사람을.
 
그렇지만 그는 크리쳐였는데…
 
캐서린 레테이아: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해도 결국은 크리쳐인 것을. 인간이 나타나든, 크리쳐가 나타나든, 적이라면 모두 사살하라.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자칭 정예 대원은 없겠지? 마약 따위를 뿌리는 곳에, 제대로 된 치료제까지 없는 상황이니 곧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크리쳐가 인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그것을 두려워하나?
 
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바라고 한 물음은 아닙니다.
 
캐서린 레테이아:다시 한 번 말한다. 그들은 크리쳐다. 설령 그 모습이 인간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을 살해하는 괴물일 뿐이다.
질문은 받지 않겠다. 귀관들이 짊어진 무게를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도록.
이상.
 
채 경례를 마치기도 전, 홀로그램이 꺼집니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뒤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도 말했던 치료제, 몸에서 기능하는 로봇일 것입니다.
 
살균된 스테인리스 상자에서 주사기 두 개가 빠져나옵니다.
 
장갑을 착용한 의사는 이쪽으로 오라는 듯 당신과 한제국을 부릅니다.
 
차가운 바늘, 임시방편이라 했으니 완벽하게 환각과 정신 이상을 막아주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시체가 아닌 움직이는 인간과 대적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래요, 모든 것은 환각일 겁니다.
 
데일:(의사 쪽으로 걸어간다.)
 
의사:팔 주세요.
 
데일:(옷소매 걷어올리고 팔 내민다.)
 
…차가운 주사기의 바늘이 살을 찌르고 들어옵니다.
 
투명한 액체가 천천히 바늘을 타고 체내로 들어갑니다.
 
로봇을 넣는다고 했는데, 체내에서 기동하는 로봇이니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겠죠.
 
.
 
.
 
.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아마 로봇이 기동하게 되는 내일은 전투를 피할 수 없겠죠.
 
이른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면, 먼저 로봇을 주입받고 대회의실 밖으로 나온 한제국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의 앞으로 의사 중 한 명이 스쳐 지나가며 무언가 속삭입니다.
 
데일: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목소리가 이어진 후, 한제국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사를 따라갑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어제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했었죠.
 
CRA의 전원이 알지 못하는 기밀을 홀로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 따라간다면 무언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데일:(조심히 뒤 밟는다.)
 
…당신은 발소리를 죽여 의사와 한제국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확인해보니,
 
붉게 켜진 숫자는 최상층을 그립니다.
 
최상층이라면, 상부의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던가요?
 
그들의 회의실, 연구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층입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최상층에서 멀지 않은 층이니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보는 것도 좋겠네요.
 
데일:(계단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간다.)
 
당신은 계단을 오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이 한 번도 출입해보지 않은 최상층으로 향하는 철제문이 보입니다.
 
데일:(철제문 손잡이 잡고 연다.)
 
문이 열립니다.
 
조명 하나만 켜진 복도가 당신을 반깁니다.
 
문이 살짝 열려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공간 하나와 굳게 닫힌 커다란 문이 하나 보입니다.
 
과 한제국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데일:(문 살펴본다.)
 
 문
 
조심스레 철제문을 닫으면, 가장 먼저 보이던 공간입니다.
 
당연히 회의실, 작전실, 혹은 상부 사람들의 휴게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의 문에는…
 
‘기도실’이라는 글자가 작게 쓰여 있습니다.
 
기도실? 여기에 종교 시설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던가요?
 
데일:(군부대에 갑자기 기도실? ... 시선 돌려서 방 살핀다.)
 
 한제국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방
 
가까이 다가가자 말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문 앞에 서서 엿듣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듯,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는 않는데….
 
데일: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자세히 들어보면...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보려 몸을 살짝 틀면,
 
상의를 벗은 채로 앞의 의사를 보고 있는 한제국과,
 
그의 팔에 주사기의 바늘을 꽂고 있는 의사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채혈을 하는 것 같네요.
 
그 옆을 보면.. 작은 회색 테이블이 보입니다.
 
무언가 일정한 순서라도 있는 양 올려져 있는데…
 
데일: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작고 하얀 트레이 위에 무언가가 올라가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제국의 머리카락 몇 가닥,
 
깎은 손톱과 발톱,
 
무언가가 묻은 것 같은 면봉 두어 개,
 
그리고… 그 옆으로 올려지는 한제국의 피가 담긴 용기입니다.
 
한제국은 의사의 말에 자연스레 양쪽 손을 내밉니다.
 
의사는 얇은 칼로 보이는 무언가를 가져와, 한제국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
 
지금 손을 긋는 건가요?
 
두어 번 손이 움직인 후에,
 
무언가 작은 핏덩이 같은 것이 의사의 장갑 낀 손을 타고 트레이 위로 옮겨집니다.
 
이어 반대쪽 손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한제국은, 고통 하나 없는 듯 제 손을 그어버리고,
 
살점을 떼어가는 행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동참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따위라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의사가 칼을 가져다 댔던 손 위로 얇게 붕대를 감아주면,
 
한제국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수고하셨다는 말이 몇 번 더 오가고…
 
한제국과 의사가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잠시만, 당신… 여기 있다는 사실을 들켜도 되는 입장이던가요?
 
데일: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툭, 당신이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무언가가 발에 걸렸습니다.
 
그 소리가 꽤 크게 울려, 의사와 한제국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입니다.
 
한제국:누구 있습니까?
 
한제국의 목소리, 이어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빠르게 걸어 나온 그는 문 뒤에 서 있는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데일: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당신 쪽으로 문을 더 밀어줍니다.
 
당신을 숨겨주는 게 분명하네요.
 
한제국:아닙니다, 문이 낡아서. 어서 가죠.
 
그 사이,
 
한제국과 의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의아하긴 하지만, 괜히 한 소리를 듣는 것보다야 나으니까요.
 
…이제는 한제국도, 의사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만 돌아갈까요. 내일은 작전도 있으니까요.
 
데일:... (옷 털고 일어나서 방으로 돌아간다.)
 
.
 
.
 
.
 
방으로 돌아온 당신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인영에 잠시 움찔합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한제국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느릿하게 눈을 뜹니다.
 
한제국:왔어?
 
데일:(인상 찌푸렸다가 아까 도와준 보답이라도 되는 마냥 얼굴 편다.) 자연스럽게 내 방에 있네.
 
한제국:(네 말에 그저 작게 웃고는 말 이어간다) 꽤 위험한 짓을 하던데. 들켰으면 어쩌려고.
 
데일:(의자 지나치고 침대에 기대 앉는다.) 들키면 들키는 거지. 니가 상관 할 일은 아니잖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나.
 
한제국:(시선 네 움직임 따라가며) 상관 있지. 내 파트너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뜸) 딱히 생색 낼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보답이라도 받고 싶어지네. (그리 말하는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데일:그렇게 되면 새 파트너 구하면 되지. 너는 최후의 이능력자라 대체 불가능 하다 쳐도 일반인 군인은 널렸잖아. (어이없는 듯 비웃는다.) 한 번 그렇게 생각했으면 끝까지 지키지 그래. 재수없는 놈. 너한테 해줄 수 있는 보답은 욕이 최대인데 미안해서 어떡하냐.
 
한제국:일반 군인은 널렸지만.. 너는 정예잖아. 그중에서도 최강. 같이 싸울 맛 나게. (재수없다는 말에 보답하듯 괜히 더 빈정대며 대꾸했다. 제 앞의 그는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그래? 글쎄, 과연 그런가. (의자에서 몸 일으켜 천천히 다가간다. 어느샌가 훅 좁혀진 거리에 마주친 눈은 끈질기게 널 바라본다.)
 
데일:내가 사라지면 또 새로운 최강이 생기는 거니까 그런 걱정이라면 안심해도 되겠네. 얼씨구. 정예 군인에 최강이면 뭐해? 최후의 이능력자님 앞에서는 허약체 n 중 하나 아니겠어? (시선 피하지 않고 또 뭔 짓거리를 하려 그러나 가만 응시한다.) 그래. 귀에다 대고 쌍욕이라도 박아줘?
 
한제국:자꾸 그런 소리하네.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얘기해주는데, 난 파트너 교체할 마음 없어. 만약 그래야한다면 혼자 다니고 말지. (능청스레 대답하는 문장 속에는 답답함이 다소 묻어나왔다.) 그거 좋네. 가까이서 한번 들어보고 싶었거든. (신경질적인 말투에도 아랑곳 않고 그저 제 할말만 이어갔다. 그러는 와중에 네 양손 결박하고는 몸 가까이 붙여온다.)
 
데일:그게 니 맘대로 되냐?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지. (답답해 하는 네 앞에서 본인도 답답한지 한숨이나 내뱉고) 너무 정 붙이지 마. 그럴수록 힘든 건 넌데. (뒷말은 거의 혼잣말 하듯 좆용히 말했으나 이 거리라면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쪽 취향이었냐? (...) 전혀 몰랐는데. (제 손 쪽으로 시선 잠깐 두더니 고개 틀어 네 귀 쪽에 대고 속삭인다.) 도와줘도 안 고맙다. 개자식아, 손 놔.
 
한제국: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되게.. 안 어울린다. (큽, 하고는 막힌 웃음소리 냈다. 중얼거리던 뒷말은 귓가에 직격으로 꽂힌 듯 했다.) 떠날 것처럼 말 하네. 네가 죽을 걸 걱정하는 거라면.. 하지마. 넌 안 죽어. 내가 안 죽게 만들거야. (목소리 한껏 낮춘 채 읊조렸다. 단순히 동료의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었는지, 혹은 더 나아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확실한건, 그 어조에서 묻어나온 소유욕이 도드라졌다.) 놓으라는 말을 귀에다 대고 속삭이면 어떡하냐. 더 놓기 싫어지게.
 
데일:나한테 어울리는 말이 어딨고 안 어울리는 말이 어딨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웃음소리에 호칭 추가다. 짜증나는 새끼.) 내가 그랬나. 평생 함께 할 수는 없잖아.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거지. (눈썹 살짝 기울어진다.) 내가 죽긴 왜 죽어. 너가 그렇게까지 안 해도 혼자 잘 살아남을 거야. 고작 파트너 동료한테 관심이 많으시네. 그런 타입이었던가?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라는 거겠지. 네 목소리는 정확히 들었으니까. 누구한테 소유되는 건 질색이었다.) ... 말도 더럽게 안 듣고. (한참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몸에 힘 풀어버린다. 귀찮아서 정도려나.) 너 마음대로 해라... 못 움직이게 하든, 괴롭히든지 말든지.
 
한제국:까라면 까는 스타일은 아닐 것처럼 보이거든. 얼마나 아냐고? 알아가는 중이야. (심기가 불편한게 얼굴에서 다 드러나자 이내 소리 내어 웃고만다. 이어지는 말이 어딘가 낭만적이라는.. 실 없는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다 곧 대꾸한다.) 그러게. 내가 그래도 정은 많은 편이라. (제 소유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 불가항력이라고 하지. 가지고 싶은 건 무조건 제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고, 한번 손에 쥔 것은.. 죽을 때까지 제것이어야만 하는. 이 악독한 성향을.. 제가 모를리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내가 뭘 할 줄 알고. (그리 대답하며 양손 결박한 손에 힘 서서히 풀며 허리 감싼다. 그러면서 한치의 틈도 없이, 몸 더욱 가까이 맞댔다. 어느샌가 뒤로 쏠려버린 무게중심에. 순순히 저를 바라보는 눈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데일:유감스럽게도 권력에 대항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 그런 너를 위해 조언 하나 두자면 내가 이런 얼굴일 때는 웃지 않는 게 좋아.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닐 텐데 저렇게 웃는 걸 보면 일부로지, 저거. 네가 뭔 생각을 하는진 몰라도 왠지 기분이 영 별로인 것 같다.) 그런 타입이 제일 피곤하다고 그러더라.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으면 물건 취급하지 말라는 소리나 들었을 거다. 파트너가 된 것도 네 손에 들어온 것에 포함되려나?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쎄다.) 때리기야 하겠어? (그렇다고 해도 때리는 건 아마 이쪽이겠지. 물론 진심으로 한 대 패주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 마음대로 하라고는 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 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한참을 조용히 보다가 입 연다.) 너는 부모님한테 감사해라. 얼굴도 못났으면 진작에 걷어차였어. (저 눈빛이 유낙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제국:이야, 궁금하네. 네 표정이 더 험악해질 때까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네 기분이 엇나가면 엇나갈 수록, 이쪽은 더욱 즐기는 듯 보였다. 참 짜증나는 스타일. 최후의 이능력자인지 뭔지만 아니었어도, 어디가서 한대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피곤한 타입이라는 말에 딱히 부정은 않는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 우리가 이어지게 된 것도 다 의도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은 없는 것인지.) 내가 널 때릴리가. 맞아주는 건 잘 할 수 있는데. (조용해진 너에 살짝 고개 기울이다 한 손 들어 네 볼 감싸고는 엄지로 입가 진득히 쓸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은 느릿하게 관찰하듯,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만 같았다. 이내 들려오는 네 말에 피식 웃음 흘렸다. 저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은 여전하게, 별 다른 대꾸 없이
고개가 점점 내려갔다. 무언가에 홀린 듯, 서서히 내려오더니 끝끝내 네 입술 위에 제것 포개었다.)
 
데일:궁금하면 한 번 해보시던가. (취향 한 번 구리다 생각했을 거다. 험악한 얼굴이 좋은 건가? 그렇다고 웃기에는 화사한 얼굴도 아니고 애초에 웃음이 나질 않는데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 감도 안 온다. 최후의 이 능력자라도 겁 대가리 없는 누구는 때릴지도 모르겠지만. ... 거기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제 맘대로 해석해 보련다.) 못 때릴 거 알고 있어. 정 많으신 한제국 씨. 때리는 취미는 없는데 생길지도 모르겠네. (진심으로. 그냥 한 대만 패주고 싶다. 감히 누가 최후의 이 능력자를 때릴 수 있겠어. 이런저런 생각 하는 사이 느껴지는 감촉에 인상은 더 구겨져 간다.) 뭐 하냐? (물어버릴까 싶을 때 아까 기도실에서 봤던 게 스쳐 지나갔는지 한 번만 얌전히 굴어주기로 한다. 정말 딱 한 번만. 입술끼리 맞닿자 처음에는 당황한다. 솔직히 부대 안에서 이럴 거라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냐. 밀어낼까 싶기도 했지만 지는 기분이 들어 네 뒷머리나 쥐었다. 고개 비틀어 입안으로 비집고 들어간 후 괘씸죄로 네 혀나 깨물었다. 비릿 씁쓸한 맛에 약간 기분 좋게 웃었을지도.)
 
한제국:(저로 인해서 휙휙 바뀌는 표정에 출처 모를 쾌감을 느낄 뿐. 왜인지 네가 죽일 듯이 노려볼 때 무언가 알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가슴 속에 피어오른다. 웃는 얼굴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그걸 마주하게 되면 열기가 뜨거워지다 못해 터져버릴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이쯤되면 그냥 제 눈 앞의 그가 뭘 하든간에 흥분하는 개새끼가 된게 아닐까 싶어진다. 파블로프의 개새끼마냥, 종을 치면 침을 질질 흘리는.) 나중에 때리고 싶어지면 말해. 맞아줄게. (어쩐지 선심 쓰듯 말하는 것 같지만.. 진심이었다. 뭐하냐는 물음에도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뭘하고 있었던 간에. 예상보다 얌전히 구는 것에 의아한 것도 잠시, 제 뒷머리 움켜쥐는 손길이 행위의 방아쇠를 당긴 것 마냥 더욱 깊게 파고 들었다. 마치 오랜 잠수 후 첫 숨을 들이쉬는 것과도 같이. 제가 그동안 자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평생 모를 것이고, 몰라야만 한다. 입술을 가르고 들어간 혀가 깨물리자 내리 감고 있던 눈 가늘게 뜨고는 미간 살짝 찌푸렸다. 해보자는 건가. 볼 감싸고 있던 손 내려 턱 아래 움켜잡고는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 시킨 채로 행위 이어나간다. 고요한 방안은 질척이는 소리로 가득 찼으며, 좁은 침대 위 겹쳐진 두 인영의 움직임만이 간간히 포착되었다.)
 
데일:(원래 원하는 대로 해줄 수록 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름의 포커페이스라고 생각하고 다른 이에게는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을 잘만 해왔는데 왜 내 눈 앞에 있는 인간한테만 그게 안 될까 항상 의문이었다. ... 그래, 가볍게 개새끼 하나 키운다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누가 예고하고 때려? 선심 쓰듯 맞아준다고 하지 마라. 기분 잡치니까. (이능력자 못지 않게 정예 군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무시당하는 건 별로 좋은 기분도 아니고. 이미 말 안 듣는 개새끼로 판정 된 너인데 무슨 의미겠나. 행위가 길어지면 살짝 흘겨봤을 수도 있겠다. 이래서 지기 싫어하는 인간들끼리 만나면 안 되나 보다. 혀를 물리고도 덤벼들 줄은 몰랐는지 눈에 띄게 동공 수축된다. 한참 홀린 듯이 본능과 이성이 왔다갔다 할 때 즈음 정신을 다 잡았을 거다. 힘이 풀렸던 손을 꼭 말아 쥐고 맨날 재수없다던 얼굴에 그대로 휘두른다. 솔직히 이 거리 정도면 안 맞는 게 이상하지. 싶은 생각 따위나 하면서. 아까 말한대로 예고는 없다. 아니, 정확히는 하려고 했지만 못 하는 상황이 맞겠지.)
 
한제국:(오랜 계급생활의 영향으로, 눈치가 없는 편도 아닐 뿐더러.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을 읽는데에는 귀신이었다. 더군다나, 어떤 이유에서든 항상 눈으로 좇는 자가 이곳. 바로 제 눈 앞에서 저를 노려보고 있는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였다. 물론 온 인내심을 끌어모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 흐트러질지 모르는 것이었다.) 뜬금없이 때리던가. 그럼 내 놀란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영양가 없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아마 코 앞의 그에게 온 정신이 팔린 듯, 입에서 뱉는 말 족족 생각을 거치지 않는 듯 보였으며, 눈은 반쯤 풀려있었다. 얼마나 입술을 부비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입술은 축축해진지 오래였고, 혀가 아려올 정도였다. 얼굴에 닿은 충격에 나가떨어졌다. 고개는 저쪽으로 돌아간 채, 앞서 언급했던 놀란 얼굴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그 상태로 멈춘 듯 가만히 있다, 이내 헛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맞은 곳은 꽤나 얼얼했다. 정예병의 주먹은 역시 다른 것인지. 거울을 들여다본다면 옅은 붉은색 자욱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한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몸을 틀어 다시금 네 위에 올라탄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정도로 널 침대에 내리 눌렀다. 그 얼굴을 올려다보면... 웃고 있지도, 딱히 짜증스러운 것도 아닌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점점.. 내려온다. 아까와 비슷한 상황.)
(계속해서 내려오다, 네 귓가에 다다랐을 즈음 멈추었다. 붙잡고 있던 한 손을 들어 네 눈 위를 부드럽게 감싸더니, 귓가에 속삭인다.) 내일 봐.
 
그 말과 함께,
 
암전된 듯 눈앛이 검게 물듭니다.
 
익숙해진 헬기의 안입니다.
 
한제국은 정비를 마치고 창 너머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뉴욕의 화려함이 사라진 매마른 땅, 그 위에 떠오른 한제국과 당신.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어제의 사건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어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사건.
 
건강검진 따위라고는 믿기 힘든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받고 있던 한제국.
 
아무리 그가 최후의 이능력자라고 한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건가요?
 
...
 
곧이어 척박한 땅 위에 헬기가 닿습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잦아들면, 창 너머에 보이는 것은 그 마을과 앞에 깔린 땅입니다.
 
그와 함께, 귀에 꽂아둔 무전기를 타고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짧은 무전이 끊어집니다.
 
당신과 한제국은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이상한 풍경과 마주합니다.
 
당신의 앞에 그림자처럼 흐릿하게 빛나는 것은…
 
익숙한 그 검은 머리의 아이입니다.
 
소리를 지르면 목소리가 닿을 위치 즈음까지 다가갔을까,
 
아이는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당신과 한제국을 올려다보다,
 
별안간 소리를 지릅니다.
 
베리타스:전원!!!
 
쿵-
 
무언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퀴가 끌리는 소리입니다.
 
베리타스:준비!!!
 
아이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그 뒤에서 어린아이들이 힘겹게 대포를 끌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 대포마다 양옆에 두 명씩 선 아이들.
 
…지금 CRA라는 군사 조직과의 싸움에 아이들을 내보낸 건가요?
 
베리타스:발사!!!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한 적인데도,
 
당신 역시 인간이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짧은 공백 사이,
 
그 말과 동시에 대포에서 무언가 쏘아 올려집니다.
 
당신과 한제국을 노린 것이 아닙니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허공에서 터진 그것은…
 
마치 눈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백색의 가루가 당신의 머리 위로 내려앉고, 시야까지 흐리게 만듭니다.
 
손을 펴면 그 위로 소복하게 쌓일 것만 같습니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의 뒤로, 아이들과 대포,
 
무언가 괴물 같은 것이 그림자를 내보입니다.
 
…아니, 분명히 그것은 괴물이었습니다.
 
머리가 길게 뻗은 것, 팔이 바닥에 끌리는 것,
 
비정상적으로 어깨가 튀어나온 것,
 
그러나…
 
뿌연 무언가가 사라지고 눈을 깜빡이면,
 
그것은 사람의 무리가 되어 나타납니다.
 
…사람?
 
눈을 깜빡여도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총을 들고 있는 무장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가르고,
 
당신과 한제국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 나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의 바로 뒤쪽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4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8
(남서쪽 향해 공격한다)
 
놀라 한제국를 돌아보면, 그는 어쩐지 화가 난 것 같은 얼굴입니다.
 
그는 당신을 향해 눈을 흘기며 말합니다.
 
한제국:뭐해? 크리쳐를 앞에 두고. 전투 상황이잖아.
 
…무슨 소리죠?
 
당신의 뒤에서 공격을 맞고 쓰러진 이들은 모두 사람입니다.
 
한제국:총 들어.
 
데일:어디서 명령질이야. (총 고쳐 잡지만 장전은 하지 않는다.) ... 한제국, 하나만 묻자. 니 눈에는 우리 앞에 있는 이들이 진짜 크리쳐로 보이냐?
 
한제국:전장에서는 정신을 차려야지. (고개만 틀어 널 바라보며 말 이어나갔다. 들려오는 물음에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 내 눈에는 방금 그 어린 애들이 크리쳐들을 몰고 온 것 밖에는 안보이네. 장관님 말씀 기억하고 있을텐데. 환각에 당하면 안돼.
 
데일:너는 지금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구나. (제 눈을 아무리 비벼보고 머리를 쳐봐도 눈 앞에 보이는 건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쪽이 환각이고 어느 쪽이 현실이란 말인가. 네가 하는 말 중 틀린 점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를 기시감이 자꾸만 파고 들어온다.) 기억, 하고 있지. 그럼 너는? 너가 보고 있는 게 환각이 아니라는 것도 없잖아. (허탈한 웃음소리 내뱉고) 이러다가 시발, 내가 크리쳐로 나타나도 환각이랍시고 죽이겠네.
 
한제국:(혼란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말, 호소와도 가깝다 생각하며, 가만히 듣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두 눈을 뜨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똑 같지만. 그 답은 저조차도 모르기에.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로 한다.) ..데일. 나중에 다 들어줄테니까.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 그러다 네가 다쳐.
 
그는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일단은 싸워야할 것 같습니다.
 
북쪽 크리쳐 집단 체력 80
 
남서쪽 크리쳐 집단 체력 29
 
남동쪽 크리쳐 집단 체력 79
 
공격 순서는 한제국-데일-크리쳐 순입니다.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51
(남동쪽 크리쳐 공격한다)
 
남동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28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9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4
(뜸 들이다가 총 장전 시키고 북쪽 향해 발포한다.)
 
북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46
 
크리쳐:
공격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북쪽 크리쳐, 한제국에게 꼬리 휘두릅니다. 당신에게는 한낱 인간의 발악으로 보이겠지만요.)
 
한제국 체력 감소-4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8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0
징그러운 새끼들.. (맞은 곳 부여잡고는 남서쪽 크리쳐 공격한다)
 
남서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0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5
지나 걱정할 것이지... (북쪽 향해서 발포한다.)
 
북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31
 
크리쳐:
공격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남동쪽 크리쳐 집단, 한제국에게 몸 날려 공격합니다. 그 역시 당신에게는 고통에 찬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입니다.)
 
한제국 체력 감소-2
 
한제국:
이능력
기준치: 99/49/19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8
(욕 짓씹으며 북쪽 크리쳐 집단 공격한다)
 
북쪽 크리쳐 집단 남은 체력 0
 
아마도 한제국에게는 크리쳐의 포효가,
 
당신에게는 사람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찢어지는 소리를 뒤로하고 고개를 들면 굉음이 울리고,
 
다시 한 번 시야가 점멸했다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그 가루가 또 한 번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흡에 방해되어 연신 기침이 터집니다.
 
데일:
공격
기준치: 95/47/19
굴림: 1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0
남동쪽 향해 발포한다.)
(
 
남동쪽 크리쳐 남은 체력 0
 
혈관을 타고 흐르는 로봇이 기능하지 않는게 분명합니다.
 
당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여전히...
 
당신의 앞에 선 ‘사람’들은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지만,
 
이내 하나 둘씩 나가떨어집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은, 총기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한,
 
그저 마을 주민으로 보입니다.
 
그 뒤로는 허여멀건한 연기가 함께 피어오릅니다.
 
멈출 생각이 없어보이던 대포도,
 
마지막 '사람'이 쓰러지자 이내 멈추고 맙니다.
 
완벽한 승리입니다.
 
고개를 들면, 한제국과 당신의 공격에 의해 넝마가 된 인간의 시체들이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잘려 나간 신체와 핏덩이가 즐비합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크리쳐를 죽이고 인류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CRA에 있는 당신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수십, 혹은 수백의.
 
데일: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성 감소-1d3
 
데일:
Rolling 1D3
굴림: 2
 
…그 옆을 돌아보면,
 
한제국은 발로 잘려 나간 누군가의 손을 밀어냅니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저것이 크리쳐의 부산물로 보이는 걸까요?
 
도무지.. 뭐가 진실인지.
 
한제국:..환각에 당하면 안돼, 데일.
 
데일:(숨이 턱 막힌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다. 그야 크리쳐가 사람보다 훨씬 징그럽고 무섭게 생겼으니까. 내가 장전하기를 망설였던 이유와 두려워 하는 것은 죽은 이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이다. 너도 봤겠지. 시체를 수거하러 왔던 날 아이의 눈에서 느껴지던 감정들을. 무시하면 되는 일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게 안 됐다.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만큼 주먹을 꾹 쥐었다. 하지만 아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감히 아파할 수나 있을까. 고작 이 정도 고통으로. 아랫입술만 물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그러니까, 너가 보는 게 환각인지 내가 보는 게 환각인지. 너는 알고 있냐고 묻잖아.
 
한제국:(말문이 막힌 듯, 아니면.. 도무지 목소리를 낼 수 조차 없는 듯. 한참이나 조용한 너를, 저 역시도 정적 속에 바라보기만 했다.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걸 그저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가장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참의 침묵 끝에 입을 여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하게 비춰졌다. 그러나 들려오는 물음에, 이번엔 제가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너에게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바랄게 없을텐데. 나도 모르겠다, 데일. ..네가 날 안 믿어도. 할말이 없어.
 
생각에 빠지려던 찰나,
 
고개를 들면… 누군가가 보입니다.
 
최전선에서 마을 아이들과 사람들을 지휘하고,
 
당신을 향해 살인자라 부르던 아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아이가 낯선 표정으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포기, 어쩌면 체념, 그럼에도 얕은 분노.
 
모든 것이 한데 섞인 얼굴로 양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리고는 거리를 좁혀갑니다.
 
베리타스:...미안해.
…너희를 이길 수 없다는 건 알았어.
마을에 더 싸울 수 있는 사람도 없어. 그러니… 투항할게.
 
투항.
 
그 말에 안도감을 느꼈을 수도, 헛웃음을 터뜨렸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였다면 누군가는 뱉었을지도 모르는 말입니다.
 
아이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두 손을 올린 채 당신과 한제국을 번갈아 보고 있습니다.
 
아이라고는 볼 수 없는 투지가 가득한 눈동자는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타오릅니다.
 
그렇게 벙쪄있었을까,
 
뒤쪽에서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집니다.
 
흑발의 여성:안 돼, 안 돼! 죽이지 마!! 아이를 죽일 필요는 없잖아!!
 
흑발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이와 닮은 눈매와 머리카락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아이의 어머니인 것 같습니다.
 
어느새 당신의 눈앞까지 도달한 그는 아이를 끌어안고 빠르게 뒤로 물러납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안에는 살기가 담겨있습니다.
 
흑발의 여성:살인자들, 아이한테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
 
베리타스:…이러면 안 돼, 엄마.
 
그녀는 다짜고짜 총을 꺼내 듭니다.
 
그 순간, 한제국의 손짓 한 번에 당신과 한제국,
 
그리고 아이와 어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의 사이를 가르는 투명한 막이 구현됩니다.
 
아마 방어를 위한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한제국은 손 위로 작은 불덩어리를 만듭니다.
 
한제국:크리쳐를 부모라 부르는 광경이라니.
 
황당하다는 듯 그는 작게 헛웃음을 내뱉습니다.
 
크리쳐?
 
한제국의 눈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크리쳐로 보이는 걸까요?
 
당신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모녀의 모습이나,
 
한제국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제국:마약 중독, 정신 이상, 지휘관이 한 말 중에 틀린 말은 없는 것 같은데.
 
데일:한제국! (네 손 낚아채 잡고 불안한 눈으로 본다. 어떻게 봐도 모녀의 모습이다. 적어도 여기 있는 네 명 중 세 명이 그렇게 보고있다.) 하지마.
 
한제국:(난데없이 손 낚아채지자 금세 불 덩어리 꺼뜨렸다. 짐짓 놀란 듯한 표정으로 널 쳐다본다. 하지말라는 소리에 손은 내리지만.. 경계는 여전히 거두지 않는다.)
 
데일:(제 미간 꾹꾹 누르더니 아까 쏴대던 총 내려놓는다. 여성과 아이쪽으로 시선 돌리고 아무것도 없는 두 손 보여준다.) 진정하세요. 해칠 생각 없으니까.
설득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크리쳐가 아닙니다.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여전히 당신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기어이 방아쇠를 당기고야 맙니다.
 
굉음이 몇 번 이어졌을까,
 
한제국이 만들어둔 투명한 막에 총알이 박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제국의 표정이 더욱 구겨집니다.
 
당장이라도 저 크리쳐를 날려버리겠다는 듯 전투태세를 취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눈에는 그저 겁에 질린 모녀일뿐인걸요.
 
데일:
설득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한제국, 가만있어.
 
당신은 그를 설득하는데에 성공합니다.
 
가만히 있네요.
 
베리타스:..우린 더 이상 전력도 없어. 원하는 걸 말해, 들어줄테니까.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마을 어딘가의 연구소를 찾아내는 것이었죠.
 
그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법적인 일들...
 
연구소에 간다면 크리쳐를 만들어낸다는 마을의 비밀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데일:이곳에 연구소가 있다고 들었는데. 안내 좀 해줄 수 있나?
 
베리타스:그래, 연구소… 거기가 보고 싶다는 거지?
따라와, 보여줄 테니까.
 
아이는 손가락을 들어 산 옆의 샛길을 가리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항상 드러내던 분노마저 지워져버린 얼굴로,
 
등을 돌려 좁은 길목으로 먼저 들어섭니다.
 
침묵으로 이루어진 걸음이 한참이나 이어지고,
 
머리 위를 가르는 나무들이 한층 더 높은 곳을 찌르게 되었을 즈음,
 
이번 작전의 목표,
 
CRA 상부에 따르면 크리쳐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연구소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겉모습은 이전까지 봐왔던 주택과 다를 바가 없는 모양새입니다.
 
금이 간 벽, 드러난 자재, 녹이 슨 문.
 
이곳이 ‘빈민촌’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시키는 겉모습을 숨김없이 내보입니다.
 
베리타스:뭐해? 들어와. 이걸 보려고 온 거라며.
 
답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듯,
 
아이는 먼저 연구소라 불리는 곳의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섭니다.
 
데일: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디선가에서 치직, 하는 기계음이 들립니다.
 
소리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는 쉽게 파악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눈을 돌리면 최근까지 사용한 듯,
 
먼지 하나 없는 내부와 함께,
 
곳곳에 찢어진 종이 뭉치들이 휩쓸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연구소의 1층입니다.
 
촬영기기컴퓨터종이1종이2연구일지 가 눈에 들어옵니다.
 
데일:(연구소 내부 쭉 둘러보다가 촬영기기 쪽으로 시선 돌린다.)
 
 촬영기기
 
삼각대에 설치된 카메라입니다.
 
카메라 렌즈는 깨끗한 벽을 향하고 있습니다.
 
벽에는 붉은 스프레이로 ‘CRA’라는 단어가 쓰여 있고,
 
그 위로 X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무언가 영상을 촬영하던 자리 같습니다.
 
데일:(이어서 컴퓨터 확인한다.)
 
 컴퓨터
 
카메라와 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름 없는 폴더를 열면, 영상 두 개가 보입니다.
 
파일 이름은 ‘1’, 다른 하나는 ‘현장’입니다.
 
데일:(1 파일 클릭해서 확인한다.)
 
 1번 영상
 
파일을 클릭하면,
 
컴퓨터가 아닌 벽면 전체에 화면이 나타납니다.
 
한 여자아이가 벽면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이고,
 
아이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하다 천천히 입을 엽니다.
 
퍽-
 
카메라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끊깁니다.
 
데일:(현장 파일 열어 확인한다.)
 
 현장 영상
 
파일을 클릭하자,
 
마찬가지로 벽면 가득 화면이 나타나고,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영상이 재생됩니다.
 
마을의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도록 설치된 듯한 CCTV 4분할 영상입니다.
 
곧이어 모든 화면에 CRA가 이용하고 있는 검은 차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몇 대원은 어쩐지 익숙한 얼굴입니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얼굴, 익숙한 상황.
 
이건… 분명 본 적이 있습니다.
 
눈동자를 굴립니다.
 
크리쳐?
 
온 마을을 촬영하고 있는 영상 그 어느 곳에서도 크리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 대원? 어째서? 겁에 질려서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뿐인데 말이죠.
 
크리쳐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장하고 있는 일반인 몇 명쯤이야 CRA의 대원이라면 서너 명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텐데요.
 
다른 이들은 전부, 무기 하나 없이 맨 몸으로 도망치고 있는 주민들뿐입니다.
 
…당신은 그때 무엇을 본 건가요?
 
데일: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역시 환각이 그쪽이었나. (컴퓨터에서 시선 돌리고 종이 1 살펴본다.)
 
 종이 1
 
기사를 스크랩한 듯한 종이입니다.
 
헤드라인은 ‘살인 집단, CRA의 실체’
 
그 밑으로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시체 사진들이 즐비합니다.
 
살인 집단이라니.
 
CRA는 지금까지 크리쳐에게서 인류를 지키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해온 영웅들입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이자 모욕입니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헤드라인이 적힌 기사를 단 번에 갈기갈기 찢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까 전 목격했던 광경과 똑 닮은 시체 사진들 때문일까요?
 
이런 불온한 기사가 세상에 퍼졌을 리 없겠죠.
 
퍼져봤자,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똑같은 내용의 종이뭉치가 산처럼 쌓여있지만, 단 한 장도 배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거짓 기사를 찍어낸 걸까요? 어째서?
 
데일:(종이 2 살펴본다.)
 
 종이 2
 
기사를 스크랩한 듯한 종이입니다.
 
물론 실제 기사로 발표되진 못했겠죠.
 
헤드라인은 여전히 자극적인 거짓말입니다.
 
익숙한 인물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바로 캐서린 레테이아 장관.
 
그가 웃고 있는 사진 밑으로는 근거 없는 비난이 가득합니다.
 
기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비난에 가깝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기사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 또한 종이 뭉치로 쌓여있을 뿐입니다.
 
데일:(연구일지 살핀다.)
 
 연구일지
 
‘크리쳐에 대해서’ 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작은 로봇입니다.
 
전원을 켜면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날 것 같네요.
 
켜볼까요?
 
데일:(전원 버튼 누른다.)
 
전원을 키자.
 
영상이 꺼졌던 벽면에 화면이 만들어져 반사됩니다.
 
실제 종이를 촬영해 디지털 기록을 남긴 것 같네요.
 
이곳저곳이 타거나 바래져 읽을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급히 지운 것 같은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한 장 넘기자, 주름지고 머리가 새하얗게 샌 노인들의 사진이 드러납니다.
 
그 밑으로는 작은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또 한 장 넘기자,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몇 사람들의 사진이 드러납니다.
 
그 밑으로는 비슷한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다음 장을 넘기자, 아직 청년으로 보이는 몇 사람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똑같은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그 다음 장에는 어린아이들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곳으로 우리를 이끌어준 아이의 사진 또한 존재합니다.
 
그 밑으로는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또, 마지막 장에 남은 짧은 글.
 
그 뒤로는 휘갈겨 쓴 필체가 남아있습니다.
 
데일: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한제국을 바라보면,
 
혼란스러운 표정입니다.
 
베리타스:자, 어때? 이걸로는 아직 부족할 테니, 따라와.
 
데일:(한제국 등 몇 번 토닥이고 베리타스 따라간다.)
 
1층을 전부 둘러보았을 때,
 
어느새 분노가 사라진 얼굴로 웃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콧노래까지 부르던 아이는 뒤편에 있는 계단을 향하고, 당신을 2층으로 안내합니다.
 
아이를 따라가려는 순간…
 
아이의 옷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떨어집니다.
 
데일:(조용히 종이 주워 확인한다.)
 
짧은 편지로 보입니다.
 
직접 만년필로 쓴 듯한 필기체와 서명.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말
 
…아이는 편지를 되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마치 일부러 흘리기라도 했다는 양,
 
편지를 보고 있는 당신을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래에 적힌 서명이 익숙합니다.
 
이건…
 
CRA 관련 서류에도 여럿 적힌 서명입니다.
 
이 이름은…
 
그리고 그때,
 
기계음이 당신의 귓속을 가득 울립니다.
 
…그 사이에 무전기가 꺼졌던 건가요?
 
곧이어…
 
지휘관이 아닌 다른 사람, 그러나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CRA의 장관, 캐서린 레테이아.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과 한제국의 귀를 타고 울려 퍼집니다.
 
데일:...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들립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과 연구소의 풍경이 함께 스쳐 지나갑니다.
 
분명 연구소에 진입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했을 텐데,
 
어째서 그 목표를 이룬 지금 밖으로 나오라 명령하는 거죠?
 
한제국:…장관님, 본 명령의 사유를 묻고 싶습니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연구소를 조사하는 것이라 들었었는데… 사망자도, 부상자도 없습니다.
복귀 명령을 내리시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신 겁니까?
 
무전기 너머로 헛웃음이 터집니다.
 
장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대원.
 
아무리 그가 최후의 이능력자라 하더라도 징계를 받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한제국:…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복귀하지 않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존재 의의를 위협하는 명령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무전기 너머로 낮게 깔린 웃음이 들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순간, 한제국이 입을 틀어막습니다.
 
구토라도 할 것처럼 입을 틀어막고 괴로워하던 그는 점점 무릎을 굽히고, 그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 충격이라도 받은 마냥 잘게 떨립니다.
 
이건…
 
데일: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마을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약의 부작용일까요?
 
데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니, 정황상…
 
체내를 돌아다니고 있을 로봇이 더욱 먼저 떠오릅니다.
 
그 말과 동시에 기절한 것으로 보이는 한제국이 눈을 감습니다.
 
동시에 무전기가 끊어지고,
 
근처에서 헬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와 함께 아이를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몇몇 자료들을 급히 챙기고, 바닥으로 보이는 문을 열어 사라집니다.
 
베리타스:이만 돌아가. 그리고 볼 수 있다면 다음에 또 봐, 죽지 말고.
 
아이는 격려라도 하는 양 당신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이내 바닥으로 사라집니다.
 
산의 아래, 아마도 헬기가 도착한 것 같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파트너를 들쳐메고, 당신은 연구소를 나섭니다.
 
좁은 길을 타고 내려가 헬기에 도착하면,
 
조종석에 앉은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거짓을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당신의 머릿속에는 혼란뿐인데.
 
뉴욕 한복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헬기 안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
 
헬기에서 내리고, 훈련소 안으로 향하면…
 
지나가던 사람 중 하나가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한제국을 최상층의 하얀 문 안에 있는 침대에 두라는 명이었습니다.
 
최상층이라, 언젠가 당신이 갔던 곳이었죠.
 
한제국과 관련된 무언가를 ‘채취’하는…
 
또 그에게 무언가 저지를 생각일까요?
 
현 상황과 관련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요?
 
데일:(별로 탐탁진 않지만... 치료는 해야하니까. 최상층으로 올라간다.)
 
당신은 최상층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계단이 아닌, 당당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합니다.
 
당신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이들은 당신이 내리기 전에 모두 내리게 됩니다.
 
왜인지… 최상층의 버튼을 누른 후부터 그들이 내리기 직전까지 시선이 닿는 것 같았지만요.
 
최상층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 가장 앞에 있는 채취실과 기도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제국을 내려두려면 채취실을 가장 먼저 들러야겠네요.
 
데일:(채취실로 향한다.)
 
 채취실
 
하얀색 문을 열면, 언젠가 훔쳐보았던 방 안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아무도 없는 방 안, 작은 침대 하나와 테이블 위 트레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데일:(트레이 살펴본다.)
 
 테이블 위 트레이
 
트레이 위에는… 머리카락 한 올과 서류 하나가 놓여져있습니다.
 
데일:(머리카락 살핀다.)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살피면…
 
길이도, 색도, 한제국의 것이 분명합니다.
 
데일:이건 왜 채취 하는 거야... (서류 확인한다.)
 
 서류
 
맨 위에는 ‘채취 일정’이라고 쓰여 있는 표입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늦어지더라도 두세 달에 한 번은 이 ‘채취’라 불리는 행위를 이어온 모양입니다.
 
대상은 쓰여 있지 않지만, 채취 대상이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죠.
 
한제국입니다.
 
그 밑에는…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머리카락, 헤넬 브라이언에게.
 
침, 마르티나 클로이에게.
 
손톱, 해리 칼슨에게.
 
발톱, 캐서린 레테이아에게.
 
살점, 루드비히 헨젤과 카르디아 맥켈슨에게.
 
피, 마리아 엔젤에게…
 
한제국을 조각조각 나누어 분배라도 해온 건가요?
 
그의 신체부위와 이를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수없이 많이 적혀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미간이 절로 좁혀지는 서류의 가장 아래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과 알 수 없는 문양 같은 것이…
 
데일: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크툴루 신화 판정
 
데일:
크툴루 신화
기준치: 0/0/0
굴림: 21
판정결과: 실패
 
…읽을 수 없습니다. 무슨 언어인 거죠?
 
데일:(본인이 아님에도 역한 느낌을 참을 수 없는지 제 입 억지로 틀어막는다.) 미친건가? 아니... 미쳤다는 말이 아까운 수준인데... (서류에서 시선 돌려버리고 기도실 둘러본다.)
 
 기도실
 
계단과 가장 가까운 곳, 분명 전에 보았던 문입니다.
 
그때는 열 수 없었는데… 지금은 문이 살짝 열려있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데일:(조심해서 들어가본다.)
 
안으로 들어가면…
 
말 그대로 ‘기도실’로 보이는 공간입니다.
 
문과 가까운 곳에 놓인 의자 여러 개, 저 멀리,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제단이 보입니다.
 
데일:(의자 확인한다.)
 
 의자
 
당신은 앞으로 걸어 나가며 의자를 살펴봅니다.
 
보통 교회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기다란 의자가 아닌,
 
한 사람씩 편히 앉을 수 있는 푹신한 고급 소파입니다.
 
그 앞에는…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지정석인 걸까요?
 
이름표를 살펴보면..
 
당신이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가득합니다.
 
CRA의 뉴욕 지부장, 각종 크고 작은 작전을 지휘해온 지휘관…
 
CRA와 관련된 사람들뿐만이 아닙니다.
 
유명 대기업의 회장, 국회의원,
 
언젠가 작은 나라의 대통령을 맡고 있다고 뉴스에서 보았던 이름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데일:(... 제단 살핀다.)
 
 제단
 
제단의 앞쪽으로 다가갑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왜인지 다가갈수록 역겨운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습니다.
 
코를 막으며 제단의 앞에 서면, 커다란 제단 위에는 검은 천이 덮여 있습니다.
 
데일:(코 막은채 인상 찌푸리고 천 걷는다.)
 
조심스레 천을 걷어내보면,
 
...시체입니다.
 
그것도 당신이 죽였던 마을 주민들의 시체들입니다.
 
신체 곳곳이 손상되어 장기와 뼈를 그대로 내보이는 채였지만,
 
자세만큼은 왜인지 경건합니다.
 
기도를 올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때 이들이 이런 모습이었던가요?
 
데일: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데일: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자세히 살펴보니…
 
팔꿈치와 어깨, 겨드랑이 쪽의 피부와 근육이 뜯어져있습니다.
 
아무래도… 사후 경직이 일어난 시체의 팔을 억지로 꺾어 이런 자세를 만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제단에서 천천히 멀어집니다.
 
밀려오는 토기를 참아내며 뒷걸음질을 치다보면,
 
문득, 바닥에 무언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이건… 붉은 물감인가요?
 
색이 탁한 것이, 사람의 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제단을 감싼 것처럼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그 내부에 여러 선이 있습니다.
 
데일:(...) 환장하겠네. (바닥에 그려진 것 살펴본다.)
 
무언가… 마법진 같은 모양입니다.
 
제단 위의 인간의 시체를 중심으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선이 원을 그린 선과 연결됩니다.
 
…제단 근처까지 전부 살펴보면,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이쪽으로 사람이 오는 것 같습니다.
 
데일: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빠르게 근처의 커튼 뒤로 이동합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내려진 검은 커튼 덕에 당신의 모습이 비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도실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무언가 중얼거립니다.
 
데일: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금시초문인 이야기들입니다.
 
그러고 보면, CRA에 기도실 같은 공간이 왜 필요한 거죠?
 
정말 이곳에서 CRA의 일반 대원들은 모르는 음모라도 펼쳐지고 있는걸까요?
 
…하지만 이를 파헤치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 있다는 사실을 들켰다가는…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겠죠.
 
데일: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방 전체를 두른 커튼을 타고 소리 없이 기도실의 문 앞까지 도달합니다.
 
문밖으로 빠져나오면…
 
다행히도 복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계단으로 조심히 돌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일:(계단 타고 방으로 돌아간다.)
 
문이 닫힙니다.
 
당신이 죽인 사람들의 시체가 올려진 제단.
 
피인지, 물감인지, 알 수 없는 붉은색으로 바닥에 칠해진 특이한 문양.
 
유명 인사들의 자리가 마련된 소파들까지…
 
CRA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해결되지 못한 의문을 안은 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오면,
 
익숙치 않은 싸늘함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고요한 정적 속에, 당신은 침대에 몸을 뉘입니다.
 
.
 
.
 
.
 
여느 때와 같은 시각.
 
특별할 것 없는, 당연한 출전 준비 시각입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휘관이 바뀌었다는 점 정도일까요?
 
불과 몇 시간 전, 출전을 준비하라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사라진 장관.
 
캐서린 레테이아의 홀로그램을 떠올립니다.
 
처음으로 보게 된 연구소의 풍경,
 
CRA를 비난하던 흔적,
 
알 수 없는 편지와 아이의 행동,
 
그를 둘러보는 동안 끊어진 무전,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명령.
 
연구소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 말하던 지휘관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를 이뤘음에도 당신은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대체 왜?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헬기 위에 탑승할 시간입니다.
 
헬기에 탑승한 당신과 한제국은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데일:(...) 네, 알겠습니다.
 
…짧은 침묵, 그러나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입니다.
 
군인은 명령에 복종한다. 그뿐입니다.
 
인사 하나 없이 사라진 전 지휘관의 안부 따위를 물을 새도 없이,
 
헬기가 떠올라 움직입니다.
 
…군인은 명령에 복종한다.
 
당연한 명제이나, 짧은 공백만큼은 숨길 수 없습니다.
 
삽시간에 무거워진 공기가 밑바닥까지 내려앉습니다.
 
데일:(...) 알겠습니다.
 
무거운 정적 끝에 결국 입이 열립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대답은 애초에 하나뿐이니까요.
 
이상하게도 시간이 빠르게 흐릅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헬기의 문이 열립니다.
 
곧 무너지게 될 허름한 건물들,
 
갈라지고 연기가 피어오를 산,
 
파열음과 비명이 터져 나올 공간,
 
어쩌면 그저 폐허라는 이름으로만 역사에 기록되었다 사라질 곳.
 
그곳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습니다.
 
살인 집단, CRA의 실체, 살인을 방조하는 CRA의 상부.
 
이능력자를 이용하여 뻔뻔한 살인을 저지르는 CRA.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몇 글자들이 떠오릅니다.
 
어떤가요?
 
여전히 그 기사가 CRA에 대한 모욕, 말도 안 되는 날조, 작위적인 소설로만 느껴지나요?
 
아니면 진실을 담고 있는 글이라고 느껴지나요?
 
...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저 앞을 향하다 보면…
 
산 너머로 무언가가 보입니다.
 
피어오르는 것은 하얀 연기로 보이는데…
 
하얀 연기? 이곳에 온 뒤로 익숙해졌던 ‘하얀 연기’를 떠올립니다.
 
그와 동시에.
 
참을 새도 없이 신음이 터져 나옵니다.
 
차마 비명이 되지 못한 소리를 삼키고, 그 대신 거칠어진 호흡만 내뱉습니다.
 
분명 치료할 수 있는 로봇까지 몸에 주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말 하나 쉽게 내뱉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 계속됩니다.
 
비틀거리는 다리가 결국 땅 위로 무너지면,
 
녹아내릴 것 같은 시야 너머에 한제국이 서 있습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땅 위에 똑바로 선 채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바닥에 무너진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한제국이 당신의 뺨을 때..리는 것 같습니다.
 
감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의 표정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야가 완전히 흐려지기 직전,
 
무전기를 타고 흐르는 말소리 하나만큼은 강렬하게 꽂힙니다.
 
당신의 속을 후벼 파는 비난이 이어집니다.
 
그래요, 작전상 한제국이 홀로 움직이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겁니다.
 
그는 단신으로도 마을 하나 정도는 괴멸시킬 수 있는 ‘이능력자’니까요.
 
한제국:...데일.
정신차려.
환각에 지면 안돼.
 
그는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습니다.
 
무전기에서는 계속해서 그를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제국을 바라보면..
 
그는 표정 없이 당신을 바라보지만, 가고 싶지 않아하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몇분간의 대치 끝에,
 
한제국은 고통스러워하는 당신을 내려다보다,
 
결국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리 앞을 향하면서도 몇 번씩 당신을 돌아보는 것 같았으나,
 
그 모습은 점점 작아지고,
 
결국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집니다.
 
거칠었던 숨이 점점 잦아듭니다.
 
이제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방금, 그 연구소에서 보았던 영상과 비슷한 상황 아니었나요?
 
당신이 몸을 겨우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쿵-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소리죠? 고개를 돌려 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하면…
 
…지진?
 
마치 당신과 한제국이 지나간 길을 가르는 듯한 검은 균열,
 
그 입이 점점 벌어지고…
 
잘린 문장 속,
 
그 소리만이 반복되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무전이 끊어집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데일:(?) 누,구.
 
베리타스: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익숙한 검은 머리카락의 아이입니다.
 
어쩌면 진실을 호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가 나타나 쓰러진 당신을 일으킵니다.
 
아이의 뒤로는, 일전에 연구소에서 사진으로 보았던 자들이 보입니다.
 
크리쳐, 크리쳐, 크리쳐….
 
사진 밑에 적혀 있던 문구를 비웃듯,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한 이들이 당신과 아이를 어딘가로 이끕니다.
 
베리타스:살고 싶으면 얼른 따라와!
 
아이는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데일:(아이 손 잡고 따라간다. 누가 죽고싶겠어. 한제국은... 최후의 이능력자니까 살거라고 믿는다.)
 
당신은 그 손을 마주잡습니다.
 
…이들은 어째서 살인자라 부르던 자를 돕는 건가요?
 
호기심보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앞섰습니다.
 
균열이 당신에게 닿기 전에,
 
당신은 아이의 손을 잡고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 나갑니다.
 
혼란스럽지만 다리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전에 보았던 샛길이 아닌 다른 좁은 길,
 
어쩌면 조금 더 험한 길로 몸을 들이고,
 
무너져 내리는 나뭇가지를 피하며 잘게 흔들리는 산을 오릅니다.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점점 멀어집니다.
 
도착지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연구소입니다.
 
이런 지진에 미리 대비해두기라도 한 건지,
 
연구소의 겉모습은 여전히 허름하지만 더 무너진 곳은 없습니다.
 
...
 
그 안으로 발을 들입니다.
 
굉음과 진동이 모두 사라집니다.
 
내부는 전과 같이 조금 흐트러져 있으나,
 
바깥에서 퍼졌던 진동에 비하면 비교적 깔끔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살펴본 것과 별다른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베리타스:…무전이 끊어졌으니 아마 곧 네 본부에서 찾아올 거야.
시간이 없어.
 
설명할 시간조차 없다는 듯,
 
아이는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손목을 쥐고 연구소의 2층을 향해 오릅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
 
.
 
.
 
계단을 올라가 열려있는 2층 문 너머로 들어가면, 기계들이 자리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사이로 여러 약병들과 컴퓨터가 보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는 약병과 투명한 상자, 그리고 서류가 있습니다.
 
데일:(약병 들어서 확인해본다.)
 
 약병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진 그 약, 백색의 가루입니다.
 
CRA에서는 ‘성분조차 분석할 수 없는 신종 마약’이라 부르고는 했죠.
 
데일:(투명한 상자 살펴본다.)
 
 투명한 상자
 
투명한 물약이 담겨있는 기다란 병을 보관한 상자입니다.
 
이건… 가루를 녹인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약이죠?
 
이 약이 이들의 마지막 비밀 병기라도 되는지,
 
상자는 이 방에 있는 그 무엇보다도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약병 자체를 가져와 살피는 건 불가능해 보이나…
 
앞에 라벨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데일:(라벨 자세히 살펴본다,)
 
당신은 라벨을 유심히 살핍니다.
 
그의 이름이 흐트러짐 하나 없이 쓰여 있습니다.
 
데일:(미간 좁힌다. 이게 뭔지 알고...) 젠장.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시선 이름에 한참 머물다가 서류 살핀다.)
 
 서류
 
‘약 제조법’이라 쓰인 서류입니다.
 
약의 제조 방법을 써둔 서류로 보이나… 무언가 이상합니다.
 
당신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약 제조법은 아닙니다.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데일:(자세히 살펴본다.)
 
1번.
 
베리타스:
 
베리타스:
 
2번.
 
3번.
 
4번.
 
…그 밑에는 두 개의 메모가 떨어져있습니다.
 
각 메모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주문이 하나씩 쓰여 있습니다.
 
아무말
 
모든 물건을 둘러본 후, 고개를 돌리면 그 너머의 책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석에 쌓여 있는 종이 뭉치 위의 로봇과 서류 봉투가 보입니다.
 
데일:(로봇 살펴본다.)
 
 로봇
 
빈 종이뭉치 위에 로봇이 놓여있습니다.
 
이번에도 연구 자료를 로봇 안에 저장해둔 걸까요?
 
전원을 켜자, 허공에 화면이 떠오릅니다.
 
눈에 들어오는 ‘사람’의 사진.
 
CRA의 제복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떠오릅니다.
 
그 밑에는… 천천히 충격적인 글이 올라옵니다.
 
아무말
 
아무말
 
흐려지는 말을 끝으로 로봇이 꺼집니다.
 
뒷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 왜곡된 세계에 놀아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죄가 아니라 부를 수 있나요?
 
당신은 죄인인가요, 억울한 피해자인가요?
 
데일: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성 감소-1
 
데일:... 시발, 한제국!! (제 머리 꾹 누른다. 남에게 뭐라 할 것 없이 인간인 걸 알면서도 죽였다. 명백한 살인이었다.) ... (로봇 내려놓고 서류 봉투 확인한다.)
 
 서류봉투
 
봉투를 열자,
 
익숙한 얼굴이 담긴 증명사진과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서류가 눈에 들어옵니다.
 
모든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늘어놓으면…
 
내용은 전부 같습니다.
 
…그 서류 위에 붙은 사진은…
 
익숙한 얼굴입니다.
 
검은빛의 머리카락에 붉은 리본을 묶은 아이.
 
그 끝에 찍힌 직인과 서명은 모두 같습니다.
 
‘CRA 장관, 캐서린 레테이아’
 
…반역 모의, 국가 테러 시도, 허위사실 유포 시도, 불법 연구 및 자료 조사.
 
아마도 이들은 원래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CRA에 의해 강제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작은 발소리는 아마도 아이의 것입니다.
 
베리타스:다 살펴봤어? …어때?
이 세계의 실체를 알게 된 기분은.
 
데일:(...) 왜 하필 나야? 왜... (...) 네 잘못은 아니지. 그래. 글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네.
 
베리타스:왜 하필 너냐고? 글쎄... 최후의 이능력자. 그리고 그의 파트너. 정예군인. 한제국의 최측근.
이 정도면 이유가 되겠지?
거기에 쓰여 있는 대로… 우리는 모두 진실을 밝히려다 쫓겨난 일반인들이야. 믿기 어렵겠지만, 네가 본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거짓말을 하는 건 너희 장관, 레테이아와 세계를 대변하고 있는 상부 사람들이지.
 
아이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베리타스:그래서… 어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크리쳐가 인간인 걸 알면서도, 인간을 죽이면서 살아갈 거야?
 
데일:(죽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한 마디가 목구멍에서 올라오지 않았다. 인간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죽인 전적이 있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다른 말만 내뱉는다.) 죽이고 싶지 않아. 적어도 앞으로는. 나는 지키려고 군인이 된 거지 뺏으려고 군인이 된 건 아니거든.
 
당신의 말을 듣던 아이가 이내 입을 엽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립니다.
 
생각은 파도와 바위가 되어 머릿속 바다 한가운데서 충돌합니다.
 
베리타스:지금도 전 세계의 일반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가고 있어. 모르고 죽거나, 알고 죽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이미 이능력자가 차지한 세상은 이능력자의 말밖에 들어주지 않아.
그러니까.
 
곧 이어 아이의 처절한 말이 이어집니다.
 
베리타스:…우리를 도와줘. 부탁이야.
전 세계적으로 감각을 왜곡할 수 있는 건 한제국 뿐이야. 그만 죽이면 돼.
한제국만 사라지면 감각 이상도 일제히 사라질 테고, 너희 군인들이 먼저 감각을 되찾을 거야. 그러면…
일반인을 죽이려는 이능력자와 마주하게 될 테니까,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진실을 알릴 수 있어.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감각을 왜곡시키고 있는 최후의 이능력자,
 
한제국만 사라진다면 당신과,
 
당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을 겁니다.
 
베리타스:알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아마 본부로 돌아가면 레테이아가 널 현혹하고, 우리를 모두 죽이라 명령할 거야.
그때 명령을 따르는 척 이곳에 한제국를 데리고 와서, 왼발로 바닥을 두 번 치는 신호를 주면… 한제국에게 어떻게든 약을 먹일게.
봤으니 알겠지만,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능력을 없앨 수 있는 약이 있어.
이걸 먹인 후에 죽이면 될 거야.
 
아이의 처절한 말과 동시에 위에서 투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연구소 위로 무언가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공기가 갈리는 듯한 소리, 익숙한 헬기입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를 포함한 연구소 내의 모든 사람이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바닥의 숨겨진 문을 열어 사라지고,
 
몇 중요한 것들과 서류를 챙긴 채로 문을 엽니다.
 
로봇을 든 채로 당신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의 얼굴에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처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제대로 들리지 않는 작은 말, 그 말만을 남기고 바닥이 닫힙니다.
 
…동시에, 무전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쓰러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도, 헬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임시 착륙장을 만드는 거겠죠.
 
이들은 약한 자들을 내몬 땅마저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복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
 
.
 
.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와 연구소의 밖으로 향하면…
 
무장한 타 지부의 CRA 대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원:장관님. 확인했습니다. 탑승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 모를 CRA 대원에 의해 헬기에 오르게 되면,
 
그 안에는 이미 한제국이 있습니다.
 
어딘가 불안해보이던 그의 표정이 당신을 보자 안심한 듯 풀어집니다.
 
헬기는 이륙합니다.
 
.
 
.
 
.
 
헬기는 어느새 시멘트가 잘 발린 착륙장에 도달합니다.
 
문을 열고, 건물을 향해 걸어가면…
 
그 문 앞에는 익숙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캐서린 레테이아. CRA의 장관. 혹은 이 왜곡의 주역.
 
그는 웃는 얼굴로 가볍게 손뼉을 칩니다.
 
캐서린 레테이아:귀관들. 그간의 프로젝트 참여에 감사를 표한다.
아직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나, 곧 마지막이니 수고했다는 의미로 간단한 만찬을 준비했다.
프로젝트 진행으로 피로가 쌓였을 텐데, 조금이라도 몸을 달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전에.
 
이해할 수 없는 말,
 
익숙하지 않은 풀어진 투에 당황하던 찰나,
 
날카로운 말이 이어집니다.
 
캐서린 레테이아:나와 할 이야기가 있겠지, 데일.
함께 올라가도록 할까.
 
…그렇게 등을 돌린 그는 따라오라는 듯 앞서 걸어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한제국은 두 사람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데일:... 네. (한제국 쳐다보지도 않고 장관 따라간다.)
 
당신은 한제국을 두고 등을 돌립니다.
 
왜곡의 중심, 아마 또 다른 피해자.
 
그러나 사라져야만 평화를 부를 수 있는 존재.
 
그와 대화를 나누기 전 캐서린의 마지막 제안을 듣고자 발걸음을 옮깁니다.
 
...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최상층의 바로 아래 자리한 장관실입니다.
 
넓은 장관실에 먼저 들어온 그는 편안한 소파에 앉은 뒤에,
 
그 앞의 의자 하나를 가리킵니다.
 
당신이 앉는 것과 동시에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캐서린 레테이아:나는 그저 그들이 얻었다던 주문만 알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꽤 크게 번져버려 유감스럽다. 그리고… 굳이 말을 가릴 필요도 없겠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처음부터 크리쳐가 인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형 크리쳐가 나타나기 이전까지의 크리쳐는 모두 실제 크리쳐였어. 400년 전, 우리의 조상들은 후세의 위험을 예견하고, 신께 기도를 올려 이능력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신 거다.
 
신의 축복이라...
 
캐서린 레테이아:선대가 후세를 위해 이리 노력해줬는데, 우리는 그저 받기만 할 수 있었겠나? 일반인을 죽이고 싶어 한 건 그런 이유야. 일반인의 열등한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고 싶지 않아서.
반신반인인 이능력자, 혹은 그에 버금가는 인물만으로 이 세계를 가득 채우는 것이 후세를 위한 길이겠지. …물론, 정예 군인은 이능력자만큼의 능력이 있으니 제외다. 너 또한 자랑스레 여겨도 좋다.
 
자랑스럽기는 무슨.
 
캐서린 레테이아: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 신의 계시가 내려온 거다. 축복의 대가를 지불하라고. 자신들을 위한 제물을 바치라고, 말이지. 그와 함께 일반인을 크리쳐로 보이게 하는 능력을 지닌 한제국를 내려주셨어. 이게 무슨 뜻이라 생각하나?
기쁘게도 신과 나의 뜻이 같았던 거다. 나는 열등한 인간을 잡아 죽여서 좋고, 신은 제물로 배를 불려서 좋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포식자는 피식자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세계의 먹이사슬, 그 위에는 당신이 있습니다.
 
피식자라 불리는 일반인을 짓밟은 채로.
 
허나, 당신이 누려온 것들은 너무나도 안락한 것이었습니다.
 
데일:...하, 지랄하네... 결국은 애새끼 마냥 지 하고싶은 대로 했다는 말씀이잖습니까. 신의 축복?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무해한 인간들 수백, 수천명이 죽었습니다. 그들에게도 그게 축복입니까? 저주가 아니라? 적어도 나한테는 그게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는군요. 신도 당신도 살육에 미친 자들 뿐입니다. 한제국은 본인이 원해서 이딴 짓을 하고 있는 게 맞긴 합니까? (세뇌라도 한 건 아닌지, 괴상한 건강검진의 결과가 어떤지 본인도 알고 있는지. 제발 아니길 빌어보지만... )
 
캐서린 레테이아:상관한테 지랄이라. 오늘은 좋은 날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두번은 없다, 대원. 하하.. 너 역시도 보잘 것 없는 인간에 불과했군 그래. 정예 대원이라 좀 나을 줄 알았더만.. 내 착각이었나? 신의 축복이 있기에 네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걸 명심해. (으름장 놓듯 낮게 읊조린다.) 한제국... 그는 신의 사자다. 신께서 고통에 몸부림 치던 우리에게 내려주신. 하지만, 그놈도 그저 그릇에 불과해. 전엔 그나마 수월했는데 말야, 요즘엔 정신머리도 빠져가지고. 다시 교육하느라 애 좀 먹었다. 운 좋게 신의 축복을 받은 채로 태어나놓고서는... 제 힘에 감사할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그는 아무렇지 않아보였습니다.
 
데일:들으셨습니까? 혼잣말이었는데 꽤 찔리셨나 보군요. 두 번이나 당신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예 군인이라고 해봤자 평범한 일반인일 뿐입니다. (그 놈의 신의 축복은 개뿔. 사이비 교주 같은 새끼가. 당장 저 얼굴에 주먹이나 꼴아박고싶다. 베리타스의 계획을 못 들었다면 그랬을 지도 모르지.) ... 명심하겠습니다. (장관의 대답으로 확실해졌다. 한제국은 세뇌를 당한 것 같고.) 고생하셨겠습니다. 제가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이 일상같은 대화가 죽도록 싫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주먹에 힘만 꾹 쥔다. 지금은 꿇고 들어가야 나중에 일이 수월해질 테니까.)
 
캐서린 레테이아:그리 말하면 섭하지. 아직 가장 중요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는데. 이게 네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하게 될거야. 그러니, 귓구멍 활짝 열고 듣는게 좋을거다.
자, 서론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넘어갈까.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갑니다.
 
캐서린 레테이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더군. 아주, 깊이 실망했다.
하지만 그 헛소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상황이었을테니 어느 정도는 감안하기로 했다.
그러니 네게 선택권을 주지.
하나, 처음 내렸던 명령을 이행하는 것. 마을 사람들을 전부 잡아 죽이고, 그 마을을 처음부터 없던 마을로 만들어라. 약과 서류, 자료들까지 전부. 단 하나도 남김없이.
그리고, 네가 품고 있는 기억도 전부 없던 것으로 하는 거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을 맺고, 너는 상을 수여 받고 세계의 영웅이 될 거다. 포상금, 휴가는 원하는 만큼 주도록 하지.
 
선심을 쓰듯 이야기합니다.
 
캐서린 레테이아: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힘들다면 찾아와. 원한다면 프로젝트의 기억을 전부 지울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해줄 테니. 그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끝났다는 기억만 남은 채로.
괜찮은 제안이지 않나?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제안이다.
둘. 마을은 우리가 처리할 테니 입단속만 제대로 해. 이게 상부의 두 번째 제안이다. 그래, 반발심도 있을 테고, 헛소리에 현혹되기도 했겠지. 그를 넓은 아량으로 감안하기로 한 거다.
프로젝트는 네 출전과는 상관없이 내일로 종료될 테고, 성공이라 발표될 거다. 단, 약속한 보상은 줄 수 없어. 성공, 그리고 끝이다. 그리고 네게는 평생 감시가 붙겠지.
 
그는 웃으며 자신의 왼팔을 들어 올립니다.
 
혈관이 보이는 곳을 손가락 끝으로 누르는 행동에…
 
무언가가 떠오릅니다.
 
캐서린 레테이아:이 경우, 그 로봇은 평생, 네 몸속을 헤집고 다닐 예정이다. 조금이라도 발설 기미를 보인다면… 너도 일반인의 시체 사이에 섞어주도록 하지.
로봇이 사라지길 원한다면 복종해, 명령을 받들어라.
이 둘 중 하나를 골라 내일 출전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처음부터 치료제 같은 건 없었던 겁니다.
 
무슨 약인지 알고 있었으면서,
 
마약이라 당신을 속이고 치료제라 거짓 로봇을 집어넣은 거죠.
 
전부 감시와 협박을 위한 물건이었을 겁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시선을 뗍니다.
 
당신의 말 따위는 듣지도 않겠다는 듯, 돌아가라 손짓합니다.
 
…아마 내일 출전 전,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서류를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무슨 말을 할 수 있나요?
 
당신은 그대로 방의 문을 열고 나섭니다.
 
형식적인 경례 또한 없습니다.
 
세계의 재건, 스스로의 안위, 아니, 그 전에…
 
한제국의 죽음만이 해결법이라 말하던 아이.
 
아이의 말에 따른다면…
 
마을에 한제국을 데려가기 위해 그들을 죽이고 오겠다는 서류를 제출해야겠죠.
 
아니, 그들을 죽인다면…
 
…문을 열고 나가면 그 앞에는 한제국이 서 있습니다.
 
벽에 기대어 선 그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제국:..무슨 얘기 했어?
 
데일:(이번에는 시선 똑바로 마주한다. 비록 그 시선에 무슨 감정이 담겼는지는 자신도 모르겠지만.) 걱정을 하는 건지, 그냥 호기심인 건지. (...) 별 말 없었어. 그냥 보잘 것 없는 인간이라던데? 임무 도중에 튀었으니까 그럴만 했지. (그리곤 뭔가 생각났는지 제 얼굴 만지작 거린다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 까딱인다.)
 
한제국:(평소에는 얼굴을 마주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조금이라도 유추가 가능했으나. 이번엔 다르다. 눈을 한참이나 맞춰도 그 검은 눈동자는 오로지 저만 비출뿐 도통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원래 그런 인간이야. 무시해. (까딱이는 손짓에 의아함 담은 채 거리 좁힌다.)
 
데일:(알고는 있지만 그 아래에서 군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복종해야 하는 게 싫었다.) 무시하라고... 남한테는 쉽게 말하는 편인가? (유치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입은 생각할 시간 따윈 주지 않았다.) 아까는 무시하지 못 하던데. (죽지 않게 할 거라면서. 아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글쎄. 어떻게 됐으려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쿨한 인간이 아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덤덤한 얼굴로 네 뺨 후려친다.) 정신 차려. 환각에 지지말고.
 
한제국:(답지않게 어색한 표정 지으며 널 쳐다본다. 평소와는 다른 낌새를 눈치 챈 것인지. 계속해서 네 새까만 눈동자에 제 자신이 비치는 모습만 바라봤다.) ..그런게 아니잖아. 정말 별 말 없던거 맞아? (아까 전, 그 곳에서 널 두고 떠난게 계속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죄책감이 묻어나온다. 난데없이 뺨 후려쳐지면, 이번에는 놀란 표정이 확연히 드러났다. 뭐라 말도 못한 채 그대로 가만히 네 덤덤한 표정 응시하고 있다.)
 
데일:(... 이래서 눈치 빠른 놈들이 싫다는 거겠지. 더 이상 알아주지 않아 줬으면 하는 마음에 시선 내리깐다.) 별 말 없었다니까. 이탈했던 것 때문에 꾸증 좀 들었는데 하나하나 다 말해줘야 믿으려나. (제 손이나 탁탁 털어 보인다. 아까의 너와 마찬가지로 역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한제국, 날 너무 믿지마. 믿는 사람한테 칼 맞을지 어떻게 알아. 말했잖아. 정 들지 말라고. (이미 늦어버렸을 수도 혹은 이쪽에서 정이 들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너를 죽여야 세상이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터 장관과 대화하기 전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맞아보니까 좀 아프냐? 근데 나도 더럽게 아팠다. 두고 갈 거면 때리지나 말던가.
 
한제국:(내리 마주치던 시선 내리까는 것에 딱히 별 다른 말 이어가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 밖으로 채 뱉지 못한 채 허공만 빙빙 돌고 만다.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닌데. 어째서 제게 말하지 않는건지. 혹시 아까 전의 일로 내게 화가 단단히 난건지, 그래서 그런건지. 왜 내 시선을 피하는지. 머릿속이 시끄럽다. 곧이어 들려오는 네 말에 무언가 속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자꾸 그런 소리 할래.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끝맺었다.) 미안. 그렇게 세게 때린 줄은 몰랐는데. (그리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까 전 제가 때린 뺨 손으로 감싸고는 금방 손 내렸다. 어딘가 쓴 웃음이 널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마주봅니다.
 
말하지 않아도, 분명 둘다 느꼈을겁니다.
 
곧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별다른 말 없이..
 
대화는 흐지부지하게 끝납니다.
 
출전 전, 당신은 받은 서류에 서명하기 위해 펜을 꺼내 들었습니다.
 
장관에게 제출할 서류, 어쩌면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서류.
 
그 위로 당신은 무엇을 써 내려가나요?
 
데일:(첫 번째 조건을 수락한다는 내용이다.)
 
운명이 결정되었습니다.
 
머무르던 방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무장한 두 대원이 그 앞에 서 있습니다.
 
혹 당신이 다른 마음을 먹기라도 할까 우려한 걸까요.
 
혹 당신이 다른 마음을 먹기라도 할까 우려한 걸까요.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질 모양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엇이든 그 손으로 직접 이루겠다고 작성하였습니다.
 
이후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미래로 향하며 그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당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본 대원들은 그를 낚아채듯 가져가고,
 
당신을 노려보며 서류를 열어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 후, 서류를 쥔 사람이 대답 하나 없이 멀어져 위층을 향하면,
 
남은 대원은 당신을 익숙한 착륙장으로 안내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익숙한 감각마저도 섬뜩합니다.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인을 저지르게 되겠죠.
 
어떤 상대든.
 
.
 
.
 
.
 
착륙장에 도착하면 익숙한 사람 하나가 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발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한제국입니다.
 
한제국:좋은 아침.
 
데일:(...) 그래.
 
영양가 없는 인사를 나누고,
 
곧 당신은 익숙하게 헬기에 오릅니다.
 
익숙하나, 곧 마지막이 될 기억입니다.
 
당신이 이후 어떤 일을 벌이든, 결국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오늘이 마지막, 오늘이…
 
...
 
헬기의 문이 열리고, 벌어질 일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폐허에 가까워진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전부 무너져있지만…
 
당신은 아이와 함께 걸었던 샛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가가면…
 
아직 무너지지 않은 얇은 가지에 이정표라도 되는 양 붉은 리본이 묶여있습니다.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그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길인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짧은 길을 겨우 걸어오면…
 
연구소의 앞에는 익숙한 아이가 서 있습니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양, 당신과 한제국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엽니다.
 
들어선 연구소의 내부는 익히 알고 있었듯이 허름하나…
 
허름함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노인,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 청년, 아이들까지.
 
연구소를 꽉 채운 인파 덕에 겨우 발을 들이면…
 
한제국이 미간을 구긴 채 눈을 번뜩이며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와 동시에 놀란 노인들이 멀어집니다.
 
아이가 당신에게 다가가는 것과 함께…
 
몇 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꽂힙니다.
 
노인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입니다.
 
한제국은 이를 크리쳐의 살기라 느끼는 듯, 다시 한 번 표정을 구깁니다.
 
데일:(네 뺌에 손등 살짝 댄다.) 지지 말라고 했는데. 한 대 더 맞으면 정신 차릴래? (이렇게 말한다 한들 풀릴 일은 없겠지만...)
 
한제국:(뺨에 닿는 감촉에 시선 거두고 고개 살짝 돌려 너 쳐다봤다. 말마따나, 어떤 짓을 해도 저가 환각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죽지 않는 이상...)
 
…대치 상황입니다.
 
한제국에게 노인들은 여전히 크리쳐, 물리쳐야 할 존재로.
 
노인들에게 한제국이란,
 
자신과 마을을 무너뜨릴 절망의 상징으로 보일 터입니다.
 
말 한 마디 오가지 않는 적막한 공간에 거친 숨소리와 긴장만이 가득 차오릅니다.
 
그때,
 
갑작스레 한 노인이 불안에 휩싸여 비명을 지릅니다.
 
"저거, 저게 우리를 죽인다. 저게 우리를 죽일 거야!!"
 
그 말에 주변의 노인들까지 함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 연구실 안,
 
결국 누군가가 미끄러져 넘어집니다.
 
…아, 이러면…
 
베리타스:…안 돼, 정신 차려!! 약, 약을 지켜, 약 꺼내와!!
 
아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사람들이 일제히 한제국에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상자를 열고, 누군가가 약을 꺼내고,
 
누군가는 한제국의 입을 벌리기 위해 몸을 던집니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순식간이어서,
 
당신이 파악하고 손을 뻗기도 전에…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모든 것이 느리게 보입니다.
 
무너져가는 집 아래 하나의 먹잇감을 두고 달려드는 짐승들.
 
그러나, 실제로 먹잇감은 지금 짐승처럼 보이는 이들입니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먼저 먹이사슬을 뒤엎습니다.
 
한제국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지릅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손이 덜덜 떨려 하얗게 물들어가나,
 
능력이…
 
그러나 그 익숙한 신의 힘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심판이 시작됩니다.
 
한제국, 지금부터 리얼타임 25분간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데일, 당신이 해당 시간 안에 자신의 의사를 결정해 밝히지 않을 시,
 
뒤집힌 먹이사슬은 원래대로 돌아와 신의 심판이 시작될 것입니다.
 
…주변이 엉망입니다.
 
한제국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노인들이 겨우 일어나 한 걸음씩 멀어집니다.
 
어디선가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한제국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요.
 
누군가가 당신의 앞으로 다가옵니다.
 
언제나 앞에 서던 그 아이.
 
모든 어른이 크리쳐로 인식되기에 나설 수밖에 없던 그 아이,
 
베리타스.
 
…진실이 다가옵니다.
 
베리타스:…결말만 괜찮으면 돼.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데일:결말만... 그 결말의 기준은 세상인가? (어제 그 눈빛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미움과 슬픔, 혼란, 미안함... 또는... 애정이 담긴. 미묘한 시선으로 너를 봤다.) 내가 말했잖아. 나 믿지 말라고.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고 있다. 네가 원해서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닌 것도 알고, 죽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살인을 해보려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이상적인 정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세계의 존재보다 한제국이라는 존재가 더 컸기 때문에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군인이니까.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지만 한 번은 실패했었으니까. 이번에는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우리가 함께 하면서 사용했던 총을 장전했다.) 바보같이 뭘 믿고 따라온 거야.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 다면서 본인이 죽게 생겼네. (차라리 그냥 나를 대놓고 미워했으면 좋겠다. 죽어서도 영원히 용서하지 말길. 신 따위나 CRA 따위에게서 해방시켜 준다고 하면 위선이려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너로서는 배신감이 많이 들지도 모르겠다. 방아쇠에 손가락이 올라가고 총은 네 쪽으로 향했다. 덤덤하게 말하던 목소리는 눈에 띄게 떨렸고 네가 비추는 눈동자는 흔들렸으며 눈가는 붉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나올 것만 같아 이를 뿌득 갈며 참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 거다. 바보같은 너는 고작 그 한 마디로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 한제국. (들려오는 대답이 없을 걸 알면서도 몇 번 이름을 읊어본다.)
 
당신이 겨눈 총구 끝에는,
 
한제국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운명이 결정되었습니다.
 
당신의 운명.
 
그의 운명.
 
이 생존자들의 운명.
 
그리고, 이 세계의 운명까지.
 
당신은 대답했습니다.
 
한제국을 죽이겠다고.
 
신의 축복이 아닌, 시대의 악을 타고난 자.
 
한제국을 죽여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웃음을 머금은 아이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에게 살인을 종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 뜨겁습니다.
 
진정한 신의 사자는 당신이라고,
 
그 기괴한 박수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살아남는 세계.
 
누군가를 죽이고도 살아가는 세계.
 
이 왜곡된 세계는 당신에 의해 그 본질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
 
어느새 마을 사람들에 의해 구속된 한제국이 당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습니다.
 
두 눈에는 원망, 그리고..
 
믿었던 당신조차 이 미친 마을 사람들에게 넘어가버렸다는 오해로 점철된 배신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슬픔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곧 있으면 차게 식을,
 
빛나는 저 두눈에는 이 불쌍한 도망자들이 여전히 끔찍한 괴물들로 비춰지겠죠.
 
거기다가, 동료가 그 괴물들의 편에 서서 제 등에 칼을 꽂아넣는 격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한제국도 이 미친 세계의 피해자일 뿐이겠죠.
 
하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존재만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악’ 그 자체입니다.
 
본인은 그걸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만.
 
참으로 한심하고도, 기구한 운명이 아닌가요.
 
그의 입에 물린 재갈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최후의 이능력자라더니,
 
신의 마지막 축복을 받은 자라더니!
 
그는 끝끝내,
 
환각에 지고 말았습니다.
 
권력이란 이토록 한순간이고,
 
고작 종이 하나로도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안타까운 것입니다.
 
그까짓 유리를 다이아몬드라 품던 고위층에 비웃음만 흘러나옵니다.
 
당신은 그를 바라보며…
 
무엇을 하나요?
 
데일:파트너, 동료라는 인간이 믿을만한 인간이 아니라서.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라 미안하다. (고작 환각 조차 깨워주지 못하는 인간이라. 미안하다는 말이 최선인 인간이라.) 네 눈에는 미친새끼 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이게 맞는 거겠지? (가슴이 답답하다. 너와 나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증오스럽다. 대체 신이 뭐라고. 신이 아니라 악마가 아닌가.) 먼저 가서 기다려. 마무리만 하고 갈 테니까. (총을 쏘기 직전에 입모양으로 뭐라 뻐끔 거렸는지 너는 알아볼 수 있었을까. 대답을 듣기엔 너무 늦어버렸지만. 눈에서부터 뺨을 타고 흐르는 것 애써 무시하고 그대로 방아쇠 당긴다.)
 
한제국:(원망. 배신감. 분노. 비통함. 슬픔, 그리움, 그리고.. 죄책감. 널 바라보는 잿빛 눈동자에는 온갖 감정들이 가득 묻어나오다, 이내 모두 지워지고 만다. 아마, 체념이었을 것. 이 세계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혼란만이 나를 반겨주었는데, 내가 흩어 부서져 사라질 때까지 결국 똑같이 나를 보내주는구나.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울음 섞인 말에, 온몸의 힘이 다 빠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아직까지 잘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내가 없는 세상이 네게는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모든 미련을 고이 접어두고 떠나련다. 마지막 순간까지 네 표정만을 읽으려, 네 눈에 비친 나의 최후를 찾으려. 내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거라, 생각하며 눈을 감은 채 나에게 내려진 심판을 기다린다. 부디, 저 세상에서 만나지 않길. 다음 생에도 혹시, 정말 혹시나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네가 이런 큰 짐을 떠안지 않기를. 감은 눈에서 끝내 타고 내려온 눈물이 떨어지다, 이내 차가운 바닥에 닿는다. 곧 있으면 나도 저 바닥에 닿게 될 테니.)
 
당신의 총알은 정확히 그를 관통했습니다.
 
눈이 크게 뜨이는 것도 잠시,
 
그의 입에서는 인간과 같은 피가 터져 나와 흐릅니다.
 
총알의 반동으로 인해 그의 몸은 힘 없이 뒤로 쓰러집니다.
 
귀를 찢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그 직후, 소름 끼칠 정도의 정적이 이어집니다.
 
더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최후의 이능력자 따위도 죽음 앞에서는 그저 한낱 인간일 뿐입니다.
 
미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한번의 총성으로.
 
시시할 정도로 짧고 가벼운 죽음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있던 노인들과 사람들은 환희에 차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르고,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기 시작합니다.
 
노인 중 하나가 다가와 당신에게 고맙다고 말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이들 또한 수없이 많습니다.
 
그저 사람 하나를 죽였습니다.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영영 잊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평범한 이들의 세계를 구했습니다.
 
...
 
우리와 함께 숨어있다, 사람들의 감각이 돌아온다면 그때 나가자고 제안합니다.
 
데일:(대체 뭐가 고마운 걸까. 왜 내게 무릎을 꿇는 걸까. 자신들이 죽는 것은 두렵지만 다른 이가 죽는 것은 환희 할 일인 건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연구소 밖으로 나간다.)
 
당신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당혹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그들을 뒤로하고,
 
당신은 밖으로 향합니다.
 
탁 트인 공간이, 당신을 더욱 공허하게 만듭니다.
 
멍하니 저 먼 곳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무전기가 울립니다.
 
아주 아득하게 헬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합니다.
 
무전기를 뽑아내 집어 던집니다.
 
곧 한제국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질 것입니다.
 
...
 
당신은 살인죄로 구속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그 곳에서,
 
사람들의 감각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한 곳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난지도 모르게 갇혀있었을까,
 
다시 마주하게 된 세계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 일로부터 어느샌가 한달이 지나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실패, 최후의 이능력자인 한제국의 죽음,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예 군인의 실종.
 
CRA는 한제국과 데일 모두가 마을 주민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거라 보도합니다.
 
왜 죽은 당신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걸까요?
 
...
 
CRA는 해체되었습니다.
 
크리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CRA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캐서린 레테이아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간의 비밀 또한 전부 밝혀졌습니다.
 
아무리 그들이 고위층이라 한들, CRA를 향한 비난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을 테죠.
 
이후에도 이능력자는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한제국의 죽음을 끝으로 모든 이능력자가 곧 그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죠.
 
이제, 신의 축복 따위는 자취를 감춘,
 
온전히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가 될 것입니다.
 
데일, 당신의 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