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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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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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의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아니, 나는.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나요?
 
아무말
 
최강의 인류,당신의 이름은 판입니다.
 
아무말
 
최강의 인류,당신의 이름은 명입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명: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이며, 그 죄목은 판과 당신이 저지른 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이 경고임을 깨닫습니다.
 
본부의 주요 기밀을 알아차리고 무단으로 이탈한 당신과 판,
 
두 사람이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하겠다는 경고 말이에요.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명: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뭐, 이름도 모르는 모브들 따위라고는 해도,
 
일단은 옛 동료는 동료이며, 당신이 원인이긴 합니다.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가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
 
그때, 당신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이런, 당신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판:파트,... 명!
 
그리고 판이 등장합니다.
 
판은 엎어진 파스타에 신경이 쏠린 채로 입을 엽니다.
 
판:너도 봤지? 아무래도~... 응. 당장 AOC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카트랑 에브닉, 알랙스, 밴드 비슷한 애랑 자국이였나...? 음, 어쨌든,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둘 수는 있지만. 그래도 뭐~... 죄 없는 애들을 죽게 냅둘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편해 할 것 같아서 말이지.
(......) 사실, 별로 안면은 없지만?! 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단 한 명도 이름을 제대로 말한 애도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명:(...?) ... 그래서, 결론은 구하러 가자고? 저 사람들을? 너 언제부터 그렇게 정의감이 넘쳤냐?
 
판:정답~ 아니 뭐~... 딱히 정의감이 넘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랄까? (.............) 아~ 알았어, 알았어! 맞아! 사실 몸 안 쓴지도 오래됐고! 솔직히 말하자면...... 심심한 편이지~... 응. (시선 돌린다.) 겸사겸사 구하러 가자고~ 그래도 나름 한 때 최강의 인류다 뭐시기다 했잖아~
 
명:구하는 게 목적이냐, 니 재미가 목적이냐? (뭐, 묻지 않아도 무슨 대답이 나올지는 뻔히 알지만.) ... 알고 지내던 놈들도 아닌데 굳이 가야하나, AOC에 사람이 쟤네뿐인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게 살고 있었는데.
 
판:아무래도 전자인 편이지~? (뻔뻔하게 웃으면서 잘도 말한다.) 이런, 이런! 매정한 파트너씨~ 탈주 닌자 코스프레 한 뒤로 파트너씨라고 부르지도 못 하고~ 물론 저것도 우리를 겨냥한 함정이겠지만? 저렇게 대놓고 도발하는데 우리가 얌전히 있을 사람인가? 응?
 
명:지금 잘만 부르고 있으면서 뭘 못 불러. ... 저 놈들도 미친 놈들이네. 우리 죄를 다른 놈들한테 덮어씌워 처형 협박이나 하고 말이야. (...) 가던가. 그나저나 이건 뭐냐?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채 기절한 사람쪽으로 시선 힐끔...)
 
판:그거야~ 내가 가자고 징징대면 가줄 걸 아니까? 이렇게 된 거 파업했던 파트너 다시 일으켜 보자고~ (히죽 웃으면서 네게 어깨동무를 한다.) 그러게~ 미친놈들을 그냥 냅둘 순 없지~ 아직 정신 덜 차렸나 보다. (기절한 사람 발로 뻥 찬다.) 응? 뭐가 있었나? (입맛 쩝 다시고) 아직 한 입 밖에 못 먹은 건 아쉽게 됐지만 뭐~... 떨어진 걸 주워먹을 순 없잖아? 갔다와서 먹는 걸로 하고 갈까? (어깨동무한 상태로 출입구 향해 휙 돈다.) 일단 가기 전에 뭐 좀 챙기자. 그냥 맨 몸으로 돌진할 순 없잖아~
 
명:다음부턴 징징거리면 동행하는 게 아니라 널 내쫓을 줄 알아. (어깨동무한 팔 툭툭 친다.) ... 사람 죽이고 다니냐? (못마땅한 얼굴로 너 잠시 보나 싶더니 따라서 빙 돈다.)
 
판은 그럴리가 있겠냐며 대충 둘러대고는 우리들의 숙소로 향합니다.
 
AOC로 가기 전에 숙소에서 짐을 챙기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기엔 너무 추레한 몰골이잖아요?
 
판이 침대를 올리면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여러 총기나 칼날 등이 나옵니다.
 
냉장고를 털면 음식이나 음료수도 챙겨갈 수 있겠습니다.
 
무엇을 챙길까요, 명?
 
명:(챙겨갈만한 것들 둘러보다가 총기 하나 집고 음식도 하나 챙깁니다.) 넌 다 챙겼냐?
 
판:네네~ 준비 완료! (대충 음료 하나, 가벼운 주머니 칼 챙겨든다.)
 
잠시만요, 명.
 
총을 사용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고 계신가요?
 
명:(...) 우리 탄환 있냐?
 
판:아~ (눈 끔뻑 거리면서 데굴 굴리더니 히죽 웃는다.) 없을 걸? 아니, 없지.
 
명:...... 구하기 전까진 무쓸모네. (총기 내려 두고는 나이프 하나 집어 품 안에 넣습니다.) 총은 가서 거기 있는 놈들 걸 뺏던가 해.
 
판:아무래도 그렇지? (총기 내려두는 모습 보고는 큭큭 웃어대.) 롸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판은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판은 이곳까지 어떻게 왔나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동료들을 구하겠다고 다짐했나요, 아니면 자백하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나요?
 
.......
 
어떤 마음이든 이미 우리는 AOC 앞에 서 있습니다.
 
명, 어떻게 진입하는 게 좋겠나요?
 
명:... 저기 대문짝만하게 있는 정문말고, 다른 길 아냐?
 
판:아~ 알지, 알지~ 전에 예에에전에 알려지지 않은 루트 하나를 내가 봐두긴 했거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특별히 대단한 길은 아니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어~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거면 충분할 걸?
 
판을 믿어볼까요?
 
명:그 루트가 어떻게 가는 건데?
 
판:(손가락 두 개를 펴더니 입꼬리 비죽 올려 웃는다.) 기는 쪽이 좋아, 나는 쪽이 좋아?
 
명:(뭔 선택지가 그따구냐는 눈초리로 너 보며) 후자.
 
판:(바라보는 시선에 짧게 꺅 소리 내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길 안내를 시작한다.)
 
......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아무도 판에게 인간은 날 수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요?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장치를 당신의 조끼에 묶으며 판은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판:괜찮아~ 아직 1명밖에 안 떨어졌대~
 
명:미쳤어?
 
그리곤 조용히 말을 흘립니다.
 
판:실사용자가 1명이라고 들은 것 같긴 하지만?
 
태클을 걸 틈도 없이 판은 명을 껴안고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두 사람을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판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판:어쩌면 줄곧 이런 날이 다시 오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안은 채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덧붙입니다.
 
판:나쁜 사건이 아니라~ 우리 파트너씨랑 같이 싸우는 거 좋아하거든~
 
찡그리듯 웃으면서요.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판은 명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이곳은 AOC 건물의 옥상입니다.
 
목적지에 관해 의논한다면 판은 최상층으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딘가에 갇혔을지 모르는 인질을 찾다 들켜서 습격당하느니 이참에 다시는 이러지 못하도록 수뇌부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면서요.
 
하지만 어디로 가든 CCTV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명:그쪽으로 가던가.
 
판:롸저~
 
당신과 판이 최상층에 도달하면, 판은 당신을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당신과 판이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명: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중 몇은 처형대에 올라갈 예정이니 갇혀있다 쳐도 많이 비는군요.
 
소강당이 아무리 넓더라도 군인이 2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리가요.
 
어림잡아도 절반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명: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당신은 그가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왜 떨고 있는 것일까요?
 
......
 
마이크로 웨이브: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판은 당신을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판은 당신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판:작전 변경~ 역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네~
이 기관의 상층부 있지? 파트너씨가 말한 것처럼 정말 미쳐있는 것 같아서~ 죽여버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네~ 그냥! 왠지 그런 예감이야!
 
당신 역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의 날카로운 감 역시 판의 말에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판:인질을 찾자.
 
명료한 목소리는 당신을 이끕니다.
 
판:군복을 입고 온 게 정답이었어~ 이 건물 CCTV 화질로는 우리 얼굴 주차도 제대로 안 될 걸? (질 나쁜 얼굴로 웃는다.)
 
어떡하나요, 명. 판의 말에 동의하고 움직입니까?
 
명:참 복잡하기도 하네. (그렇게 하자는 듯 고개 까딱인다.)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돌기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당신과 판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D36-30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당신과 판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말로 내뱉지 않아도 판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서로 그런 눈빛을 교환하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전투시작2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거대한 젤리는 진홍색 촉수를 꾸물거리고 있고, 불어 터진 끔찍한 형체입니다.
 
조우하는 적의 수는 50입니다.
 
순서는 명-판-크리쳐 순으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명: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4d6
굴림: 13
 
판:
사격(라/산)
기준치: 85/42/17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꾸물거리는 촉수를 빠르게 움직이며 명에게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명: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4d6
굴림: 12
 
판:
사격(라/산)
기준치: 85/42/17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4d6
굴림: 16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명을 향해 다시 한번 촉수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명: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판:
사격(라/산)
기준치: 85/42/17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4d6
굴림: 18
 
전투종료
 
연속된 총소리가 들리고 나면, 눈 앞에 있던 수십마리의 크리쳐들은 완전히 짓뭉개져 있습니다.
 
질퍽한 촉수들을 뒤로, 우리들은 계속해서 조사를 이어갑니다.
 
D36-16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입이 벙긋거립니다.
 

전투시작2

 

조우하는 적의 수는 51입니다.

 

 

  BGM  ▶ ■

 
명: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4d6
굴림: 16
 
판:
사격(라/산)
기준치: 85/42/17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명:
사격(라/산)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4d6
굴림: 20
 
판:
사격(라/산)
기준치: 85/42/17
굴림: 4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4d6
굴림: 15
 
전투종료
 
다른 대원들의 비명 소리와 크리쳐?의 포효로 인해 시끄럽던 층이 금세 조용해집니다.
 
......
 
명, 아까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들은 모두 지켰나요?
 
......
 
조용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미 숨은 끊어진 모양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잔혹한 일이지만 살상탄의 보급이 가능합니다.
 
명, 분명 다른 층에도 다른 AOC 대원들이 많을 겁니다.
 
당신은 그들을 구하러 가겠습니까?
 
명:... 인질은 대체 어딨는거냐? (널브러진 사람 쪽에 잠시 시선 주더니) 찾을 겸 소리나는 쪽 한 번만 더 가봐.
 
......
 
각오가 됐나요?
 
명:(각오야 뭐...)
 
좋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또 다른 층의 계단을 밟습니다.
 
...
 
우리는 15층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층과 달리 유난히 조용한 것 같습니다.
 
대신, 당신은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당신과 판이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간다면,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명: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명:(원의 중심으로 다가가서는 뭐라도 들어있나 확인하려 네모난 상자 들어봅니다.)
 
상자를 건드리면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이며 바닥에서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명:(뭐야 저게? 인상이나 쓰더니 아랑곳 않고 상자 열어보려 합니다.)
 
상자를 열면 이번에는 천장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당신과 맞닿습니다.
 
외에는 딱히 뭔가 변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명:(손으로 촉수 신경질적으로 쳐내곤 상자 도로 내려둡니다.)
 
제자리에 놓는다면 도로 사라집니다.
 
...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명:(주변 둘러보다가 주문진이나 들여다봅니다. 뭘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주문진을 들여다 보면,
 
명: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 떠올립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
 
일단 다른 층으로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명: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층에서 이동하기 전, 당신은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당장 알아낼 수는 없지만요.
 
D36-22
 
당신과 판이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명:... 크리처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상관이 지키고 있는 이상, 그와 전투하거나 따로 빠져나가 잠입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명:... 알겠습니다. (판 데리고선 뒤돌아 몇걸음 걸어 떨어지더니) 아무리봐도 수상한데. 너 다른 길 아냐? (...) ... 아... 아니다. 싸울래?
 
판:(질질 끌려가다가 엥 싶은 얼굴로 쳐다본다.) 날 뭘로 보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지. (더 에엥 싶은 얼굴로 쳐다보더니) 진심이야? 여기서 소란을 피우자고? 굳이 잡입한 의미가 없어지잖아~
 
명:...... 니가 아는 길은 믿음이 안 가. (이곳에 잠입할 때 쓴 방식이 떠오른 듯...)
 
판:저기요, 파트너씨. 나 못 믿어? 이번엔 안전하게 가줄테니까~ 한번만 믿어봐~ (네 어깨 가볍게 툭툭 친다.) 그렇다고 저걸 죽이고 들어갈 수도 없잖아~ (상관을 가리켜)
 
명:믿겠냐? 닌 되살아나지만 난 한 번이면 끝난다고. (눈썹 까닥이며 영... 못미덥다는 표정으로 너 바라본다.)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더만. (...) 만약 다른 길이 이상하면 난 여기로 돌아올거다.
 
판:이야! 판 상처 받았어! 너무해, 너무해~... (입 삐쭉 내밀고 툴툴 거리기를 반면 눈 가만 깜빡인다.) 당연하지. 당연히 우리가 더 강하지. 근데 말이지~? 원래 쉽게 죽는 애들은 별로 재미없거든~ 그리고 난 때리는 취향은 없어서. (흐흐 웃더니) 네네~ 롸저~
 
판을 따라가기로 결정한다면 그는 한 층 위로 올라갑니다.
 
당신이 말릴 틈도 없이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며 잠입하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을까요?
 
명:
기준치: 80/40/16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행히도 창문은 열려있습니다.
 
둘은 창문을 열고 진입합니다.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이곳 역시 15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명: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15층의 중심부에 진이 있었던 것처럼, 22층의 중심부에도 진이 있겠죠.
 
그 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명:(잠시 멍청해진 기분이었는데...) 주문진이나 찾아보자.
 
판:(명 봄. 안 봄.) 그럴까~
 
22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224호 사무실입니다.
 
원래는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라이플로 깨부수고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명:(...) 너 ID카드 있냐?
 
판:있겠냐~
 
명:어쨌거나 소란은 있게 되는 거잖아? (총 한 번 빙글 돌리더니 고쳐잡고선 문을 향해 라이플 발포한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문은 완전히 찌그러져 열립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명:너무 티나게 숨기던거 아닌가. (총 어깨에 메고는 쓰러진 사람들 쪽으로 다가간다.)
 
정신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판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명:(어깨나 뺨 따위 정신차리라는 듯 툭툭친다.)
 
툭툭 쳐도 죽은 사람들처럼 전혀 미동이 없습니다.
 
명:... 야. 이 주문진을 지우는 게 빠르겠냐, 얘네를 끌어내는 게 빠르겠냐? 또 중심에 있는 거 건드렸다고 이상한 것들 튀어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판:글쎄~? 나야 모르지~ 내가 아무리 똑똑해 보인다고 해도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니까~ (배 잡고 깔깔 웃어보인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셔~ 왜, 감 하나는 끝내주잖아~
 
명:그럼 쟤네 좀 끌어내봐. (쓰러진 사람 한 명 어깨 부근 조끼 붙들고 질질...)
 
당신이 쓰러진 사람을 중앙에서 끌어낸다면,
 
또 다시 224호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당신이 끌어내는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동시에 판이 문을 등지고 라이프를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당신의 손에 끌린 이가 외치는 순간,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명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판에게요.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24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당신은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로 판의 머리를 한번 더 쏩니다.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판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명:판!!!! (참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소리에 소장에게 무어라 할 새도 없이 판 가만 보다가 제대로 눕혀준다.)
 
...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명:... 겁은 잔뜩 먹은 것 같이 벌벌 떨더니 행동은 아주 잘하셔? 아깐 연설하다가 마이크도 떨구더니. 실전에 강한 타입이신가봐. 뭐하는 거냐? (소장 쪽 똑바로 쳐다보곤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내뱉는다.)
 
그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행동합니다.
 
당신이 말을 걸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일 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진 않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겁 먹은 기색으로 시선은 마주하지 않은 채 덤덤히 말한다.) 뭐하는 거냐니...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명:(가까이 다가가서는 철창이나 한 번 걷어차고는) ... 내가 크리처고 판은 날 감시하기 위해 붙여둔 사람 아니었나? (더 가까이 다가가 소장에게 들릴 정도로만 작게 읊조린다. 애써 시선 피하는 눈이나 빤히 바라보며) 일 년이나 지났으니 이런 것쯤은 이미 들은 소식이라는 건가. ... 그렇지. 그 말 잘 기억해둘게. (손으로 소장 앞 철창 톡톡 치더니 판에게 돌아가 상태 살핍니다.)
 
눈을 반 정도 내리 깐 채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뚫려버린 가슴께에선 여전히 분수처럼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근래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린 적이 있던가요.
 
동료의 시체를 본 명,
 
명: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명:... 쯧. (혀나 한 번 차더니 손 들어 그 눈 감겨준다.)
 
소장이 떠난 뒤 판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사람 중 하나가 자초지정을 털어놓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 다른 최강자, 데일입니다.
 
데일:(미간을 몇 번 꾹 누르고 나더니 눈길을 판에게 잠깐 뒀다가 명에게 시선 보낸다.) 안타깝게 됐네. 어차피 크리쳐니까 다시 살아난다고는 해도. 익숙해지는 것도 꽤 무서운 일이지? (가볍게 옆에 정신을 잃은 누군가를 툭 내려친다.)
 
명:일 년이나 지났는데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무섭겠는걸. (마찬가지로 판 바라보다가 시선이 제게 닿자 그 방향으로 고개 돌려 데일 바라보고) 그러는 너는 뭐하다가 이런 꼴로 여기 있었냐? 무슨 일이 있던 건데?
 
데일: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너는 익숙한가 보지? (차분하게 말하는 것 보자 대꾸한다. 잠시 뜸 들이더니) 너네가 그렇게 도주하고 나서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어.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자세한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졌거든. 나 역시 내 파트너한테 있었던 일을 알고 동료들이랑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고 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 (인상 살짝 찌푸리며 작게 욕 읊는다.) 한순간이었어,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로 뒹굴고 있었고. 최강의 인류라는 새끼들이 참...
 
명:익숙하긴 한데 그 거지같은 기분은 안 변하더라. 너가 지금 크리처인지 인간인진 모르겠는데, 넌 익숙하냐? (고개 까딱이며 물었고) ... 지금 몸은 어떻고. 아깐 다 죽어가던데. 최강의 인류인지 최강의 크리처인지도 모를 놈들을 만들어놓고 평생 덮어진 채로 있을 줄 알았나... (...) 더 아는 건 없어?
 
데일:아무래도 일단은 파트너니까. 일단은. (굳이 덧붙인다.) 후자야. 오히려 처음에는 익숙했는데 갈수록 안 익숙해져지던데. 이상하지? (...) 됐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시선 살짝 돌리더니 미간 미세하게 찌푸린다. 네 말에 제 팔 가볍게 붕붕 흔들어 보더니 고개 끄덕인다.) 덕분에 문제는 없어. 아는 거라고 해도 한정적이긴 하지만 괜찮다면? 말하자면 길긴 한데,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 그건 우리한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지. 존재만으로 안전지대만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
 
명:(그만하자는 말에 구태여 더 무어라 관련된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문제 없다면 말고. 한정적이어도 우리보단 아는 게 많을테니까. (말해보라는 듯 고개 끄덕인다.) ... 그니까 지금 그 이상한 놈들이 찾아와서 인간들이 멸절하게 생겼다? (인상이나 팍쓰며 AOC 욕이나 중얼거리다가)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진 아무도 몰라? 그냥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건 아닐 거 아냐.
 
데일:(우리보단 아는 게 많을 거라는 말에 굳이 반박하지는 않는다.) 맞아. (짧게 한숨 내쉬더니)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다 보면 정답은 항상 나오니까. (제 머리 톡톡 치다가 네 머리 가리킨다.) 그러니까 열심히 굴려보라고. 뇌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할 거 아니야. 일단 정부 측에서는 그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걸 사흘 전에 알게 됐어. 저지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라는 것도.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겠지, 썅...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던데. 아마도... 라고는 하지만 거의 확실하게 그 개새끼들만 살아남으려고 우리를 방패 삼으려는 거겠지. 안 그러냐? (주먹 꾹 쥐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신경질 적으로 옆에 있는 정신 잃은 누군가의 머리를 내려친다.)
 
한제국:(난데없이 머리 맞고 인상 찌푸리며 부스스 눈 뜬다) ….뭐야?
 
데일:뭐긴 뭐야. 적당히 퍼질러 자라고. 휴식시간 끝이다. (쯧, 짧게 혀 차고는 엄지손가락으로 한제국 가리킨다.) 일단은 내 파트너. 얘도 같이 갔으니까 알고 있는 건 있을 거야. 그래봤자 얼마나 알겠냐만은... (작게 중얼거리고는 고개 까딱인다.)
 
한제국:(머리 벅벅 긁으며 느릿하게 상체 일으켰다) 휴식시간은 무슨… 등짝 아파 뒤지겠다고. (괜히 앓는 소리 낸다. 저 가리키며 하는 말 가만히 듣다가) 자면서 다 들었거든? 네 파트너를 무시하는것도 정도껏 하란 말야. (밉지않게 투덜거리다 명 바라보며 물었다) 오, 뉴페이스? 뭐가 궁금한데?
 
명:(머리 맞는 모습이나 가만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 까딱인다.) 일 년동안 나가있다가 온 참이라 그간 있던 일들 모두.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저 파트너라는 사람은 나보고 머리 좀 굴려 보라는데 설명 몇 마디 들은 게 전부라. 굴려보고 싶어도 굴릴 만한 지식이 있어야지. ... 아, 저 소장이라는 놈이 뭔 함정을 파뒀다며. 그건 뭔소리냐? 그냥 우리를 유인하려고 둔 함정이랑 다른 거냐?
 
한제국:쟨 원래 저래. 자고 있는 사람 머리통부터 갈기는거 못 봤냐. (괜히 빈정대듯 웃으며 대꾸했다. 이내 네 물음에 잠시 생각하듯 침묵했다.) 뭐..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인지 뭔지가 부족해서 함정을 설치한건 확실해. 모든걸 알아버린 우릴 포함해서… 탈주한 놈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멍하니 천장 바라보다 다시 네게로 시선 돌리며 조소 흘린다) 이대로 여기 계속 갇혀있으면 어떻게 될지. 그 똑똑해 보이는 머리로 잘 생각해봐. (뻔하지? 덧붙이며 허공 바라보았다.)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텐데.
 
데일:이 새끼들이 사람을 앞에다 두고 앞담이냐? (신경질 적으로 털고 일어난다.) 어쨌든, 결론은 아직 답은 못 찾았고. 곧 있으면 여기 있는 놈들 마력이나 다 빨려서 뒤지겠지. 똑똑해 보이는 머리는 개뿔. 정 머리로 딸리면 몸이라도 움직여 보시던가. 니들끼리 튀긴 했지만 일단 한 때는 최강의 인류... 뭐 그런거였잖아?
 
명:(뭐야 저 오글거리는 마지막 멘트는...)
 
한제국:(풉ㅋ)
 
데일:(아무 말도 못 들었지만 괜히 기분 나쁨에 인상 찌푸림)
 
대화를 나눈 뒤에도 판은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판이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당신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판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미고: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이 대꾸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말합니다.
 
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미고: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당신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명:(수정 목걸이 손에 들고 돌려보다가) ... 이걸 목에 걸고 다니라는 건 아닐테고. 뭐 어디 쓰라고. (대충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열쇠 들어 살핍니다.)
 
명: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 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나요?
 
지금, 이 타이밍에. 미고가 준 열쇠.
 
명:(자리에서 일어서선 철책 쪽으로 다가가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지 살펴봅니다.)
 
언뜻 보면 열쇠의 구멍과 열쇠의 모양이 비슷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명:(넣고 돌려봅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판은 그제야 회복하고 정신을 차립니다.
 
판:(제 가슴팍 부여잡고 식은땀 흘리며 느릿히 일어난다. 가쁘게 숨을 내뱉고는) ... 이야~... 크리쳐라서 다행이었지 저승사자랑 손잡고 나들이 갈 뻔했잖아~ 아파 죽겠다~ 아. 이미 죽었지. (탈탈 털고 일어나서는 명 마주본다.) 안녕, 파트너씨~
 
명:(열린 철책 밖으로 나가려다가 익숙한 말소리에 뒤돌아 그 상대 본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너 위아래도 한 번 쭉 훑었고) 너는 안녕이라는 소리가 나오냐?
 
판:(네 곁으로 쪼르르 걸어와 비죽 웃는다.) 그럼 다시 만났는데 안녕이라고 그러지 뭐라 그래~ 아, 근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총을 쏘고 난리래~
 
명:(여전히 인상이나 쓴 채 그 웃는 얼굴 노려보듯 응시하다) 그러니까...... (...) 쟤네한테 다시 들어. (판 뒤쪽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한제국:(데일 쳐다보던 시선 뭐냐는듯 그쪽으로 던지고)
 
데일:(한제국 돌아가는 시선에 따라 시선 돌린다. 또 혀 한번 차고는 인상 찌푸린다.) 저 새끼는... 머리통 속이 비었나. (작게 중얼거리고는 약간 내려간 목소리로 외친다.) 그냥 좆 됐다고 생각해라. (뜸 들이다가 던지듯 덧붙여)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뿐인데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 뭔가 있겠지... 정시에 안전지대가 망할테니까 그 전까지 뭐라도 해보던지.
 
판:(주먹으로 손바닥 가볍게 내리친다.) 근데 쟤는 왜 말을 더럽게 하지? 우리 파트너씨 욕하지 마~ (명 끌어안고는 머리 쓰다듬는다.) 대충 알았어~ 거지 같은 설명 고맙다~?
 
명:놔라.
 
한제국:너야말로 누구한테 (삐—)
 
판:(놓기는 커녕 더 끌어안는다.) 에잉... 나 죽다 살아났는데 이런 것도 못 해주나~ (ㅠㅠ)
 
데일:(한제국 입 틀어막는다.) 시끄러워. 너는 따라 나와. 다른 대원들한테도 똑같이 전해야 되니까. (한제국 끌고 나간다.)
 
한제국:(끌려가면서 엿날려요)
 
명:그게 뭔 상관인데. 놔라. 그 손 떼. (인상 잔뜩 찌푸리고는 그 엿이랑 판 얼굴 번갈아 바라보다가 팔꿈치로 명치 툭툭친다.) 너는 대체 왜 그러냐? ... 아. 그리고 아까보니까 너 회복이 더뎌졌더라.
 
판:(명치 치면 뒤로 살짝 물린다. 한제국 향해서 쌍뻐큐 날려주고는) 내가 뭘~ 판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 그래? 어쩐지 뭔가 좀 찌뿌둥한 것 같기도 하고? 알았어, 조심할게~
 
...
 
이야기는 대충 끝난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명?
 
명:아까 쟤가 나머지 한 층에 뭔가 있댔지. 거기로 가. 니 움직일 수 있는 상태냐
 
판:그렇지? 그 싸가지 없는 놈~ 롸저~ 문제 없습니다~! (손 가볍게 경례 포즈 취하고는 먼저 15층으로 향한다.)
 
15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었습니다.
 
당신과 판은 15층에 도달할 때까지 수차례 크리쳐들과 마찰이 있었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마침내 15층에 도달하면, 명,
 
명: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탐지 후 당신은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명:이거 단단히 미친놈들이네... (고갯짓하며 먼저 그 공간 안으로 들어섭니다.)
 
명:
Rolling 1D3
굴림: 3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당신과 판은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에,
 
명: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당신은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명:(슥 훑어보고는 앞에 있는 자료 하나 집어 들어 살펴봅니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방주의 관리자와 마주합니다.
 
명:뭐 어떻게 대답을 해드려야 하나. 그쪽은 누구십니까?
 
방주의 관리자: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명:그가 누군데요?
 
방주의 관리자:그가 당신에게 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아마 그것으로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을 텐데. 만나지 못했나요?
 
명:... 아. 만났습니다. (주변 한 번 빙 둘러보더니) 이 방주는 뭡니까? 저 애들은 또 뭐고. 어른들은 한 명도 없네요.
 
방주의 관리자:그렇군요. (느릿히 고개 끄덕이더니) 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은 각 분야 권위자들의 아이들입니다. 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를 선별해서 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썩어버린 정치인들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방주의 관리자: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그 말이 끝나자, 명과 판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명은,
 
명: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명:
Rolling 1D5
굴림: 3
 
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인류구원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실 겁니까, 명?
 
명:... 뭐야 이게. (얼척없다는 투로 내뱉고) 이걸 타라고? (주머니에서 아까 받은 목걸이 꺼내들어 보다가 판 쪽으로 고개 돌린다.) 넌 어떡하고 싶냐?
 
판:(목걸이 같이 바라보다가 그저 웃는다.) 나한테 물어봐도? 솔직히 말해서 여기 있을 이유도 없고 우리 둘만 산다면 상관도 없단 말이지~ 근데, 너는? 너는 그렇게 해서 후회 안 할 수 있겠어?
 
명:후회고 자시고... 일단 그놈들을 내 손으로 어떻게 하지 못한 게 참 걸리는데. (...) 그 미고란 놈은 태워주면 오냐 감사합니다 하고 탈 줄 알았나. 안 타.
 
판:(멈칫하고는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수직을 만들어 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얼굴. 그런 얼굴로 너를 한참 바라보다가 마치 선물이라도 받은 것 같은 아이 마냥 웃어댄다. 한참을 웃고 나면 네게 가볍게 어깨동무를 걸친다.) 역시 내 파트너야~ 이렇게 쉬운 길은 우리한테 너무 무미건조하지? 좋아! 즐겁게 가보자고~ (네 등 가볍게 툭툭 친다.)
 
명, 각오가 되셨습니까?
 
방주에서 빠져나갈 겁니까?
 
명:(그 말에 피식 웃고는) 참 힘든 길만 다니다가 이렇게 쉬운 길이 오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말이지. 가고 싶지가 않네. 그놈의 각오... 뭔갈 그렇게 각오까지 해야만 할 수 있는건가.
 
...
 
뭐, 좋습니다.
 
당신의 정의는 그런거겠죠.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데일과 그 파트너, 한제국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데일:저쪽으로 가려는 거냐? 근처까지 데려다줄게, 타!
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야. 끝나는 대로 서포트 해주러 올게.
그러니까, (신경질 적으로 머리 털어내더니 외친다.) 그때까지만 버텨라!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과 판이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명: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명:
Rolling 1D3
굴림: 1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판이 당신을 붙잡습니다.
 
판:가자!
 
라는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당신과 판은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당신과 판은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아자토스
 
전투시작
 
판: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야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명: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1
 
야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야자토스의 찌꺼기:2
(명과, 판을 향해 한번씩 몸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2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명:
회피
기준치: 62/31/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판: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때, 판이 재빨리 움직여 명의 공격을 대신 맞습니다.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판은 그대로 건너 건물 벽에 박혀버립니다.
 
판: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명: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6
 
야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야자토스의 찌꺼기:2
16
(판을 향해 공격한다.)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7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판: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판은 공격을 피하지 못 하고 그대로 맞아버립니다.
 
그래요, 아무리 크리쳐라고 한 들 한정적이잖아요?
 
당신도 겪어봤으니 알 수 있을 겁니다.
 
...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완전히 죽어버렸네요 이거.
 
하지만 괜찮습니다.
 
판은 크리쳐니 다시 살아날 수 있잖아요?
 
우리는 할 일을 계속 하도록 합시다.
 
명: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야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1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야자토스의 찌꺼기:4
24
(명을 향해 공격한다.)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6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4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명:
회피
기준치: 62/31/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회피
기준치: 62/31/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회피
기준치: 62/31/12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 가까스로 일어난 판이 모든 공격을 막아섭니다.
 
역시 크리쳐라 그런지 금방 회복되나 봅니다.
 
크리쳐라는 건 참 편하지 않나요?
 
...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판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미 지칠 때로 지친 몸은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
 
패배를 직감한 순간, 판을 내리치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데일이 고개를 내밉니다.
 
명: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목격했습니다.
 
한제국이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한제국: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1
 
명:... 뭘 무엇을 위해 싸워. 그딴 거 없는데 굳이 따지자면 나랑 쟤겠지.
 
2
 
명:당연한 거 물을거면 좀 가지 그래.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3
 
명:그렇다 말고 무슨 대답을 해줘. 당연하지 동료들을 위해서라면 이딴 대사라도 쳐주리?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4
 
명:... 저건 또 뭔 소리야? 내가 인간이 아닌 존재로 죽은 게 몇 번인데 저런 걸 물어?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5
 
명:지금 이러지 않아도 헤어질 마당인데. 애초에 소중한 사람이 있겠냐?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6
 
명:내가 뻔한 거 묻지 말랬다. 저 미친놈 죽이고 쟤네 구할 힘.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도핑
 
명:... 그 미고놈이 말했던 게 이딴 건가. (바늘 들어 한 번 살펴보나 싶더니 망설이지 않고 곧 제 손등에 그 바늘 꽂아넣는다.)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도핑
 
전투시작
 
명: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야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야자토스의 찌꺼기:2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9
비무장
기준치: 100/50/20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명:
회피
기준치: 102/51/20
굴림: 4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회피
기준치: 102/51/20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자꾸 질질 끄는 건 니도 별로겠지. 뭔놈의 찌꺼기 주제에 설치고 있어... (짜증난다는 듯 발로 바닥 한 번 탁 치더니 발목 빙글 돌리곤 아자토스의 찌꺼기 향해 강하게 돌려 걷어찬다.)
Rolling 160D3
굴림: 329
 
전투종료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당신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판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판이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당신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판이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명:... 돌아왔네. 넌 크리처 됐을 때 좋아했었으니까, 다시 인간이 된 기분은 어때. (그 절박한 표정 가만 바라보다가) ... 무거울텐데 놓지. 답지 않게 왜 그런 표정이야? 되게 안 어울리네, 그거. (헛웃음 흘리더니) 니가 나 대신에 그 미친놈들 좀 다 어떻게 해줘. 그거 하려고 나온 건데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네. (...) 정의같은 거 하나도 안 중요했는데 정의를 수호하다가 지킨 사람이라고 알려지는 거 아닌가 몰라. 그딴 거 수호하다 죽을 거였으면 방주에 탔을 거라고 꼭 좀 말해줘라. 이렇게 추운 눈밭에선 죽기 싫은 사람이 이런 짓을 벌인 건 몇 안되는 사람 때문이라고. 한... 두 명쯤인가.
 
...
 
판이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당신은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판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판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당신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판은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판: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십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