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역 경계선 부근, 지지 않는 태양 아래 열네 시간 동안 사막 뒤 매복하고 있던 소년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이미 반쯤 잃은 채로 생각했다.
소년은 똑, 똑, 뙤약볕 마지막 땀방울을 끝으로 발사 신호와 함께 방아쇠를 당기며 생각했다.
아니다. 그냥 그 멍청한 핵 전쟁 때문이라고.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총알만이 빗발치는 황무지에서 그 고함을 들었을 때 소년은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열네 시간 동안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천착한 건 전부 다 허사였다고.
그저 이 세계를 견딜 수 없어서 제 배를 찌르는 심정으로 회피했던 것뿐이라고.
오로지 중요한 건 총성으로 인해 이미 먹먹해진 제 고막뿐이라고.
재난의 세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인류는 재난을 막연히 직감하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폼페이에서도 그랬고, 흑사병 때도 그러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도 그러했다.
그리하여 소년은 2048년 현재, 이 애굽의 땅 위에서 생각한다.
숨을 재난처럼 들이키는 동시에 침상에서 당신의 몸이 벌떡 튀어오릅니다.
윤 소령:뭘 멀뚱멀뚱 쳐다 봐. 일어났으면 경례 안 붙여?
한제국:(하품하며 대충 이마 부근에 손날 갖다댄다)
정신을 차린건지 못 차린건지 하품이나 해대며 경례를 하면 윤 소령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무언가를 건넵니다.
윤 소령:
윤 소령이 건넨 것은 접선지 좌표와 암구호입니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적혀 있는 좌표에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일인가 봅니다.
당신이 쪽지를 들여다보는 와중에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려 오는 빠듯한 새소리와 함께 윤 소령의 싸늘한 음성이 이어집니다.
윤 소령:너 군인 맞냐? 기척에도 잠이나 태평하게 자고. 나 아니고 정규군이었으면 어쩌려고 했어.
윤 소령 성격상 이제 폭언이 이어질 차례인데......
한제국:그랬으면 제가 어련히 알아서 일어났겠죠.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 저 옷 갈아입을거니까 나가세요, 훠이~
당신이 무어라 대꾸하면 윤 소령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원래 하던 말을 이어갑니다.
윤 소령:너는 (...) 말을 말자. 됐고, 한 번만 설명한다.
도착하면 새 정보원이 있을 거야. 정규군이 열세 번째 캠프를 새로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서 내가 주는 봉투 전달하고 캠프 위치 받아 와. 지금 그 쪽지는 암기 후 폐기해. 먹든 태우든.
저번 정보원이 발각되어 죽은 뒤로 한동안 잠잠하나 했더니 역시 정보전을 중시하는 윤 소령으로서는 또 다른 루트를 모색했나 봅니다.
윤 소령:당연한 말이지만 보안 철저히 유지해. 이 접선에 대해 아는 사람 너랑 나, 그리고 정보원 셋이야.
한제국:(옷을 갈아입는단 소리가 단순 무마하기 위한 핑곗거리는 아니었는지 한손엔 옷가지 잔뜩 든 채로.) 예예. 집 앞 마실 나가듯 빠르고 정확하게 다녀오겠습니다.
접선 나가는 군인에게 감자 한 덩이가 뭐냐 싶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의 막사 천을 잡고 나가려던 윤 소령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윤 소령의 고함소리가 막사 밖에서 울려 퍼집니다.
지난 정보원이 발각되어 살해된 지 오늘로 한 달째.
3구역 동쪽 경계선에 있는 혁명군 제 1캠프에서는 대략 걸어서 다섯 시간.
비밀리에 접선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하지는 못합니다.
한제국:(가방 대충 바닥에 던져놓고 챙길게 없는지 군용침대 살펴본다)
딱딱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침낭이 아닌 침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방독면과
시계가 베개 바로 옆에 놓여져 있습니다.
한제국:(잠시 고민하듯 바라보다 방독면 챙기고는 그대로 책상으로 향한다)
(가던 발걸음 돌려 시계도 챙긴다)
한제국: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조잡한 침대 매트리스와 철제 프레임 사이에 무언가 삐죽 끼워져 있습니다.
위에는
지도가 펼쳐져 있고 그 옆에는
탄환이 놓여 있습니다.
한제국:(지도 위로 제 손가락 가만 대어보며 유심히 본다)
1구역부터 6구역까지 지형과 길들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입니다.
무기고에 반납한다는 것을 잠시 까먹고 둔 것이 여기 있었군요.
한제국:(탄환 주머니에 챙겨넣고 옷장으로 다가가 문 활짝 연다)
문을 열면 안에는 여벌의 군복과
방탄조끼, 그리고
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한제국:(방탄조끼 제 몸에 걸친 뒤 상자 열어본다)
한제국:(붕대와 에너지바는 가방에 챙겨넣을 심산으로 옆에 빼두었다. 그러곤 사진 집어들어 바라본다)
꽤 오래된 사진입니다. 과거 윤 소령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물품들을 다 챙겼을 쯤, 막사 입구가 걷히더니 누군가 들어오더니 각이 아주 꽉 잡힌 경례를 붙입니다.
루카 권터:저번 전투에서 망가지신 베레타 92 말입니다.
수리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제2 캠프로 보내지는 바람에 지금 그곳에 있다고 합니다.
아직 군기가 빳빳하게 잡혀서는 관절마다 삐걱 소리가 날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인즉슨 지금 당신이 있는 제1 캠프에 당신의 무기가 없다는 뜻인데 이대로 어떻게 하란 말이죠?
한제국:오~... 그래, 고맙다?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가방 챙겨 나갈 채비하더니 덧붙인다) 내가 아무리 믿음직스럽다고 해도 말이야, 어? 총 한자루 없이 전장에 내보내다니, 이것 참... 날 너무 맹신하는거 아니냐? (궁시렁)
루카 권터:아닙니다. 따라서 제가 제2 캠프까지 대위님을 호위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설마 무기없이 보내겠습니까.
뭐라고요? 무기도 없이 제2 캠프까지 가라니.
물론 제2 캠프는 여기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고 가는 길도 목적지를 경유하긴 합니다만.
한제국:엥? 그럴 것 까지는... 없었는데. (괜히 머쓱해져 뒷머리 벅벅) 그냥 그 무기를 나한테 주면 되는거 아니냐?
루카 권터:명령이라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이 얼마나 위험하신지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맨몸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물음에 얼굴이 눈에 띄게 굳는다.) 지금 제게 목숨을 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안 됩니다. 군인이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명령입니다.
한제국:(한쪽 어깨에 가방 들쳐메고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다) 알았다, 그래. 뒤쳐지면 놓고 갈거다. 뭐.. 이리 각 잡혀있는거 봐선 니가 날 놓고 갈것 같긴 하다만.. (실 없는 소리 흘리며 막사 밖으로 먼저 걸음 옮겼다)
제2 캠프까지는 권터와 동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참에 신입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죠.
루카 권터:엄호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위님.
여전히 권터의 얼굴은 빳빳하고 앳되었으며, 또, 묘하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당신도 처음 혁명군에 들어왔을 때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요?
본격적으로 3구역에 해가 내리쬐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건 이곳의 열기가 최고조일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또한 제1 캠프에서 제2 캠프로 가는 길은 그나마 아주 사막 한가운데는 아니고 황량한 들판에 가깝기 때문에 풀이라도 몇 포기 있는 편이죠.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주위는 이따금 들리는 까마귀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옆에서 권터는 꼭 목각인형처럼 당신의 반걸음 뒤에서 열을 맞춰 걷고 있습니다.
루카 권터:대위님, 혹시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묘하게 어색한 정적을 먼저 깬 것은 권터입니다.
정규군 장교로 길러져 혁명군의 수장이 된 인물을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어요.
루카 권터:이곳에 오기 전에는 굉장히 거친 분이라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무기고 정리 일이 늦게 끝벽서 새벽에 신병 막사로 돌아가던 중에 언뜻 본 모습은 조금...... 의외였지 말입니다. 캠프 구석 나무에 기대서 울고 계셨습니다.
당신은 윤 소령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요?
한제국:(흐음. 그 말에 조금 놀란 기색은 감출 수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의문투성이일 뿐더러 사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저 먼 곳 어딘가에 시선 둔 채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그을쎄다. 찬바람 쌩쌩 부는 수장님께서도 말 못할 비밀이 있으시겠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이자 상사. 그뿐이야.
루카 권터:... 하긴. 비밀 없는 사람은 없긴 합니다. 쓸데없는 질문 같지만 조금 기분이 이상해서 여쭈어 봤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저 빼고 모든 분들이 무서운 것도 슬픈 것도 강철들로 느껴졌는데, 특히 그 중에서 윤 소령님이 그렇게 우시는 걸 보니까 말입니다. (일단 사람이긴 하니 이상할 것은 없지만 기분이 미묘했다. 네가 놀라는 것을 확인하면 자신이 이상하게 느낀다는 점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았지만. 여전히 거리두며 목각인형처럼 걷는다. 그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혁명군에 사연 없이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루카 권터:그런데...... 대위님은 이곳에 어떻게 들어오시게 되셨습니까?
한제국:궁금한 것도 많다. 본부에 있을 때 어떻게 참았냐 그거? (핀잔주듯 대꾸했지만 나름 순순히 입을 열었다) 뭐... 강제로 끌려왔다고 하면 믿을거냐? 기억도 잘 안나.
루카 권터:귀찮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아직 신병이라 그런지 모르는 것도 많고...... (더 뻣뻣하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대위님이랑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동공 수축된채 눈만 깜빡인다.) ... 그렇습니까. 괜히 물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켤레의 군화가 걷고 있는 들판은 이제 어느덧 본격적인 사막 구간으로 접어듭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제2 캠프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루카 권터:저는 들으시면 웃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 때문에 들어왔습니다.
권터가 여전히 조금 수줍은 얼굴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자동차 소리였다면 분명 정규군이었을 텐데 이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당신에게 자동차 소리였다면 분명 정규군이었을 텐데 이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당신에게 보여 주려는 듯 무언가를 품속에서 꺼내던 권터도 흠칫 놀라더니 이내 바로 총을 장전하고 엄호 자세를 취합니다.
인생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떤 모독적인 것이 다가오고 있는 듯한 이것은.
한제국:
듣기
기준치: |
55/27/11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탕―! 권터가 당신의 귀 옆으로 발포합니다.
갑작스러운 발포음이 스쳐간 고막은 웅웅거리며 모든 소리를 울렁이게 합니다.
권터가 총을 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사람의 이목구비를 그대로 포를 떠 잘라 붙여 놓은 듯한 사자가 서 있습니다.
‘괴생’(怪生)들은 보통 괴이한 모습이긴 했으나 하나의 '종'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이 역겹고 모독적이며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망한 세계라도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분명 전체적인 형태는 사자에 가까웠으나 안면은 누가 사람의 이목구비만을 잘라서 납작하게 붙여 놓은 것 같습니다.
한제국: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보세요. 갈기 대신 빳빳하게 자라 있는 체모와 벌린 아가리 사이로 보이는 저 네모난 치아들 말입니다.
한제국: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도 그럴 것이 이 괴생에게서 끔찍한 건 단순히 외형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으르렁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울음입니다.
꼭 돼지와 뜸부기가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합쳐져 심장에까지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괴생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권터와 당신의 발에 못질합니다.
루카 권터:대, 대위님. 어, 엄호하겠습니다.
권터는 겨우 입을 열어 신음처럼 낸 목소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음성만큼이나 떨리는 그의 두 손은 전혀 목표물을 맞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제국:벌벌 떠는 놈이 엄호는 무슨. 총이나 내놔.
루카 권터:
'41 리볼버
기준치: |
35/17/7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 |
한제국:야 넌 무슨 총에 꿀이라도 발라놨냐??
비무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4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한제국의 공격에 스핑크스가 날뛰기 시작합니다.
루카 권터:대, 대위님을 어, 엄호해야 합니다.
'41 리볼버
기준치: |
35/17/7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14 |
판정결과: |
실패 |
권터가 쏜 총알이 정확히 괴생의 피부로 파고듭니다.
권터는 손을 여전히 덜덜 떨고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도 발이 그대로 땅에 묶인 채 마구잡이로 괴생을 향해 총을 발사합니다.
하지만 괴생은 총알 몇 개 정도로는 죽지도 않는지 잠깐 주춤할 뿐 다시 이를 드러내며 달려듭니다.
이 괴생은 타깃을 한 번 설정하면 바꾸지 않습니다.
스핑크스:
할퀴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 |
강렬한 울음소리와 함께 앞발로 권터의 머리를 강하게 후립니다.
한제국:
비무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어떻게 괴생을 잡겠나요.
루카 권터:
'41 리볼버
기준치: |
35/17/7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여전히 떨고있는 손은 목표물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터는 엄호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벌벌 떨리는 손에 힘을 줍니다.
스핑크스:
할퀴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4 |
루카 권터:
물어뜯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한제국:
비무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4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대위라는 직급에 반응하기라도 하는 듯 떨고있는 신병 앞으로 당신은 달려나갑니다.
괴생의 얼굴에 한 방 먹이고 나면 괴생은 더욱 큰 소리로 울부짖습니다.
루카 권터:
'41 리볼버
기준치: |
35/17/7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8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34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의 성공에 보답하기라도 하는 듯 괴생에게 정확히 명중합니다.
여전히 떨고 있긴 했으나 또렷한 눈에 기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4 |
할퀴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위험을 감지한 건지 괴생은 권터에게 달려듭니다.
괴생이 권터를 물어뜯자 권터는 그 자리에서 목각인형처럼 털썩 쓰러집니다.
부릅뜬 눈과 벌어진 입 사이로 무어라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울부짖는 괴생의 끔찍한 목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습니다.
권터의 은발 아래로 사막의 모래알들이 붉게 엉켜 물들기 시작합니다.
권터에게 그랬듯 더러운 아가리를 벌리며 당신의 팔목을 물어뜯습니다.
네모난 치아라 출혈이 심하지는 않으나 손목이 강하게 욱신거리더니 마비되어 가는 기분이 듭니다!
한제국:(팔목부터 올라오는 고통에 입술 짓씹으며 저멀리 떨어져있는 총 집어들러 달려간다)
한제국:
은밀행동
기준치: |
50/25/10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한제국:
'41 리볼버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9 |
스핑크스:
할퀴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한제국:
'41 리볼버
기준치: |
70/35/14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2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시 잊었던 감을 잡은 것인지 괴생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괴생은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한제국:
회피
기준치: |
35/17/7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괴생은 아까와 같이 아가리를 벌리며 당신의 팔목을 한 번 더 물어뜯습니다.
한제국:
'41 리볼버
기준치: |
70/35/14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9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14 |
판정결과: |
실패 |
사시나무처럼 떨던 총의 주인과는 다르게 빠르고 정확하게 명중합니다.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2 |
한제국:
회피
기준치: |
35/17/7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네모난 치아로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팔에서는 혁명과도 같은 색이 흘러나옵니다.
한제국:
'41 리볼버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8 |
스핑크스:
회피
기준치: |
8/4/1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마지막 남았던 총알을 사용하고 나면 괴생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듭니다.
더러운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한 번에 집어 삼킵니다.
스핑크스:
물어뜯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3 |
한제국:
회피
기준치: |
35/17/7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것이였는지 있는 힘을 다해 당신을 물어뜯습니다.
한제국:(초코바 하나 뜯어서 입에 털어넣는다)
총알은 끝났고, 당신에게 더 이상 공격 수단이 없으며, 눈앞의 괴생은 여전히 그 끔찍한 아가리를 벌리며 당신에게 다시 한번 달려드려고 합니다.
게다가 아까 물린 당신의 손목은 저릿하게 마비되어 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눈을 감고 자포자기를 하든 어떻게든 피하려 몸부림을 치든 생의 끝자락에서 뒹굴었을 때, 그 순간 고막에 구원이 스칩니다.
당신에게 달려들던 괴생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욱 끔찍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로 털썩 쓰러집니다.
쓰러진 괴생의 머리에서 피와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들이 섞여 흘러 나옵니다.
당신에게 구원을 발사한 주인공은 산탄총을 어깨에 진 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며 태연한 얼굴로 묻습니다.
그 중에서도 태양은 작열하고 죽은 두 시체만이 널어져 있는 사막 한가운데.
그런 곳에서 마침 산탄총을 든 무기상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만약 오아시스가 있다면 당신에겐 이 사람이 그럴 겁니다.
다만 타이밍이 수상하리만치 절묘하다는 것을 빼면요.
한제국:(여전히 바닥에 널부러진 채 어이 없는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제일 센 걸로 주쇼. 이왕이면 큰걸로.
데일:(그에 비해 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뒤에 있던 바이크 짐을 뒤적인다.) 좋은 생각이야. 배고프진 않고? 목이 마르다거나. 많이 다친 것 같이 보이는데 치료제도 있으니까.
한제국:(짐짓 황망하게 그 뒷모습 멍하니 바라본다) ..태연하구만. (끙) 됐으니까 총이나 줘. 갈길이 바빠. (그리 대꾸하며 몸 일으키려다 밀려오는 고통에 작게 덧붙인다) ...진통제 있냐?
데일:요즘 세상에 사람 죽는거야 흔한 일이잖아? 그리고 무기상인데. (진통제 있냐는 말에 네 몸 쭉 훑어보다가 멈칫한다.) 잠시만, 손목 왜 그래? 쟤한테 물린 거야?
상인은 눈썹을 치키더니 당신에게 다가와 손목을 낚아채고 유심히 살핍니다.
데일:아마 모르는 것 같은데, 쟤 독 있어. 이거 안 빼내면 당신 한 시간 내로 죽어.
한제국:에..엥?... (다짜고짜 손 붙들리고는 얼빠진 소리 냈다) 나.. 이렇게 죽는건가. 이 사막 한가운데서...
이리저리 상처를 살피던 상인은 당신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손목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입가로 손목을 가져다 댑니다.
한제국:(화들짝 놀라며 몸 퍼득 뛰었다) 저기... 초면에 말이야. 응? 이러면 당황스럽거든? 동반자살이라도 하겠다는거냐?
일련의 동작은 매우 자연스럽고 또 유연하여 당신이 무어라 반응할 시간도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손목이 점점 마비되어 가는 와중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축축하고 따뜻한 것이 물리더니 이내 강하게 빨리는 느낌이 듭니다.
데일:바보같은 소리하지 말고. (뜸) 나한테 목숨 한 번 더 빚졌네?
한참 당신의 손목을 빨던 상인은 고개를 들어 입에 들은 것을 퉤 뱉어내더니 씩 웃습니다.
방금까지 저려오던 손목에 다시 감각이 살아납니다.
한제국:초면에 막말까지. (짧게 한숨 내쉬고는) ...빚 지는건 딱 질색인데.. (옅게 웃으며) 거참.. 고맙다, 그래. 뭐 바라는거라도 있냐?
데일:거짓말은 안 했잖아. 나 아니었으면 빼도박도 못 하고 모래 속에 파묻혔어 죽었을게 뻔한데. (네 손목 탁 놓고는 제 손 내민다.) 총값에 목숨값까지 해서 740 라겔이야.
상인은 잠시 셈을 하더니 바로 값을 내놓습니다.
그건 빵과 감자 열두 포대에 고기 한 덩이까지 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총알이 식량보다 더 많은 이곳에선 순바가지가 아닐 수 없군요.
게다가 지금 당장 당신은 740 라겔은 둘째치고 1 라겔도 없단 말입니다.
한제국:그래그래.. 참 고마운데. (고개 몇번 끄덕이다 숨 깊게 들이쉬고 말 이어간다) 이거 원. 갑자기 나타나서 멋대로 구해줘놓고, 돈 내놔라? 거기 아저씨.. 나는 말야,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정 돈이 받고 싶으면 그 이후에 찾아오든지 하라고. 알아들었나?
데일:허? (만족스럽다는 낯짝은 어디로 갔는지 인상 찌푸리고 네 가슴팍 툭툭 쳐댄다.) 당신도 총 산다고 얘기했잖아. 중요한 임무든 뭐든 내 알바는 아니고 지금 여기서 돈 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못 가. (네 머리에 붉은 끈 잡아 당긴다.)
순바가지지만 어쨌든 상인이 당신의 목숨을 구한 것도 맞고, 제2 캠프까지라도 그가 파는 총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2 캠프까지 동행하고 당신의 무기를 찾으면서 캠프에 있는 군비로 지급하는 수밖에요.
한제국:(주욱 당겨지는 머리끈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머리통. 빠직 마크가 보이는 듯한 낯짝이 가늘게 뜬 눈으로 올려다본다) 아;야야야 놔라 이거? 내 자존심이거든? (빠직) 돈이 없는데 어떡하라고?? 내 목적지까지 따라오던지??? (언성 높이며)
데일:(끌려오는 머리통을 위로 들고는 시선이 네 군복 왼쪽 가슴팍에 새겨진 혁명군의 문장으로 박힌다. 얼굴에 순간 흥미로운 표정이 스친다.) 개떼구나, 당신. (높은 언성 소리에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럴까. 돈만 제대로 지불할 수 있다면 따라갈게. 나는 데일이야. 당신은?
한제국:(잡힌 머리끈이 위로 한껏 치켜올려지자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를 잔뜩 우롱..하고 있는 자칭 무기상이 무엇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는지도. 알 길이 없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 개뗀지 개새낀지 내 알바 아니고.. 손 좀 놓지? (급격히 차분해진 톤에, 뻔뻔스레 제 이름을 물어오는 것에 흥. 뭐냐 그 이국적인 이름은. 대꾸하곤 대충 덧붙였다) 찰스.
데일:(네 얼굴 빤히 보더니 눈썹 까딱인다.) ... 뭐야, 설마 삐진 건 아니지? 고작 이거 한번 잡았다고... (금방 훽 놓고는 어깨 으쓱인다.) 더럽게 안 어울리는 이름이네. 어차피 예의상 물어본 거였지만. 내가 살리긴 했지만 너 진짜 마음에 안 든다. 그냥 죽게 내버려둘 걸. (돈도 없고.)
통성명과 함께 당신의 손에 쥐어지는 단단한 총신은 사막의 작열하는 햇빛만큼이나 뜨겁기 짝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제2 캠프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까와 같은 치명적인 방해물만 아니면 말이죠.
데일:내 갈 길 먼데 너 따라서 언제 걷고 앉아 있어, 이 땡볕에.
데일은 자신의 사륜구동 바이크에 시동을 걸며 뒷좌석을 흘깃합니다.
...... 뭐, 은밀하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한 것입니다만, 제2 캠프까지는 괜찮을 겁니다.
데일:내 허리 잡아. 모래구덩이에 혼자 처박히지 말고.
한제국:예예~... 뭐랬더라. 대일밴드? 운전 잘해라. (비아냥거리며 뒷자석에 올라탄다)
데일:(...) 가는 길에 처박히고 싶어서 환장했지. 헛소리 할 거면 입 다물고 얌전히 있어. (유치하게 이름으로 놀리네. 뒷발로 네 무릎 가볍게 찬다.)
시동이 걸리더니 이내 배기통의 진동과 함께 당신이 감싼 데일의 허리가 드르륵 떨려 옵니다.
권터의 엉겨붙은 머리칼 아래로 떨어지는 붉은 모래알들일랑 모른 척합시다.
제2 캠프는 보급과 수색을 위한 캠프이기 때문에 사구들 사이 움푹 파인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산에 둘러싸여 숨겨져 있는 분지와 같기에 위치를 모르는 이들은 찾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한제국의 안내에 따라 바이크를 끌던 데일의 운전 솜씨는 어땠냐면.....
데일:
자동차 운전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또 조금도 헤매지 않고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그렇게 바이크가 제2캠프를 둘러싼 언덕에 멈췄습니다.
한제국:(땅에 두발 딛은 채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 무기상이라더니 이거 순 거짓말이었구만? 최소 바이크 레이서였겠네, 너.
데일:바이크 정도는 기본 아니야? 그럼 너도 진짜 개떼가 맞는지 모르겠네. 고작 괴생 한 마리한테 쩔쩔매고. (바이크에서 내리고는 덤덤하게도 말한다.) 여기에 돈 있는 거 확실하지?
자,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당신의 총과 데일에게 줄 돈을 찾읍시다.
한제국:갑자기 공격하는건 좀 자제해라... (난데없는 팩트폭행에 한숨 푹 쉬며 걸음 옮겼다) 있겠지 뭐. 없으면 걍 훔쳐가라.
그러나 뒤따라 걸어오는 데일의 목소리에 대꾸하는 동시에 당신의 발 아래에 펼쳐진 것은 시체들과 붉은 피가 모독처럼 고여 있는 모래구덩이입니다.
둘러싸인 사구 안에 숨어 있던 제2 캠프는 이제 혈흔이 낭자한 채로 버려져 있는 혁명군들이 묻힐 무덤에 불과합니다.
일방적으로 습격당하고, 또 일방적으로 학살당한 뒤의 장면입니다.
한제국: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긴 데일 역시 발 아래의 현장을 목격하고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이 지옥의 구덩이에서 볼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한제국:(우두커니 서있다 별다른 말 없이 보급품 막사 쪽으로 걸음 옮긴다)
제2캠프에서 취급하는 보급품은 군대를 지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루고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무기입니다.
하지만 막사 안은 빈 상자들과 나무판자들만이 굴러다닐 뿐, 그 어떠한 무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제국:
운
기준치: |
75/37/15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도중에 흘린 것인지 탄환 하나와 굴러다니는 물 한 통을 발견했습니다.
태양은 작열하고 모래바람에서는 피비린내가 나는 이 구덩이에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순간적으로 당신의 입을 누군가가 막습니다.
데일은 당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갑자기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려 합니다.
한제국: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데일:
근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리고 데일은 그 상태로 당신을 제 품 안에 끌어당깁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목소리를 간지러울 정도로 낮춘 채로 속닥입니다.
한제국:(이쌔끼가...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한제국:
듣기
기준치: |
55/27/11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시 멈춰 귀를 기울이니 사구 쪽에서 사박이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데일:숨어야 돼. 몇 명이나 위에 있을지 몰라.
데일은 당신이 발소리를 감지한 듯하자 다급하게 속닥이면서 바로 당신을 끌고 시체더미 속을 비집고 들어가려 합니다.
젠장! 아까까지의 피비린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체더미 속으로 들어간 당신의 위아래로 무겁고, 축축하고, 빳빳하며, 차가운, 죽은 가죽들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립니다.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응당 해야 할 임무를 완수했을 때 느껴지는 결연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입니다.
그중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말은 '중위를 고문했다'는 말입니다.
제2캠프의 중위는 군내에서 얼마 남지 않는 중년의 베테랑으로 이전 전투에서 중대한 부상을 입고 최전방에서 물러나 보급을 담당했습니다.
말이 많지는 않지만 진중하고 또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한제국: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늘어진 팔다리들 사이 아주 조그마한 틈새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시체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가슴팍에 있는 문장만큼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분노든 슬픔이든 그 어떤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제한된 시야와 축축한 압박, 그리고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피냄새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 눈을 부릅뜨고 있을 때,
이런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은 어떤 다정하고 안전한 향 같은 것이.......
그리고 귓가에 나직하게 가라앉는 목소리와 함께 당신을 짓누르던 빳빳한 죽음들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 엎드린 당신 위로 같은 체온을 나누고 있는 부드러운 몸체가 감싸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침부터 무기도 없는 채로 이 황야에서 임무를 시작해야 했고,
자신을 엄호한다던 어린 신입은 괴생에게 팔다리가 찢겨 죽어 버렸으며,
동료들은 적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채 조금의 존엄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일의 말은 꼭 정언 명령처럼 들립니다.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채로 무덤덤하게 툭 귓가에 앉은 말임에도.
젠장! 보나마나 데일의 바이크와 물건들입니다.
데일도 대화를 들었는지 당신의 귓가에 이를 빠득 갈아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시체더미 속에 있던 두 사람은 아무런 기척이 더 이상 들리지 않고서야 핏구덩이를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일은 눈알을 도르르 굴리며 당신에게 따져 묻듯 입을 엽니다.
아까까지 당신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던 온기나 나직한 목소리와는 영 딴판이군요.
데일:지금 상품값은 둘째치고 내 바이크랑 무기까지 다 뺏겼잖아. 저거 다 해서 얼만 줄 아냐? 내 밥줄이라고.
한제국:(스멀스멀 밀려오는 죄책감..) 아, 미안하다 미안해. 근데 어쩌겠냐.. 당장은 나도 뭐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없는데. (한숨) 뭐.. 너만 괜찮으면 나랑 같이 내 본부까지 가던지.
데일:(사과받을 줄은 몰랐는지 까만 눈동자만 깜빡인다. 이내 따라 숨 가볍게 내쉬고는 제 옷이나 탈탈 털어댄다.) 됐어. 진상 잘못 만난 셈 칠 테니까 가. 서로 갈 길 가고 다신 보지 말자.
데일은 툴툴대며 머리를 헝클이고는 이내 자신의 산탄총과 함께 저 사막 너머로 사라집니다.
뭐 어쨌든 저 재수 없는 무기상일랑 잊고 다시 길을 나섭시다.
맘같아서는 당장 제1캠프로 복귀하고 싶겠지만, 당신에게는 아직 미완의 명령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그 어떤 일에도 선행합니다.
앞으로 접선지까지 남은 시간은 약 세 시간 정도.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달렸던 병사처럼 그렇게 묵묵히 나아갔습니다.
물론 당신은 밀봉된 봉투와 수많은 비보만을 들고 있을 뿐입니다.
태양빛은 작열하고 몸은 지쳐 가지만 당신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기묘한 여정은 다시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사막지대를 넘어 다시 평야에 들어서 거대 까마귀 괴생을 마주쳤을 때였습니다.
한눈에 봐도 괴생인 그 까마귀가 눈을 빛내며 당신의 눈을 쪼아버릴 듯 달려들었었죠.
플레이그:
쪼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한제국:(풀숲에 굴러다니던 묵직한 나무막대기 대충 집어들어 휘두른다)
당신의 도발 아닌 도발에 화가 났는지 괴생은 더욱 큰 소리로 울부 짖습니다.
한제국: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그래요. 괜히 싸워봤자 체력만 닳을 뿐입니다.
괴생을 피해 도망가던중 묘하게 익숙한 격발음이 들려왔고, 끔찍한 비명을 뱉으며 쓰러진 괴생 너머에는 데자뷰처럼 무기상이 서 있었습니다.
데일:총 사실래...... 하... 뭐야, 또 너야?
한제국:내가 할 말이다. 뭐냐 너? 혹시 내 스토커?
데일:이제 보니까 헛소리가 취미인가 보지. 그딴 망언 할 거면 닥치라고 했을 텐데. 누가 꽁지 빠지게 도망가나 싶었더니...
한제국:용케도 그걸 봤네. 거참. 그러는 넌 이제 총도 없는 주제에 팔긴 뭘 팔어? 사기꾼 바가지 상인 같으니라고.
데일:사기꾼에 바가지는 너고 새끼야. 너 때문에 이꼴 난건데 입 조심해라. (들고 있던 산탄총 장전하고는 네 머리에 갖다댄다.) 내가 참을성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 (이내 한번 총구로 꾹 누르더니 다시 어깨에 매고는 한숨 쉰다.) 됐다. 나 간다.
산탄총을 어깨에 기댄 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던 무기상은 금방 짜증을 내며 다시 무어라 잔소리인지 일갈인지를 하고는 떠났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평원을 지나서 371.524를 향해 또 다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초점을 잃은 권터의 파란 눈과 수많은 시체에서 내린 붉은 피들로 물든 모래알,
고문으로 너덜너덜해진 중위의 손가락이 스쳐갔지만 당신은 그래도 걸었습니다.
당신의 의지는 이윽고 약한 방사능이 흐르는 비안전 지대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신이 방독면을 쓰고 나아가는 동안 모래는 더욱 깊어져 어느덧 당신의 무릎 위까지 왔습니다.
그러던 중 당신의 발에 무언가 턱 걸리는 느낌이 들 때였습니다.
한제국: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순간 휘청이며 중심을 잃을 위기였지요.
그때, 어떤 손길이 당신을 단단히 붙잡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아보자 역시나 방독면을 쓴 어떤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괜찮냐는 수신호를 보내는 그는 검지로 당신의 발 아래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방독면도 없이 하얗게 질린 낯빛의 시체가 모래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이내 금방 다시 깊은 모래 속으로 사라졌지요.
당신을 구해 준 이는 비안전 지대가 끝나는 지점까지 당신과 동행했고, 안전 지대에 들어서자마자 방독면을 벗은 두 사람은......
익숙한 서로의 얼굴을 보고 또 경악하고야 말았습니다.
대체 이 무기팔이는 뭐길래 자꾸 당신과 마주치는 걸까요?
돈을 주기 전까지는 떨어지지 않는 악귀 같은 것일까요?
데일은 이제 질린다는 얼굴로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떠나 버립니다.
데일:(부르는 소리에도 돌아보지 않고 손만 휘적인다.) 왜. 갑자기 돈이라도 생기셨나 봐?
한제국:(그 뒷통수에다 대고 제 할말 이어간다) 돈 같은게 뭐 어디 땅에서 솟아나냐. 됐고, 너 혹시.. 개구리.. 같은거 아냐?
데일:(네 말에 걸음 멈췄다가 뒤돌아서는 인상 찌푸린다.) 개구리 모르는 사람도 있나. 개떼라고 개소리까지는 안 해도 될텐데.
그는 다시 걷기 시작하더니 저 멀리 점이 될 때까지 뒤를 한번 안 돌아봅니다.
그렇게 사막 넘고 방사능 건너 도착한 곳은 접선지 부근.
좌표 지점으로 예상되는 곳에는 낡은 석조 건물이 있습니다.
원래 구세계에서는 3층 정도 높이의 집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위층은 거의 반파된 상태군요.
당신이 건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건물 옆에 무언가가 서 있습니다.
잠시 그쪽에 시선을 두면 그건 다름아닌...... 데일의 바이크입니다!
아니면 혹시 접선지를 알고 벌써 정보원을 죽였다면 어떡하죠?
한제국:(짐직 다급해진 발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향한다)
건물 안쪽에서 별다른 소리도 낌새도 없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당신을 반기는 것은 장전 소리와 함께 겨누어지는 총구,
한제국:(총구 겨눠지자 어색하게 입꼬리 끌어올려 웃는다) 이거 참.. 스토킹도 도가 지나치면 재미없는데 말야.
그러나 당신의 얼굴을 확인한 데일은 총구를 내리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뱉습니다.
데일:뭐야. 아까 개구리 소리 하더니 너가 설마......
그렇게 하루 종일 찾아다니던 정보원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아니지, 만난 건 사실 한참 전입니다만.......
한제국:야.......진짜 어이없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듯 얼굴에도 황망함이 가득 묻어나온다.) 넌 사람을 좀.. 믿어야 될 필요가 있어.
데일:(산탄총을 다시 어깨에 맨다. 가볍게 고개 까딱이고는) 초면, 초면 거리던 사람은 누구더라. 애초에 홀라당 믿는게 호구 새끼지. 이 개고생을 했는데 개떼에서 보낸 사람이 너라니...
한제국:야 그럼 우리가 초면이지 구면이냐?? (그 태도에 황당함이 더욱 불거져 결국 언성 높인다) 내가 할 소리다 이 자식아. 누구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바가지까지 씌일 뻔하고!! (궁시렁거리다 홱 노려보며 목에 힘주었다)
데일:그러니까. 초면에 누굴 믿어? (...) 너는 진짜 개떼라는 이름이랑 참 잘 어울린다 싶단 말이야. 성격도 개같네. 고생한 건 내쪽이지. 바이크도 뺏겼었고, 돈도 못 받고. (솔직히 두 번이나 구해줬는데 그 정도면 싼 값 아니야? 하며 덧붙인다.)
잠시만. 그러면 밖에 세워진 그 바이크는 뭐죠?
한제국:오냐, 진짜 개같은게 뭔지 보여줘? 솔직히 불어. 너 그 정규군 놈들이랑 뭐 있냐? (밖에 세워진 바이크를 말하는듯 못마땅한 낯짝이 내내 노려본다)
데일:있긴 있지. 빌어먹을 인연 쯤 되려나. 너랑 비슷하네. (아, 바이크.) 그냥 똑같이 했을 뿐인데? 정규군 놈들이 먼저 내 바이크 훔쳐갔으니까 다시 훔쳐왔을 뿐이야. 그건 그렇고 우선 해야 할 일부터 하는건 어때. 봉투 가져왔지?
한제국:(만만치않은새끼.... 그리 속으로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어디로 튈지도 모르겠고. 피곤해죽겠네.) ...깡도 좋다. (비아냥 댈 힘도 없다는듯 짤막하게 대꾸하고는 여지껏 소중히 가지고 있던 봉투 휙 던져준다. 쳇, 하며 덧붙이는 소리도 잊지 않고.)
데일이 당신의 손목을 빨던 때와 같은 표정으로 씩 웃습니다.
한제국이 봉투를 건네자 데일은 이를 펼쳐서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엽니다.
다음 정규군 캠프의 위치는 5구역, 그것도 3구역 경계 부근입니다.
언제 그 고생을 하며 왔냐는 듯, 괴생도 정규군도 내리쬐는 뙤약볕도 없었습니다.
폐건물 앞에서 헤어진 데일도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고요.
그렇게 제1캠프 근처 평야에까지 도달했을 때, 당신의 앞에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땅 위에 널브러진 시체가 한 구 보입니다.
파리가 윙윙거리는 것을 보아 죽은 지는 좀 된 것 같은데, 이곳은 안전 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방독면을 쓰고 죽어 있습니다.
특이하네요. 게다가 옷을 보아 하니 군인이 아닙니다.
3구역은 민간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입니다.
목숨을 무릅쓴 무기상이나 스캐빈저가 아닌 이상 말이죠.
게다가 근처에 휘말릴 만한 대규모 전투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리만치 시체가 들판 한가운데에 덜렁 있습니다.
그냥 이 상태로 봐서는 눈에 띄는 점이 없습니다.
(방독면 조심스레 벗긴다)
당신이 방독면을 벗기자 그곳에는 역시나 눈을 감지 못한 채 빳빳하게 굳어 죽어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한제국: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그런데 그때, 당신의 눈에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굳게 다물린 입술 사이로 무언가가 삐져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제국: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젠장! 사후경직으로 딱딱하게 굳어서 도무지 입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한제국: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한제국: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후경직이 일어난 시체의 입을 벌리는 건 상당히 고생스러운 일이었습니다만, 겨우 입안에 든 것을 빼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굳게 다물린 시체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반쯤 부식되어 찢기고 없는 종잇조각입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부분에 적혀 있는 것은 익숙한 필체로 적힌......
이 시체가 바로 당신이 만났어야 했던 정보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