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법개론

더보기
 
20211113
 
전강필은 당신에게 아주,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를 잃고난 후 당신의 일상은 허물어져내렸습니다.
 
당신은 그 모든것을 잃은 채 엉망이 된 생을 그저 놓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네요.
 
이요?
 
네. 맞습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는 무언가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전강필 그 자체이건, 연시우의 삶이건 말이죠.
 
강필이를 잃은지 3달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필이 쥐여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오전 11시.
 
시우,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연시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누구죠?
 
연시우:(...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엄만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선 방 밖으로 나섭니다)
 
이 시간에 당신의 집을.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전강필:집안 꼴이 이게 뭐예요?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당신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맞습니다.
 
전강필입니다.
 
연시우:...... 꿈인가? 아니, 잠이 덜 깼나...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눈 부빕니다)
 
눈을 부벼도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당신의 집 신발장 앞에 떡하니 서있습니다.
 
...
 
하지만 당신은 분명, 죽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연시우,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그러거나 말거나, 필이는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 하긴.
 
당신은 강필이가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당신이 집을 둘러본다면, 엉망인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시우:(... 꿈인가보네. 몇개월 동안 계속 그랬으니까. ... 이것도 꿈이겠지.) 어... (대충 집 둘러보고 가볍게 한숨 내쉽니다)
 
전강필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이라거나... 말이죠.
 
강필이는 겉옷을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부칩니다.
 
전강필:(가볍게 숨 내뱉더니 두 손 허리에 올리고) 안 되겠다. 역시 청소부터 해요, 시우형.
 
아니아니, 잠시만요.
 
뭐가 "역시 청소부터 해요."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강필이가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것이 많지 않나요?
 
연시우:(소매까지 걷어부치는 널 가만 보다가) ... 이것도 꿈이지? 청소해봤자... (뜸) 일어나면 똑같을텐데. 아니 그래도, 오자마자 청소부터 하자고?
 
전강필:... 꿈이라뇨. 형, 이거 꿈 아닌데. (네 양 볼 잡고 옆으로 쭉 당긴다.) 이 꼴을 보고도 청소 소리가 안 나오게 생겼어요? 평소에는 잘만 하더니...
 
연시우:...? (... 아프네. 꿈이 아니야?)
(제 볼을 타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두 눈 동그랗게 뜨고는 너 빤히 바라봅니다.) ... 정말이야?
 
전강필:(전과 같이 평범하게 웃는다. 조금... 씁쓸함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일단은? 현실은 맞죠.
 
연시우:(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멍하게 서있다가, 와락 하고는 너에게 안기고) ...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애초에... 올 수가 없잖아.
 
전강필:(죽은 사람이라고는 믿을수 없을 만큼 평범한 인간의 체온이다. 마주 안아주고 덤덤하게 말 이어간다.) 형이 남은 생을 너무 허망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요. 나 하나 없다고 모든 인생을 망쳐버리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 아깝잖아요. (...) 맞아요, 저는 죽었죠. 전 죽은 사람이예요. 형, 할로윈데이의 전설을 알고 있어요?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하루 말이예요.
 
연시우:허망... (그런 너의 말에 대략 3개월간의 자신의 삶을 다시 떠올려보고) ... 그래도. 필이 너가 없잖아. 몇 년을 함께 했는데. (...) 응, 알지. 할로윈...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들어 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전강필:그 몇 년보다 앞으로가 더 많잖아요. (네 머리 파팍 쓰다듬는다.) 정답이예요! 하하... 그러니까. 저는 죽었지만 할로윈 데이의 전설 정도로 생각할까요? 딱 하루. 죽은 이에게 얻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연시우:(고개 끄덕인다.) 그거... 정말 전설인 줄 알았는데. 진짜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구나. 딱 하루... (몇번이나 하루. 라는 말만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그럼... (뜸) 다음 할로윈에는 안 와...?
 
전강필:그러게요, 저도 놀랐어요. (...) 아쉽게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예요. 할로윈이라고 계속 살아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랬다면 죽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지 않았을 까요? 전에 죽었을 때는 인사 못했으니까, 이번에는 작별 인사하려고 왔어요.
 
연시우:... ... 그치, 그렇겠네. 그냥... 해본 말이었어.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너만 응시하다가) 작별 인사는... 오늘이 지나기전에 해도 늦지 않겠지. 하루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늘어져만 있으면 안되겠네. (희미한 미소 작게 지어보인다.)
 
전강필:(고개 끄덕이더니) 그렇게 해요, 아직 낮이니까. 나 방금 왔는데 보낼건 아니잖아요? (웃는 모습 보니까 그래도 안심됐는지 따라 슬며시 미소 띄워 본다.) 네! 이렇게 늘어져만 있을수는 없죠! 후딱 청소부터 해치워 보자구요! (준비 만발)
 
연시우:(청소부터 해치우자는 네 모습이 예전 같으면서도 어딘가 묘하게 느껴졌다. 세 달만이라 그런걸까. 하자는 청소 대신 널 빤히 쳐다봤다.)
 
당신이 아는 그 모습의 전강필입니다.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옷차림 정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옷 정도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연시우:(너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근처에 있는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저기부터... 치울까.
 
전강필:(앞으로가 막막하다... 숨 짧게 뱉고 고개 끄덕인다.) 금방 할 수 있을거예요. 화이팅!
 
소파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강필이는 한숨을 푹 쉬더니,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
 
잠시만, 저건...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청소를 하는 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것이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뭔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연시우:(... ... 뭐지?)
(가까이 다가가봅니다.)
 
저건... 술병의 뚜껑입니다.
 
이런.
 
그렇지 않아도 꼴이 엉망인데, 이것까지 들킬 일이 있나요?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꼼꼼히 청소중인 필이 저것을 발견하는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연시우:(...? 저게 왜 저기있어?)
(당황했지만 몰래 슬쩍 치우려 해봅니다.)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술뚜껑을 무사히 낚아채는데 성공합니다.
 
강필이도 고개만 살짝 기울일 뿐 별 다른 반응은 없네요.
 
연시우:(자연스럽게 뚜껑 치우고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바라본다.)
 
바닥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오, 시우.
 
집 관리를 어떻게 한건가요?
 
필이는 그런 바닥을 조용히 청소합니다.
 
시우는 무엇을 하나요?
 
연시우:(... 깊은 한숨 내쉬고 옆에서 청소를 도와요...)
 
전강필:시우형.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강필이는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처럼요.
 
연시우:(묵묵히 청소만 하다 느릿하게 입을 열곤) ... 그냥... 이렇게 지내본 게 처음일 정도로. (뜸) 엉망진창이었네.
 
전강필:(...) 아직 얼마 안돼서 그럴거예요. 형은 강하니까 금방 이겨낼 수 있어요. 믿고 있으니까. 오늘 청소하면 이 상태 유지해 주셔야 해요?
 
연시우:솔직히 강한건 잘 모르겠는데... 필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 노력해볼게.
(바닥이 깨끗해지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더니 엉망인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 위는 엉망입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술병이라던가요.
 
필이는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있네요.
 
청소합시다.
 
연시우:
기준치: 75/37/15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것이 손에서 미끄러집니다.
 
연시우:(이렇게 지저분했었나...)
 
술병이 엎어지며 술이 옷에 스며듭니다.
 
이런...
 
엉망이 된 옷이 보입니다.
 
필이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씻고 오는게 어떻냐고 하네요.
 
남은 것은 자신이 할 것이라 하면서요.
 
연시우:(미리 정리 좀 해둘걸...) ... ... 미안. 얼른 씻고올게.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있자면, 문득 거울에 당신이 비쳐보입니다.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
 
필이를 잃은 후 자신을 돌보는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아침이라 포장하기에는 삐쳐 있는 머리라거나,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전보다 살이 빠진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 이라거나,
 
트러블이 생겼을수도 있겠네요.
 
연시우:... 몰골이 참... (한숨 내쉬고 세수 한 번 하고 나옵니다.)
(둘러보다가 너저분한 서랍으로 향합니다.)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필이는 정리를 도와달라 말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당신의 물건들이니까요.
 
연시우:미안. 정리할 게 많지... (옆으로 가서 정리를 돕습니다.)
 
전강필:미안하긴요! 대신 이번 한 번만 도와주는 거니까 이 이후로는 형이 잘 해내야 해요, 알았죠?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이어폰 하나를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고등학생 때 자주 쓰던 것이네요.
 
그랬었죠.
 
왜인지 당신이 온전히 일상을 지냈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강필이는 이어폰을 집어들더니, 반갑다는듯이 웃습니다.
 
전강필:이게 왜 여기 나와있어요? 그러고보니, 요즘에도 기타 쳐요?
 
연시우:(눈 깜빡... 사실 거기 있는 줄도 몰랐다.) 기타? 어... 학교 관련한 일 아니면 안 치는 것 같네. 안 친지 얼마나 됐더라...
 
전강필:...아, 진짜요? 아쉽다... 형 기타 소리 진짜 좋아했는데. 다시 쳐보는건 어때요? 좋은 재능인데 썩히기 아깝잖아요. (이어폰 만지작 거리고는)
 
연시우:(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다가) ... 예전보다 못 칠 거 같은데... (...) 지금 들려줄까? (답지않게 말 끝 흐려가며 말한다.)
 
전강필:(!) 정말요? 못 쳐도 형이 치는거면 좋은데요? (잠깐 벽에 팔짱끼고 기댄다.) 기대되네요. 저도 오랜만에 듣는 건데. 자신감을 가져요!
 
연시우:(살짝 웃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기타 가져오고) ... 진짜 장담 못 해. 틀릴 수도 있고. (무슨 노래를 칠 지 몰라 방황하던 손이 곧 줄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아마... 제 기타 연주를 처음 보여줬을 때의 곡이 아닐까.)
 
전강필:틀리면 어때요~ 인생이 제멋대로 되나요? 가끔 틀린 길도 가고 하는 거죠. 길은 원래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줄 튕겨내기 시작하면 조용히 고개 까딱이며 듣는다. 한참 듣다가) 센스 좋네요, 이 노래 처음 쳐줬던거 맞죠? (물론 그 전에 지나가면서 네 연주를 들었기 때문에 내겐 처음이 아니지만.)
 
연시우:필이는 좋은 말만 해주네. (슬 미소 짓고는) 그치...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하니까. (연주하다 고개 들어서 너 바라보고) 응. 둘이 있을 때 처음 쳐줬던 거. (...) 기억하네? (아까보다 좀 더 환하게 웃고는 연주를 끝마쳤다.)
 
전강필:(피실피실 웃는다.) 형한테 나쁜말을 어떻게 해요. 모든 길을 다 알면 그건 신이죠!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가끔 좌절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다시 일어나면 되는거예요. (네 시선에 눈 마주치다가 눈꼬리 감기게 미소 짓는다.)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손벽 마주친다. 만족한 듯) 여전히 실력 어디 안 가는데요? 선배. 이후로도 계속 쳐줬으면 좋겠어요. 기타 치는거 좋아하시잖아요.
 
연시우:너무 좋은 말만 해줘도 안 좋지 않아? 그렇다고 일부로 쓴소리를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네 말에 고개 끄덕인다.) 그렇지. 다시 일어나면... 되지. (어딘가 확신 없어 보이는 투였던 건 그저 기분 탓일까.) 기억해 주니까 기쁘네. 처음 들려주는 거였으니까... 제일 좋은 곡 들려주고 싶어서 고민 많이 했었는데. (그런 네 말에 기타 한 번, 너 한 번 보고) 기타 치는 거... 좋아하지. (손으로 기타 줄 가벼이 한 번 쓸어본다.) 필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다시 익숙해지게 자주 잡아볼게.
 
전강필:아! 그렇네! (손날 세워서 네 머리 위에 꽁 친다.) 이제부터는 깨끗이 하고 살아요! 알겠어?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는지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네 어깨에 손 올리고 몇 번 팡팡 두드린다.) 왜 그래. 자신 없어? (조금 씁쓸하게 웃는다. 너는 기억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남아있을수록 힘들테니까.) 와... 진짜예요? 그건 몰랐는데. (...) 내가 말해서가 아니라 시우가 치고 싶어서 치는 거야. 좋아하니까. 그래도 기쁘다.
 
연시우:(제 머리 위에 꽁하고 손날이 닿는 감각이 느껴지자 놀란 듯 눈 크게 한 번 깜빡이고 너 바라보았다. 그러곤 비시시 웃어 보였고) 응, 알겠어. 자신... ...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널 따라 씁쓸함이 띈 웃음을 지었다.) 응, 진짜로. 제일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연주니까... 그래도 허투루 들려주는 연주는 없었지만. (...) 알았어. 내가 치고 싶어서... 그렇게 해보도록 노력할게. ... 나도 기뻐.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으면 초인종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옵니다.
 
또 누군가 올 사람이 있던가요?
 
나가보는게 좋지 않겠어요?
 
연시우:(...? 올 사람이 있던가...)
(현관으로 향합니다.)
 
현관문을 열어보나요?
 
연시우:... ... 누구세요? (열지 않고 문 너머 상대에게 묻습니다.)
 
배달이요?
 
무슨 배달?
 
그런걸 시켰던 기억이 있나요?
 
연시우:(... ... 최근에 시킨게 없는데?)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
 
당신의 말에 대답하곤 살짝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뭘 두고 간걸까요?
 
연시우:(슬쩍... 문 열어봅니다.)
 
현관문을 열어보면 발 밑에 꽃이 걸립니다.
 
해바라기네요.
 
시우, 해바라기의 꽃말이 뭔지 아나요?
 
연시우:(...? 주워 들어봅니다.)
(꽃말... ... 생각이 나지 않네요...)
 
연시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교육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해바라기의 꽃말은 일편단심, 기다림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시우:(아... 맞다. 그랬었지.)
(해바라기 가지고 다시 돌아옵니다.)
 
전강필:형. 주방 청소도 얼추 끝났어요.
 
필이 주방쪽에서 고개를 듭니다.
 
정말 열심히 청소했는지 물이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낀 손을 들고 있네요.
 
그것을 챡챡 벗어놓더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전강필:아, 꽃 받아왔구나? 잘 왔네요. 급하게 오느라 직접 가져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연시우:주방 청소도 했어? 내가 해도 되는데... 아, 이 꽃 필이 네가 시킨거야?
 
전강필:이제부턴 형이 해야하니까요! 이번 한 번만 해주는 거예요. (방긋 웃더니) 응, 내가 시켰어요. 별 건 아니예요. 그냥 꽃 선물을 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뜸) 주방 청소하면서 보니까 냉장고 비어있던데 우리 장보러 다녀와요!
 
연시우:이ㅈ... 아, 그치. (말 하다 말고 고개 끄덕인다. 그렇지, 이제부턴 나 혼자 해야하는 걸. 도와줄 사람은 이제 없다. 더 이상 아이같이 굴 수는 없잖아 연시우.) ... 정말 이쁘다. 이렇게 예쁜 해바라기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사르르 웃으며 해바라기 바라보곤) 아... 냉장고. 그래, 다녀오자.
 
전강필:(네 웃음에 따라 미소 짓고) 예쁘죠. 좋아해줘서 다행이네요. 그럼 준비하고 나올래요? 기다릴게요. (제 팔 벌린다. 보다시피 본인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으니)
 
연시우:응. 빨리 준비하고 나올게. (고개 끄덕이곤 옷 챙겨서 씻으러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고... 머리 수건으로 말리면서 나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몰골이... 생각보다 충격적이라서. (뜸) 빨리 말릴게.
 
전강필:얼마 안 기다렸어요! 오랜만에 구경이나 했고~ 엄청 충격적이였지? (농조로 말하며 키득 웃어) 농담이예요, 그래도 본인을 좀 챙겼어야죠. 속상하잖아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
 
연시우:이런 모습은 난생 처음봤어. 엄청 충격적이더라. (따라 농조로 말하며 가볍게 웃었다.) ... 이제부터 챙기면 되니까. (어색한 듯 웃고 머리 탈탈 털었다.) ... 말릴 시간은 없겠지? 지금 갈까?
 
전강필:그래요, 이젠 멀끔히 하고 다니라고요! 가족이나 친구들도 걱정했겠네요! (너 붙잡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어준다.) 어허~ 그러다가 감기 걸려요! 항상 따뜻하게 잘 말려야죠.
 
연시우:... ... 그랬겠네... (붙잡히자 눈만 깜빡이며 너 바라본다.) 머리 말릴 시간이 어딨어. 시간 아깝게... (말하며 시계 쳐다본다.)
 
전강필:이 정도는 괜찮네요. 머리 말리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꿍얼거리며 머리 파파박 말려준다. 좀 지나고 네 머리 만지작 거리더니) 다 됐네요! 만족! 이제 가도 될 것 같아요. (네게 손 내민다.) 갈까요?
 
연시우:그래도... (입 꾹 다물고 제 머리가 마르기만을 기다리다가) 응, 가자. (제 쪽으로 내밀어진 손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익숙한 촉감과 온기. 이것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전보다 더 꼬옥 힘을 주어 잡았다. 그저 제 욕심일 뿐이었다.)
 
당신이 꽃을 받으러 간 동안 집안을 깨끗하게 만드느라 퍽 고생을 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듯 엷게 웃은 필이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무언가를 해 먹은것도 까마득하게 오래 된 기분입니다.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갈까요?
 
연시우:운전... (면허는 땄었으나 최근 몇개월 내로는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거... 장롱... 면허인가...?
 
전강필:(프핫!) 잘 할수 있어요? 난 형만 믿고 따라갈건데. 사고만 내지 말아줘요. 무서우면 대중교통 이용해도 괜찮고요!
 
연시우:... ... 대중교통으로 가자... 내가 운전했다간 큰일 날 수도 있겠어. (고개 절레절레)
 
전강필:좋아요! 그럼 택시 잡을까요? (네 손 잡고 도로 주변에서 손 흔들어 택시 잡는다.) 타요. (문까지 손수 열어주면서)
 
연시우:고마워. (살짝 웃고는 택시에 탑승하고 제 옆자리에 타는 너 바라본다.)
 
강필이까지 타에 탑승하고나면 택시는 출발합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필이는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듯, 부드러이 손을 쥐어 매만지던 필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연시우:2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연시우:(...? 일어서서 주변 돌아다녀봅니다.)
 
가만히 앉아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시우,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연시우:(앞으로 나아가봅니다.)
 
사실은, 시우가 어느 쪽으로 나아가던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연시우:(종이 들어봅니다.)
 
연시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전강필:형. 괜찮아요?
 
당신의 옆에서는 필이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전화기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네요.
 
연시우:... 응? (...) 아, 응. 괜찮아. (핸드폰 들어 발신자 확인한다.)
 
전화기를 확인해 보면, 당신의 어머니입니다.
 
연시우:(엄마?) (전화 받습니다.) 여보세요?
 
연시우:어... 엄마. 냉장고가 비었길래 지금 장 보러 나왔어. (...) 응. 조만간 한 번 들를게.
 
연시우:... ... 응.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 (뜸) ... 나도 사랑해.
 
전화를 끊을 즈음에는.
 
고개를 든 강필이가 말합니다.
 
전강필:다 온 것 같아요. 내릴까?
 
연시우:응. 내리자. (고개 끄덕)
 
마트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연시우:
기준치: 75/37/15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우, 주머니를 한 번 뒤적여 볼까요?
 
연시우:(주머니에 손 넣어봅니다.)
 
마침 딱! 100원이 당신의 손에 집힙니다.
 
그걸로 쇼핑카트를 몰면 되겠네요!
 
연시우:(손에 집히는 거 꺼내듭니다.) 아, 카트 몰면 되겠다.
 
전강필:(네 손에 있는 백원 보고 흥미진진한 얼굴한다.) 이거... 쇼핑은 오랜만이라 설레는데요! 얼른 넣어봐요.
 
연시우:(동전 넣고는 카트 빼낸다.) 이렇게 카트 끌면서 쇼핑하는 거 오랜만이네.
 
전강필:(네 옆에 슬 서선 같이 걷는다.) 어렸을 때 맨날 여기 올라탔는데 말이예요! 그럼 갈까요? 일단 음식부터~ (카트 손잡이 따라 잡더니 간식 코너로 방향튼다. 그리곤 사탕들을 카트 안에 집어넣는다.) 입가심으로 먹으면 좋잖아요.
 
연시우:아, 맞아. 맨날 여기 타서 장 봤었는데. ... 탈래? (농조로 말하며 웃고는 너 따라 방향 틀어 걷는다.) 달달하고 좋겠다. (a고개 끄덕였다.)
 
전강필:추억 돋네요~ 아. 진짜 타도 돼요? (눈 반짝이며 너 바라본다. 진심이냐 전강필... 대충 음식코너 슬 돌면서 이것저것 식재료들도 담아넣는다. 인스턴트의 인자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건강하고 싱싱한 식재료들을 담아넣고 나면 만족한 듯 끄덕인다.) 됐어요! 다음은... 기타 줄도 꽤 된것 같던데. 사러 갈까요? (네 대답은 중요하지도 않은 마냥 이미 카트는 돌려진지 오래다.)
 
연시우:타고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진담이구나... 물론, 지금 이 말도 진담이다.) ... 필아. 이거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데. 정말 이것만 담아? (카트에 담긴 식재료들 빤히 보다 물었다.) 어, 어. 그래 사러가자.
 
전강필:(네 말에 푸핫 웃는다.) 농담이예요, 농담! 190이 넘는 성인 남성이 이걸 어떻게 타요? (단호한 얼굴로 뺄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당연하죠! 대신 사탕 넣어줬으니까 이걸로 만족해요. (악기 코너로 오면 찬찬히 둘러보다가 기타 피크 발견하곤 냅다 집어서 네게 가져온다.) 기타줄은 제가 잘 모르겠고... 이거 이뻐 보이는데 하나 사요!
 
연시우:그렇겠구나... 그러면... 큰 카트 하나 구해야겠다. 필이도 탈 수 있을만큼 큰...~ 카트로. (같이 웃다가 착잡해보이는 표정으로 식재료들 바라본다.) 사탕... 응. 근데 나 요리 잘 못하는데. ... 건강식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 (반쯤 진담이다.) (네가 가져온 피크 요리조리 돌려보며 보고는) 좋네. 마침 피크도 하나 필요했는데.
 
전강필:글쎄요~ 저 만큼 큰 카트 찾기도 힘들텐데! 할 수 있어요. 이왕 하는 김에 요리 강습 받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피크가 담겨있는 박스 카트에 넣고 방실 웃는다.) 그쵸~ 그리고 이것도! (언제 챙겨온 건지 귀여운 고양이 인형 카트에 예쁘게 앉혀놓는다. 어느새 가득 채워진 카트 안을 보며 뿌듯해 하는 필이다.) 대충 필요한 건 다 산 것 같네요!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속에 전강필을 위한 것은 없습니다.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강필이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필이는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을 필이 툭 건드립니다.
 
전강필:돌아가요, 형. 이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네.
 
필이는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당신은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전강필:오랜만에 즐거웠다~ 형은 어땠어요? 또... 어때요? 이제 곧 헤어져야 할 시간인데.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연시우:... ... 응. (뜸) 나도... 즐거웠어. (너와 눈을 맞추지 못한 채 고개만 작게 끄덕일 뿐이었다.)
 
전강필:(네 시선 제가 맞추고 생긋 웃어 보인다.) 시우야,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러는 거예요? 정말 즐거웠던거 맞죠? 너무 갑작스럽게 떠났었지만... 이젠 작별인사 할 수 있잖아요. 이 정도로 만족해주면 안 돼요?
 
연시우:(애써 피한 시선을 네가 맞춰왔다. 그 웃음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응. 정말 즐거웠는데. 잠깐만.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마지막까지 이런 표정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이별은 성큼 등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만족, (...) 만족했는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제 입술만 깨물었다.)
 
전강필:(네가 이럴때마다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고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어떻게든 견뎌내려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너는 나를 볼 수 없었지만 난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입술 잘근 깨무는 네 입 제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그만하라 말한다. 애써 웃음 짓는게 내가 정말 웃고 있는지도 이젠 모르겠지만 인간은 언젠가 다 죽기 마련이고 나는 그게 조금 빨리 왔을 뿐이다. 그러므로 네가 나 없는 세상에 얼른 익숙해 졌으면 좋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네 세상은 아직 끝난게 아니니까. 네게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으니까. 네 세상에 전부는 내가 아니니까. 이제 땅은 그만 보고 하늘은 봐줬으면 좋겠다. 푸르게 빛나는 하늘을.) ... 어쩔수 없어요. 자연의 이치는 인간이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요?
 
연시우:(알고 있다.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나에게서 빛을 앗아가놓고 이번엔 하루만 빛을 주겠다니. 참으로 잔인하지 않은가. 그래도 예상했잖아 연시우. 쉽게 떠나보낼 수 없을 거라는 거. 그래도 웃으면서 작별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다짐했는데. 막상 그 순간이 닥쳐오자 제 결심은 어둠에 파묻혀버렸다. 너는 이미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애초에 죽은 자와 산자가 함께할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잖아. 계속 이렇게 날뛰는 제 마음을 진정시키려 당연한 말을 해보아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 이기적이었나 봐. 널 놓아줄 때가 온 것을 알면서도 그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애같이 왜 그래. 새어 나오려는 울음을 목 너머로 꾹 삼키며 고개를 슬쩍 들어 너를 다시 마주했다.) ... 그렇지. 알아. ... 알고 있는데. 네 얼굴만 보면, 목소리만 들으면. (미묘하게 떨리는목소리로 말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어떡하면 좋을까.)
 
전강필:(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조심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제 잘못된 행동 때문에 너까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자니 죽을맛이다.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혼동해서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 한가지는 잘 알고있다. 너는 날 붙잡지 말아야하고 우리는 오늘 안녕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네가 이 기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감히 알 방법은 없지만 나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네가 나 없이 살아가던 모습을 보았으니까.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에 신이 도와주신 건지도 모르지. 무조건 적으로 웃으며 배웅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울 때는 울어야 하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내어야 한다. 꼭 참고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일들 중 하나다. 이제 그만 어둠에서 나올 시간이야. 너는 생각보다 그리 약하지 않을 거야. 몇 년 동안 너를 많이 봐왔고 사랑해 왔으니까. 그만큼 너를 잘 알고 있으므로. 나는 네가 이 시련을 금방 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이겨낼거라 믿어. 천천히, 조금씩. 네 기억속에서 나는. 네가 말하는 얼굴과 목소리 모두 희미해져 갈거니까.) ... 괜찮아, 괜찮아요. 형이 좋아하는 사탕을 먹으면서,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고, 고등학교때 다니던 밴드부 사람들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이랑 좋아하던 게임을 하고, 가끔 하루종일 잠도 자면서 귀엽게 생긴 동물 인형들을 껴안고 있으면 금방 괜찮아 질거예요.
 
어느정도 대화를 하고 나면 택시는 당신의 집 앞에 멈춰섭니다.
 
그래요,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요.
 
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강필이는 냉장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필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리를 편 강필이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전강필: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형.
 
강필이는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시우.
 
이대로 필이를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연시우:(그런 너의 말을 듣고, 잠시 뜸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 필아. 나 어떤 주문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 시전자의 생을 소모해가며 대상자를 살리는 거래. (뜸) 이거, 어떻게 생각해?
 
전강필:(...) 저는... 형이 형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 시우형. 꼭 무언가를 잃어야지만 얻을 수 있는게 행복이라면... 포기하는게 바른 길일 때도 있어요. 그건 분명 정상이 아니잖아, 시우형. 형도 그걸 알고 있죠? 난 형의 목숨을 깎아먹으면서 살고싶지 않아요.
 
연시우:... 그래? 응, 물론 알지. ...... 그리고 필이라면 그럴 것 같았어. (중얼거리고) 역시 그렇지? 오늘은 정말 작별 인사를 할 때인 거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제 감정까지 간섭할 수는 없는듯했다.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것이 느껴지자 아랫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버릇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들고 희미한 미소를 띠며 너를 바라봤다. 마지막 모습이 엉망인 몰골로 슬프게 울고 있는 것으로 기억되긴 싫었기에.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은 애써 무시한 채 두 눈으로 너를 똑바로 응시했다. 떨리는 목소리지만 마음은 굳게 먹은 듯하였다.) 필이가 싫다면 나도 싫은걸. 오늘 정말 고마웠어. 같이 집을 청소한 것부터 해바라기 준 거, 기타 연주 들어준 거랑 마트에 가서 장 봐준 것까지. 이런 날에 나를 보러 와준 것도 정말 고맙고. ... 그냥 다 고마워. (...)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지? 이렇게 대화하고 인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작게 소리 내어 웃고는) 가기 전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한 번만... 더 안겨보고 싶어. 그리고, 안아주고 싶어.
 
전강필:이해해 줄 것 같았어요. 고마워요. (약간 서글픈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최대한 활짝 웃어주었다. 너와 마찬가지인 이유겠지. 눈물은 나지 않았다. 평범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네 눈에 흐르는 눈물을 제 손으로 살살 다래어 닦아준다. 그러면서도 피하지 않는 시선을 대견하게 느끼며 그 시선 마주했다. 그 정도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제 품에 널 가뒀다. 이어서 조곤거리는 목소리로 느긋하게 말 잇는다.) ... 형은. 제가 아는 연시우는요.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시우라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저를 제외하고도. 정말 많이. 그러니까... 저는 형이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연시우:(네 웃음을 보고 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널 따라 자신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너의 너른 등을 감싸 안았다. 품에 얼굴을 포옥 묻은 채 널 꽉 안는 것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대신하였다. 너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다 고개를 살짝 들어 널 바라보고) 필이는 항상 좋은 말만 해주네. 그리고 거기엔 너도 포함시켰으면 좋겠는데... 난 전강필을 평생 사랑할 거고, 옆에 없다고 그 마음이 변하진 않을 거야. 필이가 이렇게까지 노력해주고 응원해줬으니까 잘 살아가는 게 보답이겠지. 있잖아, 나 앞으로는 깔끔하게 살 거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악기도 다시 잡아볼 거고,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이랑 잘 살아갈거야
운전도 다시 할 거고... 정말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술도 좀 줄여야지. (머쓱한 듯 웃었다가) 오늘 필이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그렇게 살고 있었겠지. 정말... 너무 고마워.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이. 오늘 너무 즐거웠어. 사소한 일상이 그렇게 즐거운 건 줄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다시 깨달았네. (시계 흘깃 보고선 잠시 머뭇거리다가) ... 이제 가야 하는 거야? (조금 더 있어 달라는 건 제 욕심일테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미련만 더 커질 뿐이니까. 그 대신, 너에게 진심으로 작별 인사를 고하고자 했다.) ... 혹시 내가 너무 늙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해도 나 기억해 줘야 해? 다 얘기하니까 정말 후련하네. (...) 어두워지니까 조심히 가고, 가끔 내 생각도 해주고. (네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자신도 평범히 널 집으로 보내는 것 처럼 인삿말을 꺼냈다.) ... 이건 너무 많이 들어서 질렸으려나... (뜸) 사랑해. 정말 누구보다 많이 사랑해 강필아. (오늘 웃은 것 중에 제일 밝고 환하게 웃으며 널 바라봤다.)
(PW : 1123)
 
탁.
 
두꺼운 철제 문이 잠금쇠를 걸어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것 하나 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제 알잖아요.
 
그러니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겁니다.
 
연시우 존립
 
존립 │ 명사 생존하여 자립함.
 
누군가 올 사람이 있던가요?
 
강필이가 그렇게 돌아간지 몇 개월이 또 지났습니다.
 
약속을 지키며 사소한 일상을 지내던 당신의 현관문이 두드려진 순간.
 
시우, 어떡할까요?
 
연시우:(현관문 쪽으로 다가가선) 누구세요?
 
무언가 시켰던 물건이 있었나 보네요.
 
연시우:(시킨게... 있던가? 조심스럽게 문 열어봅니다.)
 
문을 열면 기사님은 당신에게 예쁘게 포장된 박스를 넘겨줍니다.
 
받는이의 이름을 확인하면 연시우, 당신의 이름이 맞아요.
 
연시우:(보낸 사람의 이름 확인해봅니다.)
 
글쎄요.
 
보낸이의 이름은 특이하게도 써있지 않습니다.
 
누가 장난질이라도 한 걸까요?
 
연시우:(의아해하며 가지고 들어와 소포 열어봅니다.)
 
소포를 열면...
 
편지와 사진 한 장이 들어있습니다.
 
꽤 된 것 같네요.
 
연시우:(둘 다 들어서 확인해봐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길때가 가장 좋은 거예요.
 
해바라기의 또 다른 꽃말은 행복.
 
백일홍의 꽃말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