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폭설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당신이 이 겨울을 헤매는 중이라는 거고,
꿈을 꾸면 나오는 지긋지긋한 세계 멸망에 관한 신파극.
지금의 당신은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라 봄이 무방합니다.
기억이 계승된다는 건 기억에서 비롯된 감정 또한 계승됨을 의미할까요.
칼을 들어 당신의 심장을 찌르라는 계시를 받은 거짓된 신의 사자.
이제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갑자기 사색이 드는 이유는 푹푹 밟히는 눈을 건너 마주한 건물이 버려진 성당이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오늘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모양입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색의 빛들.
이전의 삶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면서도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름다움의 현신이라 부름이 옳을 듯한 풍경 아래,
제단 뒤 어둠이 깔린 곳에서부터 누군가의 발이 빛 가운데로 드러납니다.
흐트러진 색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검은색 수도복.
과거 당신의 심판자로 등장했던 바로 그 사람.
랭거:말 그대로 그냥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응?
엘타 베인:...너도 기억하는 거지?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한테는 세상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는 거 알고 있잖아.
랭거:내가 당신을 잊을리가 없잖아. 그냥... 사랑한다고 해주면 안돼? (입꼬리 슬쩍 올리고) 말로 더 표현해 줬으면 좋겠어. 아, 인사가 늦었네. 오랜만이야 베인.
엘타 베인:(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꾹 깨문다) 그래, 오랜만이네. 계속,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혹시나 너도 그 기억을 갖고 이 세상에 있지 않을까 하고. 이렇게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랭거:(환한 기색으로) 나도 계속 찾고있었어. 쉽지는 않았지만... 이제라도 만났으니 된 거겠지? (살짝 소리내 웃고)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은?
엘타 베인:이제라도 만났으니까. (몇 발자국 다가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네 얼굴을 감싸며 흐릿하게 웃는다) 사랑해. 이 세상이 멸망하고 난 뒤에도, 오직 너만이 나의 사랑스러운 영혼이니까.
랭거:(사랑한다는 말에 정말 기쁜 듯 아이같이 웃고는 당신 손 위에 제 손 겹쳐) 나도 사랑해.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기뻐, 베인.
어둑한 하늘 아래 눈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곳에서의 하룻밤 이외에는 방법이 없겠군요.
랭거:아까 보니까 눈이 많이 오던데, 성당에서 쉬고 가지 않을래? 날씨가 너무 험해. 하룻밤만 자고 가줘.
엘타 베인:(창밖을 슬쩍보고) 그래야겠네. 오늘은 여기서 보낼게. (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본다)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버려진 성당 내부를 둘러보면 사람은 자신과 랭거밖에 없는 듯합니다.
썰렁한 성당 안은 아주 오래 전 랭거가 당신을 죽이려고 시도한 바로 그 성당과 비슷한 구조 같으나 조금 더 넓습니다.
엘타 베인:비슷하네. (주변을 둘러보다가 스테인드 글라스를 바라본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장미창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화려한 형식입니다.
비록 일부 바람에 의해 깨진 흔적이 있지만 테이프로 막힌 걸 보면 누군가의 관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엘타 베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 눈이 부셔 형상을 분간하지 못하게 됩니다.
엘타 베인:(눈 살짝 찌푸리며 신도석으로 걸어간다) 밝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깨진 유리 조각 사이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엘타 베인: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불쾌함과 공포감 언저리가 어쩌면 당신을 음습할 수도 있겠습니다.
장의자들은 이미 망가지거나 쿠션이 파지거나 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때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앉아 미사를 올렸겠지요.
당신이 바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주체 그 자체였으니까요.
엘타 베인:신은, 언제나 잔인했지. (희미하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쓸어본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고해방으로 걸어간다)
엘타 베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걸어가다가 의자 위에 널부러진 종이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종이들은 모두 알 수 없는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해가 불가하나
당신이 읽을 수 있는 한 가지 단어가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엘타 베인: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과거 배운 지식을 토대로 이 글씨체가 꽤나 사무적이면서도 끝부분이 살짝 떨려있음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성당의 이 익숙한 전경이 무엇을 연상시키는지 압니다.
한 때 당신이 들락거렸던 고해실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장소입니다.
고해방에 도착하면 휴게실 문을 열고 나오는 랭거가 당신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짓습니다.
엘타 베인: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랭거를 바라보며) 익숙한 장소네. 네게 고해를 할 때만 해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아, 그때는 사람도 아니었나.
랭거:(멀뚱히 바라보다가 눈꼬리 감기게 미소지어 준다.) 이미 다 지난일들이잖아. 나도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는 걸? (뒷말에 하하 웃어줄 뿐, 잠시 침묵하고) 음~... 혹시 먹고 싶은 건 없어? 목이 마르다거나...? 물자가 넉넉해서...~
엘타 베인:(따라 웃고는) 누가 알았겠어. (휴게실 쪽으로 몇 걸음 옮기며) 그럼 오랜만에 차라도 내려줄까? 디저트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랭거:(환한 얼굴로 고개 끄덕여) 좋아, 잠시만 기다려. 차랑 디저트 준비해 올게. 많이 챙겨놨지 베인 생각나서. (실실 웃어)
랭거는 음식과 차를 준비하겠다며 휴게실로 다시 들어갑니다.
엘타 베인:(잠시 가만있다가 고해방을 둘러본다)
고해방 안쪽의 벽면과 의자는 거의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탁자처럼 튀어나온 나무 판자 위에는 아슬하게 성경책이 놓여 있습니다.
엘타 베인:(나무 판자 쪽으로 다가가 성경책을 펼쳐본다) 이 책도 오랜만에 보네.
성경책을 살피면 군데군데 듬성듬성 빠진 페이지들이 있습니다.
엘타 베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타 베인:또 혼자 뭐라도 하는 건지. (성경책을 덮고 판자 위에 올려놓는다)
밤이 되니 랭거는 익숙하게 당신을 휴게실로 이끕니다.
성당 내부가 극악하게 추워졌기에, 난로가 있는 휴게실에서밖에 홀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휴게실 안은 조악하지만 나름 사람이 살 만한 모양새가 구축된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쓴 듯한 매트리스 위에는 허름한 이불과 베개가 놓여 있습니다.
랭거는 기꺼이 매트리스를 당신에게 내줄 의지를 표합니다.
엘타 베인:네가 눕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난 그냥 난로 옆에서 자면 돼.
랭거:나는 괜찮아! 베인은 지금까지 걸어왔을텐데 힘드니까 좀 쉬어.
그렇게 말하며 랭거는 당신에게 준비한 음식을 건냅니다.
그는 당신에게 물자를 내주는 것을 굉장히 기꺼워하며 망설이지 않고 있습니다.
랭거:먹을 것도 충분히 있으니까 먹고싶은 만큼 먹어도 돼. (바닥에 대충 쭈그려 앉고 당신 빤히 봐, 얼른 먹으라는 듯하다.)
엘타 베인:다행이네. 여태 굶지는 않았나 걱정했는데. (랭거 옆에 앉아 스프 한 입 떠먹으며) 랭거는 먹었어? 아니라면 같이 먹을래?
랭거:... 어디가서 굶을 위인은 아니지, 내가. (당신이 식사를 시작하자 싱글벙글 웃으며 계속 지켜보고) 먹었어! 괜찮아~ 베인 많이 먹어.
엘타 베인:그렇긴 해. 신부로 위장하고 왔을 때부터 알아봤지. (피식 웃고는 식사를 계속한다) 내일은 내가 요리해줄까? 보나마나 계속 통조림만 먹고 있었을 것 같은데. 거창한 건 못해주겠지만 간단하게라도 해줄게.
랭거:아~... 들켰네! 그럴까 그럼? 물자 창고도 만들어 놨으니까 마음껏 사용해도 좋아. 그냥... 나만 두고 떠나지만 않으면 모든 해도 좋으니까. 마음대로 해!
마치 랭거는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 미친 인간 같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그저 당신이어서, 라는 답변만을 내놓습니다.
어쩌다 이런 희대의 로맨티스트가 되었단 말입니까?
엘타 베인:
정신
기준치: |
85/42/17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과거, 무한한 과거 속 랭거의 일기장이 떠오릅니다.
랭거:있지, 베인. 세상을 구할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엘타 베인: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긴 하지. 지금의 난 마녀도, 악마도 아니니까. 멀쩡한 세상에서 너와 함께 살아가는 걸 바란 적도 있고.
랭거:(눈 내리깔고 깜빡 거리다가 다소 쓸쓸한 표정을 짓고) 베인은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나도 마찬가지야. 대체로 나는 세상을 구하는 쪽이었기도 했고...?
엘타 베인:그래도 나한테 더 중요한 건 랭거니까. 세상을 구한다고 해도 그 세상에 랭거가 없다면 의미없잖아? (네 볼을 쿡 찌르곤 웃는다) 세상이든 뭐든 가장 소중한 건 너니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랭거:... 그 말 되게 기쁘네~... 그것도 마찬가지야. 나도 베인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해.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의미도 없고... (방긋 웃어주며 시치미 뚝 때더니)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 눈이 너무 많이 내리네.
중얼거림 끝에는 마치 이 재앙을 종결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듯도 합니다.
어쩐지 공포가 미미하게 당신을 음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매트리스를 양보한 랭거는 휴게실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엘타 베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4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매트리스 바닥에 깔려 삐져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기이한 살해 내지 죽음의 방법을 발견하였습니다.
엘타 베인:
SAN Roll
기준치: |
85/42/17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쪽에서 발견한 칼이 떠오릅니다.
엘타 베인:설마... (랭거가 나간 쪽을 바라본다)
(천천히 일어나 휴게실 밖으로 나간다)
일단 먼저 잠을 청하고 내일 만나는 걸로 할까요?
엘타 베인:이렇게 추운데 어디로 간 건지. (괜스레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오늘이야말로 쉘터로 출발하기에 적합한 날씨네요.
내일 당장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엘타 베인:같이 가자고 하면 랭거가 따라올까. (창밖을 가만히 바라본다)
엘타 베인:가만히 있어봤자 변하는 건 없으니. (랭거한테 걸어간다)
당신이 떠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먼저 출발하기라도 한 걸까요?
엘타 베인:얘는 또 혼자 어딜 간 거야. ...두고 가기는 싫은데.
엘타 베인:...내일, 내일은 있겠지. 오늘은 기다렸다가 내일 같이 가면 되는 거야. (그리 중얼거린다)
말했다시피 성당은 이 재앙을 더는 버티지 못할겁니다.
엘타 베인:먼저 두고 떠나지 말라고 한 게 누군데 보이지도 않고. 그냥 떠난 거면 용서 안 할 거야. 지금은 아니지만 나름 악마였으니까. (가만히 서있는다) 난 너만 있으면 된다고...
엘타 베인:랭거를 기다려야지. (이곳에 남아있는다)
아까부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랭거가 복잡한 낯으로 나타납니다.
어제 밤보다도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엘타 베인:(랭거 앞으로 서둘러 다가간다) 어디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한참 찾았잖아.
랭거:잠깐 볼 일이 생겨서. 응? 왜, 할 말이라도 있는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정하고 헌신적인 모습의 이유를 알아차리기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랭거를 보면, 그는 마치 자동으로 몸을 딱 굳히고 있습니다.
엘타 베인:왜 그래? 누구 찾아올 사람이라도 있어? (입구를 바라본다)
랭거:아니야. 나가지 마. 그냥... 있자. (당신 옷자락 꾹 잡고)
엘타 베인:(의아한 얼굴로 내려다보며) 그래. 네가 원한다면. (네 손을 잡아준다)
그 순간에도 노크 소리와 함께 음성은 계속 들립니다.
문이 잠겨 있어서요...
발자국이 여기 나 있는데......
앳된 음성은 그리 장성한 사람 같진 않습니다.
혹시 저희 좀 도와줄 수 없으신가요?
엘타 베인:...아이잖아? (입구로 다가가려다 멈칫한다)
랭거:안돼. 가지마. 열지마. 쉿... 조용히 해. 아무도 없는 거 처럼.
엘타 베인: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먹을 거라도 나눠주는 건... (입구 쪽을 힐끔 본다)
랭거:(옷자락 더 세게 쥐고 당겨 고개 도리질 하며) 제발... 베인. 그냥 모른 척 해.
엘타 베인:
설득
기준치: |
75/37/15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네 정면에 서서 두 손을 마주잡는다) 아이잖아. 아무 이유없이 무시할 수는 없어. 그래도 막아야 겠다면 이유라도 말해줘. 그러면 그냥 모른 척 할게.
랭거:(...) 아니야, 대신 물자만 전해주고 베인 혼자 다녀와야 돼.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입꼬리 살짝 올려 웃어주더니) 다녀와. 베인 애들한테 약하잖아.
엘타 베인:그래. 너무 걱정하지마. 금방 다녀올 테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물자를 챙겨 입구로 다가간다)
아직 있으려나.
물자 창고로 향하면 당신이 얻은 물건을 제외하고 남은 아직까진 충분한 물자들이 몇 남아있습니다.
엘타 베인:
자료조사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엘타 베인:
자료조사
기준치: |
75/37/15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치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이 모아두었을 법한 물건들이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혹시 랭거 스스로가 떠나기 위해 채워둔 걸까요?
엘타 베인:미리 준비해뒀던 건가. (망설이다 가방을 챙겨 나간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가방이야말로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딱 좋은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문득 물자 창고 내부 이질감이 든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특정 벽면이 이상하리만치 상자로 쌓여 가려져 있네요.
엘타 베인:
근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드러난 벽면에는 기이한 광경이 담긴 상태입니다.
엘타 베인:
SAN Roll
기준치: |
84/42/16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타 베인: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숫자들이 어쩐지 날짜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문득 가장 진하고도 깊게 적힌 문장이 보입니다.
엘타 베인: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타 베인:이게 다 뭐야. (문장을 빤히 보다가 돌아간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느 새 사라진 상태입니다.
엘타 베인:또 어딜 간 건가. 아이들은 아직 있어야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서 입구로 다가간다)
문을 열면 바깥에는 작은 발자국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흐려진 것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랭거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유를 알려주겠다 해놓고는 제멋대로 실종되기라니.
엘타 베인:
지능
기준치: |
85/42/17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이 성당이 2층으로 되어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현재 개방되어 있음도요.
엘타 베인:(발자국을 가만히 보다가 2층으로 걸어간다) 위에, 있으려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예배당 2층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통로 쪽에 작은 문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엘타 베인:(작은 문을 열어본다) 랭거, 여기있어?
내부로 들어가면 빼곡하게 쌓인 책들이 존재합니다.
몇 십 년동안 쌓였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납득이 안 될 개수.
엘타 베인:이 책들은 다 뭐야. (책들을 살펴본다)
아무 책이나 살펴보면, 대체로 라틴어로 적혀있음을 깨닫습니다.
엘타 베인:
외국어(라틴어) Roll
기준치: |
66/33/13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유일하게 알아볼 만한 마지막 모국어로 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득 책상을 보면 닫힌 서랍장에서 양피지 귀퉁이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엘타 베인:왜 항상 혼자서 하는 건지. (양피지를 꺼내 살펴본다)
엘타 베인:
근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타 베인:... (양피지를 내려놓으며 밖으로 나간다)
이 세상의 재앙의 실질적 원인은 결국 당신이었다는 것과.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 떨어져 있던 칼.
죽음이 칼이 아닌 다른 것에서부터 비롯되길 마련이다…….
이 방에 있던 걸 들키면 조금 곤란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엘타 베인:(복도 끝을 보다가 아래로 내려간다) 나중에라도 네가 진실을 말해줄까.
그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 모를 만한 뒷모습입니다.
다시는 나오지 못할 심해 속에 혼자 갇힌 것처럼.
시선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돌리지 않은 랭거가 묻습니다.
어둠 가운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하는 오색의 찬란한 빛이 반사된 얼굴.
엘타 베인:(미묘하게 찡그린 얼굴로) 또 내가 죽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이번에는 네가 악마가 되기라도 한 건가.
랭거:바보같은 생각. 죽지 않아. (푸스스 웃더니 당신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나는 끝내고 싶어.
이내 랭거는 곧 당신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저 제가 헛소리를 했다며 발걸음을 옮겨 사라집니다.
엘타 베인: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저녁 식사 시간에 휴게실에는 당신 몫의 음식만이 놓여 있을 뿐이며,
엘타 베인:(음식만 바라보며) 왜 항상 피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작게 웃음을 흘린다)
휴게실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성당 내부에 오르간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곳에는 당신과 랭거밖에 없으니 누가 연주 중인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엘타 베인:(조용히 오르간 소리를 듣다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말해주겠지.
엘타 베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찰나에 떠오르는 것은 무수히 많은 죽음의 방법이 적혀 있던 종이.
일 년 내지 십 년 그 이상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던 벽.
무수히 많은 죽음의 방법은 본인에게 행한 일이었던 걸까요?
그래, 랭거에게 부여된 것은 어쩌면 영생일까…….
엘타 베인:
SAN Roll
기준치: |
83/41/16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적힌 한 문장입니다.
엘타 베인:(종이를 내던지고 랭거에게 달려간다) 바보같은 자식.
예배당으로 나가면 역시나 오르간을 연주하는 랭거가 있습니다.
서툴고 떨리는 손으로 하나 하나 건반을 누릅니다.
필경 이 모든 사태를 고하고자 하는 랭거의 고의였을 것입니다.
엘타 베인:(가까이 다가가며) 그 종이, 다 진짜야? 영생이 끝나면 넌 어떻게 되는 건데?
당신이 그에게 다가가면 랭거는, 그제야 당신을 돌아봅니다.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
엘타 베인:말했잖아.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내가 널 사랑한다고 말하면 이 멸망이 끝나는 건가? 거기에 너는 있고?
랭거:...아하하,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나도 정말 사랑해. (고개 앞으로 살짝 기울이며 오르골 치던 손을 멈추고 몸을 당신쪽으로 돌려) 응, 멸망은 이제 끝날 거야. 그리고 나도... 드디어 죽을 수 있겠지. 몇 년, 아니 몇 십... 아니... 아, 얼마나 기다렸더라? 세상이 멸망하고도 죽을 수가 없어서 혼자 한 세기를 버텼어. 너가 죽고도 나는 죽을 수가 없어서. (방긋 웃고) 근데 마침 베인이 내 앞에 구원처럼 나타나 줬지.
엘타 베인:(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네 멱살을 잡아 끌어당긴다) 넌 항상 그랬어! 난, 난 너한테 모든 걸 보여줬는데, 넌 숨기기에만 급급했지. 이렇게 끝에 와서야 진실을 말해줬고. 왜 진작 말해주지 않은 거야? 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한 거야?! 알았다면, 네가 죽게 된다는 걸 알았다면 사랑한다는 말 따위 하지 않았을 텐데. (고개를 숙여 네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원망스러워. 신도, 이 세상도, 네가 죽길 바라는 모든 것들이 원망스러워서 미칠 것 같아. 왜 우린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응? 잠깐의 달콤한 행복에 마음을 놓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불행해져. 난 너만 있으면 되는데. 그러면 세상이 어떻든 행복할 수 있는데. 내가 널 구원한다면 나는 누가 구원해주는 건지.
랭거:(별로 상관 없다는 듯 웃는 낯짝만 보여줄 뿐이다.) 응?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 알려줬잖아, 항상. 그치만... 미리 말했으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을 거잖아. 아니야? 이제 그만할래, 베인. (당신 뒷머리 감싸고 토닥여 줘) 이제 괜찮아. 이걸로 세상의 멸망은 끝나고, 식량이 부족할 일도 없을거고, 이젠 사람들도 북적이게 되겠지. 아, 저번에 그 아이들 같은 경우도 없어지게 될거야. 잘 됐지? (방긋 웃어주며 기분 좋은 듯한 목소리로 말해) 원망스러워? 이런 나를 증오해? 나를 증오한다면 사랑해줘! 신도, 세상도,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거야. 베인은 다정하니까 할 수 있어. (마지막에 스쳐지나가는 표정은... 슬픔이었을까? 아주, 미세하게, 잠깐이기는 했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번에도 그랬잖아? 내가...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으니 이번에는 당신 차례야. 나를 기다려 줘. 다시 만날 그 날 까지. 그때는... 좀 더 오래 만났으면 좋겠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으로. 나도 베인만 있으면 되지만... 베인이 살아가려면 내가 죽는 수밖에 없어. 나 또한 이제 별로 살고 싶지도 않고. (당신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 속삭여) 너무 불행해 하지마. 나는 불행하지 않으니까. 베인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스테인드 글라스에 시선을 두고) ... 신께 빌어보는 건 어때. 구원받을지도 모르잖아? 베인도 알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구원해 줄 만한 인물이 못 돼.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인간이라.
엘타 베인:(손아귀에 더 힘을 주며) 누구 맘대로 그만하겠다는 거야. 계속 기다렸다며, 계속 기다려서 이렇게 봤잖아. 그러면 더 잡아야지.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인간이라면 세상의 멸망 따위 신경쓰지도 말고 잡았어야지! (작게 흐느끼며 말한다) 네가 없으면 이 세상은 다 의미없다고 했잖아. 네가 없는 세상을 내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어. 네 목숨을 앗아가고 얻은 평화를 내가 어떻게 누리는데..! (팔을 내려 너를 끌어안는다) 기다릴 수 있어. 몇 년이든 몇 십년이든. 한 세기, 아니 몇 세기가 걸리더라도 기다릴게. 그때는 숨기지 마. 나한테 모두 말해줘야해. 이렇게 꽁꽁 숨겨놓지 말고, 나를 믿어줘. 제발... 어떻게든 네가 살고 싶게 해줄 테니까, 그때는. 날 다시 버리지 말아줘. (고개를 들어 일렁이는 눈으로 네 눈을 마주본다) 신, 신이라고 했어? 한 세기를 살면서 생각이 변하기라도 한 거야? 그 신한테 기도해봐도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잘 알잖아. 우릴 이렇게 만든 게 그 신이라는 작자인 것도. 이미 나는 네게 구원받았는데, 넌 끝까지 제멋대로 휘두르기나 하고. 차라리 나도 같이 영생을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엘타 베인:(포기한 듯한 얼굴로 웃다가 눈물만 흐르는 눈을 감으며 말한다) 그래, 잠시 쉬어. 지금은 널 놓아줄 테니까. 널 대신해서, 다른 것들로 살아가 볼 테니까. 네가 나의 구원인 걸 부정해도 상관없어. 이 구원의 형태가 이상하더라도 난 다른 구원의 형태가 어떤지 모르거든. 이게 나한테는 구원인 거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네 이마의 흉터를 더듬고 거기에 입을 맞춘다. 기도하는 네 손 위에 제 두 손을 덮으며 경건한 얼굴을 흉내내더니 짧게 읊조린다) 나의 사랑스러운 영혼이 잠시간의 안식이나마 취할 수 있기를.
신이 있다면 누군가는 대답해줄 난제와 의문입니다.
오르간 앞에 앉아 고요하게 눈을 감은 랭거를 흔들어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