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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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아무말
 
w.소라빵
 
KPC.전강필
 
PC.연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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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7시 2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인데,
 
강필이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연시우:(두리번...)
 
그때,
 
당신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필이의 전화네요.
 
연시우:(필이 전화인 거 확인하곤 전화기 들어요)
여보세요?
 
...
 
잠시 침묵이 이어집니다.
 
작은 바람소리만이 탐사자의 귀를 간지럽힙니다.
 
...
 
그리고 들려오는 필의 목소리.
 
전강필:정말 좋아해요. 그러니까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툭,
 
전화가 끊어집니다.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갑니다.
 
방향은 아래쪽.
 
누군가 추락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연시우:(...!?)
 
그리고 들려오는 둔탁한 충격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2020년 8월 15일,
 
그렇게 너는 순식간에 나의 인생에서 사라졌습니다.
 
...
 
당신은 눈을 뜹니다.
 
공기가 불쾌하게 호흡을 방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따갑습니다.
 
오늘은 필의 기일,
 
그 아이가 사라진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집 안을 살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방에는 침대 / 책장 / 책상이 있습니다.
 
연시우:... (굳은 표정으로 침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당신이 깨어난 침대입니다.
 
이불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당신의 휴대전화가 충전되어 있습니다.
 
연시우:(휴대전화 들어선 확인해요)
 
휴대전화의 오늘 일정에 '납골당 방문' 알림이 떠 있습니다.
 
연시우:...... (알림만 멍하게 바라보다가 다른 알림은 없나 살핍니다)
 
딱히 다른 알림은 없습니다만... 연락처를 확인한다면 필의 번호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연시우:(별 의미 없는 행동이란 건 알지만...... 필의 번호로 전화 한 번 걸어봅니다...)
 
...뚜루루-...
 
전화를 받지 않아-...
 
소용없는 짓이란 걸 당신도 잘 알고있습니다.
 
연시우:... 받을 리가 없지.
(휴대전화 끄며 책상으로 다가갑니다)
 
당신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습니다.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제목은'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연시우:(책 꺼내선 읽어봐요)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주인공...
 
로맨틱하게 느껴지네요.
 
연시우:(... 일어날 리가 없는 일인데)
(책 덮어두고는 책상 앞으로 다가갑니다)
 
책상 위에는 달력과 메모지 한 장, 빈 편지지가 놓여 있습니다.
 
연시우:(뭐 특별한 거라도 있나 달력 살펴봅니다)
 
오늘 날짜에 '필의 기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연시우:(적힌 글자만 잠시 바라보다가 메모지 집어들어요)
 
납골당의 주소와 가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번 환승해야 합니다.
 
연시우:(이건 이따가 챙기고...)
(빈 편지지로 시선 옮깁니다)
 
연시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맞아, 당신은 필의 납골당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었죠.
 
분명 어젯밤에 가는 길을 알아보다 잠들었습니다.
 
왜일까요,
 
불과 하루 전의 일일 텐데.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편지지는 당신이 쓰고 있던,
 
필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내버려 두고 갈 수도 있고, 마저 완성할 수 있습니다.
 
연시우:(... 마저 쓰려고 책상앞에 앉습니다)
 
마음껏 쓰고 싶은대로 쓰도록 하세요.
 
원망해도 좋고, 따뜻한 말을 쓰는 것도 괜찮겠네요.
 
못했던, 하고싶은 말들을 적어봅시다.
 
연시우:.........
(한참을 고민하며 편지를 씁니다)
 
작성한 편지는 잘 챙겨서 납골당에 두도록 해요.
 
준비를 하고 나가기로 할까요?
 
연시우:(슬슬 나갈 준비를 하려 일어납니다)
 
...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오면,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한없이 맑은 깨끗한 여름날의 아침 하늘입니다.
 
그래,
 
분명 이런 풍경을 봤었죠.
 
그때는 그 아이도 함께 있었는데.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던가요.
 
분명 그때…
 
...
 
당신은 등교 중이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아무렇지 않게 흐르는 구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과 지면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소리.
 
그 아찔한 푸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던 것도 같습니다.
 
연시우: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란한 매미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를 듣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필이 팔을 크게 흔들며 당신에게 뛰어옵니다.
 
당신의 눈앞까지 달려온 필은 헐떡이며 숨을 고릅니다.
 
땀방울이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전강필:...후~... 몇 번이나 불렀는데, 그걸 못 들었어요? 형 때문에 뛰어왔잖아요!
 
연시우:아, 미안...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걸어서 못 들었네. 천천히 오지... 덥겠다.
 
전강필:(손으로 당신 얼굴에 부채질 해주며) 괜찮아요~ 농담이었어요. 나 몸 쓰는 거에 자신있잖아. 그쵸~ 날씨가 많이 덥네요...
 
연시우:이건 나 말고 필이한테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자신도 손으로 당신 얼굴에 부채질 해주며) 그러니까... 오늘따라 더 푸르고 더운 것 같네.
 
전강필:저는 여름에 강해서! (남은 한 손으로 브이해 보이고 당신이 부채질 해주자 실실 웃어) 어째 날이 갈수록 더 더워지는 거 있죠? 열사병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연시우:필이도 조심해...~ 강하다고 그냥 막 돌아다니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농조로 말하곤 그런 당신을 따라 웃으며) 이렇게 더워서야...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시원하게 있고 싶어.
 
전강필:에이~ 안 그래요! 내가 형 앞에서 쓰러질까 봐? 절대 그렇게는 못 하지 (키득거리곤 옆에서 기웃거려) 음~ 그럼 얼른 집에 갈까요? 우리 시원하게 에이컨 틀어놓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요!
 
연시우:내 앞이 아니더라도 쓰러지면 안돼... (제 주위를 기웃거리는 당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 우리 등교하던 길 아니었어? 학교는 어쩌려고. ...... 쨀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전강필:물론이죠! 그거 알아요? 나 태어나서 한 번도 쓰러진 적 없어.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마냥 말한 뒤 장난스러운 미소 지어) 응, 쨀까요? 가끔 반항도 한 번씩 해줘야지. 등교하는 척~ 교복 데이트 어때요?
 
연시우:그건... 나도거든. 보통 사람들도 잘 안 쓰러지고... (어이 없다는 표정 지으며 당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 정말 째게? 그런가...? (잠시 고민하다가) 그거 좋네. 교복데이트.
 
...
 
당신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
 
...
 
햇빛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아래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 땀이 맺힙니다.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
 
분명 너는 이렇게 나와 길을 걷고 있어야 하는데.
 
올해의 여름에도 당신의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너는 어째서,
 
...
 
...
 
눈을 깜빡이는 순간,
 
풍경이 뒤바뀝니다.
 
당신이 있는 곳은 집 앞.
 
여전히 푸른 하늘에 아무렇지 않게 구름이 흐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요란한 매미소리와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줄지어 선 가로수의 잎들.
 
평화롭게 흘러가는 여름의 풍경입니다.
 
환각이라도 본 것일까요?
 
...
 
버스정류장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연시우:...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주위를 살피면 벤치와 버스노선표가 보입니다.
 
당신은 어느새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연시우:무슨 버스를... 타야하더라...
(버스노선표 살펴봅니다)
 
이곳에 오는 버스들이 적혀 있는 노선표입니다.
 
당신이 타야 하는 버스도 있네요.
 
그걸 타면 필의 납골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래 기둥 쪽에 주인 없는 자전거가 묶여 있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묶여 있었는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녹이 슨 부분도 보이네요.
 
연시우:(확인하고는 앉아있는 벤치로 고개 돌립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입니다.
 
조금 낡아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아이도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죠?
 
주인이 사라진 너의 자전거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묶여 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필이랑 같이 그 자전거를 탄 적도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이었죠.
 
그때, 강필은...
 
...
 
필은 갑자기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서툴지만 들뜬 듯 자전거를 끌고 당신에게 조잘거리며 자랑을 합니다.
 
전강필:이거 봐요. 이번에 형 태워주려고 내가 자전거 구해왔어요, 잘했죠? 얼른 칭찬 (머리 숙여서 방긋 웃고)
 
연시우:자전거? 언제 타봤더라... (까마득...) 잘 못 타는데 괜찮아...? (웃으며 손 뻗어선 당신 머리 흐트러트리듯 쓰다듬어 주고) 응. 잘했네 우리 필이~
 
전강필:오늘은 탈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태워줄 거니까. 나만 잘 잡고 있으면 괜찮아요. (더 환하게 웃어 보이더니) 그쵸~ (자전거에 먼저 탑승하곤 뒤 힐끔 봐) 얼른 타요! 내 허리 꽉 잡고.
 
연시우:태워줄 거야? (눈만 동그랗게 뜨곤 깜빡이며 당신 바라보다가) 꽉 잡아야겠네... (중얼거리며 당신의 뒤에 타선 허리 꼬옥 감싸 안 듯 붙잡아) ... 이러면 되나...?
 
전강필:하하~! 그럼요! 형을 제일 먼저 태워주고 싶었는 걸요?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네! 꽉 잡으세요~ 갑니다!
 
필은 당신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습니다.
 
갑자기 출발한 반동 때문일까요,
 
허리를 감싼 당신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바람.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
 
페달이 돌아가고,
 
작은 자갈들이 바퀴에 짓눌리는 소리.
 
그 사이로 필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너는 환하게 웃고 있었겠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
 
그랬을 겁니다.
 
꽃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만 같습니다.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당신은...
 
...
 
덜컹거리는 충격에 당신은 퍼뜩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당신은 어느새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시야에 가득하던, 빠르게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이 창밖으로 비칩니다.
 
당신에게 버스를 탄 기억은 없습니다.
 
기이한 현상에 연시우...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버스 안을 살펴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당신이 내려야 할 정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연시우:(곧 내려야겠네...)
(안내방송을 듣곤 버스에서 내립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벤치와 노선표가 있는 작은 정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이 탈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아요.
 
슬슬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태양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도로는 달아올라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제멋대로 일렁거리는 공기의 흐름.
 
온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왜곡된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
 
그때도 필이와 이런 풍경을 보았죠.
 
수업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한창 열기를 과시하고 있을 때 즈음.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눈앞이 온통 하얘질 만큼 아찔했습니다.
 
현기증에 세상이 핑 도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
 
누군가 당신의 눈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하얗게 변해가던 시야 한가득 그 손짓이 담깁니다.
 
필의 손입니다.
 
전강필:요즘 자주 멍하니 있네요. 더위라도 먹었어요? 하긴, 엄청 덥긴 덥다.
 
한없이 맑게 웃으며, 그 아이는 말했습니다.
 
전강필:으악! ㅎ,형! 녹아 흐르잖아요! 빨리 먹어, 빨리!
 
그 말에 손을 바라보니,
 
당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고 있습니다.
 
연시우:어... 요즘 많이 더워서 그런가... 뭐? 어, 어? 녹아?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보곤 당황하며 급하게 입으로 가져가)
 
전강필:(당신 모습 보고 움찔하더니 고개 홱 돌려) 그,그런가봐요! 이젠 여름에 아이스크림도 못 먹겠네~... (잠깐 침묵했다가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당신 손 닦아주고) 너무 녹았다. 그냥 버려요. 나중에 하나 더 사줄게요.
 
연시우:(...?) 그러니까... 밖에서 먹으니까 이렇게 다 녹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탓인지 조금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고는) 버려? 그래도 필이가 사준 건데... 아깝게.
 
전강필:(얼굴 푹 숙이고 한숨 깊게 내뱉더니 한 손으로 제 얼굴 가리고) ...네... 버리세요. 당장 버려요. 아깝기는... 하나 더 사준다니까 그러네.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한다고... (끙)
 
연시우:아이스크림이 묻지 않은 반대 손으로 당신 손목 잡고는 살짝 내린다. 아이스크림 입에 문 채로 당신과 눈 마주치려 살짝 가까이 다가가선) ... 왜 버리라고 하는데?
 
전강필:(당신 얼굴 손으로 꾹 누르고) 다 녹았으니까 버리라고 하죠... 저 놀리는 거죠, 지금. 하지마세요. 진짜... (한숨 또 깊게 내뱉고)
 
연시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어라.
 
필이가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길이 갈리는 갈림길.
 
필이와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내일 또 만나자,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선 순간.
 
당신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 해의 여름에는 빈혈이 유독 자주 왔었죠.
 
타는 것 같은 목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시야.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 같았습니다.
 
전강필:연시우?
 
뒤를 돌아보고 크게 손을 흔들던 필이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필의 모습과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
 
버스기사:... 생
학생!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버스가 멈춰서 있습니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버스입니다.
 
버스기사가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갑니다.
 
버스기사:안 탈 거야? 날도 더운데 왜 거기서 자고 있어? 더위 먹으려고 그러지.
 
그래,
 
더위라도 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이미 죽은 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그 기억이 그렇게나 생생한 것도.
 
더워서 헛것을 보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요.
 
전부 다 여름이 너무 더운 탓입니다.
 
연시우:...... 아. (...) 피곤했나 봐요. 탈거에요 감사합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는 출발합니다.
 
덜컹거리는 차체와 그에 맞추어 흔들리는 손잡이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반짝이는 먼지 입자.
 
그 모든 것이 마치 꿈속처럼,
 
몽롱하기만 합니다.
 
...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버스가 천천히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납골당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여전히 날씨는 찜통 같습니다.
 
당신의 눈에 납골당 앞에 위치한 꽃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에 놓인 꽃들도 뜨거운 열기에 축 처져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필에게 전할 꽃을 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연시우:꽃... (꽃집 안으로 들어가요)
 
꽃집 안으로 들어서면 주인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 아이는 무슨 꽃을 좋아했더라,
 
고민하던 찰나에 한쪽에 놓인 백일홍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분명 이 꽃을 좋아했을 텐데.
 
언젠가 필이 했던 말은...
 
...
 
전강필:백일홍은 싫네.
 
툭 던지듯이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상하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
 
점심시간의 옥상이었습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서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살랑거리고…
 
꽃향기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전강필:(아무말도 한 적 없다는 듯 방긋 웃고 도시락통을 꺼내 열어) 형! 밥 먹자~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서 만들었으니까 맛있게 먹어줘요. (당신 힐끔 보고) 형이 만든 것도 먹어줄 수 있는데.
 
연시우:(...? 의아했지만 웃으며 말하는 당신의 모습에 그냥 넘기며) 필이가 만든 거니까 당연히 맛있게 먹지. 내 껀... 맛 보장은 못 하겠는데. ....... 괜찮아?
 
전강필:(소리내어 웃고는 반 농조로) 저는 맛 보장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드셔도 돼요. 그리고 형이 만든 거니까 괜찮을 걸요? 맛 없어도 맛있을 걸? (나름 기대되는 눈빛)
 
연시우:(작게 웃으며) 정말? 걱정은 원래 안 했지만...~ 잘 먹을게. (...) 내가 만든거라서... (제 도시락 들고는) ... 안 괜찮을 것 같은데......
 
전강필:(만족하는 듯 손으로 제 도시락 당신 향해 쭉 밀고) 전체적으로 달달하게 만들었으니까 입맛에는 맞을 거에요. (두 손 내밀더니 싱긋 웃어) 괜찮아요, 괜찮아. 얼른~ 나 배고프다!
 
연시우:(당신이 내미는 도시락 받아들어) ... 근데, 너는 안 먹어? 필이가 준비해왔는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건네주며) 먹고... 못 먹겠으면 꼭 말해. 알았지? 억지로 먹지 말고. 뱉어버려도 괜찮으니까.
 
전강필:제거는 여기! (당신이 건내준 도시락 들고 방실방실 웃어) 어차피 그건 형 주려고 만든 거니까 형 드세요~ (당신 도시락 통 열고 입에 쏙쏙 집어넣어 먹더니 몇 번 오물거리곤 고개 끄덕여) 맛있는데요?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었나 모르겠다. (말 끝내고 계속 쏙쏙 집어넣어 먹곤)
 
연시우:그것만 먹곤 배가 안 찰 텐데...? (걱정스럽게 당신 바라보다가 받은 도시락 통 열어보곤) ... 자, 잠깐만 내가 그걸 먹어야 할 것 같은데. (...) 필아...? 그거 진짜 억지로 안 먹어도 괜찮아..
 
전강필:제 간식 따로 챙겼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필의 도시락은 제법... 셰프급...?) 진짜, 진짜로. 거짓말 1도 안하고 완전 맛있어요! 맨날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억지로 먹는 거 아닌데... 먹고 싶어서 먹는 거에요. (남은 음식 입에 밀어넣더니 볼 가득 채우고 꼭꼭 씹어넘겨) 후...! 잘 먹었습니다!
 
연시우:... (자신도 수저 들어서는 한 입 먹어봐) ... 필아 안되겠다. 그거 다시 줘. 도시락 바꿔. 나 이거 못 먹어. (의아한 눈빛으로 당신 빤히 바라보며) 필아... 내 요리 실력은 내가 잘 아는데. (싹 비운 도시락을 보곤 놀라) 이걸 다 먹었어? 난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빨리 먹을게
 
전강필:(싹 비운 도시락 통 슬쩍 들어 보여주며) 이미 다 먹고 없는데요? (재밌다는 듯 웃어) 맛있기만 한데 뭘... (벽에 기대서 웅크리고 당신 식사하는 거 지켜봐) 천천히 먹어요 천천히! 체하면 힘들다?
 
연시우:...... 내가... 다음 도시락은 더 맛있게 만들어올게... (웃는 당신 바라보다가 다시 도시락 한 입 먹어) ... 너무 맛있다 필아. 응, 천천히 먹을게. (...) 근데 그렇게 계속 지켜볼 거야...?
 
전강필:와! 다음 도시락도 주는 거에요? (하하!) 우리 시우형 요리 연습 많이 하겠다~ 지금도 진짜 맛있는데! (텅 빈 도시락 통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맛있어요? 다행이다~... 혹시 했거든요. (눈 데굴) 그치만 할 거 없어서요. 형 얼굴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연시우:잘... 만들게 되면. 맛있으면. (강조하며 고개 끄덕여) 우리 필이가 먹을 건데 맛없는 건 주기 싫으니까... 열심히 해봐야지... 응. 진짜 맛있어. (...) 내 얼굴 볼게 뭐 있다고. 그런 거 보려면 거울이나 봐...
 
전강필:(입 삐쭉 내밀고) 내 입맛에 딱 맞는데... 나도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욱여넣을 만큼의 깡은 없어요. 예전부터 미리 연습해 두길 잘했다~ (조금 얼탱 나간 표정으로) ...네...? 형 얼굴이 볼 게 없으면 전 뭘 보고 살아야 돼요...? (키득키득) 제 얼굴은 하도 봐서 별로에요!
 
그때,
 
점심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교실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에요.
 
당신이 필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바라본 순간.
 
툭,
 
툭.
 
붉은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고,
 
바닥에 부딪혀 흩어집니다.
 
필이 당황한 듯 코를 붙잡고 있습니다.
 
전강필:...아~ 요즘 자주 이러더라! 여름이 너무 더워서 그런 걸까요?
 
필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합니다.
 
꽃을 닮은 웃음이었습니다.
 
 온 세상을 가득 메우는,
 
향기로운 웃음.
 
금방이라도 물거품이 될 것 같은 웃음.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 눈을 깜빡이지도 못한 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
 
눈을 깜빡이는 그 순간,
 
...
 
당신은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서 있는 곳은 꽃집 앞.
 
꽃을 산 기억은 없습니다.
 
또다시 일어난 기이한 현상에, 연시우...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손에는 어느새 꽃다발이 들려 있습니다.
 
너를 닮은 꽃.
 
네가 좋아하던 꽃.
 
너의 환한 웃음이 그립습니다.
 
...
 
납골당의 안치실에 들어서면, 줄줄이 늘어선 유골함이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이 좁은 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중에, 필의 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너의 인생이 이렇게나 작은 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 먼저 다녀간 것일까요.
 
유리 너머로 먼저 놓여있는 작은 꽃이 보입니다.
 
필의 어릴 적 사진도 놓여 있네요.
 
사진 속의 강필은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비를 좋아했던가요?
 
아니면 싫어했던가.
 
사진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
 
그날도 빗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발치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갑작스러운 소나기였습니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서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죠.
 
당신이 있던 곳은 학교 현관.
 
우산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뛰어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
 
누군가 당신의 옷자락을 당깁니다.
 
전강필입니다.
 
같이 쓰자는 듯 그가 들고 있는 우산을 내밉니다.
 
전강필:형! 혹시 우산 없어요? 나랑 같이 쓰고 갈까요? 이거 그냥 맞고 가면 감기 걸릴텐데...
 
연시우:아, 필아. 응... 깜빡 잊고 안 가져왔네. (느릿하게 고개 끄덕이며) ... 너만 괜찮다면.
 
전강필:(기쁜 듯 미소 짓고 우산 팡 펼쳐 네 쪽으로 기울이고) 전 당연히 괜찮죠~ 가요!
 
당신은 필과 함께 우산을 쓰고 걸었습니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발을 디딜 때마다 들리는 찰박이는 소리.
 
가까운 거리에 간간히 스치는 팔.
 
꽃향기가 코 끝을 스칩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입니다.
 
그 향기가 주변 공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연시우: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또 머리가 살짝 핑 돌며 현기증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필은 놀란 듯 동그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괜찮냐 묻는 떨리는 목소리가,
 
빗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
 
...
 
당신은 퍼뜩, 눈을 뜹니다.
 
당신은 버스에 앉아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느껴집니다.
 
비도,
 
필의 모습도,
 
익숙한 하굣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창 밖의 하늘은 한쪽 끝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
 
마침 당신의 집이 있는 정류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연시우:(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립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위가 한 꺼풀 식어 있습니다.
 
느긋하게 흐르는 뭉게구름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익숙한 풍경입니다.
 
꼭 오늘처럼 깨끗한 하늘이 인상적이었죠.
 
그 풍경 속에는 필 또한 있었습니다.
 
그리운 향이 나는 그 풍경 속에…
 
...
 
방과 후, 교실.
 
활짝 열린 창으로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붉은 하늘.
 
흔들리는 커튼과 함께 일렁이는 햇빛.
 
뒷문으로 막 교실에 들어선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었습니다.
 
필이 죽기 일주일 전이었나요.
 
필은 그의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새카만 머리카락에 붉은끼가 도는 어두운 갈색 눈.
 
약간 그을러진 피부까지.
 
당신이 알고 있는 필입니다.
 
필이 자는 사이 당신은 필의 책상을 살필 수 있습니다.
 
연시우:(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봅니다)
 
책상 위에는 노트 한 권이 펼쳐져 있습니다.
 
연시우:(읽어봐요)
 
난잡한 글씨가 이리저리 적혀 있습니다.
 
'꽃'
 
'병?'
 
같은 단어들을 간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연시우:(...? 다른 내용은 없나 더 읽어봅니다)
 
필이 스크랩해둔 신문기사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아무말
 
이후는 잘려 있어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그때,
 
필이 잠에서 깨 일어납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비비는 필을 보며...
 
연시우: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 보니,
 
필이 최근에 자주 졸거나 잠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자주 잠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연시우:아, 필아. 잘 잤어? 나 때문에 깬건가... (중얼)
 
전강필:... (잠이 덜 깼는지 멍하게 있다가 고개만 올리고 씨익 웃어) ... 좋은 오후. 아니에요, 슬슬 일어날 때 되긴 했죠.
 
연시우:좋은 오후. (...) 그러고 보니까 요즘 자주 자네. 피곤해?
 
전강필:네... 어떻게 알았지, 피곤한 거. (상체 일으키고 기지개 쭉 피더니)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봐요~ (키득) 아직 17살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필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전강필:저, 화장실이 급해서... 먼저 가요!
 
입을 가리고 힘겹게 말하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 뛰쳐나갑니다.
 
연신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다급한 발소리.
 
필이 떠난 자리에는 달콤한 향이 남아 있습니다.
 
연시우:(...? 괜찮은 건가 싶어 따라 나가봐요)
 
교실 밖 복도에는 붉은 햇빛이 창틀 사이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닥 구석 쪽에 굴러다니는 꽃잎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화장실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짙은 꽃향기가 납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기에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화장실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연시우: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화장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침소리와,
 
작은 신음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
 
이건...
 
...
 
필의 소리인가요?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당신의 눈앞은 하얗게 물들어갑니다.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
 
… 깜빡,
 
깜빡.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연시우, 당신의 방이에요.
 
언제 돌아온 것일까요?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본 것은 꿈?
 
당신의 망상에 불과한 건가요?
 
1년 전,
 
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
 
당신의 방은 아침에 나올 때와 같습니다.
 
침대책장, 이 있습니다.
 
연시우:(일어난 침대 살펴봅니다)
 
아침과 똑같습니다.
 
특별한 건 없네요.
 
연시우:(책상에 가까이 다가가봐요)
 
마찬가지로 아침과 다를 건 없어보입니다.
 
연시우:(... 책장도 살펴봅니다)
 
연시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연시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연시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연시우.
 
포기하지 않습니다.
 
될 때까지 합니다.
 
연시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연시우:(확인해 봅니다)
 
...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 병이 발견된 지 대략 1년째, 인체에 큰 해악을 끼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꽃을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꽃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독특한 증상에서 이름을 따와 해당 병을 '하나하키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병의 원인은 짝사랑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자 병이 나았다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TV 화면에 병원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꿈에서 본 그 날 이후로 필은 일주일간 학교를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 하나 없이,
 
선생님의 입으로 근처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죠.
 
별 일 아닐 거라고,
 
다음에 만난다면 잔뜩 잔소리를 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너는,
 
하얀 국화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
 
필을 찾아가 봤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그 병원에 가봤더라면…
 
...
 
다음 순간,
 
당신이 눈을 깜빡인 그 순간.
 
주변 풍경이 뒤바뀝니다.
 
...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병원 앞.
 
강필이가 입원했던 그 병원입니다.
 
이것도 단순한 환상인 걸까요?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감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늘은 붉습니다.
 
지독하게 외로운 노을의 색.
 
몇 번이고 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색.
 
휴대전화 날짜를 확인해 보면 필이 죽기 하루 전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시우:(... 병원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병원으로 들어서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환자,
 
안내데스크와 양쪽으로 이어진 복도가 보입니다.
 
왼쪽 복도에는 양쪽으로 병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복도로는 진료실 문 여러 개가 보입니다.
 
연시우:
기준치: 45/22/9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안내 데스크로 향한 후 필이의 병실을 물어봅니다...)
 
간호사:아, 환자분의 정보라서... 이게 함부로 말씀해 드릴수가 없는데. 혹시 환자분과 무슨 관계이신가요?
 
연시우:
말재주
기준치: 50/25/10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간호사는 당신을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연시우: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애인이요.
 
간호사:(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전강필 환자분은 104호실에 계세요. 힘내세요!
 
연시우:(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급히 104호실로 향합니다)
 
필의 병실은 1인실로,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침대 위에 필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과 구겨진 종이뭉치가 늘어져 있습니다.
 
침대 옆 선반 위에는 진료차트가 놓여 있습니다.
 
연시우:(진료차트 살펴봐요)
 
필의 진료 내용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아무말
 
필의 병에 대해 알게 된 연시우...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습니다.
 
이 사실을 필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가 죽은 이유는...
 
...
 
연시우:(... 구겨진 종이 뭉치 펼쳐봅니다)
 
펼쳐보면 구겨진 편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쪽에 적힌 '시우형에게.'
 
한 마디를 제외하고는 백지입니다.
 
...
 
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어둡게 물들어갑니다.
 
...
 
병실의 풍경을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당신은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서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을 당신의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꿈인가요?
 
연시우: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연시우:2
 
주변을 둘러보면, 저 멀리에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빛을 향해 걸어가도 발을 딛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빛에 가까워져 갑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공간 속을 헤치고 나아가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공간 전체를 울리는 것 같은 위압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낯익은…
 
그때,
 
당신의 머리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야 기억이 나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빌었습니다.
 
필이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그렇게 허무하게 너를 빼앗아 가지 말라고.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당신에게 물었죠.
 
당신의 답은 물론…
 
...
 
꿈이 아니에요, 시우.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입니다.
 
필을 다시 만날 기회.
 
너와 여름을 함께할 기회.
 
그리고,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요?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뒤죽박죽이었던 기억들이 맞물려갑니다.
 
...
 
어느새 당신은 빛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네모난 문이라도 되는 듯,
 
어둠 속에 하얀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눈을 뜨세요, 시우.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6시 5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그 날.
 
바로 그 날입니다.
 
늦여름의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날.
 
네가 사라져 버린 날.
 
너와 함께했던 마지막 여름날.
 
교실 안에는 당신만이 있습니다.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연시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필의 책상에서 삐져나온 봉투를 발견합니다.
 
연시우:(꺼내서 확인해봅니다)
 
아무말
 
...
 
필은 옥상에 있습니다.
 
연시우:(급하게 옥상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옥상을 향해 달립니다.
 
복도를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폐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조금은 녹슨 철문 틈으로 붉은빛이 길게 뻗어 나와 있습니다.
 
문을 열자, 눈부신 햇빛이 쏟아집니다.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
 
느긋하게 흘러가는 구름.
 
그 아래 서있는 전강필.
 
필은 눈물 고인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전강필:...어? 형? 아니, 여긴 어떻게... (떨리는 목소리 다잡으며 팔 들어올려서 눈 가리고) 어떻게 알고 왔어요...? 나 말한 적 없는데. (눈 가린채로 입꼬리만 올려 웃어)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
 
연시우:... 전강필. 너. 너... (울컥해서는 고개 푹 숙이고 애써 참으려 아랫입술 꽉 깨물었다가) 지금 그런 거나 말할 때야? ... 왜 혼자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거야? ...... 내가 어떨 때 더 아픈지 알아? (...) 왜 내가 아픈 것만 생각해... 너는. 전강필 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 나는 전강필을 나만의 추억으로 남기기 싫어
 
전강필:(뒤돌아서 눈 주변 꾹꾹 누르더니 다시 당신 향해 돌고 방긋 웃지만 눈가가 붉그스름해) 에이~... 형,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제가 뭘 결정했다고. 그냥 바람 쐬러 잠깐 온 거라니까. (...) 혹시 봤어요? 편지...를 본 건가? 그거 보고 온 거에요? (허탈한 웃음 내뱉고) ... 시우야, 너가 아픈 것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너 아프지 말라고 내가... (애써 유지하던 미소 일그러지고 다시 눈물 고이기 시작해) 나도 추억으로 남기기 싫어요. 근데 어떡해, 내가 이러지 않으면 같이 있는 형도 아프고, 나도 아프고. 나 힘들어 시우야... 이러다가 둘 다 죽으면 어떡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뒷걸음질 치며 슬픈 눈으로 당신 바라봐)
 
연시우:... 응. 책상에 있던 그거. ... 보고 왔어. (당신의 말을 들으며 제 옷소매로 눈가 꾹 눌러) ... 누가 나 안 아프게 배려해달랬어...? (...) 추억으로 남기기 싫으면 안 남기면 되잖아... (주먹 꽉 말아 쥐고는 눈물 꾹 참으며) ...... 나랑 더 함께하고 싶었다며. 나랑 보낸 모든 시간들이 좋았다며... 조금은 욕심부려도 괜찮잖아.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로) 너 없이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런 일을 했는지 필이 네가 알까. 1년을 어떻게 보냈는데...) ... 둘 다 죽을 일 없을테니까, 전강필. 거기 서 있어. (고개 확 들고는 눈물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당신 바라봐)
 
전강필:... (눈 도로록 굴리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이 뺨을 따고 흐르기 시작해) 그렇...구나... 솔직히 볼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요... 아뇨, 아니에요. 형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냥... 제가 멋대로 판단하고, 생각해서... 결단 내린거 지만... 나도 나름 많이 고민하고 결정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바보같이 푸스스 웃고는) 하지만 몸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걸요. 울지마요, 시우형. 형이 그런 반응이니까 나 되게 특별해 진것 같아서 좋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얼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거 알아요? (손 뒷짐지고 발 끝 세워서 바닥 툭툭 몇 번 건드나 싶더니) ... 욕심도 부릴 수 있는 사람만 부리는 거래요. 형이랑 함께하고 싶고, 아직 못한 일들도 많지만 형뿐만 아니라 내 주변사람들 모두가 위험하대요. (작게 웅얼거리며) 그런데 내가 어떻게 욕심을 부릴까... (고개 살짝 기울이고 한 손으로 주먹 꽉 쥐어 올려보인다.) 형은 할 수 있어요...! 내가 아는 연시우는 약하지 않으니까. 고작 나같은 거 하나 없어졌다고 못 살지 않을거야. (아마 영영 알 수 없겠지. 직접 피해자가 되보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은 없어. 1년 동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식으로 살아왔는지, 전강필은 본 것도 들은 것도 없으니 알 방법이 전혀 없겠지.) 둘 다 죽을 일이 어떻게 없을까요?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아니, 내가 너를 싫어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아요. 미안, 나 연시우라는 사람이 좋아요. (눈물 흘리는 너 보자 똑같이 눈물 고인 눈이지만, 조금 동그래진 눈으로, 당신 바라보고 소리쳐) 안돼!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 지금 위험한 상태야... 형, 제발... 가까이 오지마요. 나 때문에 아프지 마요...
 
연시우:...... 당연하지. 필이 네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판단하여 결단 내린 것인지는 내가 알 수 없겠지만... 많이 힘들게 고민했다는 건 알지. (...) 미안해. 필이가 잘못한 거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내 감정이 너무 격해졌어. ... 너는 나에게 단 한 번도 특별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내고는) 마지막이라는 말 하지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은, 아니 그런 말은 평생 듣기 싫어. (이엊는 당신의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잖아. 주변인들을 위해 너를 희생하면, 남겨진 그 주변인들은? (......) 전강필이가 아는 연시우는 어떤 사람일까... (중얼거리며) 나는 아직 나의 모든 것을 필이 너에게 보여주지도, 알려주지도 못했는데. 그리고....... 연시우한테 전강필이 고작이라는 말 따위로 쉽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누가 그래. (자신이 1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너는 아마 영영 모르겠지. 이것들을 지금 너에게 전해봤자 소용이 있을까. 1년 전으로 돌아온 이 상황을 네가 믿을지도 미지수인 것을.) ... 만약 네가 나를 싫어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기적이 있다고 하면... 그 지독한 짝사랑의 병이 끝날 수 있다고 하면. (뜸) ... 믿을 거야? (당신의 입에서 나온 선명한 그 고백을 들었다. 제 심장은 크게 요동치는 듯 했으며 머리는 더욱 복잡해진 기분이었다.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쳤다) ... 필이 대답을 듣기 전 까지는 안 갈 테니까, 너도 거기서 움직이지마. ... 제발... 그만 멀어져 필아... (있지 필아. 나, 지금도 너무 아파. 너와 가까이 있어서 느낀 그 아픔은 아니지만, 지금 너도 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그런... 직감이 들었어. 이게 맞는 걸까. 내가 하려고 하는 게 널 구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전강필:... 정말, 그냥. 나도 형이랑 헤어지기 싫어요. (...) 솔직히 말하자면 ... 겁쟁이라서 죽는 것도 무서워요. 근데, 내 주변사람들이 나 때문에 아파하는 게 더 무서워요.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 밤새 고민했어요. 어떻게 죽어야 가장 안 아플까... 내가 어떻게 해야... 그나마 제일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걸 형이 알면 ... 무슨 말을 할까. (살짝 피식 웃더니) 아니에요, 나도 마음이 조급해 졌나봐. 왜 형한테 이러고 있지? 내가 형을 사랑한 게 잘못이었어요. 그냥 모른채로 살았으면 이런 병같은 거 생각할 틈도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그냥 평범하게... 지금까지처럼... 같이 등교도 하고, 자전거도 태워주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 도시락도 나눠먹을 수 있었을텐데. (...) 이제는 못하겠지만요. 그래도 나름 좋은 인생이었어요! 나는 만족해요! (...하하.) 정말요? 진짜 기쁘다... 이제라도 들어서 다행이에요. 그냥 죽었으면 조금... 아쉬웠겠다. 이런 말 듣지도 못하고. (씁쓸한 미소로) 미안해요, 형. (한마디 하더니 무슨 말 해야할지 고민하는 듯 입 뻥끗거리다가 다물고 미소로 채워 남은것은 침묵 뿐이었다.) ... 나는 이기적이지 못해요. 아니, 너무 이기적이라고 해야되나? 해줄 수 있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어요. 형은 내가 죽지 않기를 원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지는 걸 어떡해. 그게 이 병보다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해요. 그래서... 내가 아프기 싫어서 이러는 거야. 꼭 형 때문이... 아니더라도. (물론 연시우라는 존재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이건 생각으로만 묻혀두는 걸로 하자.) 언제가는 잊혀져요. 언제가는. 잠깐, 슬플 뿐이에요. 그리고 죽는게 아니에요! 잠깐 여행갔다 온다고 생각해 주세요. 아주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약속할게요. (싱긋 웃더니) 그때, 다시 돌아오면 형의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실래요? (놀란 눈으로 동그랗게 뜨더니 또 울컥했는지 눈가가 움찔거려) 아... 제발.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줘. 너가 이러면 내가... 어떻게 마음을 정리했는데... (제 이마 손바닥으로 꾹 누르고) ...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이기적이지 못한지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당신이 1년간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거야. 1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말도 당연히 농담으로 알아들을테지. 그런일이 세상에 일어날리가 없잖아?) 그런 기적이... 정말 있을까요? 재발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눈물 뚝뚝 흘리며 당신 바라봐) 정말... 이렇게 아픈데, 고칠 수 있어요? (그 말에 멈칫하고 차분히 숨 들이쉬었다가 내뱉어 고개 느릿하게 끄덕이다가 당신에게 조금씩 다가가) 진짜에요? 형, 거짓말 안하죠? 잠깐, 작별인사만 간단하게 할게요. (헤실 웃지만 눈은 울고있고) 이 정도는 괜찮을 거에요... 금방 떨어질테니까. 얼른 이 고통도 멈췄으면 좋겠다. 나, 진짜, 많이 아팠어요. 죽을 만큼 아팠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팠어요... 근데 그만큼 형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 (어느새 당신의 앞까지 와서 머리에 살짝 입 맞추더니 눈가에서 또르륵, 구슬처럼 물방울이 떨어지고. 이건 당신 눈에서 흐르는 눈물일까, 아니면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일까. 이젠 별로 상관 없겠지.)

 

 

 
연시우:(... 대체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복잡하고 격해진 감정 때문에 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을지도 알 수 없었다. 여러 다양한 감정이 묻어나는 말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그저 나는 너의 얘기만 들으며 속앓이를 하는 것이 다였을 뿐이다. 나는 너만큼 아팠던 적이 없고 그 고통도 모르기에, 네가 그 어둡고 기나긴 밤 동안 혼자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을 고민했을지 나는 결코 가늠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 왜... 왜 그런 말을 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게 잘못일 리가 없잖아. (...) 고등학생이면서, 아직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절반까지도 한참 남았으면서. ... 만족한다고 하지마... (느릿하게 고개 끄덕이며) 나는 너에게 거짓말한 적 없어. (당신의 사과를 들었다.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띤 당신을 보았으나 제 입꼬리는 올라가지도 못한 채 더욱 파들파들 떨릴 뿐이었다) ... 몰라, 모르겠어. 이기적이고 뭐고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이기적인 것은 제 자신이었다. 그러나 당연한 것이지. 저런 생각을 하고 그것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것은 분명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 필아, 세상은 정말 잔혹하다. 그저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했을 뿐인데, 그런 감정을 느낀 일부의 사람들은 고통만 받고. 누군가를 짝사랑한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말아 쥔 손의 손톱으로 손바닥만 꾹 누르며) ... 그 언젠가가 오기는 할까, 난 죽어서도 필이를 잊지 못할 텐데.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선명한 시야로 당신과 눈을 마주했다. 곧 다시 흐려지긴 하였지만, 웃으며 날 바라보던 당신만은 똑똑히 제 눈에 담았다) ... 여행을 왜 혼자 가려고 해. 같이 가자고 하면 갈 상대가 여기 있는데. (편하게 가게 해달라는 말을 듣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런 말을 하는 당신만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정말... 있어.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확신은 하지 못했다. 뉴스 기사에서도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면 병이 나았다는 사례만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하였지 확실한 치료법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실낱같은 작은 희망 하나라도 잡아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평범하게 같이 등교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 도시락까지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을... 그런 사소한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는 기적이. (작별 인사를 하겠다며 제 아픔을 고하는 당신을, 나는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제 머리를 받치는 손길에 서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제 머리에 입을 맞추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 (아무래도 지금이 그 기적을 너에게 전할 시간이겠지. 떨리는 마음을 겨우 다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고) 필아. ...... 좋아해. (또 울컥한 건지 눈물이 볼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렸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으며) 정말 많이 좋아해. ... 이렇게 늦게 말해서 미안해.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 마음을 전해 우리의 마음이 같은 걸 알았더라면, 필이 네가 이렇게까지 고통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 이제 와서야 하는 후회는 다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은 안다. 알기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꾹 삼긴 채) ...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면 이 지독한 병이 낫는대. (잠시 뜸 들이더니) ...... 나도 너를 좋아하는데, 이제 네 마음을 짝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다 눈을 서서히 감으며 당신의 어깨에 제 두 손을 올리고, 발뒤꿈치를 들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 두 입술이 마주 닿았다.) ... (잠시 동안 짧게 맞닿아있던 입술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어깨에 올려두었던 손도 밑으로 스르륵 떨구었다. 느릿하게 감았던 눈을 뜨곤 당신의 얼굴만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전강필:(좋아한다는 말 세글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눈을 끔뻑였다.) ... 네? ... 진짜? (짝사랑의 감성이 해소되면 이 병이 낫는다... 보다 좋아한다는 말만 머릿속에 내리박히고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웃던 얼굴은 사라지고 아이처럼 울 지도 모르겠다. 꾹 참아왔던 것인지, 그 고삐가 풀려버린 건지 울먹이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든 말해보려 한다.) 진짜요? 진짜에요? 나, 안 죽어도 괜찮아요? 내 사람들 힘들게 안해요? ... 시우가 나 진짜 좋아요? (네 입술이 제 입술에 닿자 놀란 듯 잠깐 흠칫했지만. 싫은 의미는 아니었겠지. 아마... 자신의 병 때문에 지금까지 조심했으니 습관이 되어버린 것일 거다. 하지만 당신의 고백을 들었으니 이제 병도 없어질 거고, 괜찮지 않으려나? 나를 응시하는 그 까만 두 눈을 바라보다가 이번엔 제 쪽에서 먼저 쪽, 당신의 입에 제 입을 맞췄다.)
 
당신은 당신의 진심을 전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전달합니다.
 
몇 번이고 당신의 진심을 되묻는 필의 목소리.
 
외로웠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필이 웃습니다.
 
꽃처럼 환하게,
 
눈앞이 아찔할 만큼 환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오던 꽃향기가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손끝에 닿는 생생한 감각,
 
꿈이 아닙니다.
 
전강필:정말 좋아해요, 시우형.
 
늦여름,
 
노을이 지는 풍경.
 
그 풍경을 보아도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끝나가는 여름이 우울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여름이니까요.
 
Imgur
 
전강필, 연시우 생존.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10
 
두 사람은 몇 번이고 함께 여름을 맞을 겁니다. 더 많은 추억들을 쌓아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