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필:(아무말도 한 적 없다는 듯 방긋 웃고 도시락통을 꺼내 열어) 형! 밥 먹자~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서 만들었으니까 맛있게 먹어줘요. (당신 힐끔 보고) 형이 만든 것도 먹어줄 수 있는데.
연시우:(...? 의아했지만 웃으며 말하는 당신의 모습에 그냥 넘기며) 필이가 만든 거니까 당연히 맛있게 먹지. 내 껀... 맛 보장은 못 하겠는데. ....... 괜찮아?
전강필:(소리내어 웃고는 반 농조로) 저는 맛 보장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드셔도 돼요. 그리고 형이 만든 거니까 괜찮을 걸요? 맛 없어도 맛있을 걸? (나름 기대되는 눈빛)
연시우:(작게 웃으며) 정말? 걱정은 원래 안 했지만...~ 잘 먹을게. (...) 내가 만든거라서... (제 도시락 들고는) ... 안 괜찮을 것 같은데......
전강필:(만족하는 듯 손으로 제 도시락 당신 향해 쭉 밀고) 전체적으로 달달하게 만들었으니까 입맛에는 맞을 거에요. (두 손 내밀더니 싱긋 웃어) 괜찮아요, 괜찮아. 얼른~ 나 배고프다!
연시우:(당신이 내미는 도시락 받아들어) ... 근데, 너는 안 먹어? 필이가 준비해왔는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건네주며) 먹고... 못 먹겠으면 꼭 말해. 알았지? 억지로 먹지 말고. 뱉어버려도 괜찮으니까.
전강필:제거는 여기! (당신이 건내준 도시락 들고 방실방실 웃어) 어차피 그건 형 주려고 만든 거니까 형 드세요~ (당신 도시락 통 열고 입에 쏙쏙 집어넣어 먹더니 몇 번 오물거리곤 고개 끄덕여) 맛있는데요?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었나 모르겠다. (말 끝내고 계속 쏙쏙 집어넣어 먹곤)
연시우:그것만 먹곤 배가 안 찰 텐데...? (걱정스럽게 당신 바라보다가 받은 도시락 통 열어보곤) ... 자, 잠깐만 내가 그걸 먹어야 할 것 같은데. (...) 필아...? 그거 진짜 억지로 안 먹어도 괜찮아..
전강필:제 간식 따로 챙겼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필의 도시락은 제법... 셰프급...?) 진짜, 진짜로. 거짓말 1도 안하고 완전 맛있어요! 맨날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억지로 먹는 거 아닌데... 먹고 싶어서 먹는 거에요. (남은 음식 입에 밀어넣더니 볼 가득 채우고 꼭꼭 씹어넘겨) 후...! 잘 먹었습니다!
연시우:... (자신도 수저 들어서는 한 입 먹어봐) ... 필아 안되겠다. 그거 다시 줘. 도시락 바꿔. 나 이거 못 먹어. (의아한 눈빛으로 당신 빤히 바라보며) 필아... 내 요리 실력은 내가 잘 아는데. (싹 비운 도시락을 보곤 놀라) 이걸 다 먹었어? 난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빨리 먹을게
전강필:(싹 비운 도시락 통 슬쩍 들어 보여주며) 이미 다 먹고 없는데요? (재밌다는 듯 웃어) 맛있기만 한데 뭘... (벽에 기대서 웅크리고 당신 식사하는 거 지켜봐) 천천히 먹어요 천천히! 체하면 힘들다?
연시우:...... 내가... 다음 도시락은 더 맛있게 만들어올게... (웃는 당신 바라보다가 다시 도시락 한 입 먹어) ... 너무 맛있다 필아. 응, 천천히 먹을게. (...) 근데 그렇게 계속 지켜볼 거야...?
전강필:와! 다음 도시락도 주는 거에요? (하하!) 우리 시우형 요리 연습 많이 하겠다~ 지금도 진짜 맛있는데! (텅 빈 도시락 통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맛있어요? 다행이다~... 혹시 했거든요. (눈 데굴) 그치만 할 거 없어서요. 형 얼굴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연시우:잘... 만들게 되면. 맛있으면. (강조하며 고개 끄덕여) 우리 필이가 먹을 건데 맛없는 건 주기 싫으니까... 열심히 해봐야지... 응. 진짜 맛있어. (...) 내 얼굴 볼게 뭐 있다고. 그런 거 보려면 거울이나 봐...
전강필:(입 삐쭉 내밀고) 내 입맛에 딱 맞는데... 나도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욱여넣을 만큼의 깡은 없어요. 예전부터 미리 연습해 두길 잘했다~ (조금 얼탱 나간 표정으로) ...네...? 형 얼굴이 볼 게 없으면 전 뭘 보고 살아야 돼요...? (키득키득) 제 얼굴은 하도 봐서 별로에요!
:... 병이 발견된 지 대략 1년째, 인체에 큰 해악을 끼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꽃을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꽃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독특한 증상에서 이름을 따와 해당 병을 '하나하키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병의 원인은 짝사랑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자 병이 나았다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전강필:...어? 형? 아니, 여긴 어떻게... (떨리는 목소리 다잡으며 팔 들어올려서 눈 가리고) 어떻게 알고 왔어요...? 나 말한 적 없는데. (눈 가린채로 입꼬리만 올려 웃어)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
연시우:... 전강필. 너. 너... (울컥해서는 고개 푹 숙이고 애써 참으려 아랫입술 꽉 깨물었다가) 지금 그런 거나 말할 때야? ... 왜 혼자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거야? ...... 내가 어떨 때 더 아픈지 알아? (...) 왜 내가 아픈 것만 생각해... 너는. 전강필 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 나는 전강필을 나만의 추억으로 남기기 싫어
전강필:(뒤돌아서 눈 주변 꾹꾹 누르더니 다시 당신 향해 돌고 방긋 웃지만 눈가가 붉그스름해) 에이~... 형,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제가 뭘 결정했다고. 그냥 바람 쐬러 잠깐 온 거라니까. (...) 혹시 봤어요? 편지...를 본 건가? 그거 보고 온 거에요? (허탈한 웃음 내뱉고) ... 시우야, 너가 아픈 것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너 아프지 말라고 내가... (애써 유지하던 미소 일그러지고 다시 눈물 고이기 시작해) 나도 추억으로 남기기 싫어요. 근데 어떡해, 내가 이러지 않으면 같이 있는 형도 아프고, 나도 아프고. 나 힘들어 시우야... 이러다가 둘 다 죽으면 어떡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뒷걸음질 치며 슬픈 눈으로 당신 바라봐)
연시우:... 응. 책상에 있던 그거. ... 보고 왔어. (당신의 말을 들으며 제 옷소매로 눈가 꾹 눌러) ... 누가 나 안 아프게 배려해달랬어...? (...) 추억으로 남기기 싫으면 안 남기면 되잖아... (주먹 꽉 말아 쥐고는 눈물 꾹 참으며) ...... 나랑 더 함께하고 싶었다며. 나랑 보낸 모든 시간들이 좋았다며... 조금은 욕심부려도 괜찮잖아.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로) 너 없이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런 일을 했는지 필이 네가 알까. 1년을 어떻게 보냈는데...) ... 둘 다 죽을 일 없을테니까, 전강필. 거기 서 있어. (고개 확 들고는 눈물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당신 바라봐)
전강필:... (눈 도로록 굴리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이 뺨을 따고 흐르기 시작해) 그렇...구나... 솔직히 볼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요... 아뇨, 아니에요. 형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냥... 제가 멋대로 판단하고, 생각해서... 결단 내린거 지만... 나도 나름 많이 고민하고 결정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바보같이 푸스스 웃고는) 하지만 몸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걸요. 울지마요, 시우형. 형이 그런 반응이니까 나 되게 특별해 진것 같아서 좋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얼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거 알아요? (손 뒷짐지고 발 끝 세워서 바닥 툭툭 몇 번 건드나 싶더니) ... 욕심도 부릴 수 있는 사람만 부리는 거래요. 형이랑 함께하고 싶고, 아직 못한 일들도 많지만 형뿐만 아니라 내 주변사람들 모두가 위험하대요. (작게 웅얼거리며) 그런데 내가 어떻게 욕심을 부릴까... (고개 살짝 기울이고 한 손으로 주먹 꽉 쥐어 올려보인다.) 형은 할 수 있어요...! 내가 아는 연시우는 약하지 않으니까. 고작 나같은 거 하나 없어졌다고 못 살지 않을거야. (아마 영영 알 수 없겠지. 직접 피해자가 되보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은 없어. 1년 동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식으로 살아왔는지, 전강필은 본 것도 들은 것도 없으니 알 방법이 전혀 없겠지.) 둘 다 죽을 일이 어떻게 없을까요?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아니, 내가 너를 싫어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아요. 미안, 나 연시우라는 사람이 좋아요. (눈물 흘리는 너 보자 똑같이 눈물 고인 눈이지만, 조금 동그래진 눈으로, 당신 바라보고 소리쳐) 안돼!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 지금 위험한 상태야... 형, 제발... 가까이 오지마요. 나 때문에 아프지 마요...
연시우:...... 당연하지. 필이 네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판단하여 결단 내린 것인지는 내가 알 수 없겠지만... 많이 힘들게 고민했다는 건 알지. (...) 미안해. 필이가 잘못한 거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내 감정이 너무 격해졌어. ... 너는 나에게 단 한 번도 특별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내고는) 마지막이라는 말 하지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은, 아니 그런 말은 평생 듣기 싫어. (이엊는 당신의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잖아. 주변인들을 위해 너를 희생하면, 남겨진 그 주변인들은? (......) 전강필이가 아는 연시우는 어떤 사람일까... (중얼거리며) 나는 아직 나의 모든 것을 필이 너에게 보여주지도, 알려주지도 못했는데. 그리고....... 연시우한테 전강필이 고작이라는 말 따위로 쉽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누가 그래. (자신이 1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너는 아마 영영 모르겠지. 이것들을 지금 너에게 전해봤자 소용이 있을까. 1년 전으로 돌아온 이 상황을 네가 믿을지도 미지수인 것을.) ... 만약 네가 나를 싫어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기적이 있다고 하면... 그 지독한 짝사랑의 병이 끝날 수 있다고 하면. (뜸) ... 믿을 거야? (당신의 입에서 나온 선명한 그 고백을 들었다. 제 심장은 크게 요동치는 듯 했으며 머리는 더욱 복잡해진 기분이었다.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쳤다) ... 필이 대답을 듣기 전 까지는 안 갈 테니까, 너도 거기서 움직이지마. ... 제발... 그만 멀어져 필아... (있지 필아. 나, 지금도 너무 아파. 너와 가까이 있어서 느낀 그 아픔은 아니지만, 지금 너도 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그런... 직감이 들었어. 이게 맞는 걸까. 내가 하려고 하는 게 널 구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전강필:... 정말, 그냥. 나도 형이랑 헤어지기 싫어요. (...) 솔직히 말하자면 ... 겁쟁이라서 죽는 것도 무서워요. 근데, 내 주변사람들이 나 때문에 아파하는 게 더 무서워요.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 밤새 고민했어요. 어떻게 죽어야 가장 안 아플까... 내가 어떻게 해야... 그나마 제일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걸 형이 알면 ... 무슨 말을 할까. (살짝 피식 웃더니) 아니에요, 나도 마음이 조급해 졌나봐. 왜 형한테 이러고 있지? 내가 형을 사랑한 게 잘못이었어요. 그냥 모른채로 살았으면 이런 병같은 거 생각할 틈도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그냥 평범하게... 지금까지처럼... 같이 등교도 하고, 자전거도 태워주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 도시락도 나눠먹을 수 있었을텐데. (...) 이제는 못하겠지만요. 그래도 나름 좋은 인생이었어요! 나는 만족해요! (...하하.) 정말요? 진짜 기쁘다... 이제라도 들어서 다행이에요. 그냥 죽었으면 조금... 아쉬웠겠다. 이런 말 듣지도 못하고. (씁쓸한 미소로) 미안해요, 형. (한마디 하더니 무슨 말 해야할지 고민하는 듯 입 뻥끗거리다가 다물고 미소로 채워 남은것은 침묵 뿐이었다.) ... 나는 이기적이지 못해요. 아니, 너무 이기적이라고 해야되나? 해줄 수 있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어요. 형은 내가 죽지 않기를 원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지는 걸 어떡해. 그게 이 병보다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해요. 그래서... 내가 아프기 싫어서 이러는 거야. 꼭 형 때문이... 아니더라도. (물론 연시우라는 존재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이건 생각으로만 묻혀두는 걸로 하자.) 언제가는 잊혀져요. 언제가는. 잠깐, 슬플 뿐이에요. 그리고 죽는게 아니에요! 잠깐 여행갔다 온다고 생각해 주세요. 아주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약속할게요. (싱긋 웃더니) 그때, 다시 돌아오면 형의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실래요? (놀란 눈으로 동그랗게 뜨더니 또 울컥했는지 눈가가 움찔거려) 아... 제발.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줘. 너가 이러면 내가... 어떻게 마음을 정리했는데... (제 이마 손바닥으로 꾹 누르고) ...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이기적이지 못한지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당신이 1년간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 거야. 1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말도 당연히 농담으로 알아들을테지. 그런일이 세상에 일어날리가 없잖아?) 그런 기적이... 정말 있을까요? 재발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눈물 뚝뚝 흘리며 당신 바라봐) 정말... 이렇게 아픈데, 고칠 수 있어요? (그 말에 멈칫하고 차분히 숨 들이쉬었다가 내뱉어 고개 느릿하게 끄덕이다가 당신에게 조금씩 다가가) 진짜에요? 형, 거짓말 안하죠? 잠깐, 작별인사만 간단하게 할게요. (헤실 웃지만 눈은 울고있고) 이 정도는 괜찮을 거에요... 금방 떨어질테니까. 얼른 이 고통도 멈췄으면 좋겠다. 나, 진짜, 많이 아팠어요. 죽을 만큼 아팠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팠어요... 근데 그만큼 형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 (어느새 당신의 앞까지 와서 머리에 살짝 입 맞추더니 눈가에서 또르륵, 구슬처럼 물방울이 떨어지고. 이건 당신 눈에서 흐르는 눈물일까, 아니면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일까. 이젠 별로 상관 없겠지.)
연시우:(... 대체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복잡하고 격해진 감정 때문에 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을지도 알 수 없었다. 여러 다양한 감정이 묻어나는 말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그저 나는 너의 얘기만 들으며 속앓이를 하는 것이 다였을 뿐이다. 나는 너만큼 아팠던 적이 없고 그 고통도 모르기에, 네가 그 어둡고 기나긴 밤 동안 혼자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을 고민했을지 나는 결코 가늠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 왜... 왜 그런 말을 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게 잘못일 리가 없잖아. (...) 고등학생이면서, 아직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절반까지도 한참 남았으면서. ... 만족한다고 하지마... (느릿하게 고개 끄덕이며) 나는 너에게 거짓말한 적 없어. (당신의 사과를 들었다.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띤 당신을 보았으나 제 입꼬리는 올라가지도 못한 채 더욱 파들파들 떨릴 뿐이었다) ... 몰라, 모르겠어. 이기적이고 뭐고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이기적인 것은 제 자신이었다. 그러나 당연한 것이지. 저런 생각을 하고 그것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것은 분명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 필아, 세상은 정말 잔혹하다. 그저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했을 뿐인데, 그런 감정을 느낀 일부의 사람들은 고통만 받고. 누군가를 짝사랑한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말아 쥔 손의 손톱으로 손바닥만 꾹 누르며) ... 그 언젠가가 오기는 할까, 난 죽어서도 필이를 잊지 못할 텐데.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선명한 시야로 당신과 눈을 마주했다. 곧 다시 흐려지긴 하였지만, 웃으며 날 바라보던 당신만은 똑똑히 제 눈에 담았다) ... 여행을 왜 혼자 가려고 해. 같이 가자고 하면 갈 상대가 여기 있는데. (편하게 가게 해달라는 말을 듣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런 말을 하는 당신만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정말... 있어.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확신은 하지 못했다. 뉴스 기사에서도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면 병이 나았다는 사례만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하였지 확실한 치료법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실낱같은 작은 희망 하나라도 잡아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평범하게 같이 등교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 도시락까지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을... 그런 사소한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는 기적이. (작별 인사를 하겠다며 제 아픔을 고하는 당신을, 나는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제 머리를 받치는 손길에 서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제 머리에 입을 맞추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 (아무래도 지금이 그 기적을 너에게 전할 시간이겠지. 떨리는 마음을 겨우 다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고) 필아. ...... 좋아해. (또 울컥한 건지 눈물이 볼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렸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으며) 정말 많이 좋아해. ... 이렇게 늦게 말해서 미안해.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 마음을 전해 우리의 마음이 같은 걸 알았더라면, 필이 네가 이렇게까지 고통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 이제 와서야 하는 후회는 다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은 안다. 알기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꾹 삼긴 채) ...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면 이 지독한 병이 낫는대. (잠시 뜸 들이더니) ...... 나도 너를 좋아하는데, 이제 네 마음을 짝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다 눈을 서서히 감으며 당신의 어깨에 제 두 손을 올리고, 발뒤꿈치를 들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 두 입술이 마주 닿았다.) ... (잠시 동안 짧게 맞닿아있던 입술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어깨에 올려두었던 손도 밑으로 스르륵 떨구었다. 느릿하게 감았던 눈을 뜨곤 당신의 얼굴만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전강필:(좋아한다는 말 세글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눈을 끔뻑였다.) ... 네? ... 진짜? (짝사랑의 감성이 해소되면 이 병이 낫는다... 보다 좋아한다는 말만 머릿속에 내리박히고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웃던 얼굴은 사라지고 아이처럼 울 지도 모르겠다. 꾹 참아왔던 것인지, 그 고삐가 풀려버린 건지 울먹이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든 말해보려 한다.) 진짜요? 진짜에요? 나, 안 죽어도 괜찮아요? 내 사람들 힘들게 안해요? ... 시우가 나 진짜 좋아요? (네 입술이 제 입술에 닿자 놀란 듯 잠깐 흠칫했지만. 싫은 의미는 아니었겠지. 아마... 자신의 병 때문에 지금까지 조심했으니 습관이 되어버린 것일 거다. 하지만 당신의 고백을 들었으니 이제 병도 없어질 거고, 괜찮지 않으려나? 나를 응시하는 그 까만 두 눈을 바라보다가 이번엔 제 쪽에서 먼저 쪽, 당신의 입에 제 입을 맞췄다.)